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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89화 (989/1,559)

제 989화

“헙?!”

“누…… 누구야!”

갑작스런 내 등장에 호위하던 이들은 깜짝 놀라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다.

6서클 마법사가 다수.

7서클 마법사가 셋.

양측 진영 모두 서로를 향한 분노는 잠시 접어둔 채 나를 바라보았다.

“어서오세요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 말에 그들의 시선이 한차례 교환되었다.

“당신이…… 요새 근처에 메테오를 떨어뜨린 장본인인가요?”

“아니면 굳이 여기서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이유가 있나?”

내 물음에 그들이 인상을 찡그렸다.

“말을 조심해라! 이분이 뉘신 줄 알고!”

그중 덩치가 큰 마법사가 화를 내며 내게 소리쳤다.

“이분은 대륙 전체를 지배하시는 국왕 폐하이시다!”

“됐고. 다들 모였으면 바로 본론 들어갑시다.”

“뭐…….”

따악!!

내가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주변의 빛이 일렁이며 강제로 전이 마법이 발현됐고. 이내 다시 풍경이 변했을 때 나는 주변이 틀어막힌 공동과 거대한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그들을 인도했다.

“쓸데없이 방해받는 건 사절이니. 자리 좀 옮겼습니다. 호위 몇 명 정도는 데려왔으니, 너무 불만 가지지 마세요.”

내 말에 저항군 세력의 한 노인이 굳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매스 텔레포트…….”

“비슷하지만 나는 그런 실패작 마법은 함부로 안 씁니다.”

담담하게 말하며 내가 손짓으로 테이블에 놓인 의자를 가리켰다.

“뭐합니까. 앉으세요들.”

“그전에…… 하나만 묻지.”

왕관을 쓴 사내가 내게 물었다.

“자네는 대체 누구지?”

“그게 궁금합니까?”

“자네의 복장. 자네의 말투. 그 어느 것 하나도 이 대륙과는 어울리지 않아. 대체 자네는 어디서 나타난 존재지?”

그 물음에 나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해둔 양피지 서류를 휙휙 밀 듯 두 자리에 배부했다.

“당신네들이 전쟁을 벌인 것 때문에 뒤치다꺼리를 하러 온 사람. 이제 이해가 됐나?”

“좀…… 거슬리네.”

계속해서 반말을 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집행관 복장을 입은 한 여성이 내게 손을 뻗었다.

스르르릉!!

동시에 허공에서 생겨난 창들이 내 목을 겨눈다.

“네가 뛰어난 마법사라는 건 알지만 나는 마법사를 죽이는 것이라면 8서클이고 9서클이고 가리지 않고 죽일 수 있어. 폐하께서 내리신 물음에 대답부터 하는 게 좋을걸? 나도 괜한 사람 다치게 하는 취미는 없…….”

[디스펠.]

와장창!!!

“뭣?!”

경악한 그녀가 움찔거렸다.

“독자적으로 만든 마법치곤 제법이네. 70점 줄게. 그런데 두 번은 없다.”

내 말에 그녀가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본능적으로 내게서 뿜어져 나간 신격이 그녀를 압박한 것이다.

보통사람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경배할 정도로 신성한 태초의 위계.

그것이 바로 신격이며, 한 존재를 신으로서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다.

“호바나. 넌 왜 거기 있나.”

“헤헤 그게…….”

“됐어. 하던 일은 다 처리됐으니까.”

“정말? 그 큰일을 다 해결한 거야?”

“그래.”

내 말에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인간 역시 넌 대단해!”

그녀의 외침에 나는 손을 까딱였다.

이후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국왕과 저항군 사령관 일레이나가 맞은편 자리에 각각 앉았다.

그리고, 내가 건넨 서류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이게…… 뭐죠?”

“뭐긴. 내가 의사를 전달했던 대로 두 진영의 전쟁을 즉각 멈추고, 향후 무력행사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약속이지.”

내 말에 그들이 인상을 찡그렸다.

“더 볼 가치도 없군요. 저는 시민들의 자유를 위해서…….”

“닥쳐라! 가증스러운 년! 선거의원제로 생긴 상위층의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 악을 쓰는 모습이 꼴도 보기 싫구나!”

“대놓고 왕이 되어 사람들을 지배하는 자가 뭐가 잘났다는 거죠?!”

대뜸 두 사람의 말다툼이 시작되었다.

애초에 당연한 결과였다.

죽자고 싸우던 이들을 모아놨으니 당장 마법이 터져 나오지 않는 게 용할 지경이었다.

“우리는 절대 굴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모든 시민들을 행복할 수 있도록 조율할 것이다! 네놈처럼 뒤에서 야금야금 기득권을 노리는 하이에나 같은 것들을 전부 처단해서라도!”

“나는 기득권 따위 관심 없어요! 이 세상 사람들은 평등해야 하니까!!”

“그 결과가 부패할 대로 부패한 의원들인가?! 선거라는 명목하에 자기들끼리 자리를 돌려먹으면서 이권을 모조리 챙기고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그만!!”

내 외침에 두 사람이 멈췄다.

“뭐, 두 진영 사이 안 좋은 건 알겠는데.”

담담하게 말하며 내가 테이블에 걸터앉았다.

“닥치고 종전 서명부터 하시죠. 전쟁해봐야 좋을 거 없잖아요. 안 그래요?”

“그걸 말이라고…….”

“말이니까 하는 거야 이 인간들아.”

동시에 주변으로 신격이 다시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아직 해방된 신격이 전부 회수되지 않았기에 내 의지에 따라 멋대로 신격이 움직인다.

내 말에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국왕과 저항군 사령관을 지키기 위해왔던 이들은 나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쉬이 움직이지 못했다.

“처음에 말한 대로 나는 당신들이 종전을 하지 않으면 피아 가리지 않고 모조리 파괴할 겁니다.”

내 말에 저항군 사령관 일레이나가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미쳤어요?! 대체 당신이 원하는 게 뭔가요!! 이런 강압적이고 막무가내식 종전이라니! 전쟁이 애들 장난인 줄 알아요?!”

“애들 장난 아니지.”

“무슨…….”

“그러니까 당장 멈추라고. 마신이라 불리던 오딘이 당신네들의 이런 모습을 보려고 대륙을 구한 게 아니야.”

담담하게 말하며 내가 테이블을 탁탁 두드렸다.

“뭐합니까. 서명 안 하고. 이건 제안이나 중재가 아니에요.”

강압이지.

“이건 불평등한…….”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으로 국왕이 중얼거렸다.

“당신들에겐 불평등 조약이겠지만. 과연 전쟁에 휘말리고 있는 일반인들의 시선에서 전쟁으로 수많은 인간이 죽어 나가는 걸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전쟁이 멈췄다고 기뻐할까.

아니면, 자신들의 이념으로 상대방을 모조리 격살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할까.

“나는 전자에 걸지.”

“그건 알고 있소. 하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협력하면 안 되나?”

“뭐라?”

“아트렐리아는 단일국가였지. 그 때문에 왕실에서 폭정을 일삼으면 모든 대륙이 고통받아야 했고. 그 때문에 오래전 대규모 변혁을 겪고 선거제가 대륙에 등장했다.”

“…….”

“하지만 선거 의원제도 결국은 부패했다 틀렸는가?”

“……맞아요.”

“왜 그런 거 같나.”

그 물음에 사령관 일레이나와 국왕이 침묵했다.

이유는 그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나밖에 없어서야. 뭔 짓을 하던 국민들은 결국 따라올 수밖에 없거든. 그러니까 서로 견제하라고. 서로 더 좋은 나라를 만들어서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상대 국가보다 더 살기 편하도록.”

그 말에 두 사람이 입을 다물었다.

“그거 어렵지 않잖아. 그게 싫다면, 서로 행정 기관을 나눠 손을 잡는 것도 방법이지. 국왕이라는 하나의 세력. 그리고 의원이라는 세력.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거지. 자제한 내용은 당신네들 마음이야.”

국가가 분단되면 국경, 전쟁 사후의 보상. 여러 문제는 존재한다.

하지만, 두 기관이 서로 힘을 합친다면, 또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는 그런 세세한 것을 기다려줄 생각이 없었다.

전쟁이 멈췄다는 소식이 늦게 퍼질수록 오딘에게 부담이 되고 있으니까.

한참 동안 침묵하던 중 사령관 일레이나가 내게 물었다.

“당신의 정체는 대체 뭐죠?”

“이방인이야. 당신들의 전쟁을 막으면 다시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다. 걱정 마. 나는 이곳에 남아서 당신네들에게 감 놔라 배 놔라 할 생각은 없으니.”

“그럼 당신이 사라지고 난 후 이 땅에서 다시 전쟁이 벌어진다면요?”

“원하면 해봐. 내가 이 대륙을 어떻게 잘근잘근 씹어먹고 부숴버리는지 직접 보여줄 테니까. 당신들은 내가 단순히 9서클 마법사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내 말에 국왕이 침음을 삼켰다.

“9서클 마법사도 이런 기운을 품진 못하지. 당신은…… 설마 신이라는 존재인가.”

“오딘.”

그 말에 두 사람이 움찔거렸다. 아니 그곳에 있던 모두가 움찔거렸다.

“마신 오딘. 그녀의 사도라고 생각해도 좋아.”

내 말에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로키 데반의 이간질로 시작된 진영 싸움이고 전쟁이었을 것이다.

그들도 뭔가 이상한 점을 알면서도 전쟁을 멈출 명분이 없었을 것이고.

상대측을 끝장내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일념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명분은 내가 줬잖아. 전쟁을 멈추지 않으면 대륙이 내 손에 의해 파괴된다. 설마. 아직까지 나를 어떻게 해보려는 생각을 하는 놈이 있지는 않겠지.”

따악!!

그 말과 함께 단단한 천장에 금이 가기 시작하며 먼지처럼 흩어지기 시작했다.

바위를 가루로 분해시켜버린 것이다.

그리고, 드러난 거대한 하늘은 검게 변색되어있었다.

마치 종말을 예고하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는 그냥 눈으로만 그렇게 보이는 수준이지만 그 과정에서 움직이는 마나를 볼 수 있는 마법사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마치 동화책 속에 나오는 마왕 같군요.”

“맞아. 난 당신들이 말하는 그 마왕이 맞아.”

물론, 대적자이기도 하며, 인제 와서는 굳이 의미 없는 말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긴 시간 이어질 것 같던 아트렐리아의 전쟁은.

그렇게 너무 허무하게 강제적으로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전쟁을 막겠다고 말한 지 정확히 나흘만이었다.

양 진영은 억지로 맺은 종전 후의 문제를 추가 협상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 수많은 마찰을 빚을 것이다.

다만 그건 내가 신경 쓸 부분이 아니었다.

불화가 지속되어 다시 전쟁이 벌어지면 그땐 정말로 뭉개버리면 되는 일이니까.

그들도 그 사실을 알기에 다른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살다 살다 너같이 무식하게 종전시키는 놈은 처음일 거야.”

“잘 압니다.”

“아마 엄청난 마찰이 생기겠지.”

그녀의 말에 내가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는 오딘이 구현한 마법진에 신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이거면 됩니까?”

신기한 듯 내 어깨에 앉아 마법진을 내려다보는 페르세르크가 조용히 묻는다.

“데이비. 이런 형태의 마법진은 처음 보는데.”

“나도 몰라. 그냥 시키니까 하는 거지.”

내 대답에 오딘이 조용히 나를 보다 피식 웃었다.

“절망하는 게 정말 전쟁뿐이라고 생각해?”

“설마요.”

“대륙의 인간 30퍼센트는 마법의 재능을 타고나지 못해.”

그녀가 담담하게 말했다.

“70퍼센트가 마법사가 되는데 30퍼센트는 그러지 못해. 그 탓에 그들은 차별받고 억압받지.”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걸 바꿀 생각은 아니죠?”

“바꿀 거야.”

말은 쉽지만 절대 쉽지 않다. 인간은 다양하니까. 그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상관없다는 듯 옅게 웃어 보였다.

“내가 해서 안 되는 건 없어.”

그래. 저게 마법사의 마음가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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