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41화 (941/1,559)

제 941화

콰직!! 콰직!!

데이비를 집어 삼켜버린 샌드웜은 지하에서 난 구멍을 통해 나타났다.

순식간에 나타나 데이비를 먹어치우고는 도망쳐버리는 그 모습에 얼이 빠져버린 이들이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샌드웜이 데이비를 잘근잘근 씹어먹고 있었다.

“아빠!!”

“물러나시오!!”

[구가하라! 호명하라! 지평선에 내리노라!]

“사이클론 커터!!”

쉬리리리리릭!!

순식간에 고서클 마법인 바람 칼날이 날아들어 샌드웜을 공격해 들어갔다.

간다브 경은 팔란 제국의 마법사라는 자리를 노름으로 먹고 간 것이 아니었다.

예리하기 그지없는 대량의 바람 칼날의 공격은 정확히 놈이 데이비를 먹지 않은 부위를 노리고 날아든 것이다.

순식간에 적을 파악하고 적이 가장 취약한 마법을 사용하는 것.

어지간한 경험이 많은 마법사가 아니면 어려운 일이지만 간다브 경은 어렵지 않게 해냈다.

하지만.

“아니?!”

이 미친 샌드웜은 마법에 맞고도 상처는커녕 오히려 마법을 튕겨내 반대로 조사대원들이 피하게 만든 것이다.

-샤아아아아아아악!!!!

이빨이 촘촘하게 박힌 입을 쩍 벌리며 사이한 울음을 터뜨린 샌드웜이 분노를 토해냈다.

“역시…… 크기부터가 정상이 아니었어! 저놈은 마법으로 강화된 샌드웜이다! 조심해라!”

몬스터인 샌드웜을 처리할 때 가장 효율적인 공격 방법은 바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법이 먹히지 않는다면 긴장을 할 수밖에 없다.

위험하면 땅속으로 기어 들어가 버리고 기습적으로 튀어나와 공격을 가하는 샌드웜은 위험 요소 그 자체일 테니까.

생각지도 못한 방어능력에 당황한 간다브 경이 다시 마법을 충전하려던 그때였다.

파아악!!

순식간에 튀어나간 에반젤린의 검은 머리가 흩날린다.

그녀의 손엔 각기 검은 검과 붉은 검이 쥐어져 있었다.

“에…… 에반…….”

그리고.

서걱!!

검붉은 검기가 검 전체를 휘감았다가 사라지며 에반젤린의 신형이 샌드웜을 지나쳐 부드럽게 지상에 착지했다.

“무슨…….”

시야를 모두 가릴 정도의 엄청난 검기를 내뿜은 에반젤린의 모습에 얼이 빠져있던 이들은 곧 샌드웜에게 생긴 변화를 보고 입을 쩍 벌렸다.

“저게 무슨…….”

샌드웜이 마치 조각으로 나뉜 것처럼 흩어지듯 썰려버린 것이다.

모두가 놀란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 오러 블레이드!!”

“이럴 수가! 마스터라니!”

모두를 경악하게 만든 것.

그것은 안광을 번뜩이는 에반젤린의 검에 서린 단단하게 응고된 기검인 오러 블레이드였다.

익스퍼터가 마스터의 벽을 넘었을 때 비로소 발현할 수 있는 힘.

그 오러 블레이드가 에반젤린의 손에서 발현된 것이었다.

저 어린 나이에 소드마스터라.

당연히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다.

“주드 경…… 지금 제가 보고 있는 게 오러 블레이드가…… 맞습니까?”

“그…… 그런 것 같은데요? 세상에…… 어떻게 저 나이에 오러 블레이드를…….”

대륙의 최연소라는 단위가 너무 어처구니없이 갈아치워 진 상황에 모두가 할 말을 잃어버렸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쌍검으로 나뉜 검을 다시 빛으로 바꿔 본래의 용신검 트와일라잇의 형태로 바꾼 에반젤린이 급히 뛰어갔다.

그리고는 샌드웜에게 잡아먹혔다가 빠져나온 데이비에게 몸을 날리듯 그대로 안겼다.

“아빠!!”

“아이구 장하다. 결국, 벽을 넘었나 보구나.”

“흐아아아앙!”

죽지 않을 걸 알아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잘했다. 에반젤린.”

분명 샌드웜에게 씹어 먹혔을 텐데 아무런 상처도 없는 데이비와 그런 그를 끌어안은 채 엉엉 우는 에반젤린을 보며 그들은 이 인간들이 정말 인간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데이비 왕자야 워낙에 말이 많은 성자이니 그렇다 칠 수 있지만, 에반젤린의 경우는 천재의 경우를 넘어서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녀의 정체가 하프 고대룡이라는 것을 모르기에 생겨나는 혼란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작 데이비는 육편이 되어버린 샌드웜을 보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빠?”

“다친 곳은 없어?”

“네? 아…… 네!”

“그래. 잘했어. 우리 딸 장하다.”

에반젤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칭찬하는 데이비에게 다가온 간다브 경이 조심스레 물었다.

“왕자님. 괜찮으십니까?”

“네?”

“아니. 그 샌드웜에게 잘근잘근 씹히신 것도 그렇고, 놈이 가진 독도…….”

“아, 이거요?”

데이비가 손에서 새하얀 부스러기들을 보여주었다.

“이놈들. 칼슘이 부족한 모양이던데요. 회복을 시켜줘도 영 힘을 못 쓰네.”

데이비의 장난스런 말투에 간다브 경을 포함한 조사대원들은 입을 쩍 벌렸다.

그냥 니가 이상한 거야 이 인간아.

그들의 시선에 담긴 감정은 그러했다.

“그나저나 위험하군요. 이런 건 조사를 해야 할 텐데…… 방금 같은 샌드웜이라면 왕자님은 몰라도 저희로서는 조심스럽게 조사를…….”

“그냥 묻어요. 뭐하러 들쑤시나.”

“예?”

“그놈 키메라예요. 아마 고대에 드래곤이 만들어놓은 키메라가 이제 눈을 떠서 개인 활동이라도 했나 보죠. 뭐. 비만 도마뱀은 괜히 건드리면 귀찮아집니다.”

너무 가볍게 말하는 것 치고는 그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 * *

-내 장난감이?

어두운 동굴 속의 침실. 동굴 속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풍스러운 방의 침대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눈을 떴다.

짝짝!

손뼉 소리와 함께 주변의 벽면에 비치된 발광석들이 일순간 점등하며 주변을 환하게 비추었다.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방 내부가 이내 온전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지간한 왕국의 왕족 이상으로 화려하면서도 아름다운 방 내부에는 가장 큰 침대가 존재했다.

사람 일고여덟 정도는 올라가서 자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큰 사이즈의 침대가 말이다.

그리고, 그 침대 위엔 단 한 명의 인영이 누워있었다.

-끄응…….

이내 붉은색의 긴 머리카락을 지닌 어떤 인영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으 머리야…… 내가 얼마나 잔 거야.

그 존재의 목소리는 남성이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여성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느낌이 강했다.

비척거리며 일어난 인영은 곧 하품을 찍찍하며 손을 뻗었고 허공에 생겨난 미러 마법을 통해 자신의 몸을 살폈다.

“흠…… 오늘은 좀 샤프한 느낌이 좋겠네.”

그 말과 동시에 알몸의 인영의 몸이 천천히 빛에 휩싸이더니 이내 근육이 잘 잡힌 남성으로 변했다.

날카로운 인상에 굉장히 잘생긴 미남으로 변한 것이다.

“좋아. 변화엔 문제가 없고.”

약간 울리는 듯한 목소리가 천천히 평범하게 돌아오자 그는 만족스레 턱을 어루만지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벽장이 열리며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의상이 그에게 날아왔고 그는 느긋하게 그것을 껴입은 뒤 걸어 나갔다.

“여전하구나! 여긴. 그나저나 꽤 오래 잔 모양이네. 마나가 이렇게 풍부해질 줄이야.”

짧게 중얼거린 그가 키득거렸다.

그리고는 곧 자신과 링크가 끊어진 가디언의 흔적을 쫓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디언의 흔적은 거대한 동굴에 난 구멍 너머에 있었다.

“이놈이 지키라고 만들어놨더니 어디까지 간 거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구멍 안으로 한참을 걸어 들어갔을까.

그는 곧 거대한 던전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누가 이미 공략을 마쳤는지 건질만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흐음…… 여기 있구나.”

그러거나 말거나. 길게 늘어뜨린 붉은 머리의 남성은 곧 육편이 되어버린 자신의 가디언인 강화 샌드웜의 시체를 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보았다.

“역시 이성이 없으니까 제어가 잘 안 되나? 보아하니 소드마스터에게 잘린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이 던전을 탐사하러 온 마스터와 싸움이 벌어졌고 그래서 죽은 모양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내는 흥미가 돋은 표정으로 허공에 손짓을 했고 그의 손짓을 따라 빛의 입자들이 모여들어 대지의 기억을 읽기 시작했다.

수많은 검이 놓인 던전. 그리고 인간과 드워프들.

그리고. 자신의 가디언인 강화 샌드웜이 인간을 하나 먹어치우고, 그런 그 가디언을 검은 머리의 아주 예쁜 아가씨가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 신기한 검술로 베어버렸다.

“이상하네. 오러 블레이드에도 굉장한 내성이 있게 만들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잘린 거지?”

그렇게 중얼거린 그가 어깨를 으쓱인다.

“상관없나?”

그렇게 중얼거린 그는 곧 영상 속의 소녀를 시선에 담은 뒤 다시 몸을 빛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그러자 그의 몸이 곧 20대 중후반에서 10대 중후반 정도의 젊은 소년의 형태로 바뀌었다.

“오랜만에 유희나 나가볼까? 이번엔 저 아가씨로 하자.”

이상하게 시선이 간다.

웜급의 레드 드래곤인 그에게 있어서 유희는 자주 있었던 일이기도 했다.

최근엔 와서 자신이 드래곤이라는 사실이 들킨 적이 없었던 터라 별문제 없이 넘기긴 했지만 수백 년을 자버린 지금은 어떨는지.

뭐 어찌 되었건 유희 당시에 예쁜 여자들을 보고 그 여자들과 맺어진 경험은 많지만 이번엔 유별날 정도로 시선이 갔다.

검은 머리를 가진 예쁜 소녀는 그녀의 머리색과 어울리는 신묘한 검을 지니고 있었다.

“저 검은 인간이 쓰기엔 너무 급이 높기도 하고, 위험해 보이는데…… 저건 나중에 저 아이가 죽으면 회수하도록 할까.”

그에게 있어서 유희의 대상인 인간은 어차피 한낱 인간일 뿐이었다.

“자. 그럼 어떻게 마주칠까.”

고민하던 그가 피식 웃었다.

“우선은…….”

* * *

“드래곤이라…….”

팔란 황성으로 향하는 말에 탄 채 느긋하게 나아가던 내 앞에 앉아있던 에반젤린이 고개를 돌린다.

“네?”

“에반젤린. 드래곤에 대해 아니?”

“으웅…… 저요?”

“아니.”

에반젤린은 자신이 인간이 아닌 고대룡이라는 사실을 내게 들었다. 처음엔 제법 혼란스러워했지만 다행히 에반젤린은 인간 이상으로 정신력이 강했던 터라 큰 탈 없이 넘어간 상황이기도 했다.

“그냥 드래곤. 고대룡 말고.”

고대룡과 일반 드래곤은 확실히 다르다.

그 힘의 격차부터가 이미 하늘과 땅 차이며 기본 크기나 수명, 성장 배경까지 완전히 계산 방식이 다르다 할 수 있다.

“으음…… 글쎄요? 드래곤이 나타났다는 전례는 본 적이 있지만, 대륙의 모든 드래곤은 현재 멸종했다고 들었어요.”

“그래. 기록에는 그렇지.”

“아닌가요?”

“맞아. 멸종했어. 아니 멸종했을걸?”

그 말에 에반젤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도 모르겠다고. 사실 드래곤 한 마리가 나타나면 잡아서 이것저것 구석구석 조사해보고 싶은 기분이었거든.”

“읏…… 아빠 제가 도와드릴게요! 저도 고대룡인걸요!”

에반젤린의 외침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고대룡은 아니라니까.”

키득거리던 그때였다.

“헉…… 헉!! 도, 도와주세요!”

숲속에서 붉은 머리의 곱상하게 잘생긴 소년 하나가 필사적으로 일행이 있는 곳을 향해 뛰쳐나왔다.

“멈춰라! 아이가 나타났다!”

이런 숲속에 아이가?

당황한 일행들이 넝마를 걸친 아이를 보고 말에서 내리자 소년이 숨을 헐떡이며 소리친다.

“모…… 몬스터가!! 몬스터가 저를 죽이려 들어요!”

소년의 외침에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동시에 숲속 곳곳에서 대체 어떻게 긁어모았는지 모를 몬스터 대군이 협력하듯 쏟아져 나온다.

몬스터가 협동하며 하나의 목적을 위해 몰려간다? 문득 이 장면 어디서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빠? 왜 그래요?”

에반젤린의 물음에 나는 몬스터의 출몰을 보며 동부대륙 북부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천칭궁이 만든 사이비 집단이 날뛸 때 인간들을 습격하기 위해 몬스터가 대량으로 습격하지 않았던가.

거기서 에반젤린이 집행관 힐데스와 만나기도 했었고.

‘가만 그럼 그때랑 상황이 비슷한 건가?’

나는 쓸데없는 고민에 빠져 그저 상황을 관망했다.

내 시선은 다시금 소년에게 꽂혔다.

소년은 겉보기엔 소년의 모습이지만.

내 시선에 비친 녀석의 본래 모습은 조금 달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