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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891화 (891/1,559)

제 891화

“끔찍한 경험이었네.”

넓디넓은 바다 위로 배를 까뒤집은 채 둥둥 떠 있는 거대한 흰수염고래가 보인다.

그리고 그런 흰수염 고래의 배 위에 붉은 머리칼의 소녀가 의식을 잃은 채 추욱 늘어져 있다.

끔찍한 개그를 저지른 인어 소야와, 그런 소야의 말 같지도 않은 개그에 웃음을 터뜨린 베헤모스에게 철혈의 응징을 가한 결과가 이것이었다.

“진짜 생각지도 못했네. 단순하니까 오히려 이런 개그가 웃기게 들린 건가.”

다시는 듣고 싶지 않고, 말로 사람이 이렇게 두들겨 맞을 수 있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회랑의 영웅들에게 배울 때 이후로 이토록 무력감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다시는 못 하게 해야겠다.”

“저 말 같지도 않은 장난을 듣고 이해한 본녀의 귀를 틀어막아버리고 싶을 지경인 게야.”

핼쑥해진 얼굴로 페르세르크가 내 품에 안기듯 기댔다.

그녀가 이토록 몰아붙이다니 불사이며 바다의 여왕이라 불리는 종족의 이름값이 괜히 나온 건 아닌 모양이었다.

나는 둥둥 뜬 채 기절한 베헤모스를 바람으로 바다 저편으로 밀어버리며 말했다.

“부디 깨어났을 땐 그 재앙의 주둥아리를 닥쳐주길 바란다.”

“그대도 입만 열면 파멸을 부르긴 하지.”

“내가 저런 것과 같냐.”

다시는 듣고 싶지 않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 * *

“뭐라고? 섬이 사라져?”

“예, 과거 극비에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섬 기억하십니까.”

“알고 있지. 프로젝트 동결 이후 자료를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을 텐데?”

“그곳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극비리를 유지해야 하기에 최소한의 인원만 투입했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섬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라…… 자연현상이나 내부의 문제 가능성은?”

“주변 일대를 조사해보았지만, 흔적도 남지 않은 터라…….”

“타국의 테러 공작 가능성은 없는가?”

“애초에 몬스터를 잡아 비밀리에 실험한다는 이유로 테러를 감행할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저희 미합중국의 스케일이 컸을 뿐 대부분의 국가가 그러했으니까요”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는 건 만국 공통의 전술이나 다름없다.

“그럼 대체 뭐야!”

대통령이 인상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그 근방에 하와이가 있을 텐데?! 우리 미합중국 국민이 불안을 느끼면 다음 총선에 괜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걸 왜 모르나!”

“죄송합니다. 각하.”

“혹. 각성자의 가능성은 없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아예 가능성이 없진 않습니다. 실제로 과거 티오니스 성자 같은 일개 군단급 전력도 존재했지요. 혹은 새로운 몬스터일지도 모릅니다.”

“각성자라면 반드시 찾아내. 저 정도 화력을 보유한 각성자라면 우리 미합중국의 입지를 극명하게 올리리 수 있다. 회유할 수 있는 수단은 전부 동원해도 좋네.”

“알겠습니다.”

* * *

우우우웅…….

어두운 밤. 은밀하게 몇 대의 두돈반급 트럭들이 특이한 물자를 싣고 폐 공장지대로 들어선다.

사람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거대한 상자들이 가득 담겨있었으니 말이다.

생물학 병기. 핵병기. 등등 위험 무기는 많다. 최근에 와서는 마나를 이용한 무기도 나

“물건은 확실해?”

“그래. 전량 확인했다. 어서 격납고에 적재시켜.”

정신없이 움직이는 이들을 보며 서윤이 눈을 가늘게 떴다.

“확실하네요. 다카예프가 말한 마신이 분명해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저들에게 들키면 나머지 기지를 제대로…….”

“여기서 기다려.”

“네?”

“5분 뒤에 합류해.”

그렇게 말하며 허공을 후려친 그가 깨진 균열 속에서 검은빛의 단검 두 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검은 연기에 휩싸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무슨?!”

마나의 존재를 알지만 보고도 이해가 가지 않는 현상에 모두가 침묵하던 순간.

화륵!!

데이비가 일순간 증발하듯 사라졌다.

그리고.

치잉!!!!

거대한 푸른 빛의 장막이 인근 폐공장지대 전역을 감쌌고.

[---!!!]

소리 없는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세상에…… 지금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들은 적이 있어. 사일런스 마법. 각성자 중 일부가 사용하는 힘이야. 일대 영역의 소리를 차단할 수 있어.”

경악스러운 듯 한 사내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저렇게 거대한 무음 장막은 처음 보네요.”

“티오니스 성자라고 했나. 단순히 소문인 줄 알았는데…… 너무 어처구니없는 괴물이구만…….”

[---!!]

[---!!]

수차례 폭음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들 사이사이로 마치 검은 안개들이 줄기처럼 뻗어져 나가며 닥치는 대로 부수기 시작했다.

“저건…… 뭐지? 사령술사 계통의 마법인가?”

“아니에요…….”

경악한 한 여성이 중얼거렸다.

“저건…… 그 사람이야.”

검은색의 수십 가닥의 줄기가 마치 활공하는 독수리처럼 흩어졌다가 모였다가를 반복하며 닥치는 대로 부수고 있다.

“너무 빨라서 잔상이 남는 거 그런 거야?”

“그런 것 같네요.”

“세상에, 겨울인가?”

“여기 열대지방이에요.”

“섬뜩하네 진짜…… 적대했으면 끔찍했겠다.”

그 말에 서윤은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보기 전까진 믿기 쉽지 않겠죠. 상위 마신을 웃는 얼굴로 찢어발기던 인간인데요.”

“같은 인간이 맞는지 의심스럽네. 애초에 20대도 아니라면서. 저 어린 나이에 저 정도면, 티오니스의 인간들은 다 저래?”

“티오니스 필드에 넘어갔던 1차 각성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저 사람이 유별날 정도라고 하네요.”

재앙에 가깝던 흉신들을 모조리 격살한 인간이니 당연한 결과겠지만.

그들은 멍한 얼굴로 그 현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거기에 들어간들 그들은 방해밖에 안될 테니까.

이윽고 데이비가 약속한 5분이 지났을까.

진동이 사그라진다.

“……진짜 5분이야? 육안으로 봐도 50이 넘는 인간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는데…….”

바깥에 있는 이가 50이라면 실제로 그 수는 200명이 넘어도 이상할 게 없다.

각성한 존재. 특수 훈련을 받은 특작부대의 존재가 이토록 허무할 수야 있는가.

멍한 얼굴로 바라보던 이들은 곧 장막이 걷히자 홀린 것처럼 내부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신의 것으로 보이는 불 꺼진 인간의 형체들을 산처럼 쌓아놓고 그 위에 느긋하게 걸터앉아 기다리고 있는 데이비를 볼 수 있었다.

검은 머리에 붉은 안광을 일렁이며 새하얀 빛을 머금은 돌멩이를 쥐고 있는 데이비의 모습에 모두가 긴장한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도망쳐 나온 사람은 하나도 없었지?”

“……네.”

“그럼 전부…….”

“암살이네요.”

“이렇게 무식한 암살이 어딨어!”

경악한 윤석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보는 놈 없으면 암살이야.”

“흐억?!”

기겁한 윤석이 고개를 돌렸다.

“정리 다 했으니까 들어가. 싸그리 치워야지.”

“혼자서…… 다 죽이신 거예요?”

“그런 이야기는 됐고. 들어가. 안에 증거품이 있으니까.”

같이 작전을 펼친다고 들어오긴 했지만 이렇게 보면 완전히 방해꾼 취급이 아닐 수 없다.

“이럴 거면 우린 왜 데리고 온 거야.”

그런 윤석의 투덜거림에 데이비가 조용히 대답했다.

“왜 데리고 오긴. 길잡이 역할이지.”

그 말에 윤석이 허탈한 목소리를 냈다.

“거짓말이고 따라와.”

“다른 곳은…….”

다카예프는 절대 발설하지 않겠다며 호언장담했었다.

하지만 데이비의 장담대로 고작 30분도 채 되지 않아 말을 바꾸었다.

[말할게…… 말할 테니 제발 죽여줘…….]

얼마나 끔찍했기에 인간이 그 지경이 되는가.

“어련히 잘 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라. 중요한 건 이거 아닌가?”

현재 아다만티움이라는 이름을 지닌 이 국제 범죄조직이 바라는 것은 마신을 통한 몬스터의 격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들은 더 많은 실험체를 확보하고 만들어진 마신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균열을 위장한 국가분열을 꾀하고 있다.

“늦으면 대참사 난다. 얼른.”

내 말에 서윤이 눈을 부릅뜨며 후다닥 뛰어들어갔다.

아무리 다카예프가 주요인물이라 해도 그가 모든 정보를 알 순 없다.

모르는 걸 고문한다고 알 수 있는 건 아니니 말이다.

“그래, 대규모 공습 테러를 막지 못하면 그건 전쟁으로 번질 거야.”

운석과 함께 온 중년 남성이 허겁지겁 안쪽으로 들어갔다.

“제발…… 제발 있어라!!”

이번에 실패하면 경계를 하기 시작한 적이 정보를 말살할 가능성이 높다.

허겁지겁 정보를 찾는 이들을 보며 나는 주변의 기척을 완전히 차단했다.

“세상에. 이건 아프간 쪽 언어, 이건 불어잖아. 대체 몇 개 국가에서 모여든 거야.”

“사실상 전 세계에서 다 모였다 생각해도 될 거야. 이쯤에 있을…… 찾았다!”

그가 눈을 부릅떴다.

* * *

“위원장님.”

“어떻게 됐습니까.”

“격납고로 준비했던 A,D,F,I 적재소가 모조리 박살 났습니다. 완전히 저희 상상을 초월하는 화력이었습니다.”

“그렇군요.”

젊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담담하게 답했다.

“예상은 했습니다.”

“위원장. 이대로 가다간 저희 계획이…….”

“아뇨. 예정대로 진행합니다. 상당한 손실이 있지만, 티오니스 성자의 시선을 그쪽으로 끈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시작하지요.”

“예.”

“이번 일만 성공하면 가시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겁니다.

* * *

“이…… 이이이이!! 이런 미친 새끼들이!!”

컴퓨터를 조작하다 격분하는 사내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한다.

“무슨 일이에요?”

“이 자식들의 작전 결행일이 15일 22시야. 일본과 한국 전부!”

그 말에 서윤이 인상을 찡그렸다.

“15일이면 아직 24시간 정도 남았네요. 지금이라도 가서 대비한다면 대참사는…….”

“정신 차려. 단순히 생각할 문제가 아니야, 이곳과 한국 쪽의 시차 차이를 생각하면……”

“설마!”

윤석이 눈을 부릅뜬다.

“오늘…… 바로 지금이 결행 시기야. 그나마 다행이라면 정확한 위치 정도인데…… 지금 가서 대비한다 한들 늦어. 명동과 시부야라면 지금은 사람이 한창 몰려있을 시기야!”

일본은 한국인이.

한국은 일본인이.

정작 두 국가는 전쟁을 일으킬 생각이 전혀 없지만, 상황이 그리되면 안 그래도 견제하기 바쁜 두 국가의 사이가 극도로 나빠질 터.

안 그래도 한국과 일본은 마냥 사이가 좋지는 않았으니까. 특히 현 일본 정부는 우익 성향이 굉장히 득세를 이루고 있다.

물론 그것만으론 전쟁이 터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흔들린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두 국가를 이간질할 가능성이 높다.

한번 거하게 대참사를 겪은 각 국가는 상대 국가가 짜고 치고 잡아뗀다고 생각할 테니까.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이들이 테러를 감행하려는 방식이 참 가관이다.

몬스터 균열을 인위적으로 일으키는 것.

그것을 본 세계 각국은 단순한 두 국가의 분쟁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몬스터 균열은 제어할 수 없는 핵미사일과 같고 그것을 제어할 수단을 두 국가가 지녔다고 판단한 순간 너도나도 참전해 물어뜯으려 들것이다.

이윽고 모두의 시선이 내게 모여들었다.

뭐, 어떻게 해달라고.

“당장 돌아가야 해요! 이제는 비밀리에 움직일 여건이 아니라구요! 당장 각국에 알려 대비를 해야!”

내가 워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서윤이 급히 내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나는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다 물었다.

“정확히 얼마나 남았지?”

“길게 잡아도 2시간. 아마 우리가 이곳으로 온 것을 확인했으니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도 충분할 거요. 아마 지금 당장 결행하려 들겠지.”

전쟁에서 중요한 건 구실이다.

“명분만 있다면 얼마든지. 게다가 각국에 숨어든 그들의 끄나풀이들이 조작을 하는 순간…….”

전쟁의 명분이 완성된다.

나는 피식 웃으며 아다만티움의 위원장이라는 놈이 세운 계략을 비웃었다.

“재롱잔치가 퍽 재밌게 굴러가네.”

“지금 그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을 때가…….”

“됐어. 저놈들 원하는 대로 해줄 생각은 없어. 이놈들 본진에 대한 정보는?”

“자…… 잠시만요! 차, 찾았습니다!”

“위치는?”

전혀 개의치 않고 내가 말하자 윤석이 내 팔을 잡았다.

“방금 한 말 못 들었어?! 전쟁이 터질 수도 있다고!!”

“그래서?”

“뭐?”

“착각하는 거 같아서 해주는 말인데. 나는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니야. 나는 데이비 올 라운. 라운 왕국의 1왕자다.”

“그, 그건…….”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내가 두 국가의 전쟁을 막기 위해 급하게 뛰어다닐 이유가 없다.

“내 목표는 너희 나라의 평화유지가 아니라 이 아다만티움인지 나발인지 하는 조직을 만든 그놈의 얼굴을 보는 거야.”

“…….”

주변이 고요히 침묵했다.

“그럼 저희라도 보내주세요. 그 정도는 도와주실 수 있잖아요.”

서윤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신경 쓰지 말고 다른 정보나 좀 찾아봐.”

“뭐라고요?”

“위치와 시간만 특정할 수 있으면 이쪽이 한 수 위야. 저놈들이 균열을 만들었을 때 파장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어. 대처가 안된다는 뜻이거든.”

“그게 무슨 상관인데요?”

“근데 균열이 열리는 것만 확인되면 말이야.”

내 손을 대지 않아도 강제로 닫아버리는 게 가능해.

자연균열과 흡사해 보여도 마나로 만들어진 인공 균열이니까.

저놈들은 꼴에 나를 속였다 판단한 모양이다.

나는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다 어딘가를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조금만 기다려. 지금 만나러 갈 테니.”

“저희는 나라의 전쟁을 막아야 해요!!”

“괜찮다니까. 지금 니들이 가는 것보다 더 확실한 대책은 세워놨으니까.”

서윤은 잘 모르는 듯하지만, 이쪽은 선녀의 힘과 해태의 힘을 지닌 예지능력자가 존재한다.

같은 시각.

서울의 명동거리.

사람의 활기로 가득한 명동의 거리를 바라보는 몇몇 인물이 있었다.

“여긴 1 강습팀. 목표위치에 도달했습니다. 균열 발생장치 가동 준비 완료. 명령을.”

[치익. 이쪽은 시부야 담당 2 강습팀입니다. 이하 보고 내용은 같습니다.]

보고가 올라오자 무전기 너머로 누군가의 느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작하세요. 티오니스 성자에게 전략이라는 게 어 건지 확실히 보여주면 됩니다. 결국, 그는 우리를 막지 못할 테니.]

그 말에 명동거리를 바라보던 일본 출신 사내 무고 이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시부야 쪽을 담당하는 제 동료에게 연락했다.

“이봐, 미스터 박. 확실히 처리하도록.”

-그쪽이나 잘하시지. 우리의 염원을 위해.

“우리의 염원을 위해. 지옥에서 보자고.”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에 무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해.”

그 말과 함께 준비된 장비가 가동된다.

무형의 파장이 퍼져나가고 미리 준비된 장소에서 이변이 일기 시작한다.

동시에 하늘에서 거대한 균열이 열리기 시작한다.

몬스터를 제어할 수 있는 힘을 지닌 마신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제 저 마신들이 몬스터를 이끌고 난동을 부리면 자신들이 몬스터와 협력 대학살을 벌이고 장렬하게 전사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각국은 몬스터와 함께 습격을 감행한 자신들의 시체를 조사해 어디서 온 존재인지 알아낼 테니까.

서서히 열리는 균열에 사람들이 멈춰선다.

그리고 경악한 표정으로 웅성대기 시작한다.

사이렌도 없고 경보도 없이 갑자기 균열이 열렸으니 당황할 수밖에.

패닉에 빠져가는 그들을 놀리듯 더욱 커지기 시작한 균열 속에서 타오르는 거대한 손이 비집고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자. 시작이다! 우리의 결의를!! 빌어먹을 몬스터를 마지막 한 마리까지 쳐 죽이고, 그것으로 배를 불린 자들을 모조리 격멸할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의 광기 어린 외침에 모두가 동조하듯 결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집단 광기.

그것이 아다만티움을 유지하는 힘이었다.

그때였다.

지잉…… 쩡!!!!

아무것도 없던 하늘에서 분홍빛 섬광이 일순간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그 섬광은 정확히 균열에 쏟아져 내렸고.

“무슨?!”

거대한 무형의 충격파와 함께 균열을 지워버렸다.

단순 화력으로 지울 수 있는 균열이 아니다.

그런데 균열이 지워졌다.

“어떻게 된 거야!!”

경악한 외침에 장치를 만지던 부하가 당황한 듯 중얼거렸다.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주변 마나가 모조리 동결됐어요! 마치 EMP라도 맞은 것처럼…….”

마나가 EMP탄을 맞는다고 멈출까, 그럴 리 없다.

그렇다면 지금 벌어진 현상은 무엇인가.

당황한 얼굴로 어찌할 줄 몰라 하던 찰나. 그가 황급히 망원경을 꺼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검은빛의 거대한 비공정 같은 것에서 떨어져 내리는 어떤 것을 말이다.

쿵!!!!

이윽고 건물의 옥상으로 추락하듯 떨어져 내린 무언가는 투신자살이라도 한 것처럼 바닥에 처박혀버렸다.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이게 무슨 귀신이 곡할 노릇인가.

당황한 이들이 움직이며 추락한 여성을 조사하려던 찰나.

산발처럼 흩어진 그녀의 머리카락이 움직인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치 공포영화의 귀신처럼 그녀가 삐걱거리며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한다.

[같이…….]

같이라는 단어에 모두가 침묵했다.

[놀자…….]

창공에서 추락했으나 너무도 멀쩡한 모습을 하고 있는 생체 골렘. 에나벨의 등장에 그들의 표정이 파랗게 질렸다.

같은 시각. 시부야.

“륀느, 습격을 낮게 평가.”

피 묻은 빠루를 빙글빙글 돌리며 륀느가 자박자박 걸어 엉뚱한 표정을 짓는다.

“크륵…… 여길 어떻게…….”

당황한 미스터 박의 물음에 륀느가 라이트 세이버를 들어 올렸다.

“데이비 님의 계획. 모두 한 수 위였다고 해석해.”

콰직!!

국제 조직 아다만티움이 전체적으로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위원장의 위치를 찾아내고 이동을 시작한 데이비에게서 화룡점정을 찍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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