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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41화 (740/1,559)

제 741화

쿵!! 쿵쿵!!

쉴 새 없이 하늘에서 검은 기둥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거대한 체격을 이용해 돌진하듯 파고든 그의 뿔 달린 팔이 내 심장을 노리고 파고 들어왔다.

방심하는 순간 죽는다.

카아앙!!

그의 공격을 쳐낸 건 좋지만 무형의 기운이 내 팔에 큰 상처를 남겼다.

“괜찮습니까? 당신이 여기서 시간을 끌면 점점 불리해질 텐데요.”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

그는 자신의 힘 반절 이상을 떼어내 이곳에 없는 2위 서열의 상위 흉신인 키르시나를 도와 페르세르크에게 무언가 수작을 부리려 했었다.

하지만 그의 그런 계획은 이클립스의 도발로 인해 부서져 내렸다.

물론 2위 정도 되는 흉신 그 자체만으로도 극도로 위험한 건 사실이니 만약 그녀가 페르세르크에게 닿는다면 더 늦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

“그녀는 이미 타나토스의 화신에게 닿았습니다. 솔직히 당신을 제외하고 저희 종족을 이길 존재는 없겠지요.”

“거 남의 집안 걱정 그만하고 본인걱정부터 하지그래.”

“타나토스의 화신을 확실하게 처리하지 못한 이상 이곳에 있는 당신이라도 처리해야겠군요.”

“이클립스의 트롤링이 제법 강했나 봐?”

이클립스의 트롤링은 두 가지 대형사고를 터뜨렸다.

그녀의 소환진을 준비하던 의식이 방해받은 것이 첫 번째.

2위 서열의 흉신 키르시나에게 힘을 보태주고 있던 카트시를 자극해 그가 힘을 거둬들이게 만들어버렸다.

사실 그녀가 없었다면 이쪽이 상당히 불리했을 테지만 이클립스가 그런 걸 노리고 그러한 짓을 했을 거라곤 생각지 않는다.

극도의 쾌락주의자, 흥미 주의 성격을 지닌 그녀에게 치밀한 계략 같은 게 있을 리 없으니까.

결과적으로 이클립스 소환진의 가동에 상당히 큰 방해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카트시의 힘은 케인이나 아비트의 말대로 정말 무엇이라 하나 정의내리기 힘든 힘이었다.

다만 그의 공격 수단 중 하나가 경악스러울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환상이 있다는 건 확실하다.

단순히 손가락을 튕기는 것으로 세상을 바꾸고, 손가락을 튕기는 것으로 생명에게 극한의 공포를 줄 수도 있다.

단순히 마법으로 만드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환상에 혀가 내둘러진다.

금기의 업으로 내 시야. 촉감에 간섭하는 그의 힘을 모조리 걷어내고 독립시키고 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홀른의 왕자. 그의 힘이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그래? 아직 다 보여준 것도 아닌데.”

“확실히 그도 프리아 여신이 강림하면서 그 힘을 다루기 시작했지요. 다른 이들과 다르게 제 힘이 먹히지 않아 조금 곤란합니다만.”

섬뜩하게 중얼거린 그가 바닥을 강하게 굴렀다.

동시에 황색의 먼지들이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환각을 버리도록 하지요.”

허공에서 울리는 듯한 그 말과 함께 순식간에 날카롭고 뾰족한 뿔이 내 가슴을 꿰뚫었다.

그의 팔이 변형되어 만들어진 긴 송곳 같은 뿔이었다.

연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가 타오르는 안광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이라도 항복하십시오. 목숨 정도는 살려드리겠습니다.”

“…….”

“당신과 싸우게 되면 이후 그 빌어먹을 고대룡을 처리할 때 곤란할 테니까요.”

아무래도 이클립스가 저지른 짓을 용납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싸늘한 분노를 드러내는 그의 물음에 아비트의 외침이 들려왔다.

[맹주! 이곳에서 죽으시면 안됩니다! 차라리 여신의 대리자를 버리고 공허의 지배자로서…….]

‘아비트.’

짧게 중얼거린 내가 피를 한 움큼 깔끔하게 뱉어냈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뿔을 틀어쥐며 눈을 천천히 떴다.

‘그 입 닥치고 있어.’

파스스스스…….

동시에 그의 뿔이 마치 풍화되듯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읍?!”

콱!!!

동시에 내가 그의 머리통을 낚아채 짓눌렀다.

“힘 싸움 좋아해? 너 강한 건 알겠는데. 네 능력들…… 나와 상성이 많이 안 좋은 거 같다.”

내 말에 그의 안광이 타올랐다.

그의 힘을 모두 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본 그의 힘은 하필 금기의 업과 극한의 악상성을 지니고 있었다.

운이 좋았다면 좋았다고 해야 할까.

“이대로 끝내자.”

놈이 페르세르크를 노렸다는 사실을 알아낸 이상 망설이고 있을 시간 따윈 없었다.

페널티를 조금 먹는다 할지라도, 금기의 힘을 최한 활용해 놈을 여기서 처리한다.

마치 힘겨루기를 하듯 내가 놈에게 힘을 가하자 놈 또한 내게 제압된 채 저항하듯 자신의 힘을 끌어올렸다.

내 육신을 침식하려는 놈의 힘과 그 힘을 배제하고 특수한 침식 분해의 효능을 발현하는 금기의 힘이 서로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상성 상으로는 압도적으로 내가 유리하지만, 그는 다른 흉신들과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강대한 힘을 품고 있었다.

“빌어먹을 상성이군요.”

그가 분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버티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간에도 계속해서 이클립스의 소환진이 다시 준비되고 있겠지요. 이클립스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여기서 당신을 막지 못하면 이쪽에 승산이 줄어드니 별수 없습니다.”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나였다.

그렇기에 카트시는 무리해서라도 나를 붙잡아놓으려 했다.

“이 개자식이 약을 팔아?”

당연히 내 입장에선 기가 막히고 화가 날 만한 상황이다.

더욱 강하게 그를 찍어누르지만 놀라울 정도로 그는 방대한 힘을 이용해 내 공격을 버텨냈다.

츠츠츳…….

이에 나는 좀전의 싸움으로 튕겨 나갔던 초단이를 손으로 불러들였고 놈의 심장에 초단이의 검 끝을 겨누고 그대로 찍어눌렀다.

콰직!!!

무형의 장막이 초단이의 예기에 그대로 뚫린다.

푸욱!! 거리는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초단이의 힘이 그의 육신에 서린 힘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그래. 누가 이기는지 한번 해보자.”

“흥. 이런 식이라면 며칠이고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어떻습니까? 이클립스가 소환되건, 타나토스의 화신이 각성하건, 하나라도 이루어지는 순간 당신은 끝일 텐데.”

카트시는 나를 계속해소 조급하게 만들려는지 계속해서 도발을 가해왔다.

이에 나는 이를 악물고 힘을 더욱 가했다.

[아직…… 아직 신의 죄가 힘이 많이 약합니다! 당신의 육신은 방어할 수 있을지라도 간섭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맹주! 차라리 후퇴를…….]

‘내가 도망치게 놈이 둘 것 같진 않다. 아비트.’

시간을 끌면 이기는 그인 만큼 내가 도망치게 두진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여기에 나를 묶어놓으려 들 터.

이쯤 되면 베르단데가 뭐라도 해줬어야 했는데.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그녀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배신했다는 판단은 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의 힘이 나를 어느 정도 보호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요소로 인해 그녀가 방해받고 있다는 뜻과 일맥상통하리라.

결국,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천금 같은 기회를 얻거나. 아니면 힘겨루기에서 빠르게 이기는 수밖에 없다.

물론, 두 가지 다 현 상황에선 당장 해결법이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쯧…….”

[맹주?]

“육참골단이라는 뜻을 아나?”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겁니까.”

“네 뼈를 얻기 위해 내 살 정도는 얼마든지 내주마.”

상황이 최악이라면 그에 대한 대비를 해놓는 것이 책략의 기본이다.

나는 이 상황을 어느 정도 상정했고.

무리해서라도 해결법을 강구해두었다.

“칭호, 성자를 장착.”

내 말과 동시에 육신에 머물러 있던 흉신 안타레스의 거대한 육체능력이 일순간에 증발하듯 사라졌다.

대신 신비로울 정도로 엄청난 신성함이 깃들기 시작했다.

성자 칭호의 2차 해금 능력.

바로 강신.

프리아 여신이 과연 나를 그냥 둘지는 의문이지만…… 여기서 묶여 있으면 결국 어떻게든 망할 수밖에 없다.

“하늘에 계신 나의 창조주 프리아 여신이시여.”

놈과 힘겨루기를 하며 내가 기도를 읊기 시작한다.

“당신의 어린양이 은총을 갈구하며 어두운 길을 걸으매. 당신의 빛이 앞길을 밝히는 등불이 되소서.”

“이 또한 시련으로 기꺼이 받아들이옵나니. 하늘을 밝히는 절대적인 빛과 따스함이 서린 그 아량과 사랑을 나누어 그대의 목자를 인도하소…….”

강신을 준비하는 내 행동에 카트시가 다급히 꼬리를 움직여 내 등을 꿰뚫었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신성력을 폭주시켰다.

“무…… 무슨 짓을?!”

“뭐긴. 애들 싸움에 어른 불러오는 거지.”

그렇게 말하며 내가 강신을 위한 최적의 육체를 만들어냈다.

카트시의 안광이 혼란으로 격하게 떨린다.

“시…… 신을 그렇게 불러낸다는 건 어림도 없는…….”

“나는 그게 돼.”

칭호 능력은 엄연히 상식 밖의 힘이니까.

내 말에 그가 소리를 질렀다.

“아…… 안돼!!”

“당신의 목자, 당신의 어린양, 당신의 아들이 갈망하옵나니. 당신의…….”

쿠웅!!!!

그때였다.

하늘의 먼지를 뚫고 무언가가 낙하하는 게 보였다.

하던 것도 멈춘 나와 카트시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커다란 무언가를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인간들이 대체 무슨 짓을…….”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 거대한 미사일이었다.

화기에 극도의 내성을 지니고 있는 건 몬스터뿐만이 아니다.

그런데 미사일을 쏜다?

보랏빛 벼락 사이사이를 뚫고 추락하던 미사일이 어느 정도 고도에 다다랐을 때.

탄두가 열리며 그대로 푸른빛의 파장을 만들어냈다.

상상치도 못한 그 변화에 카트시와 나는 눈을 크게 떴고.

카트시의 비명과 함께 나도 하던 말을 끝맺었다.

“여신님…… 그냥 안 오셔도 될 거 같습니다.”

하늘에서 터진건 거대한 emp탄.

아니. 정확히는 마나의 흐름을 엉망으로 만드는 지구의 과학기술과 연금술이 섞여 만들어진 억제탄이었다.

한국의 군사정권에서도 이것의 흔적을 본 적이 있다.

미국이 원조였던가.

확실히 이 도시에서 벌어지는 심상찮은 일을 두고보다 못해 한번 떨어뜨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타이밍이 너무 좋았다.

* * *

기자회견이 열렸다.

미국의 대통령 도널드 드럼퍼는 당당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서 강렬한 한마디를 던졌다.

“두고 보십시오! 이 신무기가 우리 미합중국에 큰 방향성을 제시해줄지도 모를 일입니다!”

검지를 세우며 강력하게 외친 그의 말대로.

의도하진 않았지만 아주 낮은 확률로 그는 엄청난 성과를 이뤄내 버렸다.

물론 억제탄이라고 해봐야 나와 카트시에겐 거의 소용도 없는 물건이다.

억제탄이라고 해봐야 아주 잠깐 방해하는 정도일 테니까.

하지만.

그 억제탄의 특유파장은 종잇장처럼 약한 이클립스의 소환진에 큰 문제를 일으켰다.

본래라면 이렇게 쉽게 부서질 것은 아니었다.

이클립스의 방해가 쐐기를 박았을 뿐.

“어이쿠. 마법진이 사라졌나 보다?”

내 미소에 나와 힘겨루기하던 카트시가 이를 까득 깨물었다.

힘겨루기에도 아주 타격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카트시가 아무리 특이하다 해도 마나의 흐름 자체를 방해하는 억제탄이다.

그 효과가 미미해도 1:1 비율로 힘 싸움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손가락으로 옆구리를 찌르면 한순간에 힘의 균형이 붕괴되는 것 또한 사실.

나비의 날갯짓이. 거대한 태풍을 불러일으킨 꼴이었다.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 있을까.

힘의 상성에서도 극도로 내가 유리한데. 억제탄으로 인해 흐름까지 빼앗긴 그였다.

“쯧…… 이번엔 당신이 이겼군요.”

그렇게 말한 그의 육신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어서 돌아가는 게 좋을 겁니다. 내키진 않지만, 타나토스의 화신체는 신 타나토스의 근본입니다. 당신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녀의 각성은 피할 수 없을 겁니다.”

먼지처럼 바스러지는 그는 죽는 듯 보이지만 어째서인지 전혀 다급해 보이지 않았다.

그의 말에 나는 바스러져 가는 그의 머리에 초단이를 찔러넣으며 말했다.

“그래서 절대보옥을 준비하고 있잖아. 개자식아.”

푸욱!!!

그 말과 함께 카트시의 힘이 추적도 못할 만큼 방대하게 흩어져 버렸다.

[맹주. 그는 거의 불사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아마 죽지 않았을 겁니다.]

“알아.”

다만 이클립스의 소환만 저지한 것으로도 충분하다.

지금 중요한 건 2위 서열의 흉신 키르시나가 습격한 아스가르드가 더 중요했다.

망설임 없이 억제탄으로 엉망이 된 마나의 흐름을 강제로 잡고 공간을 뛰어넘는다.

동시에 거대한 아스가르드의 갑판에 도달했다.

분명 결계가 작동할 텐데. 상위 흉신의 힘이라면 오래 버티지 못할 테지만. 무려 세계수의 힘이 서린 만큼 내가 돌아올 때까진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결계가 아예 작동하지도 않았다.

대신.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처음 보는 한 여성과 울드가 서로 대치하며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건 또 뭔 상황이야.”

내 중얼거림에 등 뒤에서 스르륵 하며 마녀 모자를 쓴 베르단데가 모습을 드러낸다.

“타이밍이 적절했네.”

그녀의 말에 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 무슨 짓을 한 거냐?”

“별거 아냐. 이곳에 와서 내가 계속 개인 활동을 했었지?”

“그랬지.”

“사실 이곳에서 나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거든. 흔적이 남아있었으니까. 그 과정에서 재밌는 걸 좀 알았어.”

나를 향해 비웃음을 던진 그녀였다.

“그리고. 울드 언니는…… 일단 강제적으로 제어 하에 두었을 뿐이야. 나를 믿고 있으니까 그대로 마술에 당해주었거든.”

베르단데.

어떤 의미로는 정말 무서운 힘을 지닌 심연의 공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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