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91화
222. 데이비 강화 프로젝트
정신이 아릿해진다.
공허해진 데이비의 눈동자를 일리나는 보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판단하지 못한 채 그와 입을 맞추고 있었으니까.
기둥에 기대어 주저앉아있는 데이비에게 안기듯 달려들어 한 손으로 그의 어깨를 잡아 누르고 한 손으로 비어버린 데이비의 손을 깍지끼듯 잡은 그녀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변해 언제든 터져버릴 것처럼 붉어졌다.
“우웁…… 웁!”
거칠게 입술을 탐하던 일리나는 갑작스레 느껴지는 특유의 감촉에 눈을 부릅떴다.
이게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든 그녀는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깨닫고 급히 떨어지려 했다.
지금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동안 마음속으론 몇 번이고 상상했고 꿈속에선 그와 밤을 보내는 것까지 상상해봤지만 실제로 옮길 용기는 전혀 없는 그녀였다.
지금이라도 떨어져야 한다! 그리 생각하며 그녀가 데이비를 누르던 힘을 풀고 벗어나려던 그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떨어짐과 동시에 데이비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순식간에 그녀를 제압하듯 깔아 뭉개버리고 입을 맞춰오자 눈을 부릅뜬 채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처절한 유린이었다.
일리나의 뻣뻣해진 몸은 상당히 능숙한 데이비의 행동에 저항할 길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당했을까.
잠결에 취한듯한 데이비가 천천히 떨어지고 일리나는 공허해진 얼굴로 숨을 달뜨게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그대로 뻗어버린 데이비를 밀쳐낸 일리나가 울먹거리는 얼굴로 제 입술을 닦아냈다.
“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그제야 자신이 저지른 우발적인 행동에 당황한 그녀가 어쩔 줄 몰라 당황해하기 시작했다.
[보기는 좋았네만, 환자를 덮치는 행동이 황족으로서는 어떨까 싶은데.]
“나…… 나도 알거든요?! 꺄악! 내가 미쳤지 진짜!”
머리를 감싸 쥐고 호들갑을 떨던 그녀는 바닥에 쓰러진 데이비를 보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그리고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당황한다.
[후손님. 저놈의 몸에 손을 좀 올려주게.]
그때 그녀의 곁에 있던 사내, 검신 하레스의 혼이 그녀를 향해 말했다.
이에 일리나는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조심스레 데이비의 가슴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올렸다.
우우웅…….
동시에 일리나의 몸에서 특유의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네요…… 아니, 이 경우엔 없어졌다고 해야 하나?”
부상의 흔적은 분명 남아있다. 단순히 추정하건대 보통 생명이라면 대번에 목숨을 잃을 수준.
하지만 데이비의 몸을 확인해보면 상처라곤 자잘한 상처를 제외하면 보이지 않았다.
계속해서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신의 기적이지. 그보다 그와 이렇게 마주쳐버렸으니 이제 별수 없군. 일련의 목표는 이뤘으니 끝을 낼 때가 되었어.]
“아직…… 신이 하나 더 남았잖아요. 선조님이 데이비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은 건 신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아니었나요?”
[이미 타나토스는 후손님과 내 존재를 눈치챘을 가능성이 높지. 그렇다면 차라리 마지막 목적을 이루는 게 더 나을 테고.]
마지막 목적.
그게 무슨 뜻인지 깨달은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일단 아스가르드로…….”
일리나의 존재에 다들 놀라겠지만 데이비를 그곳으로 데려가는 게 더 좋다는 판단을 내린 그녀였다.
[미안하지만 못난 아비가 아직 딸을 볼 자신이 없어서 말이네. 그건 피했으면 하는데.]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데요?”
[잘 살고 있는 녀석에게 혼란을 줄 필요가 어디에 있나. 그보다 저놈의 옷을 좀 벗겨보겠나?]
“오…… 오오오옷을요?!”
[자잘한 상처라도 응급처치는 해야지.]
벌게진 얼굴로 어쩔 줄 몰라하던 그녀가 조심스레 데이비의 상의를 짚었다.
여기저기 피가 묻고 찢어진 옷을 보며 그녀는 한참을 고민하다 조심스레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고 옷을 벗겨냈다.
“꺅!”
그리고는 부끄러운 듯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가 손가락만 살짝 떼어 그의 상체를 바라본다.
균형 잡힌 몸이다.
제대로 본 적도 없고 꿈에서는 매번 상상하던 몸이 실제로 눈앞에 나타나니 부끄러움이 물밀 듯 밀려왔다.
“이…… 이건 의료행위야 의료행위…….”
[뭣하나.]
“보…… 보채지 좀 말아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근처에 숨겨둔 자루에서 물건들을 꺼냈다.
“지구의 의학은 정말 신기하다니까요.”
그녀는 소독약과 거즈를 꺼내 발랐고 이내 조심스레 데이비의 환부에 그것들을 감았다.
익숙하게 응급처치를 끝내고 나자 어두운 달빛이 그의 몸을 비춘다.
말없이 데이비를 내려다보던 그녀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정신 차려. 이 녀석 유부남이야. 불륜은 안 돼, 일리나.”
이미 유부남의 입술을 탈취한 시점부터 틀려먹었지만, 그녀는 지금이라도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의 시선은 눈을 감고 있는 데이비의 입술로 향해있었다.
“지금이 아니면 평생…….”
그리고, 저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이 서서히 가까워진다.
스르륵 흘러내리는 꿀을 머금은 듯한 황금빛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귀 뒤쪽까지 넘긴 그녀가 조심스레 다시 입을 맞추려던 그 순간.
“뭐하냐?”
물론, 곧 들려온 목소리에 그녀의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뜨여졌다.
“네가 왜 여깄어.”
천천히 눈을 뜨는 데이비의 물음에 그녀는 얼음이 된 것처럼 굳어버렸다.
“정장까지 차려입고? 뭐야. 넌 지구로 데려온 기억이 없는…….”
천천히 말하던 데이비의 시선이 이번엔 일리나의 뒤편으로 향한다.
“당신이었구나.”
뭔가 이해한 듯 데이비가 중얼거렸다.
“지구에 있던 영웅.”
[눈치 빠른 놈.]
이윽고 영령, 검신 하레스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당신을 찾고 있었습니다. 묻고 싶은 게 많아요.”
“그 전에 몸은?”
하레스를 대신한 일리나의 질문에 데이비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멀쩡해. 너에게도 묻고 싶은 게 많지만. 영웅들은 이곳에 오래 있지 못하니까.”
우선 그에게 묻겠다는 태도였다.
[걱정 마라. 나는 현신이 아닌 영체 빙의다. 다른 영웅과 다르게 조금 특이한 케이스라 당장 없어지진 않을 거다.]
“특이한 케이스?”
[여기 있는 후손님은 나의 피를 가장 진하게 물려받은 케이스니까.]
3천 년이라면 어떤 피도 옅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일리나는 조금 달랐다.
3천 년이 지났음에도 그녀는 칼디라스의 완전한 선택을 받았고 검술의 재능 또한 역대 선조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수준이 아니었나.
그것이 단순한 우연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다른 영웅은 실제로 현신했지만, 하레스만큼은 유일하게 빙의 형식으로 내려왔다.
그래서 다른 영웅과 다르게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이고.
멍하니 있던 데이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딘을 만났습니다.”
[그래.]
“독고준의 흔적도 보았어요.”
그 말에 하레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답해주시죠. 회랑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들은 어떻게 된 거고.”
제발 아니길 빌었다.
그러지 말라고. 당신들이 그러면 안 된다 말하고 싶은 데이비의 심정은 처참하게 배신당했다.
[우선 해야 할 게 있지 않나?]
그 말에 데이비가 천천히 일어나며 아공간에서 목검 두 자루를 꺼냈다.
“세계수 가지 꺾어서 만든 겁니다. 어지간해선 부러지지 않을 거예요.”
[좋구나. 후손님. 잠시.]
“대체 왜 걔 몸에 들러붙은 건지 참…….”
[빙의가 가능한 몸이 후손님뿐이더라고.]
담담하게 말하며 얇은 목검을 쥔 그가 검날을 스윽 훑었다.
“사이즈 작아도 괜찮겠습니까?”
이윽고 서서히 일리나의 몸에 빙의를 마친 그가 피식 웃어 보였다.
“무기 하나로 이길 거라 생각하다니 아직 한참 멀었다.”
단순히 빙의다.
빙의라는 건 엄연히 육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힘을 낼 수 없다.
당연히 일리나의 육신으론 데이비에게 닿을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느긋했다.
“네가 아는 그 후손님이 아닐걸? 제법 오랫동안 내게 배웠거든.”
대체 언제부터인지.
한숨을 푸욱 내쉬며 데이비가 검기를 일으킨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봐주는 건 없다. 늘 그렇듯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덤벼라.”
“지금 지구에 인간들이 전부다 환각상태에서 회복도 못 한 마당에 뭔…….”
“그렇기에 테스트를 하는 거다.”
잠시 침묵이 일었다.
오랜 시간 같이 한솥밥을 먹어왔다.
척하면 척인 상황.
데이비가 뭔가 떠올린 듯 조용히 물었다.
“거참, 다시는 보지 말자 했더니 이렇게 만나고 말이야. 만약. 당신의 기준에 못 미치면?”
“늘 하던 대로, 라고 하면 좋겠다만 이번엔 두 번은 없다.”
기준에 못 미치면 죽도록 맞고 익히는 게 정석이지만. 지금은…… 그것으로 끝이다.
“후우…… 최선을 다해야겠네.”
“눈치는 빨라서 좋구나.”
짧게 침묵한 일리나, 아니 그녀에게 빙의한 검신이 이죽거린다.
“다음 수업은 없는 거지, 이놈아.”
쉬리릭!! 콰아앙!!
묵직한 중검이 서로 충돌하며 막대한 충격파를 일으켰다.
동시에, 일리나의 검이 미묘한 공명음을 울린다.
“미친?! 시공검?!”
“눈치는 여전히 빠르구나!”
터어엉!!
오러가 둘러진 검이 데이비를 한순간 밀어냈다.
순식간에 거리를 벌리며 가볍게 내려서는 데이비를 보며 하레스는 일리나의 팔이 파르르 떨리는 걸 느꼈다.
“역시 그동안 놀고 있었던 건 아니라는 거지.”
“남의 육신 빌려서 싸우면서 시공검은 너무한 거 아닙니까?”
“놀랄 것 없다. 후손님이 내게 배운 것이니까.”
“미친. 재능이 좋은 줄은 알았는데.”
“그녀만이 배울 수 있지. 너마저도 배울 수 없던 검이지만.”
데이비가 한숨을 푸욱 내쉬며 부드럽게 검을 회전시켰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한다.
“다시 갑니다.”
* * *
콰아앙!! 쾅!!
일리나와 데이비의 싸움. 아니 정확히는 데이비와 일리나의 몸에 빙의한 검신의 싸움이 이어진다.
싸움수준 실화…… 아니, 경이로울 정도로 익숙하게 충돌하는 둘의 싸움은 깔끔하다 싶을 정도로 주변의 피해를 아꼈다.
묵직한 중검과 천마신공의 날렵함, 사이함을 가미한 채 압박하는 데이비와. 방어에 방어만을 구사하다 틈이 보이는 순간 공간과 시간을 일그러뜨릴 정도로 날카로운 일검을 휘두르는 하레스의 충돌에 군더더기는 없었다.
일검, 일검이 날카롭게 상대의 급소를 노리고, 틈이 보이는 순간 검이 아닌 주먹과 발을 이용한 공격이 날아들었다.
“사기꾼 같은 인간.”
“고작 이 정도면 실망인데. 데이비.”
일리나의 육신을 빌린 하레스의 말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이 정도면 당장 너를 가르치는 것보다 후손님을 더 가르쳐서 완성시키는 게 낫겠어.”
“아직 걷지도 못하는 어린애를 붙잡고 철인 3종경기를 시키려 하시나.”
“넌 이것보다 심했어, 임마. 그리고, 후손님은 지금 네가 알던 예전과 다르고.”
“솔직히 말씀하시죠? 지금 심술부리는 거잖아. 안 그래요?”
콰앙!!!
데이비의 목검이 검신이 빙의한 일리나의 검과 충돌한다.
그리고, 데이비의 도발이 다시 시작됐다.
“그래 봐야 페르 이제 제 와이프입니다.”
“난 너 같은 사위 허락한 적이 없는데?”
“큰절 받으시지요. 장인어른!”
“이 자식이 한마디를 안 지네?”
콰직!!!
순간 열이 받힌 듯 검신의 일검이 시공을 뒤틀며 날아든다. 데이비의 목검은 단번에 부서졌고 허공으로 검날이 퉁겨져 올라갔다.
파앙!!!
검을 부숴버리고 파고드는 하레스의 공격에도 데이비는 망설임 없이 방어나 회피를 포기하고 역공을 선택했다.
한 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검을 피해내며 그가 반격을 가했다.
쩌엉!!!
물론 하레스는 일리나의 육신을 빌렸어도 검신이라 불린 자.
당연히 그 공격에 당할 만큼 어리숙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공격을 빗겨내고 강제로 틈을 만들어 급소를 가격하기까지 했다.
“쿨럭, 망할! 진짜 죽이려고 작정했나!”
“시공을 베는 검은 네가 배울 수 없다. 너도 알지?”
“잘 압니다.”
모든 게 완벽할 순 없다. 영웅들의 기술을 섭렵한 건 사실이나 데이비는 그들처럼 한 분야에 관해 절대적인 무언가가 될 자질은 부족하다.
콰앙!!!
또 한차례 충돌이 일었다.
“따라서 내가 가르칠 건 검술이 아니야.”
단순한 검술 같은 게 아니라 복합적인 것. 하지만 문제는 배우는 것이 아니었다.
시간, 바로 시간이 가장 문제였다.
강해진다는 게 단시간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시간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지구의 인간들의 환각이야 금방 풀릴 것이다. 길어야 몇 시간 안으로.
하지만 무언가를 배우는 게 단순히 며칠 정도 소모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도 데이비가 가장 잘 알았다.
그의 물음에 검신은 더 이상의 대련이 의미 없다고 판단했는지 한발 물러나 검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짧게 숨을 고르더니 눈을 감는다.
동시에 일리나의 육신이 한차례 크게 흔들리더니 그대로 내 품에 안기듯 쓰러졌다.
“아아…… 꺅?!”
놀란 그녀가 버둥거리지만, 데이비는 그녀를 붙잡은 채 허공으로 튕겨 나간 하레스를 올려다보았다.
희끄무리한 형체가 된 검신이 느긋하게 물었다.
[언제 우리들이 네게 불가능한 걸 가르치던?]
그래. 평범한 인간을 마그마에 던져넣는 것도 결국은 성공한 수련법이긴 하지.
[일단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익숙해져. 후손님이 시공격검을 배웠으니 그 기운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앞으로의 수련은 어떤 방식으로든 효과를 못 본다.]
“익숙해지라고요?”
그렇게 말한 데이비의 눈이 꿈틀거렸다.
“내가 회랑에서 배운 익숙해진다는 단어는 정말 지겨울 정도로 두들겨 맞았던 것밖에 없는데.”
오딘의 마법을 이해하기 위해 헬파이어만 수십 수백 수천 번을 맞았고, 저주를 익히고 해제하기 위해 다프네와 로 아이아스에게 수천 가지의 저주를 실험하듯 받았다.
그뿐일까.
살아남기 위해선 직접 겪어야 한다며 헤라클래스는 데이비의 몸을 집어 들고 아무것도 없던 사막, 그것도 샌드웜의 둥지에 집어 던지지 않았던가.
힘이 없던 당시에 그런 수련방식은 다시 생각해도 치가 떨리는 수준이었다.
[괜찮아, 맞다 보면 익숙해져. 참고로 후손님은 전력을 다할 거고, 데이비 넌 무기 금지, 마나 금지. 신력, 그 외에 헤라클래스의 힘인 그 기괴한 힘도 금지다.]
오로지 육체능력만으로 그녀의 공격을 버텨내야 한다.
마나의 사용도 허락하지 않고서.
“그러다 다치면?”
[네 운명은 거기까지 인 거지. 뭘 새삼스레.]
“당신은 또 늘 그렇듯 늘어져서 구경이나 할 겁니까?”
[눈치는 역시 빨라서 좋아.]
실패하면 거기서 끝.
가차 없는 수업방식은 회랑 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침묵하는 데이비를 향해 하레스가 빙그레 웃으며 쐐기를 박았다.
[걱정 마. 설마 진짜로 죽기야 하겠냐.]
죽일 각오로 덤비게 해놓고 한다는 말이…….
“내 언젠가 당신도 배에 죽창을 꽂아버릴 겁니다.”
망할 영웅들이 생각하는 수련방식이 늘 그렇지.
데이비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페르세르크를 부인으로 두고 녀석을 지키고자 약속했으면 지금 정도론 안 되지. 더 강해져라. 장담컨대. 이번 수업만 잘 따라오면 넌 최소한 영웅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강해질 수 있다.]
지금도 충분히 강하다고 자부는 한다만. 방금 하레스와 충돌해본 결과. 아직 멀었구나 싶은 데이비였다.
“대체 무슨 짓을 해야 그만큼 강해지는 겁니까.”
그 물음에 하레스는 심드렁하게 답했다.
[재능.]
구라치다 걸리면 손모가지 날아가는 건 안 배우셨나 보네.
이윽고 일리나가 짧게 숨을 고르며 전신에 기운을 폭사시키듯 쏘아져 들어온다.
반사적으로 마나를 활성화시키려던 데이비는 곧 자신의 조건을 깨달았고 억지로 마나를 짓눌렀다.
하지만, 데이비의 위기를 눈치챈 원소 마나가 멋대로 폭주하며 그를 보호하기 위해 나선다.
쩌엉!!!
일리나의 목검이 데이비를 후려쳐 날리지만, 타격은 없다.
하지만 마나를 사용해버렸다는 점은 분명했다.
[쉽지 않지?]
이렇게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하레스의 이죽거림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