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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47화 (746/1,559)

제 747화

210. 오라비

카트시의 움직임이 없다. 일루미나티도 정리된 지금만큼 확실한 기회가 또 있을까.

케인은 절대보옥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특별한 장소가 필요하다고 내게 말했다.

“절대보옥은 아주 민감한 신물입니다. 그렇기에 이것을 활성화하는 의식을 치르려면 의식을 치르는 장소의 토양. 기온, 풍향. 그 외에 공기 농도. 그 외에 다수의 요건이 완벽하게 충족되어야 합니다.”

“뭐? 장난해?”

그딴 곳이 있을 리가 있나.

그런 내 물음에 프레이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종족을 우습게 보지 마, 인간. 발키리아 종족은 이곳에서 인간들의 알프 온라인을 준비하면서 쉬지 않고 의식에 해당하는 장소를 찾았어.”

“그래서. 찾았다고?”

“딱 한곳. 다른 세상 어디에도 없지만. 오로지 이곳 지구에만 존재하는 딱 한 장소. 그것도 시간이 많지 않아. 단 한 번을 노려야 해.”

“그래서? 거기가 어딘데.”

내 물음에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한국. 당신도 한번 가본 적이 있는 곳이야.”

그녀의 말에 내가 눈을 크게 떴다.

“내가 가본 적이 있는 곳?”

“신현아 양이 들리던 납골묘가 있던 그 장소가 바로 최고의 장소입니다.”

그의 말에 나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하나 물어보자.”

“말씀하십시오.”

“의식 진행을 위해선 공간을 싹 비워야 해, 틀려?”

“맞습니다.”

케인의 대답에 나는 씁쓸한 현실을 떠올렸다.

현아는 납골묘가 사라지고 내 유골이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다시금 내 납골당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유골이 없어도, 그동안 그곳에 영혼이 머물러 있을 거라고. 물론 영혼은 윤회의 고리에 들었다고 내가 말했었지만, 그녀는 그래도 그곳은 오빠와의 남은 유일한 연결점이라며 절대 물러나지 않았었다.

‘차라리 잘됐다 생각하자.’

그녀도 지금 상황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까.

나는 그곳에 관해 그녀에게 협조를 얻기 위해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 * *

“안돼요. 절. 대.”

솔직히 이렇게 단호하게 거부할 줄 몰랐다고 할 수는 없었다.

현아는 예전부터 상당히 고집이 세기로 유명하지 않았던가.

현아는 왼손잡이라 할 수 있다.

그게 고집과 무슨 상관이냐고?

보통 시대상. 어른들의 고정관념 덕에 과거의 왼손잡이들은 고집이 센 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교정을 당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현아는 그렇게 윽박질러진 경험은 없었지만, 고집이 삼 남매 중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강한 편이었다.

웬만해선 양보하는 연희 누나와 다르게 현아는 손해 보고 사는 짓은 절대 하지 않았다.

현재 현아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본래 그룹을 이끌어나가던 회장인 삼촌이 의식을 잃고 아직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녀를 주기적으로 도와주던 연희 누나도 현재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그런 마당에 복잡한 일이 겹치고 나와의 커넥션을 위해 각국에서 신성 그룹을 살살 건드리고 있는 현 상황이면…….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그녀가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일이 있다.

애초에 이번 사태가 터진 직후 신성 그룹이 해온 행보는 그러했다.

전쟁의 피해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돕고 각성자들의 물자를 생산하여 싼값에 넘기는 것으로 많은 기여를 해왔다.

실제로 전쟁 당시에 많은 국가로부터 국제연합 감사패를 지급받기도 하는 등 수많은 일을 해온 국제기업이라는 소리였다.

그런 만큼 이번 사태가 서서히 종결되어가면서 신성 그룹이 여기저기 엮이는 건 당연했다.

홀로 그 거대한 기업의 행보를 결정하는 만큼 그 심리적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 마당에 내가 갑자기 찾아와서 그런 말을 했으니 그녀의 입장에선 짜증이 안 날 수가 없으리라.

“아니. 그게 말이 돼요?! 왜 하필 거긴데?!”

“내가 어떻게 알아 이 오징어야.”

“뭐래 이 세발낙지가!”

으르렁대며 나와 서로 멱살을 잡고 싸워대는 모습을 보며 페르세르크가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이윽고 케인이 나선다.

“의식을 치르지 못하면 앞으로 더 많은 문제가 생길 겁니다. 자칫하면 지금 지켜낸 인간조차 잃어버릴지 모르지요.”

“윽…….”

본인도 알고는 있겠지만 쉽게 포기할 수 없었으리라.

“차라리 위치를 바꾸는 게 어때.”

“오랜 시간 오빠의 유골이 그곳에 있었어요. 이제 와서…….”

“네 오빠의 영혼은 윤회에 들어서 이제 없다고 했잖아. 이 멍청아.”

“당신이 저승사자도 아니면서 뭘 안다고 그러는데요?!”

그녀가 화가 난 듯 소리 질렀다.

상당히 피곤한 표정이었다.

스트레스로 인해 판단도 잘 안 되는데 이런 일로 신경을 쓰는 게 극도로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당신도 사람이잖아…… 당신이 뭘 안다고 그러는데? 당신이 죽어봤어요?!”

그녀의 외침에 케인이 무언가 말하기 위해 입을 뻐끔거렸다.

그런 그의 행동에 나는 망설임 없이 그의 머리를 짓눌렀다.

‘입 조심해라.’

‘지금에 와서 당신에 대해 숨기는 게 의미가 있습니까?’

케인의 항의성 짙은 눈빛을 애써 무시했다.

“아무튼, 의식의 거행은 사흘 뒤야. 그 안에 정리 안 하면 내가 밀어버릴 테니까 그렇게 알아.”

“당신이 뭔데! 거긴 내 땅이야! 내 소유라고요!”

그녀로서는 기가 막힐 수밖에 없다.

갑자기 강도가 찾아와서 자신의 집에 무언가를 해야 하니까 며칠 내로 집을 비우라고 하면 비우겠는가.

당연히 그럴 리 없다.

“그냥 둘 중 하나가 고집을 버리면 될 텐데 말이지.”

페르세르크의 한탄에 케인이 짜증을 부렸다.

“그러게 말입니다. 어디 보통 일도 아니고, 무슨 이런 사소한 일로 싸운답니까.”

“넌 조용히 해!”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지 마라.”

나와 현아가 동시에 케인을 쏘아붙이자 그가 입을 삐쭉인다.

“왜 나만 가지고 그러십니까.”

잔뜩 토라진 듯 그가 돌아서 버렸다.

“인간. 상황이 그렇게 쉽지 않아. 절대보옥으로 심연을 틀어막지 못하면 이곳은 물론, 티오니스, 다른 세상도 모두 파괴될지 몰라.”

보다 못한 프레이아가 나섰다.

“그러니까 잠깐 빠져…….”

“인간, 넌 그걸 감당할 수 있나? 지구만 해도 수십억이야. 타 차원까지 합치면 수백억도 우습겠지. 그 많은 인간을 고작 한 명의 영혼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장소를 위해 희생시키겠다고?”

프레이아가 드물게 화가 난 듯 소리쳤다.

“넌 지금 우리 동족이 목숨 바쳐가며 지켜온 빌어먹을 인간이라는 종족을 단순한 개인 만족으로 내버리겠다고 말하는 거야?”

프레이아가 싸늘한 분노를 토해냈다.

어지간해선 저렇게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당장이라도 현아의 멱살을 잡을 듯 소리치는 험악한 분위기 때문일까.

급히 들어온 산소 남매와 마가가 급히 상황을 말렸다.

“현아야 잠깐만!”

“싸…… 싸우지 마세요. 누님들!”

당황한 녀석들의 행동에 그녀가 입술을 짓씹었다.

“왜 하필 거긴데…… 왜 하필 거기냐고…….”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냥 내가 네 오빠다. 한마디 하면 되는데.

나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서 그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인지.

“…… 알았어요. 그곳을 비워줄게요.”

결국, 고집을 꺾은 건 현아였다.

“흑…… 흐흑…….”

결국, 설움이 북받쳐 올라와 엉엉 우는 그녀를 페르세르크가 다독여주기 시작했다.

왜일까.

왜 이렇게 씁쓸하고 괴로운 기분이 드는 것일까.

“좋아.”

결국, 나는…….

미친 짓을 감행하고 말았다.

“네 오라비. 만나게 해주마.”

내 말에 그녀가 멈칫했다.

“원 없이 이야기해.”

“무슨 소릴…….”

“윤회의 고리에 들었다고 하지만 사실 거짓말이야. 네 오라비는 아직 환생하지 않았어.”

“화…… 환생해서 잘살고 있을 거라면서요!”

“이래 봬도 임퍼펙션 데스 로드야. 죽은 자의 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도는 눈이 장님이라도 훤하다.”

어디로 가야 하오…….

흠흠. 이게 아니고.

“저…… 정말 오빠가. 그럼…….”

“만날 거야 말 거야.”

“만나게 해줘요!”

필사적으로 내게 매달리는 현아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우리 오빠…… 너무 미안한 우리 오빠 만나게 해달라고요!”

* * *

“데이비 어쩌려고 그런 약속을 한 게야.”

뒤늦게 진실을 아는 이들이 내게 물어왔다.

“맞습니다. 물론, 저야 의식만 치를 수 있다면 상관없지만…… 당신은 그렇게 거짓말을 해도 되는 겁니까?”

그의 물음에 나는 머리카락을 몇 가닥 뽑았다.

아이고 귀한 내 머리카락…….

씁쓸하게 머리카락을 쳐다본 내가 그것을 손바닥 위에 올린 뒤 훅 불었다.

[주술]

[분신]

퍼엉!!

동시에 내 앞에 또 하나의 데이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분신이야. 왼손.”

내 말에 분신이 왼손을 든다. 역시 말은 잘 듣는데.“

“흐음…….”

“자 말해봐.”

“네가 말해 이 자식아.”

나를 향해 빈정거리는 분신의 정강이를 걷어차 역소환 시켜버린 내가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받아냈다.

“아깝게시리, 재활용은 필수지.”

현아에게 약속을 한 이상 그것을 어길 생각은 없었다.

다른 이들은 뭔 고집이 그렇게 강해서 아직도 숨기고 있느냐 말하지만 나는 끝내 그녀의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약속한 대로 나는 신현수라는 영혼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거짓말을 꾸며낸 채 분신을 이용했고 그녀를 불러냈다.

“정말…… 오는 거죠?”

“마…… 맞습니다.”

나를 대신하여 분신체가 마법진에 앉아 침묵하고 케인이 식은땀을 흘리며 뻘쭘하게 대답했다.

“곧 그가 영혼을 불러내 줄 겁니다.”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페르세르크가 내 와이셔츠의 옷깃을 잡아당기자 시선을 돌렸다.

“별로 좋은 결과는 아니지만, 본녀는 그대를 믿고 응원하겠어.”

“고마워.”

그 말에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마법을 사용했다.

[이미지]

간단한 이미지 마법이다.

하지만 각성자가 아닌 현아로서는 그것을 구분할 수 없으리라.

아주 잠깐이면 충분했다.

너무 오랜만에 변한 내 전생의 모습에 페르세르크가 혀를 살짝 내밀었다.

“귀엽구나.”

“뭐?”

“데이비 그대의 모습도 좋지만, 그 모습도 가녀려 보여 좋은 게야.”

헤실거리는 그 미소에 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데이비 때와 다르게 신현수의 모습은 겉보기에도 잘생겼다고 하기엔 조금 그런 평범한 동양계 청년의 모습이었다.

왜소한 체격에 피곤한 표정. 딱히 호감보다는 어디 아픈가? 라는 의심이 드는 모습이었다.

이후 나는 영혼을 불러낼 때 나올법한 이펙트를 준비한 후 그대로 마법진을 구동시켰다.

나를 대신한 분신이 나를 흉내 내 마법진을 가동하듯 마나를 뿜어내며 푸른 기류를 일으켰다.

“갔다 올게.”

그 말과 함께 나는 이펙트를 활성화하며 마치 입자가 모여 만들어지듯 현아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놀란 듯 내가 나타난 허공을 바라보는 현아가 입을 뻐끔거리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혀…… 현수 오빠?”

눈물을 왈칵 쏟아내는 그 모습에 나는 괜히 속이 먹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안된다.

감정을 함부로 드러내선 안 된다.

“이 세발낙지가 지금 잘 쉬고 있는 오라비를 불러서 뭐 하는 짓이야.”

내 말에 그녀가 헛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내게 달려들어 안겼다.

“와…… 와 이 싸가지없는 말투. 진짜 오빠야가. 오빠야…… 맞나…….”

평소와 다른 사투리까지 튀어나오는 그녀의 말에 나는 계속해서 속에서 울컥하는 기분을 억누른 채 그녀의 머리에 손을 뻗었다.

마치 머리를 쓰다듬어주듯.

그런 내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내가 천천히. 떨리는 손으로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잘살라고 응원했더니 끝까지 미련하기는…… 쯧…….”

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녀의 이마를 확 밀어버렸다.

“떨어져, 꼴뚜기같이 생긴 게 어디 비음을 섞고 있어.”

신현수라는 인간은 그런 인간이었다.

* * *

휘이이이이잉!!!

공간이 열린다.

베르단데는 자신의 언니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데이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절대보옥만 활성화 하면 되니까.

급하게 데이비의 파장이 느껴지는 곳에 도착한 그녀는 문득 데이비가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있는 걸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바빠죽겠는데 저 멍청이는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무슨 장난을 치고 있는지 모르겠다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란 말이다.

일단 저 같잖은 장난부터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베르단데가 급히 난입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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