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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94화 (793/1,559)

제 794화

찌잉…… 부우욱!!

엄청난 고속음과 함께 마치 광선검이 휘둘러지듯 브레스가 지상을 지옥도로 바꾸고 창공마저 불태웠다.

기척을 최대한 지운 채 날뛰는 이클립스는 말그대로 파괴의 화신이었다.

하지만, 이기는 게 불가능한 적은 아니다.

그녀가 지닌 힘이 현재 억제되어있는 상황이니까.

단순히 낮은 퍼센트로 출력을 제한한다지만 내가 아는 하레스의 수련방식대로라면…….

지금을 뛰어넘는 순간 난이도는 급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이길 수단이 있어도 당장 이클립스를 이겨선 곤란하다. 별의별 갖은 수단을 다 써서 다음 것에도 대비할 수 있게.

오래전 게임과 같다.

한 마을에서 최고의 장비를 맞추지 않으면 다음 마을로 넘어가지 않는 강박증.

내가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하레스 혼자가 아니구나.”

이쯤 되니 확신이 섰다.

“응?”

“검신 하레스는 이클립스와 만난 적이 없어.”

“그런데?”

“회랑의 영웅들은 말이야.”

이미 알고 있는 마당에 더 숨겨 무엇할까.

“자기가 직접 만나고, 겪어본 존재들만 구현할 수 있어. 그만큼 조건이 까다롭다는 소리야.”

그런데 이클립스는 확실히 실체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 답은 뻔하지.

지금 이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부터, 이클립스의 구현까지.

꽤 많은 수의 영웅들이 연관되었다는 것을.

이클립스의 구현이 주는 해답은 하나다.

헤라클래스의 영혼, 현재 생존 확인.

이 정도 공간을 만들어낼 만한 인물, 그래. 정령계 구현과 비슷하네. 마법사 하나와 정령 여제 유리아나 생존 가능성.

내 영혼에 새겨져 있던 금제를 해제할 수 있는 건 단 한 명.

데스 로도 로 아이아스 생존 확인.

“데이비, 무슨 생각하는 거야? 점점 가까워지잖아!”

일리나의 외침에 상념에서 빠져나온 나는 순식간에 나를 발견하고 브레스를 쏘아 보내는 이클립스를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으읏!”

쩌엉!!!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일리나가 칼디라스를 휘둘러 브레스를 쳐낸다.

물론, 그녀의 시공격검이 대단하긴 하지만 애석하게도 키르시나와 이클립스의 사이엔 채울 수 없는 힘의 격차가 존재한다.

순식간에 브레스에 휩쓸리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잡아당기고 브레스에 손을 뻗었다.

일단. 새로운 힘을 얻었을 때 내가 먼저 해야 할 것은.

이 힘이 어떤 식으로 사용되는지. 또 어떤 이점과 단점, 한계를 지니고 있는지부터 파악하는 것.

[포식]이라는 힌트까지 있다면 더 이야기는 편해진다.

분명 일리나와의 대련에서 나는 이 힘을 무작위로 발현, 그리고 일리나의 검기를 먹어치웠다.

브레스라고 불가능하진 않으리라.

‘배 터지게 먹어봐라.’

내 의지에 따라 아주 미약하게 일렁이던 힘이 일순간에 폭주하듯 터져 나오기 시작하며 내 앞에 거대한 장막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일리나와 나를 집어삼키기 위해 날아든 브레스와 정면충돌했다.

카가가가가가각!!!

대지가 불타고 뒤틀린다.

하지만 이 미친 힘은 닥치는 대로 이클립스의 브레스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일단 방어용으로는 확실히 효과가 있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문득 장막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미련 없이 일리나를 들쳐메고 몸을 날렸다.

부욱!!!

가죽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지평선 저 너머까지 브레스가 지상을 훑고 하늘을 불태웠다.

“세상에…… 저게 일부의 힘이라고?”

말없이 거룡을 바라보던 나는 손끝에 모였다가 사라지는 힘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단순히 힘을 먹어치워 상쇄시키는 것만은 아닐 텐데.

분명히 내가 모르는 한 가지 수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며칠 정도. 소모해보는 수밖에.

* * *

두 달.

그동안 나는 포식이라는 내가 가진 고유의 힘에 대한 특성의 파악에 주력을 다 했다.

알아낸 것이라곤, 일단 이놈의 힘은 상대의 공격을 상쇄시키는 게 아니라 먹어치우는 것이다.

단순 공격마법부터 보조마법, 그 외에 회복마법까지 봉인했다.

그 어떤 마법도 쓰지 않고 나는 오로지 이놈의 포식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이클립스의 공격을 막는 데에 주력했다.

물론, 아직 힘을 다루는데 익숙한 것이 아니기에 조금만 실수가 생겨도 큰 상처가 생기고 죽을 위기를 수없이 넘겼다.

“이거나 좀 처먹어봐라!”

나는 실험정신이 투철한 편이다.

포식의 힘으로 방어를 할 수 있다면. 상대의 힘을 갉아먹거나 육신을 붕괴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브레스를 포식의 힘으로 먹어치우며 접근하자 이클립스의 거대한 앞발이 나를 쥐포로 만들 것처럼 내리쳐졌다.

처음엔 여기서도 어찌하지 못해 당했었다.

당연히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 지금의 육체능력으로는 이렇다 할 속도가 나올 수 없으니까.

접근하는 데에만 거의 한 달 반을 소모했고, 나는 갖은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접근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제는 반격을 피해내고 공격을 적중하는 데에 또 대량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리라.

약 보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이클립스의 버릇과 공격방식을 면밀히 검토해온 나는 미련 없이 육참골단의 방식을 택했다.

살을 주고 뼈를 깎는다!

이클립스의 발톱이 내 허리를 가차 없이 찢어발기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힘을 역이용하듯 파고들어 그녀의 발에 장법을 내질렀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포식의 권능을 발현한다.

콰직!!

특유의 힘이 충격파를 만들어내자 무언가 섬뜩한 느낌이 들었는지 이클립스가 거체를 띄워 내게서 거리를 벌렸다.

처음 느껴보는 직접적인 기괴한 감촉일 거다.

근 두 달에 가까운 실험 끝에 처음으로 큰 성과를 낸 것이다.

그 대가는 옆구리가 크게 찢어진 정도.

“크으…….”

“데이비?!”

뒤이어 파고 들어온 일리나가 나를 끌어안으며 몸을 던져 추가 공격을 피해냈다.

“몸 좀 사려! 여기서 죽으면 진짜 죽는 거라며!”

“그걸 믿냐?”

허리가 찢어진 고통에 몰려온다.

점혈을 짚어 출혈을 억제하며 나는 식은땀을 훔쳤다.

“응? 죽는 게 아니라고?”

“죽진 않아.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한 고통이 기다리지.”

차라리 죽고 말지.

이 공간이 회랑과 같은 조건이라면. 그 조건 또한 같으리라.

“내가 예전에 그런 말 안 했나?”

그래서, 제일 센 게 누구예요?

그 한마디에 시작된 지옥의 아포칼립스를.

영웅들의 싸움이 그토록 격화됐는데 죽지 않은 영웅이 있을까.

그들은 소멸하지 않고 영혼을 회복시켜서 다시 일어났다.

다만 그들도 나와 같이 끔찍한 과정을 거친 뒤에.

웬만한 고문에도 실실 웃어넘기며 버티는 작자들이 널리고 널렸지만.

그들조차 입을 모아서 말한다.

고통에도 정도라는 게 있다고.

“대체 어느정도길래.”

“영웅들이 죽자고 싸워도 절대 목숨은 거둬가지 않아.”

그만큼 끔찍하다는 걸 다들 알고 있기 때문이다.

크아아아아앙!!!!!

“이런!”

일리나는 기다렸다는 듯 시공격검으로 허공을 베어 나를 데리고 도망쳤다.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봉해둔 지금의 나를 데리고 빠르게 도망칠 수 있는 건 일리나 뿐이다.

힘을 억제당한 탓에 이성을 잃은 이클립스는 그런 것까지 쫓아오진 못했다.

피가 뚝뚝 흘러 그녀의 검은 정장이 더러워진다.

그럼에도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나를 바위에 걸터앉게 만든 후 동굴 속에 챙겨둔 의료도구를 가지고 뛰어와 내 상의를 벗겼다.

“아야야야. 좀 살살해라!”

거대한 용에게 허리를 당했는데 찢어진 정도면 싸게 먹힌 것이다.

조금만 비틀렸어도 몸이 양단되거나 바람구멍이 시원하게 났으리라.

이클립스의 공격은 단순 육탄돌격에도 특유의 힘이 독처럼 퍼져나갔다.

치유 방해. 마나 운공 방해.

마나를 쓰고 있지는 않지만, 치유 방해는 제법 거슬린다.

금기의 힘을 억눌러 둔 탓에 내 몸 안에 그녀의 힘이 감돌며 포식의 힘에 잡아먹히기까지 무방비상태로 노출되고 있다.

힘을 다루는 숙련도가 부족해 먹어치우는 속도가 아직은 많이 느리다.

그럴 수밖에 다른 이에 의해 완성된 금기의 힘과 다르게 지금 내 힘은 갓 태어난 신생아나 다름없으니까.

“세상에…… 몸이 엉망이잖아, 그냥 회복 마법을 쓰란 말이야.”

“실험하고 있는 게 있어. 이게 확실히 되면,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으니까. 이깟 상처 좀 나면 어때.”

근 두 달간의 고생으로 얻어낸 게 단순 접근, 단 한 번의 반격일 리가 있나. 그것도 결국은 과정일 뿐이었다.

내 가설을 확증시키기 위한.

애초에 지금 이 짓을 하는 이유는 이클립스에게 이기기 위해서보다, 내가 발현한 내 특성의 내면을 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선택한 육참골단으로 결국 몇 가지 사실을 알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A라는 특성을 지닌 힘을 먹어치웠을 때.

비슷한 힘을 지녔던 마수 펜릴은 A라는 특성을 지닌 힘을 그대로 사용했었다.

그리고 내가 신력을 다 쓰면 다시 못 쓰는 것처럼 녀석도 추가적으로 힘을 사용하지 못한다.

쉽게 말해 먹어치운 걸 강제로 털어내듯 사용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내가 가진 포식의 특성은 달랐다.

단순히 먹어치우는 범위부터 말도 안 될 만큼 다양하지만, 더 놀라운 점은, 변환이었다.

a라는 특성을 지닌 힘을 먹어치워 내 것으로 바꾼다고 할 때. 내 기준에 맞춰. 내게 가장 이로운 방향으로 부품을 교체하듯 바꿔버린다.

a라는 특성을 내게 제일 잘 맞는 b라는 특성으로 바꿔버린다는 소리였다.

쉽게 말해서 신성력과 극 상성인 뱀파이어가 신성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뜻과 같다.

태초의 규칙을 개무시하는 처사나 다름없다.

그것도 단순 소모품이 아닌 영구적이 내 힘으로써.

다른 말로 하면 포식이 가진 특징은 새로운 법칙, 규칙, 힘의 창조나 다름없었다.

포식이 하는 짓은 그런 미친 짓이었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 또한 확보해두었다.

포식의 특성은 내 육체능력을 상승시키지 않는다.

트리거를 발현하지 않으면 이 힘은 단순히 들어온 힘을 먹어치우는 정도에서 그친다.

하지만 이클립스의 브레스를 수차례 막으면서 우연스레 트리거를 발현시킨 결과.

내 몸엔. 이클립스의 마나가 조금 변질된 채로 자리하기 시작했다.

용의 마나가 내 몸에 가하는 과부하가 사라진 채로 말이다.

다른 말로 했을 때. 이거 충분히 먹어치우면…….

고대용의 특징인 절대 용언까지 내가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게 된다.

세상에 이딴 식으로 형평성 좋은 힘 따위가 존재할 리가 없지만, 마냥 부정하기엔 실험의 결과가 특성코인 떡상을 외치고 있다.

끝도 없이 진화하는 헤라클래스의 특성, 무한한 마나를 다루는 오딘의 힘. 이런 것들도 대단하지만, 그것들도 하나의 각기의 페널티는 지니고 있다.

헤라클래스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그 만의 페널티를 얻었고, 오딘은 몸이 영원히 성장하지 않는 체질에 걸렸다.

그 덕에 키가 작고 빨래판이라고 하면 길길이 날뛰는 것이고.

이건 겉핥기일 뿐이여 그들조차 자신의 힘을 사용할 때 남에게 알리지 않은 페널티를 감안하며 힘을 사용한다.

포식은 그런 것을 유전자 조작하듯 바꾸었다.

이토록 완벽한 힘인데.

같은 특성인 주제에 나만 페널티가 없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당연히 포식의 권능도 원초적인 페널티는 존재했다.

특성 발현의 전제조건이 첫 번째. 둘째가 본래 내 특성이 가진 힘이 텅 빈 그릇이라는 점.

내가 a라는 힘을 흡수했을 때. 그 a 안에 있는 특징이자 페널티인 알파를 지우고 내게 적합한 베타로 교체하는 게 기본적인 포식의 힘이다.

다만, 내가 포식의 힘으로 베타를 흡수하였는가가 전제조건이 된다.

그 범위는 내가 포식으로 먹어치운 힘에 한한 정도.

그것이 첫 번째 페널티.

먹어치운 힘들을 조합하여 개조해야 하는 만큼 결국 남의 힘을 많이 먹어치워야 한다.

둘째 조건.

다른 고위 특성인 진화나 무한한 마나와 같이 이 특성이 지닌 고유의 힘은 없다는 점이다. 남의 것을 빼앗아 개조하여 사용하는 표절전문 사기꾼.

그것이 내 특성, [포식]이다.

무언가 포식의 힘으로 먹어치웠을 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힘을 버리거나. 개조하거나.

두 가지 선택이 아닌 보유를 택하면 그것은 온전히 광기가 되어 나를 삼킨다. 그 광기는 반신의 존재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잠식할 정도.

나는 이미 회랑에서 두 명의 영웅들의 힘을 먹어치웠고, 그것을 버리지도, 개조하지도 못한 채로 수백 년을 보냈다.

부품이 없어서 먹어치운 힘을 개조할 수 없으면 미련 없이 버렸어야 했는데. 힘을 제어할 수가 없으니 버리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동안 쌓이고 쌓인 광기로 당장 미쳐 마인이 되지 않은 게 기적일정도였다.

그 힘이 이제야 이클립스의 힘과 일리나의 시공격검을 먹어치우면서 개조에 성공한 것이다.

압도적인 가능성을 품되, 양날의 검.

그렇다면 지금부터 내가 해야 할 것은 정해져 있다.

되도록 많은 양의 힘을 먹어치워 부품의 양을 늘리는 것. 다시는 광기가 힘을 쓰지 못하게끔 하기 위해선 이 힘을 완벽하게 제어할 필요가 있었다.

또 이클립스와 타나토스의 힘을 먹어치우고도 곧바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때까지.

나는 말 없이 이클립스의 마나였던 특유의 용의 마나를 손끝에 피워올렸다.

이런 식이면 데스 로드의 힘도 먹어치워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건데…….

고민하던 나는 상념에서 빠져나오며 눈을 감았다.

앞서 고민한 사실보다 더 의문스러운 게 남아있었다.

신의 힘도 먹어치울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게 가능하면.

나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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