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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46화 (745/1,559)

제 746화

압도적인 무력에 한 번 경악하고.

상상치도 못한 생소한 공격 방식에 두려워하고.

그들이 생각한 이상의 악랄함에 치를 떨었다.

순식간에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일루미나티의 컨트롤 타워는 이제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든 수준이 되었다.

사람을 죽이지 않고 처절한 혼란과 무기력에 빠뜨리게 만드는 무형의 파장이 수차례 발현된다.

데이비의 손에 잡힌 사내는 이미 영혼이 조각조각 나뉘었음에도 데이비는 그의 영혼을 쥐어짜 더욱 강한 파장을 만들어냈다.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오로지 그 한 명.

모두가 생각지도 못한 공격방식에 당해 마나는 커녕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휙!! 털썩!!

영혼이 조각나고 시체가 되어버린 사내를 던져버린 데이비의 손으로 허공에 뜬 청적색의 환도가 쥐어진다.

그리고.

“우웁…… 욱…… 마…… 막!”

촤악!!!

뒤늦게 상황의 심각함을 깨달은 이들이 급히 막으라 소리 질렀지만, 데이비의 검에 손속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유일하게 살아남은 노인이 본 것은 피를 뿌리며 쓰러지다 못해 검은 안개에 잡아먹혀 사라지는 조직원들의 모습과. 그런 그들의 중앙에서 말없이 자신을 보고 있는 붉은 눈동자였다.

온몸에 섬뜩함이 자리한다.

겉보기엔 일반인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사실 처음엔 그가 마나를 쓰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하지만, 곧 그가 작정하고 보여주듯 힘을 내뿜기 시작하자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너무 방대해서. 도저히 자폭세례 같은 것으론 그의 마나에 흠집조차 내기 어려울 정도로 그의 마나는 방대하고 흉포했다.

콱!!

이윽고 그의 목을 틀어잡은 데이비를 보며 노인이 켁켁 거렸다.

상상 이상의 근력에 목뼈가 부러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온다.

“이…… 이놈…… 노…… 노인공경도 모르느냐! 이 후레자식 놈!!”

“이래 봬도 내가 당신보다 나이가 많은데. 당신을 보면 떠오르는 작자가 하나 있어.”

콘대 장로라고. 엘프 중에 있는데. 혹시 아나 몰라.

뿌드득…… 뿌득.

그의 목이 서서히 꺾여나간다.

보통사람이라면 비명을 지를 시간도 없이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았다.

“끄아아아악!! 끄아아악!”

그가 튼튼해서? 단순히 맷집이 튼튼하다고 하기엔 기괴한 점이 너무 많았다.

“커헉! 끄윽…… 그만!! 그만!!”

악을 쓰며 그가 소리 지르는 대상은 데이비가 아니었다.

“…….”

언제부터 있었던 것일까.

모두 쓰러진 피바다 위에서 홀로 선 채 노인을 바라보고 있는 작은 소녀.

공허한 눈을 가진 소녀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입을 뻐끔거리며 무언가를 영창하고 있었다.

인간은 아니었다.

데이비가 손에 쥐고 있던 노인을 내팽개치고 손을 튕겼다.

휘이이이잉!!

동시에. 옅은 바람이 불며 소녀의 머리를 가려주던 후드를 넘겼고.

“…….”

잠시 침묵한 데이비가 초단이를 빙그르르 돌리더니 그대로 노인의 심장에 박아넣었다.

“끄아아아아아악!!!”

여전히 죽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끄륵…… 끅…….”

초단이의 힘이 곧 그를 죽지 않게 붙잡아주던 것을 끊어버렸고 그는 마치 오래전에 죽었어야 할 인간이 죽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고 말하듯 순식간에 노화하며 바스러졌다.

모두가 죽고 남은 것은 작은 소녀와 데이비가 전부였다.

“심장.”

그녀를 본 데이비가 중얼거렸다.

“심장이 어디로 갔나 해더니…… 거기 있었구나.”

데스 로드의 육신의 대부분은 사라졌지만 강대한 힘을 품은 심장은 분명히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한 데이비였다.

그리고. 소녀의 몸 안에 있는 심장에서 내뿜어지는 힘을 보며 확신할 수 있었다.

소녀를 움직이게 하는 힘. 소녀가 내뿜는 힘. 그리고 소녀의 모습이 저런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까지.

데스 로드. 로 아이아스의 심장이 저 소녀에게 있다.

“죽어서 그게 뭡니까. 사람 구해봐야 아무 쓸모 없다더니.”

세상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희생을 치른 데스 로드.

그녀가 존재를 지워가면서까지 지켜낸 세상의 인간들은 그녀의 육신 중 남은 부분을 찾아내 그것으로 자신들의 무기를 만들어냈다.

참…….

“엿 같네 진짜……”

짧게 중얼거린 데이비가 신마의 카드첩 한 장을 빠르게 뽑았다.

“타로 카드 오픈. 정위치.”

[콜로세움]

그그그극!!!

동시에 환각처럼 소녀와 데이비를 감싸며 거대한 환각의 장벽이 생겨났다.

고유 공간을 만들어내는 힘이었다.

순식간에 주변과 단절되자 데이비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향해 초단이를 찔러넣었다.

콰직!!

소녀는 반사적으로 무언가의 장막을 펼쳐냈지만, 초단이는 그런 그녀의 장막을 종잇장처럼 찢어버리고 심장을 꿰뚫었다.

* * *

촤악!!

망설임 없이 그녀의 심장을 꿰뚫어 파괴한 뒤 초단이를 뽑아냈다.

데스 로드의 심장이 이것으로 파괴가 되면 좋으련만…….

다른 이도 아니고 첫사랑이었던 존재의 심장을 내 손으로 뚫는 기분은…….

“더럽네.”

기대 이상으로 거지 같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심장이 그대로 뛰게 둔다면 그건 그것대로 참을 수 없으리라.

[아바마마…… 슬퍼하지 말아요…….]

나를 달랠 때를 제외하곤 아바마마라 칭하지 않는 초단이가 씁쓸한 목소리로 나를 다독였다.

“괜찮아.”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뒤 초단이에 묻은 피를 털어낸다.

눈앞의 소녀는 인간도, 골렘도, 호문클루스도 아니었다.

인간의 심장에 다른 이의 심장을 이식했다.

죽은 육신에 새로이 살아난 심장이 이식되며 그녀는 말 그대로 데스 로드의 정수가 담긴 힘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일루미나티는 이걸로 괴멸이라 봐도 되겠지.”

물론, 잔당이야 있겠지만 컨트롤 타워를 잃어버린 조직은 오래가지 못해 분열되고 바스러질 것이다.

그 이외의 부분은 이 지구에서 알아서 할 일일 터.

중요한 건 이제 일루미나티가 남긴 마지막 데스 로드의 흔적.

바로 이 소녀를 제거하는 것뿐이다.

물론, 데스 로드의 최고 아티펙트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이 심장이 초단이의 검 한 번에 부서질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초단이도 괴랄한 권능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야.”

시체처럼 침묵하고 있는 그녀의 몸이 빠르게 복구되는 것을 보며 나는 아직 영혼이 빠져나가지 않은 노인의 육신에서 영체를 뽑아냈다.

“이봐. 대체 뭘 만들어낸 거야.”

-끄윽? 이게 무슨…… 흡! 영혼 축출?! 이 역겨운 놈! 성자라더니 흑마술까지 손에 넣었지.

“흑마법은 본래 인체 연구를 위해 만들어진 마법이지 니들처럼 뒤틀어서 누군가를 절망하게 하고 괴롭히라고 만든 게 아니야.”

흑마법을 배울 때 간혹 모르는 놈들이 그렇게 말하곤 한다.

-웃기지 마라! 사령 마나의 원천은 공포와 절망이다! 그 기본조차 모르는 놈이……!

진짜 사령 마나가 들었다면 거품을 물고 길길이 날뛸 소리였다.

“사령 마나가 기본적으로 흉포한 성질을 띠는 마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망과 공포가 원천이 되는 건 아니야. 멍청아.”

담담하게 쏘아붙인 내가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데스 로드의 바램조차 몰랐던 놈들이 그녀의 유산을 가로챘으니 결과가 훤하긴 하다만.”

-흥! 네놈이라도 저 녀석은 쉽게 해칠 수 없을 것이다. 저년의 심장은 오랫동안 우리 조직에서 찾아 헤맸던 진짜 데스 로드의 심장이 이식되어있다! 그녀의 힘이 아직 눈을 뜨진 않았지만…… 그녀는 어떤 수단으로도 죽지 않았으니까!

공허한 얼굴로 서 있는 소녀를 향해 그의 영혼이 소리 질렀다.

“절대방패. 어디 네놈이 그녀를 죽일 수 있겠느냐!”

그의 외침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대단한 아티펙트가 왜 총수도 아닌 니들 손에 있는지는 안 봐도 알겠으니 됐고.”

데스 로드의 심장이 맞다면…….

슬슬 그걸 쓸 때도 되었다.

초단이의 검 끝에 찔리고도 아무렇지 않게 부활하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어지간한 방법으론 그녀를 죽이지 못하리라.

“아…… 파…….”

그때였다.

가만히 있던 소녀가 조용히 중얼거리는 게 들려왔다.

“고통은 느낀다는 거지.”

분명 감정이 없는 존재는 아니었을 텐데.

아마 그녀를 가지고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감정이 모조리 마모되었을 것이다.

“하여튼 악랄한 새끼들.”

초단이를 거두고는 아공간에서 해골문양의 완드를 꺼내든 내가 사령 마나를 활성화했다.

-흐…… 흐흐흐흐! 지금 데스 로드의 현신을 상대로 흑마법을 쓰겠다는 것이더냐!!

그의 외침을 무시하며 내가 중얼거렸다.

“아니 흑마법은 안 써.”

애초에 그녀와 싸울 생각도 없었다.

-흥! 죽이지 않고 어떻게 하겠다고.

“커져라. 뚝딱.”

그 말과 동시에.

나를 향해 빈정거리던 노인의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뜨여진다.

-이…… 이게 무슨?!!?

“데스 로드의 힘을 인간이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담아놓은 건 아니지?”

심장이 숙주를 보호하기 위해 억누르던 힘을 키워버렸다.

그것으로…….

털썩!!

소녀는 심장에 과부하가 걸려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고맙다. 안 그래도 다른 육신 다 포기해도 심장만큼은 되찾아야 했거든.”

이건 이제 제겁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경악한 채 입에 거품을 물것처럼 뻐끔거리는 그의 영혼을 걷어차 버린 나는 콜로세움을 해제했다.

혹시나 그녀가 폭주할까 봐 주변에 장막까지 쳤는데. 그럴 걱정은 필요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나는 고요해져 버린 헬기장을 스윽 둘러본 뒤 디그 마법을 이용해 그들을 모조리 땅속에 묻어버렸다.

일루미나티에겐 묻고 싶은 게 있었지만. 싸그리 괴멸되어버린 상태에서 더 물어 무엇할까.

“케인. 절대보옥 의식 준비는?”

-이곳에선 힘듭니다. 티오니스로 돌아가서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여기서 하지.”

-예? 하지만 힘이 부족…….

“마침 엄청난 걸 회수했거든.”

로 아이아스의 심장. 진짜 인간의 심장이 아닌 붉은 보석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그것은 하나의 마나석과 흡사했다.

“보옥 활성화에도 문제가 없을 만큼 거대한 에너지를 구했으니까.”

심장에 서린 힘을 절대보옥으로 빼고. 그 후에 심장을 영원히 아무도 찾지 못할 곳에 숨긴다.

그거면 되었다.

싱가포르 전역에서 날뛰는 사신수들을 모조리 소환해제 한 나는 워프를 사용했다.

이미 한차례 습격을 받은 아스가르드지만 피해는 커 보이지 않았다.

울드를 제압하고 있는 베르단데를 제외하면 모두가 갑판 위에 몰려나와 변이체의 시체를 치우고 있었다.

이후 나를 기다리고 있던 케인에게 데스 로드의 심장을 건네주었다.

“떨어뜨리면 죽인다. 험하게 다루면 죽인다.”

“이게 뭔…… 허업?! 이…… 이건 또 뭡니까?!”

“오다 주웠다.”

뒤늦게 카트시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쫓아오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이미 내가 이겼는데.

“데이비. 그건?”

“데스 로드의 심장.”

내 말에 그녀의 표정에 놀라움이 서렸다.

그리고는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데이비. 화난 게지?”

그녀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나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어. 화가 나네. 다 부숴버리고 싶을 정도로.”

다른 육신도 열불이 나 죽을 거 같은데 심장까지?

“마음 같아선 절대보옥을 쓰지 않고 직접 다 찢어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얼마나 많은 피해가 생길지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인내했다.

“의식은?”

“일단 이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품은 심장의 힘을 이용하면 이 자리에서 당장 해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힘을 사용해줄 존재가…… 적어도 둘 정도는…….”

“한 명은 내가 하고 나머지 하나는 륀느가 하지.”

륀느는 이미 데스 로드의 힘을 먹어치워 몸 안에 적용시킨 사례가 있다.

유일하게 그녀의 힘을 흉내 낼 수 있는 존재가 둘 다 여기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돼, 안돼.”

“되…… 됩니다.”

“그럼 시작해.”

내 말과 함께 케인이 이 싸움의 끝을 내버릴 절대 신물. 절대보옥을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페르세르크가 옅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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