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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48화 (747/1,559)

제 748화

무슨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소리를 한단 말인가.

데이비를 포함한 티오니스의 존재.

타 차원에서 온 이들은 현재 그녀의 집과 그들이 타고 온 비공정(?)인 아스가르드를 번갈아 거주하며 지구에 생겨난 이상 현상을 실시간으로 청소하고 있다.

그로 인해 살아난 사람이 수십 수백, 수천수만이기에 사실 내심 고마워하고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초면부터 조금 삐걱거리긴 했지만 데이비와는 나름대로 서로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가장 먼저 화가 났던 것 같다.

웃기는 소리.

지가 무슨 신이야? 강한 건 알겠는데 정도를 알아야지.

그녀의 귀에는 그저 데이비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제 오빠와 흡사한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써먹어서 될 게 있고 아닌 게 있지!

그런데도 그녀는 화를 낼 수 없었다.

어쩌면.

정말로 죽은 오빠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한순간의 망설임 때문이었다.

환생했다고 말한 주제에.

이제 와서 아니라고?

거짓말인거 뻔히 아는데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임종조차 지켜봐주지 못한 오빠를 다시 한 번만 만날 수 있다면,

그렇게 만나 한 번만이라도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깟 납골당이 중요할까.

본인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주제에.

그런 주제에 그저 만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그녀는 모종의 기대를 걸었다.

머릿속으론 아니라고 하는데 본성은 제발 부탁한다고.

그렇게 빌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그런 그녀의 결정에 데이비는 망설임 없이 마법진을 준비했다.

그리고 약 30분간의 준비 끝에 그녀의 눈앞에 그를 불러냈다.

그를 처음 봤을 때, 현아가 느낀 것은 복잡함이었다.

슬픔과 환희, 그리고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허둥거리는 당혹스러움까지.

몸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굳어버린 것처럼.

다만 그를 담은 눈동자는 사정없이 떨리며 그가 거짓이 아닌 진짜라는 확신을 받았다.

투명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그녀는 거짓말일지도 모른다던 생각조차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채 그를 향해 다가갔다.

그녀의 눈앞에 소환된 존재는, 몇 년이나 지났음에도 익숙한 한 남자의 모습은 당장 어제라도 봤던 것처럼 익숙했기에 더욱 눈물이 났다.

매번 싸우긴 했지만 너무도 소중했던 그녀의 오빠.

오빠를 위해 의대 진학까지 결심했던 그녀가.

정작 시험을 이유로 오빠의 죽음조차 보지 못했던 그녀였기에.

그녀의 마음속에 응어리진 한은 너무도 무거웠다.

그런 그녀의 앞에 신현수가 얄미운 웃음을 지은 채 나타났고, 늘 그렇듯, 오빠가 여동생을 골리듯 이마를 쿡! 하고 밀어버렸다.

* * *

“될지 몰랐는데 정말 환생은 안하고 있었나 보네.”

앉아 있던 머리카락 분신이 중얼거렸다.

“물러나자. 케인. 가서 의식 준비해. 전부 자리를 비워주라고.”

그 말을 끝으로 마법진을 고정시킨 클론이 익숙하게 연기를 펼치며 나가버렸고 방안엔 현아와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남지 않게 되어버렸다.

“오빠야…… 맞제? 진짜제?”

“이게 청산가리를 흡입했나. 왜 이래.”

“오빠야!!”

격하게 외치며 현아가 안겨든다.

엉엉 울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속에서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다 등을 톡톡 두드려주자, 그동안의 설움이 모조리 폭발하기라도 한 듯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흐아아앙!! 오…… 오…… 오빠 흐어엉!”

엉엉 우는 그녀는 아무런 문장도 제대로 완성하지 못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동안의 설움을 모두 털어내기라도 하겠다는 듯 그녀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고, 나는 그런 그녀를 진정할 때 까지 조용히 안아줄 뿐이었다.

“그래. 오빠다. 니 잘생긴 오라비다.”

“흐어어엉! X랄하지마 흐아앙!”

“잘 살고 있는 거 보니 다행이네.”

그녀가 진정한 건 목이 쉬어 더 이상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쯤이었다.

“흐끅…… 흑…….”

눈물을 꾹꾹 짜내며 딸꾹질을 하는 그녀를 그저 말없이 안아주던 나는 곧이어 그녀가 옷에 대고 코를 풀려하자 퍽 하고 걷어차듯 밀어내버렸다.

“이게 지금 혼령을 눈물에 빠뜨려 죽이려고 드나. 어디에 그 더러운 분비물을 묻히려 들어?”

“와…… 싸가지 없는 거 보이 진짜 오빠가 맞긴 한갑네…….”

기가 막힌다며 중얼거린 그녀가 픽 웃어버렸다.

“오빠야.”

“그래, 듣고 있다.”

“오빠야…… 진짜 오빠야 맞나?”

“그래.”

“막 사라지고 그러는 거 아니제? 내 지금 꿈꾸는 거 아니제?”

“모르겠으면 한번 꼬집어 보든가.”

“와…… 와씨…… 잠깐만.”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녀가 내 뺨을 마구잡이로 잡아당겼다.

“와…… 유령이 만져지기도 하나.”

“내가 어떻게 알겠냐. 지금 상황도 이해가 안 되는데.”

“아 그렇제? 오빠야는 아직 모르겠네.”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는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의욕이 가득한 얼굴로 지금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데이비 올 라운이라는 존재와의 만남, 그 외에 삼촌과의 일, 연희누나의 병.

하지만 이 와중에도 그녀는 가장 심각한 일인 삼촌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삼촌은? 그럼 같이 살고 있는 건가?”

“아…… 그게…… 삼촌은 말이야.”

대답을 회피하던 그녀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많이 바빠. 알다시피 그룹이 좀 크잖아? 삼촌의 결정 하나에 수십만 아니, 수백만의 목숨이 걸려 있으니까.”

티오니스 기준으로 그 정도면 한 왕국의 왕이라고 해도 무방할 수준인건 사실이다.

“그래…….”

“오빠……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어? 어어.…… 음…… 그러네. 푹 잠들었던 것 같다.”

내 말에 그녀가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우리 오빠야…… 죽어서 이제 자유롭게 움직이나 했더니 그것도 아니었네.”

“이게 죽은 사람 놀리나.”

“나는 오빠야 많이 보고 싶었다. 언니도 삼촌도 다 오빠 많이 그리워했는데. 오빠야는 안 그랬나?”

“이미 죽은 사람한데 뭘 그렇게 오래 미련을 가지냐. 멍청이야?”

“흥이다. 누가 멋대로 죽으랬나.”

키득거린 그녀는 내가 밀어냄에도 불구하고 달려들어 품에 안겼다.

“오빠야…… 이렇게 다시 봐서 나는 너무 기쁘다. 오빠야 그렇게 가고 내가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후회는 무슨.”

“그냥 시험 치지 말걸…… 시험 치지 말고 오빠야 곁에 있었으면. 괜히 오빠야랑 싸워가지고 얼굴보기 싫다고 도망간 거 아니었으면…… 오빠야 가는 길도 지켜줬을 텐데…….”

전생의 삶.

신현수로서 죽어갈 때.

임종을 지켜주지 못했던 게 그렇게 한이었던 모양이다.

“이제라도 봤으니 된 거지. 누나는 잘 지내고?”

“맞다. 데이비 그 인간이 언니 살렸다. 오빠야는 그렇게 보냈는데 언니는 살렸다…….”

말을 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울음기에 잠겼다.

“뚝. 그쳐라. 티라노사우루스 같이 생긴 게 자꾸 눈물 꾹꾹 짜내나.”

“오빠야는 콱 뒤져도 그 말 싸가지는 여전하네?”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는 혹여 내가 또 떠나갈까 봐 두려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오빠야, 혹시 금방 가야되나?”

“왜?”

“아니…… 막 티비같은 데 보면 잠깐 이야기하고 두루뭉술하게 한마디 던지고 막 사라지잖아…….”

“티비 적당히 보랬지.”

“어디 안 가나?”

“이야기할 시간은 충분해.”

내 말에 그녀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미안해.”

“음?”

“미안해…… 오빠랑 그렇게 싸우고…… 오빠 마음 이해도 못 해주고…… 그렇게 떠날 줄 알았으면 그렇게 대하는 게 아닌데…….”

그녀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며 내게 파고들었다.

“뭐. 사람 죽는 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

“오빠야는 화도 안 나?”

“화가 왜 나.”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니가 이렇게 잘 커준 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데.”

“나…… 낯간지럽게 와 이러는데!”

“그건 니가 더하지 않냐? 어디 뭐 잘못 먹은 줄 알았네. 내가 아무거나 주워 먹지 말라했지”

“하…….”

평소라면 화를 냈을 텐데. 그녀는 뭐가 그리 웃긴지 키득거렸다.

“가자. 오빠야. 할 이야기도 많지만 언니도 봐야지.”

“난 여기서 못 나가.”

내 말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맞다…… 오빠야 유령이었제. 잠시만 그럼 내가 언니 데려올 테니까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줄 수있나?”

“얼마나 걸릴 줄 알고?”

“총알같이 데려올게.”

킥킥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였다.

“멍청한 짓도 정도껏 해야지 여기서 뭐하는 거야!”

갑작스레 난입한 베르단데로 인해 그녀와 나의 시선이 모두 그쪽으로 향한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지금 여기…….”

‘베르단데. 그 이상 말하지 말고 닥쳐.’

순식간에 살기를 담아 그녀를 노려본 내가 그녀의 실수를 원천봉쇄했다.

그녀는 아직 전말을 모르기에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다시는 없을 신현수로서 동생과의 재회를 방해할 순 없었다.

“베르단데씨?”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착각했나봐. 데이비의 기운과 비슷해서 와봤더니……. 그…… 그녀석이 마법진을 깔아 놔서 착각했나 보네.”

굳은 얼굴로 잠시 고민한 그녀는 결국 내 연기에 편승해주었다.

후…….

하마터면 걸릴 뻔했네 라는 생각에 절로 식은땀이 흘렀다.

“아아…… 데이비 그 인간은 좀 전에 나갔어요. 무슨 의식?”

“아…… 그래. 내가 착각했나봐. 그럼…….”

당황한 듯 중얼거린 그녀는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뭐하는 짓인지는 묻지 않겠다만. 의식이 진행되는 걸 눈치 챈 저쪽에서 사활을 걸고 움직이기 시작했어. 원리는 모르겠지만 심연에 있을 심연의 공주를 대량으로 이쪽으로 보내는 방법을 시도할거야. 그러니까 적당히 끊고 빨리 움직여야 할 거야.

제법 심각한 이야기였다.

작정하고 방어전을 펼쳐야 한다니.

수비는 취향이 아닌데.

때려 부수는 공격이 취향이지.

내가 조용히 눈을 깜빡여 신호를 주자 그녀는 허둥지둥 빠져나가버렸다.

이후 나는 모른 척 현아에게 물었다.

“미인이네? 친구?”

“오빠야는 이 와중에도 하여튼…….”

“너 같은 티라노사우루스같이 생긴 것만 보다가 저런 미인을 보면 눈이 안 돌아가게 생겼냐.”

“베르단데 씨는 티오니스 대륙에서도 6대 미녀? 하여튼 엄청난 미인으로 유명했다더라.”

“거 사람 외모에 순위 매기는 건 어느 세상이나 똑같나보다.”

사실 난 대륙 미녀니 뭐니 그런 기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의 모습은 저마다의 개성이니까.

이후 그녀는 다시금 연희 누나를 데리러 가려 했지만 내가 막았다.

“시간이 별로 없다. 그러니까 그냥 네가 이야기해.”

내 말에 그녀는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가 반쯤 흐려진 손을 보여주자 납득한 듯 입을 앙 다물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 침묵했을까.

그녀는 조금의 시간도 아깝다는 듯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 하고 싶었던 말들을 하나둘 꺼냈다.

툭하면 서로를 놀리며 싸우지만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었고, 그녀는 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고 반복할 정도로 있는 말 없는 말 전부를 내게 이야기 했다.

마치 1분 1초가 너무 아깝다는 듯 말이다.

미리 준비해둔 환각 마법 덕에 점점 흩어지는 내 몸을 보며 그녀의 목소리에 초조함이 서렸다.

“가시나가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냐.”

“아직…… 아직 남았어. 아직…… 못한 이야기가 너무 많다고……. 오빠야…… 가지마. 여기서 나랑 더 있자. 언니랑 나랑 삼촌이랑 조금만 더 살자.”

“말이 되냐.”

내 말에 그녀가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오빠야…… 제발…… 어떻게 안 돼? 내가 더 잘할게. 오빠야한테 못해 준 것도 많고 못 먹어 본 것도 많잖아. 내가 더 잘할게. 그러니까 응?”

이제는 애원하듯 매달리는 그 모습에 나는 속에서 울컥하던 것을 제어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대로 가다간 안 된다.

적당히 끊어야 되리라.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렇기에 나는 죽은 이의 혼을 함부로 불러오지 않는다.

일리나와 전 황태자의 만남은 사실 특별한 경우가 아닐 수 없었다.

보통 같으면 현아의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소리였다.

심연에서 심연의 공주를 대개 넘겨 온다고?

지금의 내 기준으로 위험한 심연의 공주가 몇이나 되겠냐만 그래도 심연의 공주라 함은 한 명이 한 세계를 파괴시켜버릴 수 있는 파괴병기나 다름없다.

그들의 계략대로 넘어가줬을 때 생길 변수는 너무 거대한 만큼 시간이 촉박했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 했을까.

나는 거의 흐려진 몸을 슬쩍 내려다보았다.

“오빠야 우나?”

“울긴 무슨.”

“눈물이나 닦고 말하지?”

그녀도 엉엉 울면서도 자존심을 세우듯 내게 말했다.

“오빠야. 좋은 곳 가야 된다? 내가 매일 그 프리아 여신인지 뭔지에 기도할 테니까 오빠야는 꼭 좋은 데서 태어나서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알겠나?”

“내가 할 소리다. 나는 알아서 할 테니까 이제 니 인생 좀 살아라. 좋은 남자도 만나고.”

문득 장난기가 생긴 내가 물었다.

“혹시…… 좋아하는 남자 같은 건 없나? 누나는?”

“언니는 모르겠는데…… 나는 요즘 신경 쓰이는 인간이 좀 있다.”

그녀의 말에 나는 순간적으로 그녀의 곁에 있던 남성에 대해 떠올렸다.

포도? 아니, 그놈은 일단 현아의 취향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수소 녀석?

그녀석도 아니다.

그렇다면 누구란 말인가.

복잡하게 생각해봤지만 딱히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 인상을 찡그렸다.

“그 사람은 타 차원 사람인데.”

그 말에 순간 내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기분이 들었다.

“자꾸 신경이 쓰이네.”

헤실거리며 말하는 그녀를 보며 내가 조심스레 물었다.

“야…… 혹시 아니지?”

“뭘?”

“그…… 신경 쓰이는 인간이…… 데이비 올 라운은 아니지?”

이게 미쳤나 진짜.

그런 생각을 하며 내가 조용히 묻자 그녀가 나를 말없이 바라본다.

이상하게 침묵이 더욱 무섭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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