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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83화 (983/1,559)

제 983화

“언제까지 지켜볼 건가요?”

정령여제 유리아나가 독고준을 향해 날카롭게 말했다.

“우리 막내가 하필이면 아트렐리아에서 오딘을 상대로? 둘 중에 하나가 소멸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게 될지 몰라.”

“그렇지. 끅! 하필 아트렐리아라니.”

독고준이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데이비도 적당히 자제하는 술인. 영웅들마저 취하게 만드는 극한의 독주.

열반주.

이바의 말을 빌려 열반주 mk-2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지닌 독특한 술이다.

“젠장. 이제는 이걸로도 취하기가 쉽지 않군.”

“애초에 이건 예정된 일이잖아. 안 그래 형씨?”

한켠에 등을 기댄 채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검신 하레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로 아이아스 네 말대로라면.”

누군가의 목소리에 조용히 침묵하던 로 아이아스가 잘게 떨리는 손으로 조용히 말했다.

“모든 일은…… 결국 자신이 선택한 결과를 책임져야 해요.”

그게. 데이비에게 내려진 과업이며.

이 같은 고집을 부린 그에게 내려지는…….

“태고의 의지, 프리아 여신의 시험…….”

“본래 사라져야 할 오딘을 강제로 되살린 결과가 이런 시련이라니. 그래도 해결책이 있다는 게 다행이네.”

무왕 유르그가 주먹을 쥐었다가 펴며 중얼거리자 그의 부인인 정령여제 유리아나가 그의 팔에 기댔다.

“일단 믿어보자 유리아나. 여기서 데이비 그놈이 저지른 일이 세상의 흐름에 변화를 주지 않게 잘 조율하는 게 돕는 거다.”

“아이 x벌 xxxx같은 놈. 평소에 잘만하다가 왜 이렇게 더딘 거야.”

“신중한 거겠지.”

히포크리아가 조용히 다프네의 말을 끊었다.

“다시 보지 말자 했지만. 기본적으로 정에 목말라 있던 녀석이었으니까.”

처음 데이비가 왔을 때를 떠올려 보며 히포크리아가 조용히 한숨을 내쉰다.

“자…… 그럼…….”

이윽고 진지한 얼굴로, 또는 걱정스런 얼굴로. 또는 미안함이 서린 얼굴로 서로를 보던 영웅들이 시선을 교환한다.

“나흘 안에 끝난다에 옥형석 20개 건다.”

독고준의 말에 다프네가 손을 들었다.

“나도 나흘.”

이어서 무왕 유르그와 정령여제 유리아나가 손을 들었다.

“이틀이요.”

“이틀 걸지.”

“누가 부부 아니랄까 봐 아주 손발이 착착 맞네. 홀몸인 사람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히포크리아의 투덜거림에 다프네가 씨익 웃었다.

“내 옆에 있는 이 빌어먹을 귀쟁이 데려가면 될 텐데.”

“아니 저건 좀…….”

“이, 이봐 히아…….”

“내가 히아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

히포크리아의 말에 궁신 아폴론이 움찔거렸다.

“난 5일 걸겠어.”

히포크리아의 말에 조용히 상황을 보던 [로 아이아스]가 테이블을 쾅쾅 내리쳤다.

“이봐요! 이 와중에도 그럴 거예요?!”

그녀의 외침에 모두가 움찔했다.

실질적으로 오딘까지 빠진 상황에서 회랑의 최강자. 한마디로 모든 영웅들을 쭈그러지게 만들 강자가 바로 그녀였으니까.

물론 정말 그녀가 두려워서 이러는 이들은 없었다.

그저, 로 아이아스의 숭고함과 그녀의 성품을 존중하는 것일 뿐.

“데이비가 저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그렇게 장난이나 치다니요!”

그녀가 울먹거리며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다프네까지 떨떠름하게 중얼거린다.

“미…… 미안해 로 아이아스. 하지만 우리도 저 녀석을 믿고…….”

“믿으면 그를 정확히 보셔야죠! 데이비의 현재 심정. 그가 사용하는 힘. 그리고 현재의 상황까지!”

그녀가 커다란 소매 속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

조용히 어떤 주머니를 꺼낸다.

“열흘. 거기에 옥형석 200개 걸게요.”

“너…….”

그 말에 로 아이아스가 움찔거렸다.

“죄송해요. 쫄리면 뒤져주세요…….”

…….

하나도 정상인 작자가 없다.

* * *

섬광은 한순간이었고, 그 섬광이 만들어낸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로키 데반은 단순히 누군가를 학살하는 취미가 있는 미친놈은 아니었다.

조금 더 고품질? 아니 저품질?

어떤 의미로는 조금 다른 의미의 싸이코라고 불러도 될 만큼 그의 목표는 광오, 오만, 또는 허황되었으니까.

세상 모든 곳에 존재하는 하나의 시스템 중 하나인 비 물리 법칙 계통의 힘. 원소 마나. 사령 마나. 신성 마나. 혹은 그조차 모르는 도력이나 용언의 힘. 그 외에 금기의 힘 같은 모든 것들을 지워버리겠다 선언했으니까…….

그 과정에서 마나의 영향을 받아 생겨난 모든 생명체를 지우는 것도 그의 목적이었다.

단 일검 휘두르는 것으로 수천 수만 번은 할퀸 것 같은 흉터가 드러났다.

“크아아악!! 쿨럭!”

육신을 덧대고 있는 반신급 존재.

저 밤하늘의 별이 모여 만들어진 창조체인 별자리인 염소자리 캐프티콘이 피를 울컥 토해내며 쓰러진다.

그의 육신은 그의 방어를 뚫고 들어온 청적색의 검기에 그대로 노출되었고. 순식간에 치명상을 입었다.

“괴물…… 같은 놈…….”

반신급 존재.

캐프티콘은 자신의 힘으로 내 공격을 막아내려 했다.

그의 힘에 대해선 석판을 조사하면서 겉면으로나마 확인한 바 있다.

[그의 손이 닿았을 때 그를 공격하던 모든 것이 멈췄다.]

[그의 의지가 닿았을 때. 모든 것은 그를 두려워하며 가까이 가기를 꺼려했다.]

누가 고대 석판 아니랄까 봐. 표현방식이 굉장히 뜬구름 잡는 식이다.

하지만 대략적으론 이해할 수 있었다.

석판의 구절 자체가 그의 힘을 나타내는 지표였으니까.

갑작스레 왜인지 모를 오한에 온몸이 부르르 떨린다.

누가 내 이야기라도 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염소자리 캐프티콘은 공격 면에선 그리 강하지 않다.

하지만 모든 공격. 그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들은 그에게 모종의 공포를 느끼고. 그에게 접근하지 못한다.

간단히 말해서 파이어볼을 던졌을 때 캐프티콘이 품고 있는 어떤 힘으로 인해 그에게 날아간 파이어볼이 두려움이라는 존재할 수 없는 감정에 덧씌워지게 되고 흩어져버리거나 그를 빗겨나가는 등 공격을 원천 차단해버린다는 이야기였다.

당연히 초단이의 검기도 마찬가지여야 했다.

하지만.

“마갈궁이?!”

너무도 허무하게 마갈궁이 무너져 내리자 별자리들의 표정이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다만 마갈궁의 힘은 소기의 목적을 이뤄냈다.

로키 데반이 살아남은 것이다.

“진짜 독특한 힘이네.”

적당히 힘을 빼고 휘두른다고 할지라도 초단이의 권능이 있는데 이걸 막았다는 게 놀라울 지경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한번에 살아남았으면.

한 번 더 가면 되는 일이다.

화르르륵!!

마치 타오르는 것처럼 초단이의 검신에 두꺼운 청적색의 검기가 모여들었다.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인간의 육신에 강림하고 있는 그들은 표정이 드러나는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하며 급히 로키를 보호하듯 벗어나려 했다.

가긴 어딜 가.

끄극!!!

초단이를 든 오른손이 아닌 왼손을 들어 허공을 마치 잡아 끌어내리듯 손가락에 걸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 일그러지며 내 눈동자 하나에 터질 것 같은 핏줄이 돋았다.

“잠깐이면 되니까 얌전히 있어라!”

망설임 없이 허공을 잡아 끌어내린다.

동시에 균열이 일며 아지랑이 같은 일그러짐이 퍼져나간다.

그그그극!!!!

헤라클래스가 사라지고 세상이 다시 조율되면서 프리아 여신의 금기로 만들어진 힘. 금기의 업이 아주 잠깐 움직였다.

쿠웅!!

동시에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천장이 생겨난 것처럼 놈들이 허공으로 치솟다가 무언가에 막힌 것 퉁겨져 내려왔다.

“컥”

“빌어먹을?! 이게 무슨 터무니없는?!”

갑작스런 이변에 다급히 물병자리 보병궁이 급히 손에 물을 끌어모았다.

순식간에 압축된 수압의 칼날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내 위치를 파악하려 했을 때.

이미 나는 그녀의 지근거리까지 다가간 후였다.

푸욱!!!

“커헉!!”

내 손을 떠나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유영하던 장검 초단이가 그의 가슴을 찔러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킨다.

그리고.

나는 양손에 든 거대한 해머에 내 힘을 불어넣었다.

세 번이면 돼.

순간적으로 두려움을 느낀 물병자리 보병궁이 급히 반격을 가하려 하지만 그녀가 손을 뻗으려 했을 땐 이미 내 손에 쥐어져 있던 거대한 오함마, 코로나 디스트로이어가 그녀의 얼굴까지 날아든 후였다.

쩌어어어엉!!!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주변을 모조리 박살 내며 폭풍을 일으킨다.

수차례 구르며 날아가 처박힌 보병궁의 몸에 금이 간 방패의 형상이 나타났다.

한번 들어갔다.

아퀘리스 보병궁과 피시즈, 쌍어궁 모두가 처음에 당한 염소자리 마갈궁의 보호를 받았다.

마갈궁이 아직 완전히 무너진 게 아닌 탓인지 녀석들의 힘은 나를 거부했지만 나는 놈이 가진 힘 이상의 화력을 때려 부어 그것에 강제로 영향을 미치게 만들었다.

물론. 놈의 방비는 단단한 만큼 본래 힘보다 좀 더 들어가는 건 사실이다.

그러니.

방어가 든든하면 그 방어부터 깨부순다.

“안돼!!”

한차례 맞고 튕겨 나간 그녀가 다시 내게서 벗어나려 한다.

하지만 나는 순식간에 주저앉아있던 그녀의 오른쪽 어깨를 짓밟아 일어나지 못하게 막으며 그녀의 가슴에 아직까지 박혀있는 초단이의 그립을 잡았다.

“아…….”

“이걸로 두 번이네.”

쩌어어어엉!!!

마치 거대한 소닉붐이 일어나듯 또 한차례 공격이 가해진다.

금이 간 방패는 이내 반절 갈라졌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은 아퀘리스. 보병궁의 표정이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한 번만 더 맞으면 큰일 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도 진짜 신기한 힘이네.”

그런 힘은 내가 그냥 둘 수 있나.

나는 두 번째로 맞고 허겁지겁 도망치는 아퀘리스를 무시한 채 반으로 갈라져서 꿈틀거리고 있는 캐프티콘에게 다가갔다.

그때 하늘에서 생겨난 7서클의 얼음 창들이 내게로 쏟아진다.

하나하나 7서클 마법에 불과하지만 놈을 디스펠 하려던 내가 인상을 찡그리고 그대로 초단이를 휘둘러 일일이 하나씩 박살 냈다.

“눈치가 빠르시네요. 강할 거라는 사실은 알았습니다만…… 이 정도일 줄이야.”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나는 캐프티콘에게 손을 뻗었다.

[먹어라]

콰득!! 콰드드득!!

무형의 무언가가 내 손을 휘감듯 뻗어 나가 캐프티콘의 힘을 물어뜯기 시작한다.

놈은 본능적으로 저항하려 했지만, 포식의 권능은 단순히 창조된 반신이 저항하기엔 너무 폭압적인 힘이었다.

콰득!! 콰드드득!!

미련 없이 그의 힘을 먹어치운 권능이 사라지자 나는 새로이 몸 안에 자리 잡은 캐프티콘의 기이한 힘을 내게 융화시키기 위해 시도해보았다.

포식의 권능은 비물리 계통의 힘을 먹어치운다. 그 대상은 내 정신력의 한계를 넘지 않는 수준의 힘.

새로이 내게 빨려 들어온 캐프티콘의 힘은 맹렬하게 저항하기 시작했지만 놀랍게도 거헤궁 때처럼 프리아 여신이 내게 맡긴 일부 조율 권능과 함께 섞이며 금방 스며들어버렸다.

귀찮은 일을 제외하고 거의 쓸 일이 없던 프리아 여신의 권능이 이렇게 도움이 되네.

얘들아. 신입 왔다.

내 의지와 함께 사령 마나와 원소 마나. 그리고 마왕으로서 얻은 마기가 움직이며 캐프티콘의 힘을 툭툭 건드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기다렸다는 듯이 갈구는 게 느껴진다.

어서 와. 이런 몸속은 처음이지?

“죽어라!!”

캐프티콘의 힘을 흡수하며 여유를 부리고 있자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아퀘리스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쩌억!!

부욱!!

물줄기가 지나간 곳은 마치 얇은 천을 가위로 오려낸 것처럼 깔끔하게 잘려나간다.

이 정도 위력이면 단순 물의 힘만으로 따졌을 때 물 그 자체라 불리는 물의 정령왕 엘라임보다 한참의 상위의 힘.

그 원리는 아직 파악한 바 없지만 마치 물이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반면 그녀가 다루는 물의 양은 그리 크지 않다.

마치…… 병 안에 담아둔 물을 꺼내 쓰는 것처럼 말이다.

촤라라락!!

이윽고 광선처럼 쏘아진 물줄기들이 퍼져나가며 내 발목을 잡았다.

“됐어!!”

아퀘리스가 눈을 부릅뜨며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물의 겉면 형태가 변하며 가시 같은 것들이 튀어나왔다가 다시 내 쪽으로 빨려 들어온다.

촤자자자자작!!

날카로운 파육음과 함께 나를 완전히 감싼 물이 아이언 메이든처럼 닫히며 나를 찔러 들어왔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숨을 고르며 내게 천천히 다가오는 아퀘리스가 보였다.

“빌어먹을…… 아무리 인간의 껍질을 덮어쓰고 있다지만 고작 인간 하나에게…… 캐프티콘이 당할 줄은…….”

그녀의 중얼거림에 내가 움직인다.

“물러나라!! 아퀘리스!!”

쩌어엉!!

놀란 아퀘리스가 움찔거리기가 무섭게 그녀가 만들어놓은 초고밀도의 물방울을 맨손으로 뚫어버리며 파고든 내가 그녀에게 또 한 번 코로나 디스트로이어를 휘둘렀다.

캐프티콘의 힘을 먹어 그녀에게 걸린 힘을 중화시키지 않았다면 네 번에서 다섯 번 정도는 박아야 할 것 같았지만. 그 힘을 잃은 이상 그녀는 인간의 육신에 강림한 별자리일 뿐이다.

콰직!!

이윽고 그녀에게 서려 있던 방패가 완전히 갈라진다.

“바…… 방어가 안 돼?!”

물을 끌어모아 방어를 해보려 하지만 물줄기들은 그녀의 의지를 배반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머리를 낚아채듯 잡은 내가 씨익 웃었다.

“세 번이다.”

콰아앙!!!

힘을 잃고 침묵하기 시작한 캐프티콘보다 더 빠르게.

또 하나의 별자리가 빛을 잃었다.

입을 쩍 벌린 채 로키를 보호하고 있던 남은 별자리. 쌍어궁 피시즈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역시…… 잘못 본 게 아니었군…….”

“이제 보이나 보네?”

“너…… 대체 뭐냐…….”

“뭐긴.”

이윽고 내가 움직이자 쌍어궁이 급히 로키를 밀쳐냈다.

그리고, 순식간에 놈에게 접근한 내가 빙그레 웃으며 놈의 한쪽 팔을 잡았다.

그리고, 뒤로 빠지려는 그를 잡아당기며 그의 심장에 초단이를 박아넣었다.

“데이비 올 라운이다.”

기이한 색으로 변색된 피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바닥으로 추락하는 물고기 머리를 걷어차 버린 내가 로키를 바라보았다.

“설마 이게 끝은 아니지?”

“다…… 당연합니다.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 대략 들어 알고 있으니까요.”

“…….”

“애초에 당신과 무력으로 싸워 이길 생각 따위 한 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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