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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48화 (948/1,559)

제 948화

한번 드러내면 그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쿠웅!!

잠들어있던 그의 마나가 요동치며 그의 동공이 파충류의 눈처럼 세로로 찢어졌다.

“루델!”

“물러나세요. 아가씨.”

유희를 끝내고자 마음을 먹었으면서도.

그는 버릇처럼 에반젤린을 아가씨라 불렀다.

[푸하하하하하!! 파국이네!]

비웃음을 던지는 카르마는 좀 전 에반젤린에 의해 인간 형체에서 팔을 잘렸다.

그 여파는 본체로 돌아갔음에도 남았는지 그의 한쪽 팔은 너덜너덜했다.

[뭐. 좋아. 재미도 충분히 봤으니까. 그런데 말이야. 저 빌어먹을 미물이 감히 내 팔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놔? 아무리 폴리모프라지만 그 검은 용서할 수가 없다.]

그가 지독한 피어를 피어 올리기가 무섭게 루델이 나섰다.

[노바 플레임]

콰아앙!! 쾅!!!

순식간에 붉은 용암으로 이루어진 화염 기둥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아…… 하아…….”

7서클의 노바 플레임이었다.

[이 빌어먹을 놈이…….]

에반젤린을 향해 브레스를 쏘아 보내려던 카르마가 섬뜩한 투기를 내뿜었다.

“어이. 인간은 내버려 두고 이쪽이나 신경 쓰지? 언제부터 드래곤이 이렇게 저급한 존재가 됐나.”

[말은 잘하는구나. 아직 위아래가…….]

“카르마. 본체 상태로 오래 있으면 눈에 띈다. 빨리 움직여. 장로들이 우리 움직임을 눈치채면 그냥 징벌로는 안 끝나.”

인간형을 유지하고 있던 흑발의 드래곤의 일갈에 카르마가 짧게 혀를 찼다.

[이봐, 루델 사실은 말이야. 장로들은 널 회수해오라 말했지만. 우린 좀 생각이 다르거든.]

“닥쳐라.”

그 말과 함께 봉인을 모조리 푼 루델이 양손에 화염구를 피워올리며 그대로 날아올랐다.

동시에 카르마는 거대한 본체를 이용해 루델을 향해 날아들었고, 이내 격렬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네까짓 게 뭔데 장로들의 관심을 받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죽여버리면 장로들도 알겠지!]

쾅!! 쾅!!

[우리가 더 뛰어나다는걸.]

흔히 말하는 질투였다.

하지만 단순 질투라고 하기엔 그 분노가 짙었다.

다섯 마리의 드래곤 중 넷이 그저 불구경하듯 카르마와 루델의 싸움을 지켜본다.

시간이 없다 하면서도 그냥 두는 건, 뭐 들킨다고 별일이야 있겠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싸움의 현황은 카르마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돌아갔다.

중간계의 조화를 위해 폴리모프를 해제하지 않는 루델과 다르게 카르마는 상처를 입었다 해도 본체 상태였으니까.

쾅!!

“커헉!!”

허공에 날아올라 꼬리에 맞고 튕겨 나간 루델이 검은 피를 울컥 토해냈다.

[본체도 안 드러내고 싸우는 게 가능할 거 같아?]

폴리모프라는 건 본체의 힘을 억제하는 수단으로도 작용한다.

실제로 이클립스 또한 그러했으니까.

그런 상황에 나이는 비슷한데 한쪽만 현신을 한 상황이니 싸움의 결과야 뻔했다.

쿠웅!!

결국, 싸움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는지 카르마가 눈을 번뜩였고, 막대한 중력이 루델을 지면에 처박아버렸다.

“크윽…… 큭!!”

[그놈의 말 같지도 않은 조화를 지키겠답시고 현신도 함부로 못 하는 멍청한 놈. 그러니까 너희들이 우리에게 안 되는 거야.]

“닥쳐…… 당장 이걸 풀고 네놈부터 시작해서 너희 전부 잘근잘근 씹어먹어 버릴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그가 용을 쓰고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으으…… 그아아아아아!!!”

[무슨?]

괴성과 함께 중력을 이겨내며 천천히 일어나는 그를 보며 카르마가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도 그럴 것이 본체인 카르마가 사용한 중력 마법을 폴리모프 상태인 루델이 견뎌내다 못해 걷어내고 있었으니까.

이에 카르마가 힘을 더 가해 짓누르려 하지만 루델은 멈추지 않았다.

“으으으…… 으아아아아아!!!”

콰창!!!!

[미친?! 폴리모프 상태로 내 중력 마법을 깼다고?!]

“하아…… 하아…….”

폴리모프한 채로 폴리모프조차 해제한 카르마를 압도해버린 루델이 세로로 찢어진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너희는 아무렇지도 않나?”

[…….]

“에반젤린 아가씨를 보고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냐고.”

단순히 개인의 착각이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게 아닌 것 같았다.

“모르겠으면 이야기가 통할 것도 없지. 너희는 오늘 내가 여기서 묻는다.”

그의 전신으로 새빨간 마나가 폭발하듯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역시. 특이 심장을 지닌 드래곤은 무섭다니까.]

쿵!!!

묵직한 충격음과 함께. 카르마의 중력 마법조차 이겨냈던 루델의 육신이 다시 처박혔다.

“커헉…… 컥…….”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중력 마법.

이에 카르마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검은 비늘을 가진 드래곤이 심드렁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카르엘라…….]

[비켜, 시시하게 싸우는 꼴을 더는 못 봐주겠으니.]

[하지만…….]

[비키라고 했다.]

싸늘한 블랙 드래곤 카르엘라의 말에 카르마가 움찔하며 물러났다.

[본체를 드러내 루델라이트.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별로 의미가 없잖아.]

“크으…… 큭!”

고통스러워하던 루델라이트가 일어나려 안간힘을 쓴다.

그때 그의 주변으로 검은 깃털 같은 빛들이 쏟아지며 루델이 눈을 부릅떴다.

“안돼!!!”

콰아아아앙!!!!

검은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며 일대 전역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순식간의 폭압이었다.

* * *

거대한 폭발의 여파가 사라지고 나타난 것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루델과 그런 루델이 막아서 보호해준 에반젤린이 전부였다.

“하…… 굳이 보호할 필요도 없었구나…….”

쿵!!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진 루델과 그런 그를 보며 눈을 부릅뜬 채 서 있던 에반젤린이 이를 악물었다.

“루델!! 루델!!”

“죄…… 송합니다 아가씨…… 도망가세요……. 그 인간이 있는 곳으로……”

필사적으로 그가 입을 뻐끔거렸다.

[아직까지 현신을 안 해? 그럼 이건 어떨까.]

끝내 본체현신을 하지 않는 루델을 보며 카르엘라가 허공에 앞발을 뻗었다.

검은 발톱 끝으로 공간이 갈라지며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거, 찾고 있었지?]

“쿨럭?!”

쓰러져 눈만 굴리던 루델이 눈을 부릅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작은 펜던트였기 때문이었다.

[이제 이 세상에 남은 네 동생의 마지막 흔적이잖아. 동생은 오래전에 의식의 제물로, 그 오라비는 이제 와서 의식의 제물로. 있지. 너희 온건파 장로들이 왜 널 찾는지 알아?]

“…….”

[네 심장에 머무른 시초 용의 흔적을 이용해서 대적하려고 하는 거라는 소리야. 뭐 여기서 죽으나 거기서 죽으나 별반 다를 거 없잖아?]

그렇게 말하며 카르엘라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런데 어쩌나.]

콰직!!

카르엘라가 펜던트를 허공에 던지기가 무섭게…….

무형의 기운이 펜던트를 그대로 우그러뜨려 버린 것이다.

“그…… 그으으…… 그아아아아아!!!”

괴성을 내지르며 그가 붉게 빛나는 안광을 번뜩였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기세의 마나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드래곤의 현신.

블루드래곤 카르마는 루델에게서 흘러나오는 마나에 기겁한 듯 움찔거렸고 블랙 드래곤 카르엘라는 싸늘하게 그를 내려다보았다.

붉은빛에 휩싸인다.

이제는 완전히 돌이킬 수 없다.

하지만 이성을 놓아버린 루델에게 그런걸 신경 쓸 여력은 없었다.

쿠웅!!!

이윽고 거대한 폭음과 함께 붉은 연기가 걷힌다.

그리고.

카르마나 카르엘라보다 더 거대한 드래곤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세 쌍의 날개. 붉게 타오르는 듯한 비늘과 두 개의 뿔.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의 마나를 품은 레드 드래곤.

현 로드의 유일한 자식이자. 특이 심장을 지닌 루델라이트가 현신을 한 것이다.

주변을 짓누르는 끔찍한 공기에도 불구하고 카르엘라는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기대 이상이긴 한데 정말 별거 없구나? 장로들은 뭐가 좋다고 이런 너를 찾아 헤맨 건지.]

그렇게 말하며 카르엘라가 그를 공격하려던 찰나였다.

루델라이트가 세 쌍의 날개를 펄럭이며 입에 브레스를 머금는 그 순간 카르엘라가 움찔거렸다.

뭔가 이상할 정도로 위험한 기척이 느껴진 것이다.

“메가로드리아. 저놈 눌러.”

담담한 목소리와 함께.

콰르르릉!!

검은 먹구름이 하늘에 끼이기 시작했고 천둥이 치기 시작한다.

동시에 창공의 균열이 일그러지며 그 안에서…….

거대한 2족 보행형 드래곤이 튀어나와 무릎으로 루델라이트의 등을 찍어눌렀고 한 손으로 루델라이트의 머리를 잡아 지상에 처박아 고정시켰다.

[쥐뿔도 되지 않는 놈들이 간도 크구나.]

온 전신에 섬뜩한 소름이 돋는 거친 목소리였다.

검붉은 날개를 펄럭이며 내려선 거대한 용의 출현으로 막대한 힘을 내뿜던 루델라이트가 저항했지만 검붉은 용은 안광을 한 차례 번뜩이는 것으로 루델라이트를 그 자리에서 침묵시켜버렸다.

[이게 무슨…….]

생전 처음 보는 존재. 드래곤이나 드래곤과는 다른 무언가. 온 전신에 두려움이 새겨질 정도로 무시무시한 안광.

그 안광을 가진 존재. 창공의 폭풍 용왕이자 환수왕. 메가로드리아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정말 오랜만이구나. 그동안 탈것 취급이라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았다만. 이 정도 되는 놈들이라면 날뛰어도 상관 없…….]

“누가 날뛰래. 저놈 누른 것도 괜히 주변 파괴되지 말라고 한 건데. 그놈 붙잡고 기다려.”

그렇게 말하며.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가까이 올 때까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하찮은 미물이 감히 여기가 어디…….]

“어이 도마뱀.”

단순한 목소리인데. 온 전신의 피가 차갑게 식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 와.”

[…….]

말조차 못 할 정도로 순간적으로 굳어버렸던 자신들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그들의 전신에서 묵직한 기세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흑발의 청년 데이비는 조용히 에반젤린에게 다가갈 뿐이었다.

“에반젤린 괜찮니?”

“아, 아빠…….”

흐느끼며 데이비에게 다가간 그녀를 보며 데이비가 조용히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해. 대규모 차원 조율을 하다 보니까 늦어버렸구나.”

“흑흐흑…….”

“다친 덴 없고?”

“루델이…… 루델이…….”

메가로드리아에게 짓눌려 침묵하는 루델라이트를 가리키는 그녀의 말에 데이비가 낮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그를 공격했던 아니 정확히는 에반젤린을 공격했던 드래곤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찮은 인간이 무슨 요행으로 이곳…….]

-엎드려.

콰앙!!!

자신이 순간적으로 두려움을 느꼈다는 사실을 애써 부정하며 카르마가 입을 닫고 그대로 지상에 처박혔다.

단순 그래비티 마법이 아니었다.

용언의 종주인 드래곤에게. 그보다 상위의 용언으로 찍어눌러 버린 것이다.

[컥?! 요…… 용언이라고?!]

경악하는 카르마를 향해 언제 다가온 것일까. 데이비가 스산하게 안광을 번뜩이며 물었다.

“네 심장. 몇 그램 나가냐.”

난 마법 재료는 가리지 않고 받는데.

아무리 봐도 인간인데.

어째서 그가 드래곤조차 거역할 수 없는 기괴한 용언을 사용하는 것일까.

그들의 얼굴에 혼란이 서린다.

같은 시각.

알라시스 반도에서 20마리는 넘어 보이는 수많은 드래곤들이 대양을 넘어 티오니스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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