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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36화 (936/1,559)

제 936화

잠긴 문을 열기 전 나는 이 영상석의 내용. 그리고 기괴한 내용의 기록들을 보며 이 인간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약.

그는 약에 잔뜩 취한 것이다.

“약이요? 우웅. 그. 아빠가 절대 하면 안 된다던 마약이에요?”

“아니. 외려 건강에는 좋은데. 체질에 안 맞는 사람이 흡입하면 간혹 이상한 짓을 하는 경우가 있어.”

지구에서 수면내시경을 할 때 이상한 소리를 하는 인간들이 있지 않던가.

-으아아아!! 간다 간다 쑝 간다! 와하하하 나는 왜 이렇게 잘생겼는지 모르겠네!

-크크크크크. 나는 바로 혼돈의 장인이니. 내 망치는 카오스 그 자체! 경배하라! 우매한 놈들!

삐릭.

“아…… 아빠…… 이 사람 왜 이러는 거예요?”

에반젤린이 정말 이해 못 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괜찮아. 아빠가 끔찍한 걸 보여줬구나…….”

약에 취하면 사람이 이렇게 변할 줄이야.

검신 하레스는 간혹 독특하게 생긴 잎을 말아 담배 대용으로 피우는 모습을 보였다.

담배와 다르게 몸에는 좋지만, 몸을 혹사하고 피면 상당히 몽롱한 기분이 들어 은근히 중독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반대로 같은 시대에 살았고 검신 하레스와 친분이 깊은 수르트는 그것을 손대는 꼴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한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저 인간은 왜 안 피냐고. 육체를 고되게 하는 건 그도 만만찮았을 텐데.

검신 하레스의 대답은 그러했다.

[한번 충격받은 이후로 손도 안 댄다더라. 나도 잘은 몰라. 내가 그놈과 친분을 가졌을 땐 손도 안 댔거든.]

처음엔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

하지만 그 떡밥이.

지금 개봉되었다.

“푸하하하하하하!!”

결국, 참지 못한 나는 바닥을 뒹굴며 자지러지게 웃어댔다.

이런 걸 혼자만 알고 있었다고? 수르트. 거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말입니다.

그쯤 되니 그가 이중으로 봉해준 것도 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7서클 마법으로 만든 락이라…… 웃기네 진짜.”

콰작!!

망설임 없이 그것을 박살 내고 들어가자 이번엔 앨범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 번째 앨범을 열었을 때…….

나는 첫 장을 열자마자 덮어버린 뒤 그대로 9서클 헬파이어를 일으켜 모조리 태워버렸다.

“이건 못 본 거로 하자…….”

이곳은 판도라의 상자로 공개되는 순간 경악스러운 진실이 세상에 알려질 것이다.

웃긴 점은 이 물건들 대부분이 막대한 방어마법이 걸려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나는 방어마법 채로 그것을 불태워 흔적도 남지 않게 만들었다.

“아빠?”

“여기 안에 있는 건 많이 해로워요. 에반젤린.”

“네에?”

“그러니까 못 본 거로 하자. 여기서 본 거.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기로 약속할 수 있지?”

내 미소에 에반젤린은 좀전의 끔찍한 참상이 기억났는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벌써 잊었어요!”

“그래. 착하다.”

그렇게 말한 나는 나머지도 모조리 불태워 지워버렸다.

어차피 내 기억이 멀쩡한 한 그의 흑역사는 언제고 복사할 수 있으니까.

[디그]

이 공간이 존재했다는 흔적을 모조리 지워버린 나는 망설임 없이 공간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복도를 지나 나왔을 때.

나는 익숙하지 않은 피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사실상 초입을 제외하면 부상자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후각을 자극하는 이 피 냄새는 어림잡아도 사람의 피 대부분이 빠져나와야 나올 수 있는 그런 지독한 피 냄새였다.

“웁…….”

에반젤린이 인상을 찡그리며 코를 쥐었다.

“아빠…… 피 냄새…….”

“무슨 일이지?”

석상이 문을 지키고 있던 곳으로 걸어 나가자 참상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후발 조사대로 보이는 이들이 단 한 명도 남김없이 깔끔하게 암살당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피 냄새의 근원은 이들이었다.

“세상에! 사람들이…….”

에반젤린이 경악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기가 무섭게 어떤 기척이 느껴진다.

“대상이 아닙니다. 어찌할까요.”

“목격자는 모두 죽여라.”

순식간에 독특한 검은 복장의 사내들이 주변을 에워싼다.

“보아하니 조사대와는 그리 사이가 좋아 보이진 않는데.”

내 중얼거림에 암살자들이 빠르게 흩어진다.

보통이라면 눈으로 좇는 것도 힘들어 보일 정도의 속도.

이 정도면 마스터급도 연계에 휘말릴 수준이었다.

“아빠!”

“가만히 있어.”

검을 쥐고 나서려는 에반젤린을 붙잡아 진정시킨 내가 천천히 힘을 끌어올린다.

쉬리릭!!

동시에 검은 암살자 하나가 내 뒷목을 노리고 날아들었고.

나는 그대로 그의 단검을 맨손으로 낚아채 박살 내버린 뒤 그대로 머리를 붙잡아 바닥에 처박아버렸다.

“흡?!”

“조심해라. 한 가닥 하는 놈들이다.”

“니들. 내가 누군지 모르는구나?”

노림수가 내가 아니라 팔란 제국이라.

살리반 황제가 나의 합류를 비밀리에 붙였던 탓에 바깥의 조사 대원도 내가 누군지 거의 모른다는 상황을 생각하면 나라는 존재는 완전히 변수나 다름없다.

“에반젤린. 오는 놈만 베어버려. 절대. 먼저 나서지 마.”

누군가를 죽이는 걸 망설이지 않고 하는 건 언젠가 배워야 할지라도.

그걸 솔선수범해서, 그리고 지금 같은 상황에 시키는 건 좋은 짓이 아니다.

지금은 그저 지켜보는 정도로.

“아빠가 알아서 할 테니까.”

“죽여라.”

이윽고 검은 암살자들이 순식간에 내게 쇄도해오기 시작했다.

[홍단이]

동시에 붉은 검이 내 손에 빨려 들어오며 붉은 검기를 뿜어냈다.

“소드마스터다! 틈을 주지 마라!”

소드마스터라. 이놈들 소드마스터와 싸워본 경험도 있구나.

나는 홍단이를 쥔 채 검을 빙그르르 돌리며 한발 스윽 미끄러지듯 내디뎠다.

그리고.

촤악!!!

일순간 암살자들의 몸이 피를 뿌리며 쓰러진다.

“커헉…… 이게 무슨…….”

“최대 전력을 소드마스터로 두고 왔나 보네. 제법 훌륭한 암행이긴 한데. 너희 뭐냐?”

“네놈…… 대체…….”

“이제 와서 분위기 곱창 내는 이유가 궁금한데, 뭐 내가 신경 쓸 문제는 아니다.”

촤악!!

망설임 없이 그들의 목을 베어버린 내가 새 가면의 석상을 바라보았다.

이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놈은 움직이지 않았다.

“어지간하면 좀 말리지?”

[인간의 싸움에 끼어들 순 없다. 나는 문을 지키는 수호자.]

“이미 몇 놈은 들어간 거 같은데?”

[이미 열린 문. 누가 들어가건 그건 나와 상관없다.]

새삼 인제 와서 새로울 건 없었다.

바깥은 이미 고요한 반면 내부에서는 상당한 살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래. 수고해라.”

그렇게 다시 본래의 보물고가 있는 통로를 향해 걸어 들어간다.

미로가 있으니 아무리 그놈들이라도 쉽게 진입하진 못하…….

“어휴. 그러면 그렇지.”

나는 색색들이 화살표가 그려진 미로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누가 습격한다고 생각이나 했겠냐.”

* * *

“크아아악!!”

“폐하를 모셔라! 절대 저놈들이 폐하께 접근하게 두지 마라!”

소드마스터 기사의 외침과 함께 기사들이 검은 암살자들과 충돌한다.

“빌어먹을! 대체 언제 정보가 새어나간 건지!”

“슬슬 움직일 때가 됐다고는 생각하지만 설마 지금일 줄 몰랐네요.”

“폐하. 송구합니다. 즉시 저놈들을 처단하고.”

“시간만 끄세요.”

“예?!”

놀란 기사의 외침에 살리반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이곳에 누가 있는지 잊었습니까?”

“아…….”

“더이상 소중한 생명을 희생시킬 순 없습니다. 데이비 왕자라면 저들을 어렵지 않게…….”

“폐하!!!”

그때 검은 암살자 두엇이 살리반을 향해 엄청나 속도로 진입했다.

이에 살리반을 지척에서 보호하던 기사 두엇이 빠르게 날아들어 그를 보호하기 위해 앞을 막아선다.

서걱!!!

암살자와 익스퍼트 최상급의 기사 둘의 충돌.

당연히 결과는 기사의 압승이 되어야 하건만.

놀랍게도 결과는 기사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것으로 결정이 나버렸다.

“이게 무슨?!”

동시에 비명이 울려 퍼진다.

“크악!! 크아아아악!!”

처참한 비명과 함께 익스퍼트급 기사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져 나갔다.

일방적인 학살에

살리반이 할 말을 잃은 듯 굳어버렸다.

“폐하!! 폐하!!”

그런 그를 보호하기 위해 소드마스터 기사가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 들며 달려들려 하지만 그 또한 갑자기 난입한 어떤 인물로 인해 막혀버렸다.

“크윽?!”

몇 차례 공격 합이 오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드마스터인 황실호위단장이 피를 뿌리며 벽면에 처박혀버렸다.

제국의 황실 수호 기사들은 그 경험도, 실력도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수가 적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당해버린 것이다.

“폐…… 폐하…… 피하시옵소서…….”

바닥에 쓰러진 그가 피를 울컥 토하며 살리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콰직!!

동시에 그를 제압했던 암살자가 다가와 발로 그의 손을 짓밟았다.

“오늘부로 팔란의 역사는 바뀐다.”

그 말에 살리반의 눈에 불이 터졌다.

최소한의 경비 인원을 호위로 둔 게 큰 실수였다.

‘데이비 왕자가 빠르게 합류한 탓에 본래 예정보다 더 빠르게 이곳을 들렸는데. 어째서 적이 이 타이밍을 알고 들어온 거지?’

섣부른 행동은 화를 부른다. 살리반은 최후의 수단을 숨겨놓은 채 한발 물러났다.

“소속을 밝혀라. 누구의 명령으로 이곳에 온 거지?”

그 물음에 그를 포위한 암살자 중 하나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걸 알려줄 순 없소.”

“그래. 쉽게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거군. 이 행동이 제국에 대한 반란인 것은 알고 있나?”

“흥. 그런 것도 모르고 이곳으로 왔을까.”

“폐하!! 피하시옵소서!!”

황실 근위단장의 필사적인 외침에 암살자 중 하나가 검을 뽑아 그의 팔을 찍어버렸다.

“크아아아악!!”

제압은 순식간이었다.

마법사인 간다브 경도 존재했지만, 그는 암살자들이 이곳을 습격하기도 전에 제압당했다.

즉 각개격파 당한 것이다.

엄연히 대처 미숙이었다.

“송구합니다. 폐하…….”

간다브 경이 피를 흘리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전투가 가능한 이들 대부분이 제압당한 수준.

수가 적어도 이들은 각기 마스터급 존재들이다.

그런 그들을 제압할 정도라면…….

상대 역시 마스터급 이상이라는 소리였다.

“그래도 제국의 황제이니 마지막으로 할 말은 들어주겠소.”

“마지막 할말이라. 짐이 어지간히도 우습게 보였나 보군.”

“실제가 그러하니.”

“네 이놈!!! 감히 폐하께 손가락 하나 까딱할 생각하지 마라!!”

퍼어어억!!!

악을 쓰는 기사단장을 걷어차 날려버린 그가 한발 물러났다.

“음? 아아 그렇게 하실 생각이군.”

갑자기 암살자들이 조용히 물러났다.

동시에 미궁 저편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 네놈은?!”

살리반이 눈을 부릅뜨며 뒤늦게 들어온 이를 바라본다.

그는 다름 아닌 팔란 제국의 또 다른 황족이었다.

“오랜만입니다. 형님.”

“네놈이 왜 여기 있는 것이냐.”

“하하. 동생이 형님 얼굴도 못 볼까요.”

“…….”

“이렇게 돼서 차암, 유감입니다. 형님. 그동안 천하를 가진 기분은 마음에 드셨습니까?”

“닥쳐라! 네놈.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알고는 있나?!”

“그렇지요.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형님.”

“네놈은 팔란 제국의 황제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전혀 모른다! 그 쓸데없는 욕심을 버리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하…….”

천천히 나타난 금발의 미청년은 짧게 침묵한 뒤 고개를 까딱였다.

그리고는 암살자에게서 받은 단검을 받고는 그대로 살리반의 복부를 찔러버렸다.

“컥!!”

“이봐 형님. 팔란 제국은 최강 제국이야, 그런 최강제국이 뭐? 대륙의 평화? 웃기지도 않아서. 하.”

“미친놈. 네놈이 그렇기에 내가 네놈을 쫓아낸 것이다.”

칼에 찔려 피를 흘리면서도 살리반이 으르렁거렸다.

“뭐, 무슨 이야기를 하든 상관있겠나. 형님이 죽으면 다음 계승권은 내게 있어.”

“웃기지 마라. 내 아들인 시렌이 있다.”

“아니지. 그놈도 내가 죽일 거거든.”

“후회할 짓 하지 마라. 네놈은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실수? 무슨 실수. 나는 모르겠는데.”

“이곳에 누가 있는지 알고 있나?! 네놈의 계획은 절대 성공 못 해!”

그의 외침에 금발의 미청년은 껄껄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뭐 바깥에 있는 기사들을 말하는 건가? 미안한데 그들은 이미 다 죽였어. 설마 이곳까지 들어오면서 바깥에 놈들을 그냥 돈 줄 알았나?”

섬뜩하게 웃으며 그가 돌아섰다.

그리고는 말했다.

“뭐해. 죽여.”

“안됩니다. 폐하!! 폐하!!”

근위기사단장이 피를 토하는 표정으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덩치가 큰 암살자가 검을 뽑아 들고 살리반의 목숨을 끊기 위해 검을 든 그 순간.

그의 뒤에서 검은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읍?!”

소드마스터도 1:1로 이긴 존재가 바로 그였다. 하지만 그조차 감지하지 못한 속도라 그의 눈이 부릅 뜨여졌고.

그의 마지막 광경은…….

그의 뺨을 향해 날아드는 새하얀 손바닥이었다.

짜아아악!!! 퍼어엉!!

단순 따귀인데.

인간이 공처럼 튕겨 나가 벽에 처박히고 침묵한다.

“음…… 일단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죽여도 되는 거 맞겠죠?”

침묵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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