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16화
-끼에에에에엑!!
-갹꺅!!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려 하지만 검은 안개 같은 것이 숲 전체를 휘감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초록 피부를 지닌 고블린들은 본능적인 두려움에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결국 안개에 완전히 잠식당했고. 안개가 사라진 후에 나타난 것은 깔끔하게 절명한 고블린들의 모습만이 남아있었다.
깔끔한 즉사에 가까운 급소 공격.
아무리 대단한 인간이라도 이토록 한순간에 넓은 범위의 생명체를 깔끔하게 일일이 죽이는 게 쉬운 일일까.
단순히 광역마법으로 쓸어버리는 것과 다르게 공격 대상은 오로지 고블린에 한정된 공격이다.
이곳에 있는 고블린들은 다름 아닌 지원군이었다.
군락을 이루고 집단생활을 하는 고블린은 그 수가 적게는 10 이하에서 많게는 100단위로 움직일 때가 존재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에반젤린과 용병부대가 처리한 고블린들과 같은 집단의 놈들이라는 소리였다.
선발대로 들이박은 고블린들의 수는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본대와 비교하면 확실히 적은 편이었다.
“데이비 님. 륀느의 전투데이터 분석결과에 따르면 에반젤린 님의 전투력 수치는 고블린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고 판단해.”
확실히 익스퍼터에 5서클 마법사라는 점. 그 외에 그녀가 가진 전무후무의 사기 무기 청단이 홍단이나 초월의 종언만 있다면 그게 중요할까.
“고작 악의 하나만으로도 몸이 굳을 정도로 경험이 부족한 아가씨가 다른 이들을 지켜가면서 그들을 전부 몰살시키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이건 단순히 힘의 수준을 넘어선 부분이에요.”
“그건…….”
“눈앞에서 다른 이들이 죽어가는 걸 보면 에반젤린 아가씨에게 평생 이어질 끔찍한 기억이 될 겁니다. 정신이 온전히 성장하지도 못한 아가씨가 그것을 보면…….”
“하지만 고대룡의 정신력은 일반 생명체와 다르다 분석해.”
“그것도 고대룡임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경우겠죠.”
계속되는 설전이 펼쳐진다.
간단히 말하자면 아이나는 적정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고, 륀느는 그녀의 왈가닥 기질과 홍단이를 가볍게 웃도는 엄청난
“제 요지는 그겁니다. 기회는 많아요. 당장 크나큰 시련을 주는 건 좋은 육아방법이 아닐 겁니다.”
“데이비 님은 빨리 에반젤린 님을 데리고 돌아가야 하는 목표가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판단해.”
륀느가 나를 올려다본다.
“데이비 님.”
“……조금만.”
내가 말끝을 흐리자 녀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저 멀리 있는 에반젤린을 눈동자에 담았다.
홍단이를 소중한 듯 손에 꼭 쥔 채 뭔가 복잡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처음 겪어보는 악의.
진짜 몬스터를 베어본 느낌.
누군가를 지킴으로 얻은 뿌듯함.
그 외에 오만가지 감정이 녀석의 얼굴에 드러난다.
아직 에반젤린은 새하얀 도화지와 같다. 어떻게 칠하는가에 따라 그녀의 인생관이 바뀌겠지만 적어도 나는 에반젤린이 너무 이상에만 빠지거나 현실주의자가 되길 바라지 않았다.
하인스 영지에서 이상을 실현시킬 힘을 길렀다면.
이번엔 현실을 보는 법도 배워야 하리라.
무엇보다 아직 실전경험이 부족한 에반젤린이 만약 자신의 본질을 깨달았을 때.
그때 누군가가 곁에 있어 줘야 할지도 모른다.
삐릭…….
“음, 여긴 마나 파장이 안 닿나. 어쩔 수 없네, 아이나.”
“네.”
“가서 내 말 좀 전해줘.”
못해도 한 달만. 지켜보겠다고.
“제 원하는 만큼 뛰놀고 나서 돌아왔을 때 혼내면 되니까.”
* * *
“온다!!”
“당겨!! 이 굼벵이들아! 말콤이 죽게 둘 거냐!”
“기왕이면 콱 들이받았으면 좋겠는데!! 흐읍!!”
용병들이 기다렸다는 듯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며 줄을 당기자 맹렬하게 돌진하던 큰 뿔 돼지가 고꾸라지듯 쓰러진다.
동시에 풀숲에서 섬광처럼 검은빛이 일렁였다.
후웅!!
“하앗!”
서걱!! 서거거거거거걱!!
한줄기의 검기가 일순간 날아들고, 그 뒤를 이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수십 줄기의 검기가 순차적으로 큰 뿔 돼지에게 쏟아져 내렸다.
몸길이만 무려 5미터에 달하고 높이도 4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멧돼지 몬스터지만 순식간에 가죽을 뚫고 치명상을 입히는 검기 앞에서 결국 부질없이 무너져 내렸다.
“잡았다!!”
“젠장! 얼마나 빠른 거야! 죽을뻔했네!”
“푸하하하! 밤일만큼이나 빠르기는 따라올 이가 없구만!”
“닥쳐! 발트!”
행렬을 습격했던 거대 포식자인 큰 뿔 돼지를 제압하는 데 성공한 용병들이 물러나기가 무섭게 상단의 하인들이 빠르게 나서서 큰 뿔 돼지의 고기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허어…… 큰 뿔 돼지를 이렇게 잡을 줄이야.”
“잘되었습니다. 몬스터의 습격이 생각보다 많아서 지친 용병들을 달래줄 고기가 좀 더 필요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학자들의 수장과 상단원의 수장은 뒷짐을 진 채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고기 해체 장면을 구경하는 에반젤린에게 고개를 돌렸다.
“대단한 아가씨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아직 십 대 중반 정도 밖에 안되어 보이는데 기막에 검기방출이라니…….”
기막은 오러 블레이드를 전신에 퍼뜨려 방어막처럼 사용하는 기술이며, 검기방출은 사실상 마스터의 권한인 오러 블레이드의 열화판을 짧게 방출하는 기술이다.
“분명 기막은 익스퍼터 상급이상부터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 하였습니까.”
익스퍼터는 그 경지에 따라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나뉜다.
그리고. 익스퍼터 상급 이상이 되었을 경우. 성장한 마나 컨트롤로 정밀하게 만들 수 있는 게 바로 기막이다.
“정말 경악스러운 재능이군요. 검의 공주라 불리던 일리나 데 팔란 황녀도 저 정도 나이에 익스퍼트 중급이었다는 겁니다.”
일리나가 상급 최상급에 들어선 건 나이 열여섯이 넘어서였다.
하지만 지금 검을 마치 제 몸처럼 다루며 용병들의 인기를 한몸에 끌고 있는 에반젤린은 아무리 잘 쳐줘도 열넷. 많이 잡으면 열다섯 정도였다.
물론, 동안의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륙 역대급 최고의 재능을 지닌 존재들과 비교하면 엄청난 속도라는 건 변함없다.
“딱히 소속이 없는 개인 용병이라 했습니까?”
“아. 예 신상정보엔 그렇게 적혀있었습니다.”
“겉보기엔 굉장히 귀한 귀족이나 왕족 같은데 용병이라니…….”
“가능하면 섭외하고 싶군요. 고정적으로 저희 상단에서 고용하여 호위병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결과는 없을 텐데.”
“한번 찔러나 보시지요.”
이래저래 에반젤린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던 상황에서 정작 에반젤린은 2미터가 넘는 거구의 거한의 어깨 위에 목말 타듯 올라앉아 신나게 소리 지르고 있었다.
“가즈아!! 익스퍼터 기사님 가신다!”
“가즈아!!”
작고 흰 손을 높이 들어 올리며 용병들과 함께 왁자지껄 떠들고 즐거워하는 에반젤린을 보며 용병들이 실실 웃어넘겼다.
처음엔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느니. 젖비린내나는 애송이라느니 시선이 곱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실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실력이라는 점.
그리고 너무 티 없이 순수하고 해맑아 거칠고 남을 의심하는 용병들조차 귀여운 딸을 보는 미소를 지어 보일 정도였다는 게 문제였다.
“아하하하 공주님 정말 마음에 드는구만! 가능하면 우리 용병단에서 꼭 모셔가고 싶을 정도야.”
“저는 용사가 될 거에요!”
가슴을 펴며 한 손엔 큰 뿔 돼지의 고기 뼈를 쥐고 소리치는 에반젤린을 보며 용병들이 왁자지껄 떠든다.
“푸하하하하! 용사님 좋지!”
“용사님이라면 혹시 빛의 용사라 불리는 레이나 님을 말하나?”
“자네! 빛의 용사를 직접 봤는가?!”
“고롬! 전에 대규모 몬스터 퇴치 의뢰를 할 때 용병들을 이끄는 용사님을 봤지! 암! 그 새하얀 자태며 상상을 초월하는 무력은 음! 그래! 대륙의 성자를 방불케 했다고!”
“에이 뻥이 심하구만! 비빌 걸 비벼야지 용사도 결국 사람이지! 최고의 강자는 역시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인 대륙의 성자라 이 말이야! 이래서 막달라 용병단은! 쯧!”
“괴물이라니! 자네는 대륙의 성자를 봤는가?!”
“암! 봤지!”
신나게 떠드는 용병들은 모두가 한 소속이 아니다.
개개인인 용병도 있고 몇 명 이상이 모인 용병단도 존재했다.
물론 사이가 나쁜 용병단도 있다.
하지만 에반젤린이라는 공통적인 귀여운 존재가 용병들의 분위기를 환기시켜버린 탓에 답지 않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띠었다.
“넌 용사님을 못 봐서 그래.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가 섬광처럼 쏟아지면서 창을 내질러 몬스터를 싹 쓸어버리는 빛의 용사가 내가 아는 대륙 최강이지!”
“에이. 그걸로 되는가! 내가 오래전에 마족 전쟁에 참여했었다 이 말이야. 그때 대륙의 성자가 보여준 무력은 도저히 인간의 경지가 아니었네!”
“어휴. 뭐만 하면 인간의 경지가 아니라고 하지. 몬스터도 인간보다 세다 이놈아!”
“어어?! 이놈이?!”
계속되는 설전이 펼쳐지지만, 에반젤린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괴물? 아저씨! 대륙의 성자가 누구에요오?”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보자 용병들이 설전을 멈추고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아가씨! 대륙의 성자를 몰라?! 정말로?”
“세상에 상당히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라곤 생각했다만…….”
“대체 얼마나 깊은 산속에서 살다가 나온 거야!”
순식간에 관심이 그녀에게 몰리지만, 에반젤린은 귀엽게 고개만 갸웃거렸다.
“흐음……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거 이야기해주지. 대륙의 성자. 그래. 데이비 올 라운이라는 라운 왕국의 왕자다 이 말이야. 나이는 아직 20대도 되지 않았지만, 명실상부 이 대륙 최강자라는 거지.”
“어허! 빛의 용사 레이나라니까?! 게다가 빛의 용사 곁엔 무성과 살성 그리고 천년 무희까지 있지 않은가!”
“어허! 비빌 걸 비비라니까! 그리고 자네들은 좀 빠져! 대륙 성자의 무위를 직접 안 봤으면 빠지라 이 말이야!”
“어허 그러는 자네도 빛의 용사의 힘을 모르지 않나!”
급기야 의뢰주인 학회의 젊은 학자들도 끼어들었다.
“대륙의 성자. 크으. 이야기 들었습니다. 최고의 의술가이면서 마법사이기도 하죠.”
“빛의 용사의 소닉 브레이크는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무엇보다 정말 아름답더군요.”
거기에 상단의 일꾼들도 끼어들었다.
“데이비 올 라운…… 흐응?”
그녀가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나 아가씨?”
경계를 서는 이를 제외하고 왁자지껄 떠드는 모두는 이 딸아이 같은 귀여움을 겸비한 에반젤린에게 호의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미 그녀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아! 아빠!”
“으…… 으잉?”
“그럼 아빠가 대륙의 성자에요오?”
“잉?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아빠! 아빠 이름이 데이비 올 라운인걸!”
에반젤린이 방방 뛰며 기뻐한다.
“그렇구나! 우리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강하구나!”
“자…… 잠깐만 아가씨! 대륙의 성자가 아가씨의 아빠라고?”
“네에!”
너무도 거짓 없는 미소에 용병들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이봐. 대륙의 성자 이제 20대 아닌가?”
“아니야. 열아홉인가 그럴걸?”
“그런데 딸이 십 대 중반이라고?”
다시 말이 사라지고 서로 바라보던 그들은 이내 에반젤린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허어…… 프리아 여신께서도 공평하시구먼. 이토록 귀엽고 완벽한 무력을 쥐여주시고. 머리가…….”
“안타깝게 됐어…….”
그렇게 말하는 용병들을 보며 에반젤린이 뺨을 부풀린다.
“우리 아빠 맞단 말이야! 데이비 올 라운!”
“아가씨. 미안하지만 데이비 왕자는 이제 열아홉 정도야. 아가씨 같은 딸이 있으려면 너무 어리다고.”
“에반젤린 아직 어린걸!”
“응?”
“이제 세 살인데!”
뺨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에반젤린이 불만을 표하지만, 용병들은 더욱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런 티를 내지 않기로 무언의 협약이 오갔다.
“그……그렇구만! 아가씨의 아빠가 대륙의 성자지! 암!”
“그렇구만! 우리가 대륙의 성자의 따님을 보는구만!”
“에헴! 우리 아빠 굉장하죠?! 난 우리 아빠가 제일 좋아요!”
너무 행복해 보이는 그 미소에 용병들은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삼켰다.
“크으…… 안타깝구나…… 저토록 순수한 아이가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머리를…….”
“크으…… 에반젤린! 아저씨를 아빠라 생각하렴!”
“응? 아빠가 있는데 왜 아저씨가 아빠야?”
“크으…… 딸처럼 아껴주마! 괜찮다 괜찮아!”
어릴 적에 큰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한 이들은 에반젤린이 세 살이라는 사실도 그녀의 아빠가 데이비 올 라운이라는 존재라는 것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용병들의 일치단결에 에반젤린은 그들이 자신의 말을 믿는다고 철석같이 생각했다.
“헤헤! 우리 아빠가요! 선물이라고 이런 것도 만들어줬어요!”
그녀가 목에 걸린 아름다운 펜던트를 보여주자 용병들이 또다시 보이지 않게 눈물을 삼켰다.
모두가 또 다른 착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크으…… 만약 의뢰 도중에 큰 사고가 벌어져도 저 아가씨만큼은 내가 꼭 지켜줄 테다.”
“흥! 네깟 놈이 호위한다고 붙어있으면 방해나 되지! 우리가 나선다!”
저들끼리 수군거린 용병들과 젊은 학자, 그리고 상단의 일꾼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자신들의 고기와 간식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아가씨! 이거 먹고 힘내! 우리가 응원할게!”
“맞아! 아가씨! 힘들면 언제고 아저씨를 찾아와! 대륙 반대편에 있어도 꼭 도와주러 올 테니!”
“우와! 정말요?! 전 용사가 되고 싶어요! 언니가 곁에서 도와준다고 했어요!”
“그래! 아가씨라면 꼭 할 수 있을 거다!
용병들은 급기야 그녀의 가족이 모두 살해당했고 그녀도 그 충격으로 미쳐버린 것이라 착각했다.
그런 사실도 모른 채 에반젤린은 수많은 용병들의 따뜻한 덕담을 들었다.
그때였다.
척후대로 파견됐던 용병들이 피를 흘리며 다가온다.
“몬스터가 몰려온다!! 젠장 준비해!! 오거만 다섯 마리야! 트롤이 일곱 마리다!!”
“뭐…… 뭐라고?”
“그리고 기괴한 뭔가가 끼어 있었어! 이상한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였다! 그놈이 몬스터를 조종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그놈 때문에 바르와 빅이 죽었어!!”
다급한 척후대의 외침에 용병들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졌다.
쿠웅!! 쿵!!
동시에 사방에서 몬스터들이 나타나자 신이나 있던 에반젤린이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콰아아앙!!!
동시에 숲속에서 기다렸다는 듯 거대한 몽둥이를 든 오우거가 튀어나왔고 에반젤린의 곁에 있던 용병 하나를 향해 그것을 휘두른다.
깜짝 놀란 용병이 반응도 못 한 채 그대로 공격에 노출되려던 순간.
순식간에 파고든 에반젤린이 팔을 들어 괴물의 공격을 팔뚝으로 막아냈다.
“아…… 아가씨?!”
“나 할 수 있어! 용사 될 수 있어!”
그렇게 소리친 그녀의 검에 푸르스름한 검기가 점차 짙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마치.
소드마스터의 상징인 오러 블레이드가 되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검은 오우거를 베지 못했다.
어디선가 섬광처럼 날아든 검은 무언가가 그녀의 검을 쳐냈기 때문이었다.
“꺅! 아파!”
비명을 지르며 그녀가 수차례 뒹굴고 미끄러졌다.
검을 바닥에 꽂아 몸을 지탱한 그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내 그녀는 볼 수 있었다.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그녀를 향해 검을 겨누는 존재를 말이다.
마나와는 다른 독특한 힘을 품고 있는 존재였다.
[목표……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