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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95화 (794/1,559)

제 795화

“세상에. 흉터가 남겠어.”

익숙한 손길로 붕대를 감으며 그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흉터 지우는 건 일도 아니야.”

사실 내 몸에 흉터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면 내 몸은 단순히 멀쩡한 곳 찾기조차 힘들 것이다.

그만큼 많은 부상을 입었었으니까.

“다됐다.”

조심스레 붕대의 끝을 매듭지은 그녀가 근처에 놓인 모닥불에 번개탄을 올려놓고 라이터에 불을 지핀다.

음? 라이터?

“너 완전 지구 사람 다 됐네.”

“좋은 물건이 있는데 써야지, 안 쓰면 돼? 따로 불 지필 필요도 없이 번개탄 한 방에 아주 그냥!”

그리 말한 그녀가 익숙하게 가방을 가져온다.

그리고는 그 안에서 꺼낸 작은 주머니에서 무언가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지구는 참 신기한 곳이야. 나도 여기서 살고 싶을 정도로.”

티오니스의 문명이 마냥 지구의 중세마냥 낙후되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현대보다 더 좋은 분야도 존재하고 사실상 왕국의 수도 같은 곳은 놀라울 정도로 깔끔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어느 쪽이 확실히 좋냐고 하면 사실 내 입장에선 어디가 좋다고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황금만능주의야 티오니스가 조금 덜하다 뿐이지 인간 사회에서 당연한 수순이긴 하다.

일리나는 지구의 문명을 능숙하게 사용하여 언제 구했는지 모를 캔 통조림을 까고 고기를 불에 구워 내게 내밀었다.

“그러니까. 넌 지금 포식인지 뭔지하는 그 힘으로 다른 이의 힘을 먹어치우면 광기에 미쳐 날뛴다는 거지? 배가 고파서?”

정확히는 먹어치워서 내 몸에 남겨두었을 때.

인간이 영양소가 부족하면 배가 고픈 것과 같은 이치였다.

“공복상태가 되는 건 말그대로 생각하면 편해. 배가 고파 죽겠는데 눈앞에 떡하니 식량이 나타나 봐. 안 미치고 배기나.”

내 설명에 그녀는 이해한 듯했다.

“그럼, 그 힘 위험한 거 아니야?”

“눈앞에서 식량을 치워버리거나.”

힘을 버리거나.

“혹은, 그걸 먹어치워 소화시키거나.”

부품을 교체하여 내 입맛에 맞게 바꿔버리거나.

먹어치운 힘을 개조하지 않고 온전하게 사용하는 것도 가능한 것 같긴 한데. 아직까지도 이 부분에 관해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룰 줄만 알면 위험하지도 않다는 소리구나.”

“정 안되면 버리는 방법도 써야겠지.”

“그럼 네 힘은 왜 그런 건데?”

내 설명대로라면 한가지가 이해 가지 않을 수 있다.

바로 내 특성이 어째서 내 마나와 같이 사용될 때마다 광기를 유발하는지.

내 가설대로라면 광기가 유발되는 조건은 오로지 먹어치운 힘을 버리지도 않고 내게 맞게 변환시키지도 않은 채 보유하고 있을 경우다.

“힘?”

“너 지금 네가 가진 마나와 특성을 동시에 발현하면 그대로 미쳐버리잖아.”

그래서 내가 포식특성을 연습할 때 다른 마나를 모조리 봉인하고 오로지 이 힘만을 사용하는 것이고.

광기. 확실히 처음엔 포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광기라고만 생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우를 추론해볼 때.

한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것도 확인해볼 거야. 떠오르는 이유가 있긴 하거든.”

내가 드래곤들을 보면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

[낄낄, 이게 용언이라는 거야 이 자식아. 어때. 끝내주지?]

회랑에서 나를 직접 가르치진 않았지만, 전투 경험을 심어주었던 드래곤 출신의 영웅.

그가 배알이 꼴리게 만들었던 사실이 떠오른다.

“일단 눈이나 붙여, 너 지금 일주일째 잠도 안 자고 있어. 그러다가 훅 갈걸?”

식사를 마치고 나를 벽에 기대게 만든 후 바로 옆에 앉은 그녀가 순식간에 곯아떨어지자 나는 말 없이 그녀를 보다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 * *

어두워진 밤.

데이비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있던 일리나는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눈을 떴다.

“또…… 꿈이나 꾸고.”

데이비가 깰까 천천히 일어난 그녀는 자신이 꾼 꿈을 떠올렸다.

데이비와 함께 신관들이 있는 성당으로 들어서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그게 뜻하는 바는 간단하다. 그와의 혼인.

꿈은 사람이 바라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던가. 최근 들어 꿈을 꾸는 빈도가 늘어난 기분이었다.

“땀 냄새…….”

말없이 앉아있던 그녀는 문득 자신의 몸에 땀 냄새가 난다는 강박증이 생겼다.

괜히 자신의 땀 냄새를 그가 맡지는 않았을까 부끄러움도 인다.

“…….”

이에 고민하던 그녀는 조심스레 일어나 근처에 있는 호수로 향했다.

본래 검신 하레스는 그녀에게 빙의되어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질 수 없지만, 이 공간에서만큼은 달랐다.

그가 지금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를 만나지 못한지도 꽤 되었으니까.

찰박…… 찰박…….

입고 있던 옷을 가지런히 벗어낸 그녀는 미리 준비해둔 여벌의 옷을 준비한 뒤 그대로 호수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달빛을 받아 환하게 비춰지는 호수는 아름다웠다.

“하아…….”

차가운 감촉이 전신에 전해져 오자 그녀가 붉어진 얼굴로 눈을 가늘게 떴다.

“감을 잡은 거 같던데…….”

그는 그녀를 향해 매번 재앙에 가까운 재능이라고 말했지만 그건 그녀의 시선에도 마찬가지였다.

데이비는 한 가지 계통에 극한의 재능을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남들은 절대 불가능한 절대다수의 재능을 지니고 있다.

데이비의 말대로라면 그게 그가 가진 고유의 특성 탓인지, 아니면 제 스승들에게서 얻은 재능인지는 알 길이 없다.

중요한 것은 데이비의 성장 속도는 언제나 경이로운 수준이라는 점이었다.

[고민이 많아 보이네. 후손님.]

“아 선조님. 엿보는 건 안 되는데요.”

물속에 몸을 숨긴 채 그녀가 불만스레 중얼거렸다.

“그동안 어디 가셨던 거에요?”

[영체를 유지하는데에도 슬슬 한계에 부치니까. 데이비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나도 이제 떠날 때가 다가오는 것일 테지.]

“말하지 않으시겠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씁쓸하게 중얼거린 그녀였다.

“데이비가 가진 그 특성이라는 힘…….”

[성취가 제법인 거 같던데.]

“위험하진 않나요?”

[이 상황에서도 자기걱정이 아니라 그놈 걱정이라…….]

그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서렸다.

[그놈 하기 나름이지. 애초에 그 특성을 가진 건 그놈뿐이니까.]

영웅이라고 해서 처음 보는 특성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

[그보다 후손님. 곧 혼인을 치르겠군.]

“그러네요.”

씁쓸함이 서린 얼굴로 그녀가 힘없이 웃어 보였다.

“언젠가는 있을 일이니까요. 언제까지고 황궁에 머무를 수는 없으니.”

[끝까지 말하지 않을 겐가?]

이전에 데이비에게 입을 맞춘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데이비는 비몽사몽 한 상태였기에 기억이 모호한 편이었다.

완전 기억능력은 인지한 것은 확실히 기억하지만, 의식이 날아간 상황에서의 기억까지 기억할 순 없다.

[안타까운 일이군. 그저 속에 든 것을 표현하면 좋을 텐데.]

“좋아하는 건 맞지만. 제가 속내를 털어놓은들 달라지는 게 있을까요?”

그녀의 물음에 하레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녀석은 이미 결혼한 몸이니까요.”

[그렇지.]

“두 사람의 평온을 깨고 싶진 않아요.”

물론, 에이리아라는 존재가 있긴 하지만 데이비가 그녀를 받아들였다고 하여 일리나가 거기에 밀고 들어가 자리를 요구할 자격은 없다.

“있잖아요. 선조님.”

그녀가 키득거린다.

“사실 자신이 없어요. 직접 거부당할까 봐.”

그녀가 코 바로 아래까지 물에 몸을 담갔다.

[자신이 없다라…… 내가 아는 후손님은 그런 것 한마디를 못 해서 끙끙 앓는 위인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일리나는 대답 대신 부글부글 거리는 거품만을 만들어냈다.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지. 이런 말 하기 뭣하지만, 딸자식이 후손님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했지?]

기회 줄 때 잡아라.

[자랑인지 험담인지…… 적어도 내가 아는 페르세르크는 빈말을 하는 아이는 아니었으니까. 참 옛말에 그런 말이 있었지……]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나무에 기대듯 서 있던 그의 영혼이 파스스 흩어졌다.

[어차피 병신이 될 거라면 저질러보고 병신이 되라고.]

“왜 절 돕는 건데요?”

사실 그것이 제일 궁금했다.

“페르 언니는 선조님의 딸이잖아요. 딸과 결혼한 남자를 제가 좋아하는 건데 선조님 바보예요?”

그 물음에 하레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후손님. 나도 다 퍼주는 호구는 아니야.]

“그런데 왜…….”

[데이비도 소중한 제자지만, 내게 제일 중요한 건 딸의 안위다.]

너무도 진중한 그 한마디에 일리나가 침묵했다.

대체 페르세르크에게 무슨 비밀이 더 숨겨져 있기에 그녀를 사랑하는 아비인 하레스마저 그런 행동을 취하는 것일까.

[이제 권능도 없어서 힘도 약한 아이가 허리가 부러지면 어쩌려고.]

뜻을 이해한 일리나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

믿은 자신이 병신이지…….

신격화되는 절대 적인 존재. 검신이 저런 작자라는걸 팔란 제국의 인간들은 알고 있을까…….

괜히 얼굴이 붉어진다. 얼굴에 쏠린 열을 식히기 위해 그녀는 그대로 호수에 완전히 몸을 담가버렸다.

“나도 모르는 건 아니에요…….”

* * *

이 공간 안에 구현화 된 이클립스와의 격돌은 계속되었다.

쿵!!! 쿵쿵!!!

마치 수십 갈래의 광선이 쏟아지는 것처럼 이클립스의 브레스가 쏟아진다.

그녀의 브레스는 단순히 입에서 모아 발사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닿는 것만으로도 재앙을 불러일으킬 만한 가공할 재앙이 지상을 모조리 불태우며 나를 압박해왔다.

세 가지 종류의 마나, 금기의 힘, 신력을 모두 봉인한 채 포식의 특성과 그 특성으로 먹어치운 이클립스의 마나만을 사용하여 싸운 지 벌써 꽤 시간이 흘렀다.

처음엔 부상투성이에 도망치기 바빴으나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콰지지지지직!!!

허공에 떠오른 나를 향해 날아드는 브레스를 한 손을 뻗어 포식의 힘을 끌어내 먹어치운다.

힘겨루기하듯 허공에서 버티던 나는 닥치는 대로 그녀의 마나를 먹어치우며 빠른 속도로 접근했다.

‘오른쪽. 두 걸음 후 스웨이.’

콰아앙!!!!

쉬리리릭!!!!

‘전방위 꼬리 공격, 그 후엔 반드시 휘두르기나 낚아채는 공격이 들어온다.’

쉬리릭 콰앙!!

소닉붐을 가볍게 일으키는 꼬리 공격을 몸을 숙여 피해내기가 무섭게 이클립스의 거대한 앞발이 나를 통째로 잡아채기 위해 뻗어졌다.

역시나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했던가.

공격방식은 다르지만, 생명인 이상 버릇은 존재한다.

이클립스가 가지고 있는 버릇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그것을 철저하게 이용한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육체 스펙이 아직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방심하지 않는다면 피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이르렀다.

이성을 잃어 제대로 된 마법도 쓰지 않고 단순히 육탄돌격에 브레스만 쏴댈 뿐이지만 그것만 해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게다가 이성을 잃어도 그녀는 본능에 의한 태생적인 힘을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다.

사실 처음엔 이클립스의 힘이 아니라 이 포식이라는 기이한 특성을 이용해 이클립스 자체를 먹어치울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했지만.

그것은 검을 갓 배운 검사가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걸 벌써 경험하고 크게 쓴맛을 본 바 있었다.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불가능하진 않으리라.

이클립스의 거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회전하듯 공격을 피해낸다.

쉬지 않고 날아드는 공격이지만 나는 초 단위로 계산하며 그녀의 다음 행동 패턴을 예측하고 공격을 흘리거나 피해냈다.

브레스와 꼬리치기. 앞발의 날카로운 발톱공격까지. 쉬지 않고 몰아치는 공격은 분명 위협적이다.

내가 그녀의 공격을 계속해서 피해버린 탓일까.

극도로 분노한 이클립스가 격한 포효를 터뜨려 강제로 피어를 발산했고 이내 내 퇴로를 틀어막은 채 브레스를 직격으로 발사했다.

‘발사거리. 회피 불가.’

‘브레스 위력. 흘리기 불가.’

그렇다면 남은 것은.

정면 방어 단 하나뿐.

콰드드드드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연녹빛을 띤 무형의 무언가가 내가 내 뻗은 손바닥을 기준으로 퍼져 나와 브레스를 씹어 삼키기 시작했다.

먹어치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제어가 힘들어지니 짧게 끊어내고 파고들어야 한다.

그러니. 강제로라도 틈을 만드는 수밖에.

내가 이클립스의 마나를 먹어치우고 얻은 것은 육체능력 뿐만이 아니다.

마침 그녀의 마나와 충돌하며 내 안에 있던 이클립스의 마나가 더더욱 맹렬하게 발화한다.

“데이비!!”

예정했던 것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자 일리나가 당황한 듯 소리쳤지만 나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쓰읍…….”

짧게 숨을 고른 내가 눈을 감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이클립스의 브레스는 마치 프레스로 찍어누르듯 내 전신을 압박했다.

불지옥이 된 지상의 바닥이 우그러지고 내 몸이 강제로 짓눌린다.

단순히 육체능력의 상승만을 목적으로 내가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반신의 위계를 넘어, 나라는 존재가 도달하지 못하는 전혀 다른 계통의 힘까지도 모조리 먹어치워 사용하기 위한 시도.

그것이 내가 이 함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선택하고 고른 이유였다.

이클립스는 반쯤 이성을 놓은 상태이기에 내가 뭘 하는지 직접 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하지만 걱정 마라.

마나는 눈보다 빠르니까.

이윽고 눈을 천천히 뜨자 세상의 시야가 마치 거대한 법칙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이클립스의 마나를 뜯어먹고 얻어낸 두 번째 힘을 망설임 없이 목소리에 담아 발현했다.

이거.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쿠웅!!!

[절대용언]

[꿇어라.]

쿠웅!!!!

마치 우주에서 떨어진 거대한 운석이 거대한 용을 짓누르듯 이클립스의 육신이 비틀거리며 한차례 크게 휘청거렸다.

오로지 고대룡에게만 허락되는 절대적인 힘. 오만하면 오만할수록 더욱 강해지는 언령.

절대용언.

현재 세상에선 아비트와 이클립스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사용할 수 없는 그 용언이 고작 인간이었던 내 입을 통해 발현된다.

가설이 들어맞았음을 입증하는 결과다.

동시에, 나는 전신에 활성화하던 포식의 힘을 내 오른손에 집중하듯 끌어모았다.

그리고, 광기가 나를 잠식하기에 사용하지 않고 봉인해두었던 마나를 다시 깨워내기 시작했다.

“데이비?! 여기서 뭘 하려고?!”

“실험한다.”

말끝을 흐리는 그녀의 말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마나를 활성화 한 상태에서 포식의 특성을 발현하면 순식간에 광기가 나를 먹어치운다.

왜? 어째서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인가.

해답 자체는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이 망할 놈의 포식 특성이 광기를 내비치는 경우는 단 한 가지뿐이다.

내가 먹어치운 힘을 버리지도 않고, 내게 맞게 개조하지도 않았을 경우.

그러니까, 이 망할 놈의 특성은 내가 평소에 활성화 하고 있는 마나나 금기의 힘, 신력조차 먹어치우되 내게 맞게 변하지 않은 힘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버림 패도, 사용 패도 아닌 보류 패로 보유하고 사용하고 있으니 그게 전부 공복의 광기가 되는 것이고.

하지만 만약에 내 힘을 특성을 이용해 개조해버릴 수 있다면?

광기가 나를 지배할 일은 사라진다.

과감한 시도지만 나는 망설이지 않고 첫 번째 힘을 개방했다.

신성력.

개방.

화아아아아악!!!

새하얀 에너지가 넘쳐 흐르며 포식의 특성이 닥치는 대로 신성력의 구조를 뒤바꾸기 시작했다.

태초의 힘인 마나의 근본적인 구조가 뒤틀리고 바뀐다. 그 부품으로썬 이클립스의 마나가 사용되었다.

“크으?!”

상당한 어지럼증과 함께 게을러터진 신성력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그 게을러터진 성격은 변하지 않지만. 신성력이 가진 특성이 내가 아는 기본적인 신성력과는 다른 무언가로 변했다는 건 내가 가장 잘 느끼고 있었다.

이에 본능적으로 내가 검지와 중지 손가락만 펼친 채 하늘 위로 들었다.

만물을 관장하는 태초의 의지 프리아 여신께 고하오니.

당신의 중지 손가락, 내가 매우 높게 평가.

[9위계 초월 성마법.]

[신의 중지 손가락]

츠츳…… 콰직…….

새하얀 벼락이 한차례 튀었다.

그리고. 내가 반응할 새도 없이 어마어마한 힘이 서린, 도저히 신성 공격마법이라곤 볼 수 없는 막대한 파괴력이 서린 새하얀 빛의 기둥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빛의 광선이 이클립스에겐 꽂히지 않았다. 허공에서 무형의 장막에 막힌 것처럼 폭발하며 사방으로 비산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 입가에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실패가 아닌 성공이라는 걸 눈치챘으니까.

본래의 신성마법이 바뀐 것이다. 그것도, 내게 가장 최적의, 또 내게 가장 유용한 형태로.

창공에서 폭발해버리며 수백 개의 잔재로 나누어진 빛의 조각들은 잠시 멈추는 듯했고, 이내 다시 중력의 영향을 받듯 빠르게 쏟아지기 시작하며 어마어마한 수의 빛의 기둥이 되어 쏟아져 내렸다.

최상위 공격 성마법을 내 특징에 맞춰 쏟아붓는다.

“알겠구만.”

신성력의 변화.

새롭게 진화하듯 변해버린 신성력은. 내가 신성 마법을 볼 때 가장 필요하다 싶었던 부족한 부분을 개선 받은 채로 발현된다.

그 위력의 여파는 아직 포식 특성의 제어능력 부족으로 크게 늘어나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방식대로 성장할 가능성을 얻었다.

회랑 최강의 영웅이었던 헤라클래스와 매우 흡사한 힘…….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갈고닦은 범위의 힘을 끝도 없이 진화시키는 헤라클래스의 힘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방대한 범위의 힘을 진화시켜 사용하는 내 힘.

힘의 한계치는 헤라클래스가 높을지 모르나, 방향성과 범위에 한해선 진화가 감히 따라올 수 없다.

밸런스 패치 제대로 받았다.

“떡상 가자!”

이클립스의 날개 피막을 찢어버리며 쏟아지는 힘이지만 아직 부족하다. 나는 거기에 대고 금기의 힘을 포식의 특성에 먹여 넣기 시작했다.

그래. 넌 어떻게 변하는지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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