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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93화 (993/1,559)

제 993화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모두가 굳는다.

아니 정확히는 모두 정신을 잃어버렸다.

이후 나는 기자들의 장비에 약한 스파크를 일으켜 메모리를 태워버렸다.

물증이 나면 곤란하지.

“이렇게 불쑥 연통도 없이 방문하여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이, 이게 어떻게 된…….”

“회담 중이셨나 봅니다.”

겉으론 웃고 있지만,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그가 얼굴을 굳혔다.

“이…… 이 사람은 박 의원이 아닙니까?! 대체 무슨 일로…….”

“대통령님. 외부인인 제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약속도 없이 일을 저지른 것에 대해 먼저 사죄드립니다.”

내가 고개를 살짝 숙이자 그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괜찮습니다만…… 다음부터는 언질이라도 주셨으면 합니다.”

“참고하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국가 간의 일인 만큼 이 상황이 정상적일 리가 없다.

“끄윽.”

신음하는 박 의원을 차갑게 바라본 내가 침묵하자 그가 눈을 꿈틀거렸다.

“설마…… 그가 당신을…….”

“우연이죠.”

담담하게 말하며 나는 빈 의자에 털썩 앉았다.

“이 인간이 어떤 짓을 했는지 한번 들어보실래요?”

내 말에 그는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나는 그가 오래전부터 어떤 짓을 해왔는지. 또 최근에 무슨 짓을 한 건지. 또 마지막에 무슨 말을 했는지 모두 알렸다.

당연히 대통령이 정말 몰랐을까.

알면서도 증거가 없어서 손을 못 대고 있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묵인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높다.

“하아…… 어떻게 건드려도 하필…….”

“한국의 일은 한국이 알아서 해야지요. 근데 이일, 공론화되면 참 귀찮겠죠?”

본래의 박 의원이라면 언론을 통제하고 이일을 다른 일로 묻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내가 그 꼴을 봐줄 리가 없다.

“이 인간. 확실하게 매장시켜주세요.”

“매장을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 인간에게 희생당한 어떤 형사님이 계십니다. 그 형사님이 오랜 시간 모아온 증거가 있어요. 잘하시잖아요. 정치인들.”

상대 묻어버리는 거.

“대체 왜…….”

“힘이 있어서 짓밟는 게 뭐가 잘못이냐…… 그렇게 말한 인간에게는 말입니다. 자기 위에 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해요. 음, 딱 석 달만 유예할게요.”

“석 달 후엔……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가 긴장한 어조로 물었다.

“그건 그때 가서 보면 되겠죠?”

이 인간은 끌고 가서 벌을 줘봐야 의미가 없다. 이곳에 남아서, 아주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게 만들어주리라.

“하아…… 데이비 왕자님. 아무리 그래도 박 의원은 의회에서도 제법 큰 입지를 지닌 인물입니다.”

“압니다. 그래서 대통령님께 먼저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에 따른 떡고물이 있어야 그들이 움직일 겁니다.”

“이러면 어떨까요.”

내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이곳과 다른 곳에 다수의 식량이 급한 곳이 있습니다.”

연금술사의 대륙 유르기안이라던지, 페스리사 대륙 같은.

“그곳에서 나는, 지구에 없는 특수한 광물이나 특산물을 주기적으로 넘겨드리겠습니다. 세간에는 티오니스와의 교역이라고 표현하세요. 신성 그룹을 통해 넘겨드리겠습니다.”

요즘 신성 그룹도 이래저래 다른 기업의 견제를 많이 받고 있는 터라 현아와 연희 누나가 상당히 피곤해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시집가야 될 아가씨들이 회사 일에 묶여서 제 인생 못사는 꼴은 내가 못 보지.

그 말에 천 대통령의 눈이 부릅 뜨여졌다.

재볼 것도 없는 계산이 아닌가!

“가격 후려치지 않을 겁니다. 지구에는 귀하지만 그곳에선 흔한 것들. 반대로 한국에서는 금방 구할 수 있지만, 그곳에선 현재 구하기 힘든 것들. 서로 상부상조한다고 생각하죠. 어때요. 마음에 드십니까?”

“그건…….”

“거절하셔도 상관없습니다. 거절하시면 저는 이 증거를 그 형사님에게 전부 넘겨드리고 딱 제 부인이 겪은 누명과 아픔만 되돌려줄 겁니다. 중동에는 제 친구가 있습니다. 또 일본에서는 각성자 중 예언자라는 이름으로 꽤 큰 입지를 지니고 있는 이도 있지요.”

“설마…….”

“전 한국인이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나라 저 나라 아무 관심 없어요.”

선택의 여지 따윈 애초에 없었다.

“대통령님.”

“예, 왕자님.”

“서로 윈윈 하실래요? 아니면, 개싸움으로 번져보실래요.”

“후우…… 교역품에 대한 자세한 품목을 알 수 있을까요?”

“너무 많아지면 지구의 흐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최소량만 건네드리겠습니다.”

“그…… 그렇게 되면!”

“예. 그걸로 뭘 만들던 보급화는 힘들겠지요. 하지만 사용하기 나름이지요.”

내 말에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를테면 어떤 것인가요.”

“저도 지구의 생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 하지만 다른 곳에 존재하는 지구에는 없는 물건을 쓰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지요. 예를 들어…….”

내가 빙그레 웃었다.

“원자력 발전소의 폐기물들을 중화시키고 재활용한다든지.”

“흡?!”

“아니면 동해에 파묻힌 지하자원을 효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소재라든지. 물론, 그것들 전부가 한국에서 만들 수 있을 때 이야기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주신다면.”

“내…… 주신다면?”

“우리 쪽의 공순이 둘을 파견해드리겠습니다.”

공순이라 하면 알아들으리라.

천 대통령도 공대 출신이었다고 하니.

자, 과연 이것이 그냥 손해 보는 장사일까?

장담하는데 절대 아닐 것이다.

관련 산업이 미친 듯이 발전할 것이며. 원자력 발전소 같은 경우는 옆 나라 일본의 경우 아주 기를 쓰고 관심을 보일 것이다.

내 물음에 그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내 손을 꼭 잡았다.

“부탁드리겠습니다! 한 달 내로 이 빌어먹을 인간 철저하게 묻어드릴 테니 모쪼록 그 거래 성사시켜주시면……!”

그리 긴 협상은 아니었다.

* * *

까득…… 까득…….

어두운 방 안에서 한 소녀가 손톱을 물어뜯으며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

실수로 죽였다.

평소 괴롭히던 서나가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친구와 만나기 위해 나갔다고 해서 평소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데리고 그녀를 찾아갔다.

이게 아직 겁이 없어서 그렇구나. 잊지 않게 확실히 서열 정리를 해줄 필요가 있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본래 그녀는 서나를 이토록 죽일 듯이 괴롭힐 생각이 없었다.

그저…… 학교에 갔고, 자신이 상류층으로서 존재할 방법중 하나로 왕따를 만들어 그녀를 괴롭히는 쪽을 택했을 뿐이다.

그런데 방해가 들어왔다.

자존심 상하게 도망치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그 분풀이를 했는데. 설마 서나가 그렇게 쉽게 죽어버릴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당연히 그녀는 이 일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녀를 추종하던 이들 또한 설마 죽을 줄은 몰랐다며 허둥지둥거리기 시작했고. 이내 네 탓 내 탓 따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자존심이 강한 그녀는 결국 자기가 해결하겠다며 큰소리를 쳤다.

이후 그녀는 아빠 박 의원에게 부탁했다.

뭐든 들어주는 아빠라면 해줄 것이라면서 말이다.

실제로 그는 곤란해하면서도 이내 금방 뒤처리를 해주었다.

서나를 죽인 건 그녀가 아닌 그녀를 도망치게 만들었던 그년이 뒤집어쓰도록.

이름을 들어보니 외국인 같은데 외려 그러면 일이 좀 더 쉽게 풀리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도 한 그녀였다.

그런데.

다 잘된 줄 알았는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아빠가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것처럼 짜증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단순한 짜증.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짜증은 곧 두려움으로 변했다.

그는 마치 귀신이 쫓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계속해서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고 어느 날 갑작스레 자신에게도 알리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가족이라곤 아빠밖에 없는 그녀였기에 그런 사태는 그녀를 공황으로 몰고 가기에 충분했다.

“안 되겠어. 클럽이라도 가야지. 아빠가 문제가 생길 리 없잖아. 우리 아빠는 이 나라에서 못하는 게 없다고.”

그녀는 애써 상황을 잊으려 애쓰며 야시시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그녀가 문을 나서려 할 때였다.

“호오, 이 와중에 어디 놀러라도 나가시나? 때깔 좋은 아가씨.”

상당히 껄렁한 말투.

하지만 그 안에 서린 감정은.

“흐읏?!”

“처음 만나는군. 아가씨. 나는 이런 사람이야.”

집을 나선 그녀의 앞에 나타난 남자는 품 안에서 어떤 명찰을 보여주었다.

서울 강력계.

“…….”

그것을 본 그녀의 표정이 파랗게 질렸다.

경찰이. 그것도 강력계 형사가 왜 여길 오는 거지?!

“설마 이 짓까지 하고 내가 복직이 될 줄 생각도 못 했단 말이지.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당신은…….”

“이제 아무 의미 없는데 말이야. 음? 내가 궁금한가? 그냥 오 형사 아저씨라고 불러.”

“…….”

그녀는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며 한발 두발 물러났다.

“그래서요? 형사님이 제게 무슨 볼일이신 데요?”

“별건 아니고. 아가씨. 얼마 전 있었던 어떤 살인사건 때문에 조사할 게 있어서.”

그가 다가오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아가씨. 윤서나라고 알고 있나?”

“……네, 알고 있어요.”

“서나 양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했거든. 그래서 조사 중이었어.”

“이상하네요. 그건 예전에 이미 조사가 끝난 거로 아는데요.”

“그렇지. 그런데 이상한 게 있더라고. 아직 못 들은 것도 있고.”

오 형사의 말에 그녀는 파르르 떨리는 손을 뒤로 숨겼다.

“이야기는 전부에요. 괴롭힌 건 사실이지만 죽일 정도는 아니었고요. 걔가 죽을 때 저는 친구들과 놀고 있었어요.”

“그래. 그래 잘 알지. 조사 경위서엔 그렇게 쓰여있더라고.”

“그럼 이제 돌…….”

“아가씨.”

그가 눈을 낮게 깔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형사를 너무 놀리면 쓰나.”

“…….”

“그날. 그 아이 왜 죽였나.”

그의 말에 그녀가 눈을 부릅 뜬 채 파르르 떨었다.

“그…… 그게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요.”

“너무 겁먹지 마. 아가씨. 솔직히 나는 이제 이 일에서 손 뗐어. 굳이 아가씨까지 들볶을 생각은 없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지.”

가족의 상을 치르는 곳에 찾아가 행패를 부린 미성년자들이 어떤 인간에게 잡혔고.

어떻게 되었는지를.

“솔직히 말하면 내가 아가씨는 정당하게 벌 받게 해줄게.”

살려준다. 풀어준다. 도와준다도 아니고.

벌을 받게 해준다.

어처구니없는 말이지만 그녀는 두려움에 몸을 덜덜 떨었다.

오 형사가 말한 사건이 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촉법소년 법을 완전히 아작내버린 타국의 왕자에 관한 이야기.

한때 대한민국 전체가 악마 같은 소년들의 행동에 분노했던 어떤 사건이었다.

“아가씨. 사실대로 말해. 그럼 이 나라의 x같은 사법으로 벌 받게 해줄 테니까. 알지? 촉법소년 법 개정돼서 이제 소년원이 아니라 교도소인 거.”

“…….”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하지만 이 아저씨는 말이야. 더 이상 누굴 죽이고 싶지가 않아요.”

그의 말에 그녀가 코웃음을 쳤다.

“하……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요. 이상한 소리를 할 거면 아빠에게 당장 이르겠어요. 이봐요. 우리 아빠가 누군지는 알아요?”

“잘 알지. 잘 알다마다. 이 나라 최고 의원 중 한 명인 박 의원. 틀린가?”

“…….”

씁쓸하게 웃은 그가 미소를 지웠다.

“마지막 기회야 아가씨. 내가 그냥 협박하는 게 아니고 이 아저씨가 경찰이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해.”

“우…… 웃기지 말아요! 나, 난 안 죽였어!!”

그녀가 악을 쓰며 소리쳤다.

그리고는 그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몸을 돌린 그 순간이었다.

“이봐 아가씨. 아직 상황판단이 안 돼서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

“그냥 두시죠. 오 형사님.”

그때였다.

느긋한 미성이 울려 퍼진다.

소년 같은 말투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관록은 도저히 소년의 것이 아니었다.

“이런…….”

“뭐하자는 겁니까.”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검은 티에 청바지를 입은 20대 초반 정도의 청년이었다.

검은 머리에 붉은 눈동자.

컬러랜즈인가 싶지만 그건 아닐 것이다.

그녀도 알고 있는 존재였으니 말이다.

눈앞의 존재가 누군지.

“티…… 티오니스 성자…….”

“처음 만나네 아가씨.”

“…….”

온몸이 굳어버리는 두려움이 앞선다.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정말로 죽을 것 같았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다…… 당신이 왜 이곳에…….”

“왜긴. 아가씨가 누명을 덮어씌운 사람이 내게 중요한 사람이라 그렇지. 뭐 더 자세하게 알려줘?”

재수 옴 붙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그녀는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며 소리쳤다.

“후우…… 내가 이래서 자수하라고 한 건데…… 이봐. 티오니스 성자님.”

“왜 그러십니까 형사님?”

“그래도 아직 어린아이인데 너무 잔인한 형벌은 좀 그렇지 않나?”

그의 물음에 데이비가 빙그레 웃었다.

“그러네요. 잔인한 형벌은 그렇다라. 예전에 있었던 일 때문인가?”

“뭐 나야 악인들 벌 받는 거야 좋다지만…… 그래도 그건 이 나라 사법체계에 따라서…….”

“형사님. 경찰직 다 때려치우고 복수를 위해 움직인 사람이 이제 와서 그러면 씁니까.”

“끄응…… 할말이 없구만.”

오 형사가 한발 물러났다.

“그래. 쓸데없는 오지랖일지도 모르지. 애초에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사람을 죽인 악마 같은 년인데.”

“…….”

이미 그녀가 살인자라는 것을 확신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걱정 마세요. 저 아가씨도 끌고 가서 어쩔 생각이 없으니까. 저도 그러진 않을 겁니다.”

그 말에 오 형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대한민국의 x같은 사법체계에 넘기겠다고? 호오. 내가 아는 성자님이랑 다르구만.”

“아뇨. x같은 사법체계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나 악랄해질 수 있는지 보여줄 겁니다.”

그렇게 말한 데이비가 다가온다.

“네 아버지에게도 말했지만.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해. 힘이 있어서 짓밟는 게 뭐가 잘못됐냐고? 그럼 이제부터 짓밟혀도 할 말 없다는 뜻일 테니.”

“대…… 대체 제게 왜 이러시는데요…….”

울먹거리며 그녀가 두려움에 몸서리쳤다.

“너희들이 잘하는 거 있잖아. 언론플레이.”

얼마나 지독하게 몰매를 맞는지.

“늘 그렇게 다른 사람들 짓밟았으니 이제는 당해보라고. 그냥 그 말을 해주러 온 것뿐이야.”

마치 미리 벌을 알려줌으로써 더욱 두렵게 만들겠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날.

-검찰 측은 박 의원이 지금까지 숨겨온 모든 죄목에 대한 장부를 입수했으며, 이에 따른 뇌물과 수많은 범죄 증거들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습니다.

“말……도 안돼……”

-또한, 박 의원의 딸인 박모 양 또한 살인에 가담한 전례가 있으며, 그 방식으로 사람을 죽인 뒤 다른 이에게 그 누명을 덧씌우는 것으로 수사망을 피한 것으로 밝혀집니다.

-당국에선 박 의원과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모든 업체, 및 관련 부서에 검찰 감사가 들어가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억울하게 형벌을 받은 무고한 이들에 대한 신속한 재수사와 함께 살인에 가담한 박 모 양에게도 엄격한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박 모 양의 평소 행실에 관해 인터뷰를 해보았습니다. 걔요? 어우 독하죠. 제 말 안 들으면 사람 불러와서 폭행하는 건 기본이고, 학교 선생님들도 함부로 못 했죠.

“이…… 이럴 순 없어!!”

[그 어떤 특례도 인정하지 않는다. 융통성 따윈 없고 특권 따위도 없다. 기회조차 받지 못한 피해자들을 짓밟고 호의호식한 이상 그 대가는 너희들이 알아서 치러라.]

그녀는 하루아침에 사람이 유명해지는 게 어떤 것이며.

언론, 국가 기관. 그리고 커넥션을 부정하기 위해 손절하기 시작한 각 기업이나 관련 모든 것.

그 외에 학교의 친구들까지 한순간에 등을 돌리고 인간을 파멸시키는 게 어떤 것인지 직접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데이비는 그의 곁으로 다가온 일리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될거 같아?”

“몰매를 맞겠지. 인생이 하나 완전히 박살 났는데.”

“그렇겠지. 그런데 나는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어.”

인간은 가진 것을 잃고, 누려야 할 것들을 빼앗기며. 기회를 박탈당했을 때. 비로서 자신이 가진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된다.

차라리 그 자리에서 죽이는 게 더 나았으리라.

“데이비. 한국의 통치권자를 대뜸 찾아가서 기자들에게까지 모습을 보인 이유가 이거야?”

“증거는 없는데 내가 나타난 건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거든. 그쯤 되면 소문이 돌게 되니까.

잘못 손댔다가, 어떻게 되는지.

아주 잠깐이지만 티오니스 성자가 다시 지구에 나타났다는 것. 그것이 설마 찌라시일지라도 거대한 말뚝이 되어 단단하게 상황을 고정시키리라.

“사실 실수였긴 한데. 기왕이면 이용해먹어야지.”

“결국, 지구에 관여 안 하겠다더니 지구에 공식적으로 방문해버린 격이네.”

“한국과 공식 무역 회담도 해야 하니까. 공식적으로 약속한 이상 어차피 공적인 방문은 해야 돼.”

“저, 오라버니. 그래서 저희는 왜 부르신 건데요?”

데이비의 뒤로 다가온 에오니샤 올 라운과 에디손 기술고문의 손녀인 티아라가 그에게 시선을 보낸다.

“그동안 연구가 영 더뎌서 심심했지? 일 좀 하자.”

그 한마디가 두 사람에게는 다른 의미의 지옥을 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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