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898화 (898/1,559)

제 898화

256. 성장통

“감자 먹이자니까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깔끔하게 주님 곁으로 보내주면 됩니다.”

뒷일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설전을 펼치는 교수진들의 말이 계속될 때마다 촌치 교수와 바이스 교수의 표정이 흙빛으로 변해만 갔다.

당장이라도 때려죽일 것 같은 시선들이다.

“이건 정말 모함입니다! 그리고 저 두 장의 시험지는 증거가 될 수 없어요!”

촌치 교수가 억울하다며 소리 질렀다.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하셨소?”

고르네오 남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왕자께서 낸 특별 문제는 극도의 난이도를 요구하나 노력한 자라면 풀 수 있는 문제요.”

“그건…….”

“또한, 그것을 풀 수 있다면. 왕자께서 마지막에 문제를 바꿔도 전혀 모를 수 없는 문제지. 오히려 난이도면에선 더 내려갔으니까. 문제는 1도 모르는 생도가 2의 문제를. 그것도 왕자님이 직접 작성하신 문제 해답을 교묘하게 뒤틀어서 해답을 써냈다는 겁니다.”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면 전혀 풀 수 없는 문제니까.

즉 문제에 대해선 하나도 이해 못 하지만 답의 해석만 외우고 있는 이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문제나 다름없다.

즉 내가 낸 문제는 더하기를 4번하고 곱하기를 두번 하는 문제에서 더하기를 8번 하는 것으로 바꿔버린 것과 같다.

“그건…….”

“자자. 그러지 말고. 어디 확인이나 해봅시다.”

내 말에 모두가 나를 바라본다.

“그러면 됩니까?”

너무 간단한 문제였다.

애초에 성적 조작을 하는 이유는 고득점을 따낼 수가 없기에 조작을 하는 것이다.

즉, 자신의 집안 배경만 믿고 있는 놈들이 그만한 노력을 했을 리 없다.

내 말에 촌치 교수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거봐요. 걍 패 죽이자니까? 저 두 인간 때문에 지금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노력들이 죄다 물거품이 된 거잖아.”

앨리스 대주교가 테이블에 커다란 손자국을 만들어낼 것처럼 우그러뜨리며 스산하게 중얼거렸다.

“독방에 가두고 감자만 먹입시다. 아, 찐 감자는 안 됩니다. 그건 맛있어서.”

올만 교수는 여전히 감자를 손에 쥐고 말했다.

“그러지 말고…….”

“아니 그러니까…….”

교수들의 의견을 보면 무슨 사형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사형집행인 같은 모습이다.

물론 그럴수록 촌치 교수와 바이스 브로커 교수의 표정이 굳어진다.

“촌치 교수님.”

“흐읍?! 예…… 예!”

“아직 할 말 남았습니까?”

내 물음에 그는 눈치를 살피다가 이내 고개를 숙여 보였다.

“용서해주십시오! 결단코 이럴 의도로…….”

“하인스 후대기수로 들어오신 교수님들도 들으셨겠지만, 하인스 아카데미는 국제 연합과 조약을 맺고 완전 중립 아카데미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어떤 정치적인, 또 그 외에 어떤 이점도 포기하고 오로지 교육만을 위해 존재하죠. 그래서 저 또한 학장 자리에 앉아있으면서도 대부분의 학교 권한을 교수님들과 각 생도 학생회에 위임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스스로 이끌어나가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그런데 그런 아카데미의 가장 기본적인 방침을 정면으로 부정하시네요.”

스으윽…….

“흡?!”

“비리를 저지르는 건 본인 자유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지요 동의합니까?”

겁에 질린 촌치 교수와 바이스 교수가 슬금슬금 물러났다.

“나…… 나를 대체 어찌하려는 게요!”

“어쩌긴요. 나는 앨리스 대주교의 제안이 참 마음에 드는데 말입니다.”

“주…… 죽이겠다는 거요?! 그럴 순 없소! 아무리 당신이 학장이고 내가 교수라곤 하나 그것은 이 하인스 아카데미의 입장일 뿐이오! 나는 지금 당장 이 일을 그만두겠소!”

“그만두면 다 해결된답니까?”

“적어도 나를 어찌할 명분은…….”

“아. 외부인이고, 타국인이니까 어떻게 할 수 없다?”

“그…… 그렇소! 또한, 지금 하인스 아카데미 교수직을 사퇴했으니 우리의 문제는 각 해당국가에서 재판받을 거요!”

“그…… 그렇소! 정당한 국가의 재판을 요구하는 바요!”

이미 들킨 마당에 더 숨겨봐야 의미 없다고 판단했는지 그들은 아예 배짱 장사를 걸어왔다.

확실히 하인스 아카데미의 교수진 중 대부분은 각국에서 모여든 이들이다.

실질적으로 인재 부족에 시달리는 라운 왕국 출신의 교수는 끽해야 두어 명 정도.

그를 처벌하는 문제 또한 그렇다. 실제로 그들의 행동은 대량의 배상금 정도로 그치는 게 대부분이니까.

하지만.

팍!!

“어…… 어어?!”

빠아아악!!!

그의 멱살을 틀어잡은 내가 망설임 없이 주먹을 후려갈겼다.

피와 함께 이빨이 몇 개가 튕겨 나가며 촌치 교수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끄으으으으…… 이 사실이 밖에 알려지면 하인스 아카데미의 명성에 크나큰 누가 될 거요…… 냉정하게 대처하면 이 일은 불문에…….”

“일을 저지른 당신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어. 그리고.”

이런 일은 숨길 생각이 전혀 없다.

“단호하게 못을 박을 거다.”

비틀거리는 그를 향해 스산하게 웃어주자 그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의학부 교본을 높이 들어 올렸다.

퍼어억!!!!

* * *

대부분의 교수들이 보는 앞에서 이런 일을 저지르면 당연히 반발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초기의 교수진들은 촌치 교수와 바이스 교수에게 어떤 동정도 보내지 않았다.

자신들이 어렵게 쌓아온 하인스 아카데미의 이미지를 단 두 명의 신입 교수들이 망쳐놓았으니 말이다.

하인스 아카데미의 교수들은 늦게 왔건 일찍 왔건 세상에 이름을 얼마나 날렸던 존재건 반드시 서로 존중한다.

내가 그들에게 가르친 것도 있지만 그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주입시킨 아카데미의 교칙 중 하나였다.

교수들은 서로 배려하고, 계급에 상관없이 평등한 조건에서 배움에 임하라.

촌치 교수는 의학부 교수였다지만 바이스 브로커 교수는 무려 소드익스퍼트 최상급의 검사라 할 수 있다.

당연 촌치 교수를 피떡으로 만들어버린 내게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저항한다.

“으아아아아아!!”

피떡이 되어버린 촌치 교수와 같은 상황이 되고 싶지 않다는 듯 그가 검을 뽑아 들었다.

이에 올만이 감자를 내려놓고 검을 뽑아 들려는 순간.

내가 천천히 한걸음 내디뎠다.

서걱!!

근처에 있던 지휘봉을 집어 든 내가 부드럽게 지휘봉을 세로로 내리그었다.

콰창!!!

그의 검이 박살 나고 풍압에 떠밀리듯 그의 육신이 튕겨 나간다.

“당신이 검로가 깔끔하지 못하다면서 점수를 대폭 깎았던 방식인데.”

“그것은…….”

“정작 평가한 당신이 그런 검술조차 제대로 방어를 못 하네. 내가 보기에 당신은 누군가를 가르칠 자격도 실력도 없어.”

그렇게 말한 내가 올만을 바라보았다.

“교수님. 후발 교수진을 영입하는 데에 권한을 전부 넘겨드렸던 거로 기억하는데요.”

“후우…… 추천이 있어서 받았는데 설마 이게 낙하산일 줄 생각도 못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학장님.”

“……뭐 좋아요.”

“다…… 다가오지 마시오! 당신이 이러고도 무사할성싶소?! 아직 어려서 국외 정치를 잘 모르는…….”

“적어도 데이비 왕자가 당신보다 더 많은 일을 겪어봤으니 그 입 다물지 그래요?”

“뭐…… 뭐요?! 앨리스 대주교! 말이면 단줄…….”

“지금 내가 직접 패 죽이고 싶은 걸 참고 있으니까 그 입 닥치라고.”

차갑기 그지없는 독설이다.

그녀는 신관들이 사용하는 지팡이를 꺼내 들며 으르렁거렸다.

“나서지 마세요. 이런 건 내가 다 뒤집어씁니다.”

“데이비 왕자님.”

“너무 신경을 안 썼어요. 내 잘못입니다.”

“…….”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계속해서 힘써주세요. 힘 닫는 곳까지 지원하겠습니다.”

이곳은 아카데미. 생도들이 교육을 받는 곳이다.

그런 아카데미의 교수들이 정치와 연관되는 순간 그 아카데미의 초기 목적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끄으으…… 끄으…….”

피 묻은 의학부 교본을 집어 던진 뒤 하드 커버로 된 검술 교본을 집어 든 내가 빙그레 웃어보였다.

“너무 겁먹지 마세요. 이제 시작인데. 그리고, 당신의 출신 국가에서 당신을 구해줄 거라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신을 뭉개버릴 테니.”

빙그레 웃으며 다가가자 그가 와들와들 떨더니 이내 고개를 처박았다.

“요…… 용서해주세요!! 잘못했습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그가 그제야 빌기 시작했지만, 결과는 변치 않는다.

* * *

촌치 교수. 상당한 뇌물을 받고 코시아를 비롯한 몇몇 상위 귀족자제의 성적을 조작해준 혐의, 또 돈이 많은 학생들에게 뇌물을 받아 은근슬쩍 시험에 도움이 되는 점수를 준 전적이 있다.

바이스 브로커 교수. 촌치 교수가 상위 귀족자제들의 부모와 연결될 수 있도록 중간 다리를 한 역할을 한 자로, 그 또한 촌치 교수와 마찬가지로 성적조작 및 생도 차별에 가담한 자다.

문제는 이런 일을 저지른 자가 그 두 사람뿐만이 아니었다는 소리였다.

각 교본으로 떡이 될 때까지 그들을 쥐어팬 나는 두 사람이 목숨처럼 아끼는 모근을 지워버리고, 저주를 걸었다.

지식이 전부인 그들에게서 지식을 앗아가 버린 것이다.

그리고, 아카데미에서 그들이 저지른 모든 짓을 세상에 공표하고 정식으로 막대한 양의 배상금을 요구했다.

그들이 한 짓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물론 그들도 타디아처럼 협박을 당한 케이스였다면 처벌은 받더라도 참작은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런 것은 없었다.

천한 평민이 교육을 받는다는 것부터가 잘못된 거다!

장차 국가를 이끌어가야 할 높으신 분의 자제들이다! 그런 그들을 뒤에서 돕는 게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악을 쓰며 저항하던 그들의 논리였다.

문제는 그들 본인이 논리 자체에 전혀 이상한 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당연한 일을 하는데 이게 그렇게까지 손가락질받을 일이냐는 것이다.

관련된 교수는 총 4명.

모두가 후발진 교수들이었다.

그리고, 관련 학생은 총 12명.

생도의 숫자가 많다곤 해도 이건 상상 이상의 크기였다.

이에 나는 그들 중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던 코시아와 개인 면담을 시행했다.

“앉지.”

내 말에 그는 약간 굳은 얼굴로 내 앞에 앉았다.

“내가 널 왜 불렀는지는 모르지 않겠지?”

“예를 차려주시오. 아무리 내가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관되었다곤 하나 왕자께서 막무가내로 하대를 할 입장은…….”

“너, 네 나라에서 직급이 뭐지?”

자신이 잘못되지 않았다 판단하여 당당하게 나오는 건 그럴 수 있다.

실제로 상황에 따라 비굴하게 구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그에게 어떤 가능성 따위나 보고자 그를 부른 게 아니었다.

“뭐…… 뭐요?”

“네 국가에서 네 직급이 뭐냐고.”

“…….”

“코시아 샤렌 중부대륙의 대부 중 하나인 샤렌 공작가의 독자. 그 외엔?”

“…….”

“묻잖아. 내 말이 안 들리나?”

“그것이…….”

“말 못 하겠지? 귀족가의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정작 너는 귀족의 아들일 뿐 이렇다 할 직급을 받은 적은 없을 거다.”

물론, 어린 나이에 직급을 부여받아 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즉. 그들을 존중하는 것은 엄연히 그 부모의 위광이다.

“반대로 다른 질문을 해볼까? 네 눈앞에 있는 나는 누구지?”

“…….”

“쓸데없는 계급 싸움이나 하자고 널 부른 건 아니다. 코시아 샤렌 영식. 네 처분은 이미 정해졌으니까.”

“그것은…….”

“왜 그랬지?”

모든 일은 현장에 직접 가봐야 아는 법이다.

백날 입 아프게 서류로 떠들어봐야 현실은 다르니까.

그래서 물었다.

“네 성적을 조작해주던 촌치 교수는 뇌물수수와 성적조작으로, 바이스 브로커 교수는 같은 성적 조작과 다른 교수들에게 이 일을 연결해준 혐의를 인정했다. 이제 와서 잡아떼봐야 의미는 없어.”

내 말에 그가 나를 노려보았다.

“다시 묻지. 왜 그랬나.”

“뭐가 나쁩니까.”

“뭐?”

“천한 고아 놈이 당신의 은혜를 받아 아카데미에 들어와 교육을 받는 것도 기가 막히는데 건방지게 상위 성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평민은 똑똑해지면 안 돼요. 그들에게 잘 대해주면 안 됩니다.”

“…….”

“인간은 계속해서 잘해주면 호의가 권리인 줄 알며, 평민이 똑똑해지면 일을 하지 않고 불만을 품기 마련입니다.”

그만의 판단은 아닐 것이다.

“네 아버지인 샤렌 공작의 지론인가?”

“저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그런 저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 것부터 구역질이 납니다! 그런데 당신은 이상만 바라보는군요. 아니! 당신이 만든 이 시스템으로 인해 평민들이 겁도 없이 귀족들과 친분을 맺고 귀족들을 업신여기고 있습니다!! 이게 올바른…….”

“그런 당신은 뭐가 잘났죠?”

그때 누군가가 난입했다.

바로 에이리아와 일리나였다.

“당신은?!”

“제 질문을 듣지 못했나요? 당신은 타디아에 비해 뭐가 잘났죠?”

“그건!”

“설마, 당신의 태생이 귀족이었기에 잘났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겠죠?”

일리나의 말에 그가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였다.

“뭐하러 온 거야.”

“페르 언니가 잘 돼 가는지 보고 와달라고 해서.”

“페르는 뭘 하길래.”

“에반젤린이 아파. 열이 나는 모양이야. 성장통 때문인 것 같은데. 보통 아이들과 다르게 그 정도가 좀 심해. 의원의 말로는 괜찮다곤 하는데…….”

복잡한 심정이 묻어나는 그 말에 내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정작 죄를 저지른 놈이지만 내가 이놈을 촌치 교수마냥 죽음보다 끔찍한 폐인으로 만들 순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정수리 모근을 빼앗고. 놈의 몸에 저주를 걸었다.

선생님은 앞으로…… 부부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듣자 하니 상당한 호색가라서 평민 여아들 중 몇몇을 건드리려 했다던데.

거 함부로 놀리는 거 내가 잠가주마.

물론, 그는 이 사실을 나중에야 알 것이다. 데스 로드 급 흑마법사가 아닌 이상 증거도 찾기 쉽지 않을 것이고.

“됐다. 네게 어떤 기대라도 한 내가 멍청이지. 잘 들어라. 네 욕심으로 인해 하인스 아카데미에서 차후 너희 나라 산 왕국에선 그 어떤 학생도 받지 않을 거다. 이번 일에 연관된 대부분의 국가 전부.”

“……산 왕국에서 하인스 영지에 대량의 기부금을 보내고 있는 건 알고 계십니까?”

“그런데?”

“당신이 나를 쫓아내면 그 기부금들이 모두 동결될 겁니다.”

“그래서?”

“감당할 자신이 있습니까?”

그의 물음에 나는 한 발짝 내디디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의 손을 잡아 천천히 힘을 주어 꺾어버렸다.

넌 앞으로 검도 잡을 수 없을 거다.

“끄아아아악!!!!”

“이 새끼 아직 정신 못 차렸네.”

그 말과 함께 꺾인 팔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는 그를 잡아당긴 내 손으로 푸른기광의 검이 서렸다.

푸욱!!!

그리고.

한치의 오차없이 푸른 기검이 그의 가슴을 꿰뚫는다.

“샤렌 공작이 어떻게 나올지 참 볼만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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