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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28화 (928/1,559)

제 928화

쿵!!! 쿵!!!

“시작됐나 보네.”

경건한 자세로 달의 신 크리아스를 향한 의식 제사를 진행하는 이들을 보며 용병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데이비 올 라운 왕자.

대륙의 성자가 그들에게 한 의뢰는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 치고 사실 김이 빠지는 내용이었다.

첫 의뢰는 조사였다.

단순 조사치고 보상이 굉장히 막대하지만 그만큼 위험하다고 했었다.

하지만 그런 위험은 사실 없는 편이었다. 누군가가 숲속 유적에서 집단으로 움직인 흔적은 발견했지만 누군가가 습격당해 살해당하는 일은 없었다.

물론 몬스터와 자주 마주친 건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의아해하던 찰나.

다시 데이비로부터 본격적인 의뢰가 시작됐다.

길을 명백하게 파악하고 있는 그들이 아니고선 쉽지 않은 의뢰에 용병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총동원해 어떤 거대한 진법을 만들어냈다.

그 과정에서 용병 몇몇의 소식이 끊어졌다.

그제야 용병들은 자신들이 모르는 묵직한 무언가가 숨어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후 달의 신 크리아스를 모시는 교인들이 주기적으로 예배를 하는 의식의 호위를 맡았을 때.

그들은 유적의 바깥에서 느껴지는 숨이 턱턱 막히는 공기의 흐름에 자신들이 얼마나 큰 폭풍의 눈 속에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고향으로…….”

“쉿. 입 닥쳐. 말포르. 괜한 소리 하지 마라.”

경건하게 의식을 진행하는 이들을 보며 용병들이 몸을 파르르 떨었다.

“제발 별문제 없기를…….”

“저. 용병님들 정말 괜찮은 거 맞겠죠?”

“별일 없을 거요. 기본적인 호위는 우리들이 하고 있지만, 그 대단한 성자 양반 나리가 나섰으니.”

“믿겠습니다.”

그들의 바람이 어떠하든 바깥에선 상당히 큰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 * *

휘리리릭…….

“커져라. 뚝딱.”

새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 끝으로 새파란 화염구가 일렁인다.

초월의 종언을 든 페르세르크의 마법 폭격이 시작된다.

순식간에 그녀의 마법을 대비하듯 자칭 이단 심판자들은 한순간에 산개하며 마법을 발현하고 거미줄 같은 방어 마법진을 펼쳤다.

신성 마법의 특징은 강화와 회복. 그리고 방어에 있다.

데이비 올 라운이라는 경이적인 괴짜가 신성 마법을 공격 마법으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본래는 공격적인 능력이 거의 없는 마법이 바로 신성 마법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신성 마법은 공격 능력이 떨어지는 대신 굉장한 방어성능을 지니기도 한다.

“크아아아악!!”

물론, 그렇다고 그게 8서클 마법사의 마법까지 막아낼 리는 없지만.

화르르륵!!

페르세르크의 등 뒤로 푸른색의 불덩어리들이 마치 춤을 추듯 유영하며 떠올랐다.

8서클 마법 프로메테우스.

데이비를 제외하고 대륙에서 그 마법을 쓰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페르세르크가 그간 자신의 힘의 대부분을 찾은 결과 그녀는 과거와 같은 8서클 마법을 회복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그녀의 진짜 힘인 마왕의 권능은 모두 데이비에게로 넘어가 버렸지만 말이다.

어지간한 마법은 어렵지 않게 막아내는 신성 방어마법이 허무하게 뚫리자 심판자들은 순식간에 산개해 추가적인 마법 공격에 대비 일부는 그녀의 정체를 깨닫고 맹렬하게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그녀가 차지하고 있던 마왕위가 단순히 노름으로 따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데이비와는 다른 방식으로 8서클 이상의 마법사에 오른 존재.

비록 데이비와 비교할 바가 못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8서클 마법사는 사실상 대륙 내의 최고위 마법사임이 분명했다.

휘리릭!!

초월의 종언을 마치 나뭇가지처럼 빙그르르 돌리며 마나를 공명시킨다.

동시에 그녀가 빙그르르 돌린 초월의 종언의 마법석 끝부분으로 막대한 마기가 모여들며 대기의 마나와 공명. 또다시 재앙에 가까운 마법을 발현하기 시작했다.

파바바바바박 쩌어엉!!

사방에서 틈을 노리고 파고든 이들이 그녀를 향해 맹렬하게 도끼를 내리찍는다.

마법을 캐스팅하는 동안 마법사는 무방비 상태에 놓인다.

다수의 심판자들은 그 사실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고, 페르세르크가 공격한 뒤에 생기는 틈을 이용해 파고들었다.

하지만 페르세르크는 그냥 마법사도 아닌 8서클 이상의 마법사.

비록 8서클의 세 단계인 [인지] [동화] [구현] 중 첫 번째 단계인 [인지] 단계에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7서클 마법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경지라는 건 분명했다.

[그라이드]

[리버스 그라비티]

치이잉!!!

“컥!?”

그녀를 향해 달려오던 이들이 페르세르크가 만들어낸 마찰 제로영역과 리버스 그라비티 마법에 의해 몸의 제어를 잃고 허공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염동력 마법까지 일순간에 사용해 모조리 묶어 챈 그녀가 스태프를 쥔 왼손을 뒤로 당기며 오른팔을 앞으로 뻗었다.

[디스펠]

[가속][플라잉]

신성방어마법을 디스펠 하며 순식간에 가속 마법을 걸어 그들을 띄워 올린 그녀가 손을 끌어내리듯 휘저었다.

[가속][그라비티]

쿠우웅!!!

단신으로 무기를 든 채 익스퍼터 십수 명을 도륙할 수 있는 강대한 존재들을 상대로 페르세르크의 마법이 자비 없이 내리꽂혔다.

쉬리리릭!! 쩌저저적!!

같은 시각.

백은의 거검 칼디라스를 든 채 검을 부드럽고 강하게 종베기 하듯 그어낸 일리나가 한 발 내디뎠다.

와장창!!

동시에 시공격검의 여파로 공간이 찢어지며 그 여파에 있던 이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져나갔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숲 전체가 전장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데이비 올 라운이라는 존재에게 증오를 품은 이단 심판자들. 그리고 그들의 수장인 단발머리의 소녀 밀리아는 놀라울 정도로 철저하게 각개격파시키며 몰아붙이기 시작하는 그들의 움직임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 *

타악!!

지도위를 보며 흑마들이 계속해서 움직인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새하얀 백마를 움직일 뿐이다.

[퀸]이 전방으로 나서서 날개를 꺾어 비튼다.

그리고 [나이트] 일리나가 꺾인 날개를 잘게 잘게 잘라 흩어지게 했고 그들의 힘을 약화시켜나갔다.

그뿐만 아니었다.

치고 빠지기 전술을 사용하며 움직이려는 이들을 [폰]이 틀어막는다.

[폰]과 [비숍]은 다름 아닌 성국에서 지원한 이단심문회 3개 군단과 1개 성기사 사단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우왕좌왕하는 그들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룩] 륀느와 디셉티콘 편대가 그들을 포격하듯 몰아붙였다.

“아직까진 아무것도 안 내비친다 이거지.”

철저하게 체스를 두듯 상대를 약화시키고 압박하던 데이비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어서 밑천 다 드러내는 게 좋을걸?”

눈앞에 보이는 건 고작 지도에 체스 말이 전부지만 데이비는 마치 그 일대 숲 전체를 보고 있듯 움직였다.

“새로 만든 신성 마법이 굉장히 효과가 좋네.”

그렇게 말하며 데이비는 또 한차례 손을 뻗었다.

“그럼 어디 조금 더 자극해볼까.”

쾅!!

“장이다.”

장군이나 체크나. 그놈이 그놈이지 뭐.

데이비의 붉은 눈동자가 더욱이 붉게 번뜩였다.

“그쪽 킹께서는 아직도 안 움직이고 계시나? 빨리 움직여주는 게 좋을걸? 내가 없기 때문에 이길 거라고 자신했을 텐데.”

흑색의 말들이 빠르게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신성력을 보유한 적의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인생이란 원래 생각처럼 되지 않는단다.

그러니 세상이 재밌는 거 아니겠니.

복수를 꿈꾸는 자가 와신상담하여 끝내 복수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는…….

그 수준으론 힘들거든.

쾅!!!

상황이 여의찮음을 깨달은 흑마들이 흩어진다.

그러면서도 데이비가 놓은 킹의 위치를 향해 시시각각 우회하여 진입한다.

역시나.

이놈들. 정기 예배 같은 대규모 의식을 진행한 이교를 처단하고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 그 안의 힘을 취함으로써 자신들의 힘을 보충한다.

보통 이렇게 꼬이면 곧바로 도망쳐야 할 텐데 이 와중에도 뒤통수를 후릴 각을 보고 있으니까.

실제로 습격한 가문들의 대다수가 이교를 모시는 가문이었고 그들 모두가 습격당하기 한 달 내에 대기도나 정기 의식을 치른 가문들이었다.

즉. 일반적인 이교도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는 상황.

그것이 내가 그들이 마냥 이교 척살에 미친 광신도가 아니라 판단한 계기였다.

“슬슬 움직여 줄 때가 됐지.”

이윽고.

흑마의 킹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동시에 흑마들의 움직임이 변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2페이즈 가보자고.”

손가락 사이사이에 폰을 세 개가량 끼운 데이비가 서늘한 시선으로 전진하듯 내려놓았다.

쾅!!

동시에 막대한 신성력이 말을 통해 지도 내부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 * *

“위협적이긴 한데…… 이 정도로 요시아를 어찌할 수준은 아닐 텐데.”

저들은 데이비가 자신들을 과소평가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다.

데이비 올 라운이라는 강자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그 주변인의 힘에 대해 너무 등한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데이비 올 라운 본인에 대해서도 상당히 과소평가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피를 뿌리며 바닥에 쓰러진 이들이 꿈틀거린다.

“슬슬 밑천을 드러내는구나.”

일리나는 차가운 표정을 고수한 채 칼디라스를 빙그르르 돌려 고쳐 잡았다.

[뭔가 와.]

동시에 쓰러져 있었던 이들이 순식간에 빛에 휩싸이며 일어난다.

마치 강제로 부활에 가까운 회복을 받은 것처럼 일어난 그들이 다시 일리나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끌고 발목을 붙잡아 목적을 이루려던 이전과는 달랐다.

명백히 밑천을 드러내 여기서 반드시 죽이겠다는 살기가 짙어진다.

“신의 뜻대로. 심판을.”

“거행한다.”

중얼거리듯 일어난 그들의 머리 위로 빛으로 된 천칭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뭔가 큰 게 오는 거지?”

그 말과 함께.

“커헉?!”

일리나가 고통스런 기침을 토해내며 비틀거렸다.

그들이 불러낸 천칭이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상대하던 이들의 힘이 점차 강해지기 시작한다.

* * *

“당장 멈추세요. 선생님!”

요시아 프랑소스는 자신의 선생님. 데이비 올 라운을 찾아가 소리쳤다.

넓디넓은 지도와 그 지도위에 체스 말을 옮기고 있는 데이비를 보며 그녀는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다행이다. 무사한 거 보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구요! 그놈들 이상해요! 자칫하다간 전부 위험에 처할…….”

“걔들이 사용하는 신성력. 네게는 치명적이지. 넌 아직 각성도 제대로 못 했기에 반격할 수도 없고, 적이 아니라 생각했던 이들의 기습을 받아 치명상을 입었을 거다.”

“…….”

“데미지가 누적될수록 네 몸에 한계가 찾아왔겠지. 문제는 그것만으론 네 혈기를 뚫고 네 목숨을 취할 수 없다는 거야.”

요시아는 이미 그들에게 한번 죽었다.

그것이 이상했다.

결정타가 부족한 그들이 요시아를 죽일 수 있는 것.

그것이 무엇인가.

“천칭궁…….”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녀석들을 이끌던 밀리아라는 소녀가 나서기 시작하면 주변의 규칙이 엉망이 돼요. 천칭에 따라 이쪽의 힘이 급속도로 약화되고 그 힘만큼 상대 쪽도 강해진다고요.”

“천칭이라…….”

천칭은 저울이다. 그리고. 그 힘은 공평함을 유도한다.

즉.

일방적으로 강한 페르세르크나 일리나가 그들을 몰아붙인다고 할지라도, 밀리아라는 소녀가 천칭의 힘을 발현하면 일리나의 힘이 약화되고 그들의 힘이 강해진다는 소리였다.

“일방적으로 강하던 한 명이 약해지고. 상대는 모두가 강해져요. 동일한 힘을 지닌 상황에서 다수의 공격을 받게 되는 것도 위험하지만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라고요.”

“또 있나?”

그 물음에 요시아가 씁쓸한 표정으로 제 팔을 끌어안았다.

“그자들…… 자신이 심판한 이교의 영혼을 대가로 힘을 끌어온다 했어요. 그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지고 치명적으로 변하죠.”

요시아가 이를 악물었다.

본인들의 붕괴도 틀어막지만 반대로 그렇게 심판하고 찢어발긴 영혼을 자신의 힘으로도 사용한다.

그 힘은 기존의 힘과는 다른 방향으로 치명적이게 변한다.

그들이 하는 짓은 데이비가 했던 짓 이상으로 악랄하지만 나를 죽이기 위해서 악마에게 영혼까지 파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모순이면서. 참 씁쓸한 이야기였다.

분노는 분노를 낳는다는 말이 딱 이 상황에 어울린다.

“그건 밀리아 한 명에 한한 건가?”

“네. 그녀가 움직이면 정말로 위험해질지 몰라요. 그러니까…….”

데이비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흑마의 [킹]을 보며 조용히 퀸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들어 올렸다.

“괜찮아.”

그렇게 말한 데이비의 눈이 붉게 일렁였다.

“선생님?”

“네 선생님. 능력 좋다.”

타앙!!

퀸을 상대의 말이 있는 곳으로 내리찍듯 보내며 데이비의 손에서 막대한 신성력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상대가 강해지고 이쪽이 약해진다고? 그럼 이쪽은 천칭이 감당 못할 정도로 계속해서 강화시키면 그만이다.”

그 천칭도 만능일 수 없다. 신력까지 동원한 강화 버프 마법 세례. 어디 한번 쪼끔만 맛봐라.

천칭으로 인해 몸이 약해진 일리나를 포함해 대다수의 인영들이 비틀거리던 찰나.

바닥에서 시작된 거대한 에너지가 거대한 물줄기가 되듯 퍼져나오며 일리나와 페르세르크. 그리고 륀느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멀리서 개개인을 향해 쏟아지는 버프 마법은 단순히 수백 수천 명에게 쓰는 버프 마법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밀도를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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