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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85화 (985/1,559)

제 985화

저벅…… 저벅…….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는 탑으로 올라선다.

“끙…… 온몸이 쑤시는구나.”

“조금 있다가 안마라도 해줄게.”

“싫구나.”

단호하게 답한 그녀가 키득거렸다.

“오딘은 최상층에 있음이니. 본녀가 그녀를 감싸는 결계를 어떻게 뚫어보려 했다만…….”

아마 쉽지 않았을 것이다.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곤 처참하게 시체뿐이었다.

“다 죽인 거야?”

“본녀는 저런 악취미 따윈 없어.”

잔인하게 살해당한 시신들은 하나같이 마법사들이었다.

페르세르크가 아니라면 로키가 모두 죽였다는 뜻인데. 그의 행동은 그의 심정에서 생각해봤을 때 이해는 할 수 있으나 공감할 만한 부류는 아니었다.

후웅!! 훙!!

최상층에 올라서자 거대한 마법진의 중앙에 홀로 선 채 춤을 추고 있는 오딘이 보였다.

“로키는 분명 죽은 게 확실한데.”

내 앞에서 영혼이 분해된 이상 그는 절대 살아있을 수 없다.

흘끗 보이는 흐름 속에서 그의 운명은 끊어졌고, 프리아 여신조차 속이지 못하는 세상의 시스템을 인간인 그가 속이기엔 준비물도 너무 부족했다.

즉. 로키가 없이 그녀는 혼자 폭주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파지지지직!!!

그녀가 펼쳐둔 마법진은 어떤 결계로 보호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아직도 공허하기 그지없다.

잠든 인간을 깨우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일단 깨워야겠네.”

그녀는 이전처럼 도망치지 않으리라.

대체 어째서 영혼뿐인 그녀가 이토록 오랜 시간 현신해있고. 그녀의 힘이 방대하게 퍼져나가는지에 대해선.

“직접 들으면 되지.”

그 말과 함께 나는 그녀가 만들어낸 결계를 비틀었다.

동시에 공허한 얼굴을 하고 있던 그녀가 고개를 번뜩 들어 올린다.

순식간에 그녀의 곁으로 결정화된 빛의 입자들이 모여들었고.

순식간에 결계를 뚫고 진입하는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힘은 이내 뻗어진 내 손으로 걷어내 버렸다.

하지만 재차 날아온 공격을 전부 걷어내진 못했다.

콰아앙!!

묵직한 소리와 함께 내 몸이 허공을 날아 강하게 밀려났다.

“데이비!!”

놀란 그녀가 소리친다.

“별거 아니야.”

담담하게 몸에 묻은 흔적을 털어내며 몸을 일으킨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오딘을 향해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손에 쥔 검은 무언가를 흔들어 보였다.

“자. 카운트 다운 5분 들어간다.”

오랜 시간 자신의 눈과 세상을 차단시켜온 그녀가 한순간에 눈을 떴을 때.

밀고 들어오는 어마어마한 진리의 격류를 견디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5분.

내가 30초도 견디지 못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역시 마법 면에선 그녀를 따라올 존재가 없는건 진리에 가깝다.

그것은 회랑에서 오랜 시간 더더욱 강해진 그녀이기에 당연한 이야기였다.

검은 눈에 오색의 빛이 서린, 기괴하면서도 신비롭고 놀라운 빛.

로키 데반이 가지고 있던 기괴한 눈과는 다르게 그녀의 눈은 더욱 청명하고 외려 아름다워 보일 지경이었다.

“아…… 아아아…….”

오딘이 비틀거리며 한 손으로 제 눈을 가렸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안대는 내 손에 있었고, 안대를 잃어버린 그녀가 크게 움찔하더니 이내 고개를 확 젖히며 몸을 움찔거렸다.

지잉!!!

동시에 그녀의 눈에서 거대한 광선 같은 것이 일순간 뻗어져 나가며 천장을 녹여버렸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하늘을 가로지른 후 아무것도 없는 대기 공간을 가시적으로 찢어놓았다.

“세상에…… 저게 뭐야…….”

그녀가 설명을 바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야 저거 무서워…….”

“…….”

“장난이야.”

흡사 경멸하는 듯한 시선을 아주 잠깐 보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말없이 손을 내밀뿐이다.

이에 그녀는 내 의사를 정확히 눈치채고 초월의 종언을 건네주었다.

그리고는 데스 로드 급의 사령 마나를 끌어 올렸다.

비록 로 아이아스급이 아니기에 오딘을 상대로. 그것도 제한 없이 힘을 끌어내기 시작한 그녀를 상대로 얼마나 버틸지는 잘 모르겠다만.

어디 한번 해보리라.

하늘을 가시적으로 찢어발긴 그녀의 눈에서 나온 광선이 서서히 멎어 든다.

공격이 끝났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였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자. 그러면 대체 뭐가 당신을 이렇게 강하게 유지시켜주는지 한번 봅시다.”

초월의 종언 끝으로 검은 소용돌이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크기는 고작해야 숟가락 머리 정도밖에 안 되는 크기지만 그 위력은 크기만 큰 것들과 다르다.

그리고.

“커져라. 뚝딱.”

순식간에 증폭되는 사령 마법들을 충돌시키며 나는 스파크를 일으키는 그녀의 한쪽 눈. 흑안을 직시했다.

“사출.”

쩌어엉!!

무형의 충격파가 그녀가 만든 무색무취의 마법과 충돌했다.

* * *

콰아앙!!!

막대한 소음과 함께 내가 튕겨 나간다.

여기저기 로브가 찢어지긴 했지만, 오딘의 상태는 그리 약해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데이비!! 계속해서 힘을 보충하고 있음이니! 이대로 가면 그대가 먼저 쓰러질 게야!”

“아직 못 찾았어?”

“본녀가 그대 같은 괴물 딱지 마법사인 줄 아는 게야? 나중에 그 얄미운 입을 콱 비틀어버리든지 해야겠구나.”

모종의 무언가가 그녀를 계속해서 저 상태로 만들고 있고, 그녀를 현신시키며, 그녀의 힘을 발현하게 만들고 있다.

페르세르크는 전면에 나서서 그녀와 싸울 수 없다.

그런 만큼 오딘의 영향이 닿지 않는 범위까지 물러난 채로 그녀의 주변에 퍼진 마나의 흐름을 파악하고 역산하여 역추적하고 있었다.

반면 오딘은 계속해서 페르세르크를 저지하려 하지만 아무리 그녀라도 진리를 이용해 그녀의 마법을 역산하고 디스펠하고 있는 나를 무시한 채 그녀를 공격할 순 없었다.

“후우…… 진짜 까다롭네.”

아주 물 만난 고기처럼 날뛰는 사령 마나를 강제로 압축시켜 거대한 검을 만들어낸 내가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봐요 오딘. 세상에는 독고준이나 검신 하레스도 다루지 못하는 검이 네 자루나 있습니다.”

물론, 그들이라고 모든 검을 알진 않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내 말뜻을 들을 순 있는지 오딘이 경계하듯 거대한 꽃잎을 구현해내 모아냈다.

그리고 한 장 한 장의 빛을 반사시켜 공격을 쏟아냈다.

한 방이라도 맞았다간 굉장히 치명적일 것 같은 공격이지만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의 접근을 막는 저항력을 찢어발기며 파고들었다.

“이게 바로…….”

정기점검이다 이 말이야!

와장창!!!

검은 기류가 순식간에 그녀에게 스며들며 그녀의 흐름을 방해한다.

자신의 마법 행사에 방해가 되는 검은 검의 여파에 그녀가 급히 그것을 해제하려 한다.

멀쩡한 오딘도 아니고 폭주한 주제에. 스스로 감당도 못 하면서 날 어찌해보겠다고?

“그리고 이게.”

챙그랑!!!

뒤이어 검은 검 두 자루를 더 만들어 박아넣었다.

“연장점검이다!”

푸확!!

검은 핏줄기 같은 것이 그녀의 몸에서 튀긴다.

처음 박아넣은 흑마법으로 인해 마법을 쓰기 어려워진 그녀가 어렵게 그 마법을 걷어내려 했을 때.

다시 한차례 검을 박아 그 디버프를 강제로 연장시킨다.

비틀거린 그녀가 내게서 물러났다.

공허한 얼굴이지만 개방된 그녀의 눈동자는 계속해서 떨렸다.

동시에 그런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은 채 직시하던 내 한쪽 눈에 기이한 이채가 계속해서 회오리치듯 생겨났다가 사라졌다.

그녀와 나의 공방은 닥치는 대로 범위 내의 모든 것을 불태우고 얼어붙게 만들었다.

기존의 원소 마나를 이용해 법칙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녀는 분명 안대를 해제함으로써 위험천만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냉정하게 평가해보면 오히려 그녀는 평소의 오딘보다 훨씬 덜 위협적이었다.

콰지지직!!

결국, 먼저 꼬리를 내린 것은 내가 아닌 오딘이었다.

그녀는 공허한 얼굴로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고, 대기의 법칙을 비틀어 내게 가해지는 세상의 물리법칙을 완전히 뒤바꾸어놓았다.

원소 마나의 근원은 세상의 법칙을 주관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어떠한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니까.

내게 막대한 부하를 가하게 만든 그녀는 급히 몸을 띄워 올렸고, 내가 꽂아 넣은 두 개의 검으로 인해 마나의 흐름이 엉망진창이 되었음에도 플라이 마법을 이용해 빠르게 날아올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데이비, 그녀가 도망치는데?”

“기다려봐 좀…….”

비틀거리며 그녀가 비틀어버린 법칙을 억제로 제 자리를 찾게 만든다.

“누가 우로보로스 프로젝트 창안자 아니랄까 봐…….”

단순히 진리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붕괴해버린 그와 다르게 오딘은 5분이라는 한계 시간을 버티면서도 그것을 이용해 나를 압박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다 되기 전 이대로 가다간 내게 제압당한다는 것을 깨달은 본능이 그녀를 도주시켰다.

순식간에 날아올라 내게서 도망치는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영혼에 각인된 진리의 일부를 공명시킨다.

고작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이 근원을 한쪽에 끌어모아 깨워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 왼쪽 눈이 검은 화염에 타오르기 시작했다.

“데이비!!”

“크으.”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나는 차갑게 웃었다.

우로보로스 의식을 위해 만들어진 흑안과는 다르지만. 그 시스템은 비슷하게 흉내 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녀와 전투가 시작된 이후로 진리의 편린을 이용해 그녀의 눈을 복사하는 데에 가장 크게 주력을 쏟아부었으니까.

나는 생명체가 인지할 수 없는 세상의 법칙을 가용하여 하나의 흑빛으로 된 검을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몸을 가볍게 숙인 뒤 눈을 감았다가 떴다.

“데이비, 그대 눈이…….”

“그냥 흉내만 낸 거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그녀를 제압해봐야 소용없으니.”

흑안을 흉내 낸다.

내 대답에 페르세르크가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그게 본다고 흉내 낼 수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데.”

“당연히 그냥 보면 모르지.”

진리의 일부를 받아들임으로써 머릿속에 있던 인간의 한계 중 일부가 강제 확장된 지금에서야 가능하지 본래라면 신격을 지니고 있어도 불가능하다.

내가 만들어낸 흑안은 오딘의 눈을 흉내 낸 가짜가 분명하다.

하지만, 만드는 난이도는 진짜 흑안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어렵다는 게 입맛이 쓴 사실이기도 했다.

적어도 진짜 흑안을 만들 때 오딘은 자신을 한번 죽여가면서 어떤 진리를 뇌리에 각인하진 않았으니까.

흑백으로 변한 시야 너머로 본래라면 보이지 않을 것이 시야에 드러났다.

생명체라면, 인간이라면 보이지 않을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본래 인지하지도 못할 어떤 두 개의 끈이었다.

그리고, 자세히 보지 않았음에도 저 끈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끈인지 알 수 있었다.

마치 오래전 내가 가지고 있던 심연의 권능 파편.

대상의 정보를 보던 때와 흡사했다.

두 개의 끈 중 하나는 그녀의 이성을 재우고 있는 어떤 무언가였고.

나머지 또 하나는 우로보로스 의식을 유지하고, 그녀에게 계속해서 힘을 몰아넣어 주고 있는 무언가였다.

가짜 흑안의 유지시간은 극도로 짧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 끈 중 하나만 끊어버리는 것.

둘 중에 하나만 끊을 수 있다면 선택에 고민할 것도 없었다.

나는 그녀가 나를 방해하기 위해 손을 뻗는 것을 보면서도 정면으로 그녀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리고는 한 손에 쥔 검은 검을 한 손에 틀어쥐고 말했다.

“긴급점검 갑니다. 의식 다운될 수도 있으니 대비하세요.”

장난스럽게 내가 말했다.

데스 로드 급 흑마법과 내 왼쪽에 구현해낸 가짜 흑안의 시야를 병합한다.

깨닫게 된 진리의 지식을 눈을 통해 세상과 연결하고 눈에 담는다.

인지된 끈은 나와 접촉할 권한을 내주었고. 나는 흑마법으로 구현된 파괴의 검과 나를 일체화시켰다.

그리고, 그녀가 마법을 발현해 나를 떼어내기도 전에 그녀의 목을 휘감고 있던 긴 끈을 잘라버렸다.

그녀의 의지를 잠재우고 있던 끈이었다.

붉은 끈이 검에 의해 잘려나가는 게 보였다.

의식이고 나발이고 둘 중에 하나만 택하라 한다면 오딘의 이성을 택하는 건 당연한 선택이다.

아니. 어쩌다가 당연한 선택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만. 미운[정]도 결국은 [정]인 모양이었다.

폭주하던 그녀의 육신이 크게 흔들리더니 이내 공허하던 그녀의 멀쩡한 눈에 색채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허공에 뜬 채 굳어버린 그녀가 나를 올려다본다.

“오랜만이네요. 오딘.”

내 말에 그녀가 나를 그저 침묵했다.

대신 허공에서 추락하면서 내게 천천히 손을 뻗었고. 이내 나를 끌어안았다.

좀 전까지만 해도 딱딱하던 움직임이 아니다. 포근한. 익숙하면서도 오싹오싹한 그런 느낌이었다.

이번 일에 대한 전말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우연과 우연이 겹치고, 그녀가 오래전 살아있을 적 했던 어떤 약속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는 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말없이 나를 끌어안은 그녀가 가장 먼저 무슨 말을 할까.

자신을 폭주를 깨워줘서 고마워할까.

아니면 회랑의 최고 선배 중 한 사람으로서 이 지경이 된 것에 대해 부끄러워할까.

어느 쪽이던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기한 볼거리는 되리라.

“그 콩알만 한 몸으로 도망쳐봐야 어디까지 간다고.”

내 말에 그녀가 잠시 움찔거렸다.

파르르 떨리는 걸 보니 그녀도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일에 휘말렸기에 수치스러웠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때였다.

화르르륵!!

그녀의 전신이 검은 화염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가 눈을 부릅 뜨며 벗어나려 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마나를 강제로 물리력으로 전환시켜 나를 콱 틀어잡고 놔주지 않았다.

“미친!? 이거 안 놔요?!”

“넌 오늘 내가 반드시 태워죽일 거야. 누가 꼬맹이라는 거야, 타 죽고 싶어?!”

생각해보면 그녀는 극도로 자신의 키와 몸매에 관해서 피해의식이 강한 편이었다.

아직 의식이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성을 되찾은 그녀의 마법은 내 임시 흑안을 순식간에 불태워버릴 만큼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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