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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03화 (702/1,559)

제 703화

198. 가긴 어딜 가

“장군님. 레이드가 곧 시작될 듯싶습니다.”

별 3개를 단 중년의 사내가 보고하자 육군 사령관 서호진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래. 공격대장을 만나보았다고?”

“예. 말씀하신 대로 모두 전했습니다.”

“성공 가능성은 사실상 없겠지.”

“그렇겠지요. 아마, 다들 죽을 겁니다. 성공할 확률은 희박하겠지요.”

“어느 쪽이든 좋진 않군.”

“그럼 그대로 진행할까요?”

“각성자는 위험한 불순분자야. 그걸 남겨놔선 곤란하겠지. 이번 기회에 싸그리 정리해보자고.”

“혹시 티오니스 성자가 나서면요?”

그 물음에 서호진이 침묵했다.

“그자가 나설지도 의문이지만 혹여라도 나선다면…… 그냥 두도록 하지.”

“예? 그냥 둔단 말씀이십니까?”

“그래. 이독제독이라고. 서로 공멸해주면 그만큼 고마운 게 어디 있겠나. 물론, 살아남은 쪽에는 우리가 준비한 신병기를 사용해야겠지만.”

그렇게 말한 서호진의 손에는 푸른색의 기이한 탄환이 쥐어져 있었다.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

서호진이 스산하게 중얼거렸다.

* * *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나의 존재를 모두가 시야에 담는다.

경악한 이.

의아해하는 이.

또는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느끼고 안도하는 이까지.

“괜찮으시겠습니까.”

“…….”

제법 정중해진 대통령의 물음에 나는 손에 쥔 코로나 디스트로이어를 가볍게 휘둘렀다.

붕붕! 소리와 함께 적당히 복구된 거대한 해머가 공기를 갈랐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네.”

메세스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어이, 내 그림자는 어때.”

[네놈…….]

“맛있어 보이나?”

도발 섞인 목소리로 말한 내가 한발 내디뎠다.

“우선 방어부터 깎고 시작하자.”

쩌어엉!!

공기가 흔들리며 코로나 디스트로이어의 해머추가 놈의 복부를 후려쳤다.

하지만 내가 만들어 놓은 결계 때문에 코로나 디스트로이어의 추는 정확히 놈에게 어떤 타격도 주지 않았다.

하지만 효과는 들어간다.

한번 후려치기가 무섭게 허공에 방패 모양의 문양이 깨지듯 나타난 것이다.

1 스택.

쩌엉!! 쩡!!

2 스택. 3 스택.

콰직!!

방패가 완전히 갈라진다.

세 차례 해머가 휘둘러질 때마다 메세스가 움찔거렸다.

하지만 곧 자신에게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깨닫고 기괴하게 생긴 안광을 번뜩였다.

[흥! 허세나 부리기는.]

하지만 그 누구도 무어라 말할 수 없었다.

알프 온라인을 플레이했던 자. 국내외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아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3타 방어 파괴.

말도 안 되는 사기 옵션을 지닌 코로나 디스트로이어는 이미 한차례 공성전이라는 길드 대항콘텐츠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파괴가 불가능하다 알려진 성벽을 단 세 번 후려친 것만으로 방어력을 0으로 만들어버렸으니 말이다.

“허세라니,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지금부터.

내가 널 눌러 터뜨려 죽일 테니까.

동시에 내 양손이 가볍게 마주친다.

모두의 시선을 받고 있으면서.

당당하게 무언가를 한 것치곤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고요한 침묵이 감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내 행동이 불러올 무언가를 생각했던 이들의 얼굴에 의문이 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이미 놈이 저항 못 하게 찍어누르는 공격은 시작되었으니까.

“뭐…… 뭐야?”

“뭐 하는 거야?”

물론, 아직 자각하지 못한 이들이 웅성거리는 건 당연했지만.

몇몇은 눈치를 챘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물러난다.

쿠웅!!!!

아주 잠깐의 침묵.

그리고. 이제는 모두가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여파가 모든 공간을 뒤덮었다.

3차원 방향으로 찍어누르는 어마어마한 압력.

무형의 힘이 메세스를 가둬놓은 채로 그 공간 자체를 축소화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외부와 내부를 단절시키는 힘. 이클립스나 상위 흉신이라면 이 힘을 견뎌내고 찢어버렸을 테지만 메세스의 힘은 아직 그 정도에 닿기엔 너무도 부족했다.

[큭?! 잔재주를!]

“잔재주? 네가 보기에 이게 잔재주로 보였나?”

아닐 텐데? 필사적으로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서 버텨내도 모자랄 판에?

[큭, 크아아아악!! 우쭐대지 마라!!]

“넌 내 손에 잡혀서 주박술에 걸린 순간 끝난 거야.”

상상을 초월하는, 그리고 물리법칙이 아닌 반 영체인 제 몸을 정확히 노리고 짓누르는 압력이 상상 이상으로 강했던 탓일까.

메세스는 당당하던 모습도 잊어버린 채 온몸을 써서 압력을 버텨내려 했다.

지금 상황이 기가 막히느냐? 그 마음 안다.

하지만 어쩌랴, 이제 놈은 죽을 때가 되었는데.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미 나는 어떤 방식을 사용해 놈을 상대해야 할지 이미 결정을 내린 후였다.

메세스의 특징은 산 자들의 그림자를 먹어치우고 강해지는 객체.

애초에 서열순위부터 그러했지만, 메세스는 자신의 특성에 비해 강해지는 정도가 상당히 미미하여 애로사항이 다분한 대상이었다.

인간, 즉 각성자와 이곳 지구의 인간들에겐 재앙일지나.

지금 내게는 신력이 없어도 문제없이 제거가 가능한 수준의 적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신중하게 놈을 짓눌러 터뜨렸다.

놈이 어째서 생각 이상으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바에 대해선 깊게 생각할 것 없었다.

계속해서 성장하는 힘은 오로지 인간에게만 허락된 종족의 권한.

흉신이 그런 특성을 흉내 내 본들.

사실상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꼴이었다.

게다가 녀석은 이미 시작 전부터 코로나 디스트로이어로 인해 방어가 완전히 파괴된 상황.

압축되는 공간을 저항할 방어력이 떨어진 놈인 만큼 저항하는데에도 점차 한계가

그제야 자신에게 걸린 디버프가 무엇인지 깨달은 듯 보였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전에 굼다 레이드 때도 그랬지만…….”

“진짜 말도 안 된다…….”

보고도 쉬이 믿기지 않는 듯 각성자들이 홀린 것처럼 중얼거렸다.

누군 200여 명을 모아도 이기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데. 누군 손짓 몇 번에 그 재앙에 가까운 괴물을 제압하고 작살을 내버렸으니 말이다.

으직!! 으지직!!

이윽고 주박술로 만들어진 공간이 한계치까지 압축되자 무언가가 일그러지고 부서지는 소리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메세스의 형체는 더더욱 망가져만 갔다.

녀석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결국 오래가지 못했다.

끼기기긱!!! 쿵!!!!

신력이 섞인 막대한 도력과. 그 도력으로 발현된 공간이 이내 완전히 압축되며 아주 작은 크기까지 줄어들어 버렸다.

그 크기는 고작 내 손바닥만 한 사이즈.

사실상 보고도 믿기지 않는 사냥방식이었다.

저항하던 메세스는 이제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짓눌려 네모난 정사각형의 공간 안에 꽉꽉 채워 압축되어버렸다.

한 나라의 국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각국 강대한 연합군의 저항도 우습게 여기며 그들의 영혼을 수확하고 먹어치우던 메세스가 이토록 허무하게 사라져 버린 것이다.

“세상에…….”

주변에서 웅성거림이 커지기 시작했다.

메세스가 누구이던가.

단순히 출현만으로도 대한민국의 수많은 인간들을 경악시키고 두려움에 떨게 만든 존재가 바로 그놈이었다. 그런 놈이 저항 한 번 못한 채로 손바닥만 한 사이즈의 큐브에 압축되어버렸다니 기가 막힐 수밖에.

그때였다.

놈의 압축을 마무리 짓기 위해 내가 힘을 가하려던 순간.

타아앙!!!!

귀를 찢는 총알을 격발음이 울려 퍼졌다.

주변에서 소리가 사라졌다.

방금 소리는 다름 아닌 총이 격발되는 소리였다.

그것도, 장난감이 아닌 진짜배기 소총을 말이다.

그리고, 그 총알이 날아간 방향의 끝엔…….

바로 내가 있었다.

즉, 내가 레이드를 성공시켰다고 판단하자마자 군인 측에서 누군가가 내게 총을 쐈다는 점이었다.

물론 결과만 놓고 본다면 탄환은 내게 직접 닿기도 전에 막혔다.

놀라운 점은 단순한 소총의 납탄이 아니라 특이한 힘이 서린 납탄이라는 점이었다.

마나를 분해시키는. 사실상 화기 권능에 저항하는 몬스터를 상대로 효과를 보기보다는 각성자나 나와 같은 인간을 제거하기 위해 만든 탄환.

우연일 리 없었다.

이건 내가 레이드를 끝나는 순간을 노린 계략이었고.

나를 이번 기회에 처리하겠다는 의지나 다름없었다.

누가 쐈건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 대상이 나였다는 점만이 내게 중요할 뿐이었다.

메세스도 처리하고 나도 처리하고. 아주 완벽한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아마 탄환을 쏘게 지시한 작자는 내가 여기서 분노해 이곳의 인간들을 뒤흔들어주길 바랐을 것이다.

물론 대물 저격용 총을 가져다가 이마에 대고 갈겨도 죽지 않는 게 내 몸이라지만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 결과로 신중하게 마무리를 짓던 공간 압축의 술식이 뒤틀렸고.

메세스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인류!!! 네놈을 죽이겠다!!!]

육신을 잃고 영체만 남은 메세스의 끔찍한 저주가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온몸에서 오한이 돋아날 정도였지만 나는 상관없었다.

쩌적…….

메세스를 압축시켜버린 공간에 금이 가버린 것이다.

이에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다시금 힘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그보다 압축된 공간 안에서 날뛰는 힘이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죽지 않고 날뛴다.

놈은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강렬하게 날뛰며 힘을 방출해냈다.

조용히 처리하긴 글렀네.

“후우…… 레이드 끝나고 그 인간은 반드시 죽여야겠다.”

결정을 내린 나는 망설임 없이 신력을 방출했다.

쿠웅!!!!!

동시에 사방으로 뻗어져 나가며 각성자들의 그림자를 잡던 검은 형체가 멈춘다.

강제로 잡아 멈춰버린 것 같은 현상 속에서 당황한 이들의 시선이 내게 다시 모여들었다.

이후 나는 아공간에서 한가지 물건을 꺼내 들었다.

방울이 달린 가지와 섭선이었다.

본디 하나의 물건인 이것은 주술의 사용해 사용되던 의식 도구였다.

하지만. 지금은 제 무기입니다.

딸랑!!

청명한 방울 소리와 함께 나는 아직까지 살아남은 메세스를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기 위해 상위 주술을 발현하기 시작했다.

[1급 금지 주술]

[멸]

방울 가지를 마치 붓처럼 허공에 휘두른다.

[컥?! 무슨?!]

“얌전히 죽어. 지금 기분이 많이 안 좋으니까.”

싸늘하게 쏘아붙인 내가 놈을 향해 말함과 동시에. 정확히 [멸]이라는 글자가 허공에서 빛을 발하며 떠올랐다.

정확히 한국어로 쓰인 멸이라는 글자였다.

글귀가 서린 주술은 스스로 살아 숨 쉬듯 움직이며 그 대상을 파괴하고 삭제한다.

그 과정에 필요한 것은 도력이요. 끔찍하게 상대를 원자 단위로 분해한다는 목적이 있기에 사실상 우치도 이런 주술을 사용할 땐 신중하거나 가급적 쓰지 말라 언급한 바 있었다.

조화를 중시해야 하는 주술사가 조화를 버리고 파괴에 올인하는 상황은 절대 가벼운 상황은 아니니 말이다.

지금 매우 기분이 좋지 않다.

적당히 선을 넘지 않으면 그들의 선에서 처벌을 하게 해주려 했지만. 앞뒤 구분 없이 이딴 짓을 저질렀다면.

직접 죽여달라 아우성을 치는 꼴이다.

“륀느.”

[륀느 명령 대기 중]

“그 인간 잡아놔. 직접 대가를 치르게 해줄 테니."

쿵!!!!

거대한 에너지를 품은 검은 묵색의 멸 자가 허공에서 서서히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내 심정을 대변하듯 그 문체는…….

궁서체였다.

* * *

“젠장!! 젠장!”

당황한 서호진은 다급히 차량에 올랐다. 그자의 힘이 괴물 같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국가급 재앙인 흉신 메세스를 싸우지도 않고 제압해버릴 줄은 몰랐다.

사실상 그가 나서기로 결정한 시점에서 가장 베스트인 상황은 흉신과 그가 싸워 서로 공멸해주는 것.

티오니스 성자가 강하다곤 들었지만 사실 그렇게 쉽게 체감이 되지 않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 알 거 같았다.

그는 다른 각성자와 달랐다.

각성자를 암살하기 위해 만든 해외 기밀 탄환까지 맞았음에도 상처 하나 없이 움직였다.

아주 찰나의 순간. 상황을 지켜보던 서호진은 그의 시선이 문득 자신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붕!!! 부우우우웅!!

거칠게 엔진 시동을 걸고 그가 달렸다.

이런 상황이 된 이상 남은 수단은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데이비의 표정에서 미소가 사라졌다는 점이 그토록 공포스럽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일단 도망쳐서 다시 시간을 노리…….

그렇게 생각하던 그는 엑셀을 밟고 앞으로 나가는 차량의 경로에 서 있는 누군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허벅지까지 오는 치마길이를 지닌 새하얀 드레스.

두 갈래로 늘어뜨린 청은발의 머리카락.

그리고. 등허리의 날개와 머리 위에 원반까지.

서호진은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애초에 데이비와 함께 있던 소녀였으니 말이다.

절대 좋은 이유로 앞을 막아서진 않았을 테니…….

그는 망설임 없이 소녀를 치고 지나갈 생각을 했다.

소녀의 힘이 강한 건 사실이겠지만 차량까지 버텨낼 정도는 아니라 여겼다.

소녀 천사를 연상케 하는 모습을 지닌 소녀가 한 발 내디뎠다.

그리고.

콰앙!!!

어느 순간. 소녀가 사라지는 듯싶더니 그가 모는 자동차의 보닛 앞쪽에서 나타났고.

“륀느. 과격한 제압을 선호. 이것을 높게 평가.”

작고 흰 손을 높이 들어 올리더니 맹렬하게 달려오던 그의 차량의 보닛을 정확히 내리쳐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도망치려던 서호진이 탄 차량이 그대로 전복되어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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