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08화 (1,008/1,559)

제 1008화

균열의 몬스터에게 현대 화기가 잘 먹히지 않는다는 건 상식이다.

미국의 현 통수권자. 드럼퍼 대통령이 있는 화이트 하우스의 주도 아래에 현재 미국은 생존한 S급 각성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초비상상태에 돌입했다.

균열 내부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이 있었다!

S급이 몇 명이 모인다의 수준이 아니다. 몇 년 전 있었던 재앙에 가까운 무언가가 꿈틀대고 있다!

균열의 상황은 현재 미국 전체를 긴장의 바다로 몰아넣고 있었다.

과거의 악몽이 재현되는가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치직!!

그때 거대한 소용돌이형 균열 내부에서 옅은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 안에서 거대한 금빛의 동양풍의 모습을 지닌 용이 천천히 머리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허억?!”

“흡!”

그 존재를 제대로 눈치채지 못한 이들은 균열 속에서 괴물이 튀어나왔다 판단하여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공격을 감행하는 이는 없었다.

두려움에 몸이 굳어버렸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거대한 금빛 용의 위압에 공격할 마음조차 잃어버린 것인지.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데이비 왕자가 실패한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나오지 않고 균열에서 저런 존재가 나타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린 그 모습에 현장을 지휘하던 고위 장성이 주먹이 부서질 듯 강하게 쥐었다.

그리고는 균열을 포위한 모든 각성자와 해병대 병력에 공격을 명령하려던 찰나였다.

파직!!

“야.”

아주 느긋하게 균열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거대한 금빛용이 크게 움찔거린다.

동시에, 균열 속에서 검은 머리의 청년이 느긋한 발걸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비켜 임마.”

심드렁하게 말한 데이비가 그를 툭 밀치고는 튀어나온 채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대병력을 바라보았다.

“여기서들 뭐합니까?”

각성자들의 증언과는 다르게 그는 너무 멀쩡한 모습이었다.

파직!!!

그리고. 금빛의 용이 균열에서 모두 빠져나와 하늘 높이 사라졌을 때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품고 있던 균열이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일순간 모습을 지워버렸다.

균열이 클리어됐을 경우 나오는 모습이었다.

“프, 프린스 데이비…….”

놀란 얼굴로 다가온 관련 인사의 부름에 데이비가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된…….”

“어떻게 되긴요. 처리했으니 적당히 철수하세요.”

보는 사람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거대한 금빛의 용은?

“그…… 그럼 저 거대한 용은…….”

“제 환수니까 괜찮습니다만. 득실득실하게 모여있으면 결벽증 돋아서 광선 떨어질지도 모르니까.”

“헉!”

“철수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 한마디에 허탈함과 안도감이 동시에 드는 이들이었다.

* * *

긴장이 풀리니 이제는 하이에나가 달려든다.

순식간에 취재를 위해 몰려드는 기자들을 보며 나는 관련 정부 인사에게 물었다.

“잘못됐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죽을 텐데. 이 양반들은 겁도 없답니까?”

군인도, 각성자도 아닌 일반 기자들이 이곳까지 와있는 모습에 내가 질문을 던지자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저들의 생태는 저도 이해 못 합니다.”

“…….”

“가시죠. 대통령 각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야기는 나중에 하죠.”

“그, 그래도 전후 사정은…….”

“균열은 파괴됐고 내부에 있던 놈도 처리했습니다. 더 이야기가 필요한가요?”

결과적으로 균열은 사라졌다.

“뭐, 그곳에서 나온 부산물을 요구하시는 거면…….”

내가 움찔거리는 몇몇 S급 각성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사후 문제를 걱정하여 다시 이곳을 찾은 듯 보였지만 그 얼굴에 두려움은 분명히 느껴진다.

“당부를 어긴 쪽은 가만히 있는 게 좋지 않을까 하네요.”

콰르르릉!!!

일순간 내가 있던 장소에 번개가 내리치는 것처럼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왔고 이내 나는 하늘을 유영하던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금빛의 용 황룡의 등위에 올라탄 채였다.

그렇게 황룡을 타고 장소를 이탈하는 나를 그들은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 * *

“뉴스 떴더라?”

“그렇겠지.”

나를 발견하자마자 그대로 끌어안으며 입을 맞추는 것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일리나를 안아 들며 내가 대답했다.

“그래서? 내부에 뭐가 있었는데?”

“이거.”

그렇게 말하며 나는 신마의 카드첩에서 카드 한 장을 꺼냈다.

“이거…… 도깨비인가 뭔가 그것처럼 생겼네?”

“맞아. 도깨비 왕. 두억시니.”

내 설명에 그녀는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건 설화…… 아 하긴 지구도 티오니스도 설화가 아예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

본래 두억시니와 연결된 균열인 만큼 두억시니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균열은 파괴되지 않는다.

하지만 두억시니를 내 손안에 넣음으로써 균열과 차단시키고 놈의 힘이 남아있는 작은 도깨비와 아우타들을 결벽증 환자 황룡이 모조리 지워버림으로써 더 이상 균열을 유지할 힘이 남지 않게 됨으로써 모든 것이 해결되어버린 것이다.

결론적으로 두억시니의 문제는 해결되었다. 놈은 인간과 가까워지고 싶어 했으나 인간은 그를 두려워했고, 결국 배신하여 싸움이 벌어졌다.

-이봐. 거짓말은 아니겠지?

“후회는 안 할 거다.”

나를 이곳 호텔로 데려온 황룡은 두억시니의 존재 자체에 굉장히 불만이 많은 듯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상성적으로 황룡과 두억시니는 잘 맞지 않으니까.

하지만 주먹 앞에 모든 것이 평등한 만큼 황룡도 결국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네가 들어가고 나서 미국 초유의 위기사태니 뭐니 진짜 말 많았어. 오죽하면 아가씨가 연락이 와서 괜찮은 거냐고 묻더라.”

“나중에 전화해줘야겠네.”

밖에서 보기엔 문제가 생긴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균열이 계속해서 파장을 일으켰거든. 엄청난 여파가 일어났으니까, 뭐…… 두억시니가 제법 저항했나 봐?”

“아니 그냥 내가 두들겨 팬 건데?”

내 대답에 그녀가 벙찐 듯 나를 바라본다.

“네가 그 도깨비를 두들겨 팬 것 때문에 균열이 그렇게 흔들리고 난리를 쳤다고?”

“아마도 그렇겠지?”

밖에서 보면 내가 두억시니와 사투를 벌이느라 그 여파로 균열이 계속해서 공명하며 흔들렸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다수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진실은…….

-그만!! 그만! 내가 잘못했다! 살려다오!!

[어허, 앞으로 20대만 더 맞자.]

-으아아아아악!!

천하대장군의 도깨비방망이를 빼앗아 놈을 구타하다 보니 생긴 여파일 뿐이었다.

이 사실을 굳이 밝혀야 할 이유는 없었기에 나는 굳이 건드리지 않았기도 했다.

내가 강하다고 해서 두억시니가 약한 게 아니니까.

리모컨을 이용해 TV를 틀자 마이애미에서 발생한 특이 균열에 대한 보도가 쉬지 않고 나오고 있었다.

“어? 또 나온다.”

그리고 거대한 황룡이 나온 이후 내가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도 캐치 되어 보도되고 있었다.

“하여튼 발 빠른 인간들.”

“내일부터 호텔 앞에 기자들이 모여드는 건 아닌지 몰라.”

“백날 모여있으라 그래.”

정문으로 안 나가면 그만이지.

인터뷰는 절대 사절이다.

“수틀리면 악의적인 편집을 하는 언론은 나는 별로 안 좋아해서.”

정치야 그 언론을 정치수단으로 사용하지만 나는 그럴 이유도, 필요성도 전혀 없다. 거래에 대한 답을 복구할 뿐.

지금 내 시선을 잡아 끄는 건 다른 것이 아니었다.

시구를 할 때 일리나가 입고 있던 복장.

그 옷을 입은 채 그녀가 나를 올려다본다.

평소의 복장과는 다르게 굉장히 색다르면서 야시시한 느낌에 괜히 얼굴이 붉어지는 기분이었다.

“다시 보지만 진짜 옷 빨은 잘 받는다.”

“페르 언니의 옆에 있으면 상당히 부끄럽지만.”

그녀가 몸을 빙그르르 돌렸다.

“어때? 네가 사진을 막 찍길래 마음에 들 거라 생각했는데, 나 예뻐?”

“그런 거 입지 마.”

내 대답에 그녀가 움찔거렸다. 뭔가 상처받은 듯한 얼굴이다.

“그런 거 입으면 그 옷 버려야 돼.”

그렇게 말하며 내가 그녀를 밀치듯 침대에 눕혔고 옷을 잡으며 싱긋 웃었다.

“아…….”

그 말뜻을 이해한 일리나가 빨개진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대낮은 좀…….”

따악!!!

동시에 창밖에 어두컴컴하게 변한다. 낮을 밤으로 바꾼 게 아니라. 창밖에 비치는 빛을 일정 차단시켜버린 것이다.

“…….”

“이제 됐지?”

“하…….”

그녀가 양팔로 내 목을 휘감듯 끌어안았다.

* * *

기절해버린 일리나를 뒤로한 채 나는 방을 나서 라운지 테라스로 나왔다.

일리나는 여러 면에서 참 솔직한 편이었다.

특히 사랑을 말할 때 부끄러워하거나 역으로 나를 가지고 놀려고 드는 페르세르크와 다르게 그녀는 절대 애정표현을 숨기지 않는다.

물론 그 덕에 내게 매번 당하는 편이지만 말이다.

-정말.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들이 있는 곳이 있나?

존댓말을 쓰다가 반말을 쓰다가 결국은 반말로 통일된 놈이었지만 사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너보다 더한 놈이 성을 반쯤 점거하고 있어서 너 정도로는 별로 감흥도 안 생길 거라는 게 맞지.”

내 대답에 그가 고민하듯 중얼거렸다.

-믿을 수가 없군. 인간은 나약하다. 언제나 두려움을 품고 있으며……

“인간은 아니야.”

내 소유가 되는 건 맞지만 나는 역시 두억시니를 하인스 영지에 두는 것보다는 다른 곳에 두기로 마음먹었다.

“네가 갈 곳은 타르타로스 지하산맥 너머의 땅. 마계.”

내 말에 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계? 처음 듣는 지명이군.

“별거 없어. 그냥 인간과 비슷하지만, 인간이 아닌 마족이라는 종족들이 사는 곳이야.”

내 대답에 그가 코웃음을 친다.

“흥 결국 인간은 해결 못 해서 인간에게서 격리시키는군.”

“뭐래. 너 그렇게 인종 차별하다가 몰매 맞는다.”

내 대답에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뜻이지?

“마족도 인간도 결국 똑같다고. 종의 차이가 조금 있을 뿐이지. 그리고, 네 힘은 마계 쪽에 더 어울려. 정 네가 인간의 곁에 있고 싶다면 그렇게 해주겠지만. 그곳 공기 자체가 네게 가장 익숙할 거다.”

비슷하면 익숙해지기 쉬우니까.

물론, 마계의 성 절반을 점거하고 있는 미친놈의 백색 근육 토끼 때문에 걱정이긴 하지만.

-좋다. 너는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으니 믿어보겠다.

“그건 나중에 하고, 당분간은 카드 속에서 지내. 너 정도 되는 상위격 존재는 이 방울 가지로 보관하기 힘들거든.”

우치가 주로 사용한 방울 가지라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뛰어난 물건이 아니다.

“하다못해 직접 벽조목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는데.”

템빨을 신봉하는 내 입장에서 두억시니를 안정적으로 나와 링크시켜줄 수 있는 매개체인 새로운 방울 가지를 만들기 위해선 필요한 재료가 몇 개 있었다.

-하지만 우치도 결국 나를 포용하지 못했다.

“그 양반은 주술만 쓰니까. 나는 가능한 방법이라면 뭐든 쓴다.”

실제로 지금 놈을 봉인하고 있는 건 주술이 아니라 신마의 카드첩이다.

영혼으로 빚어낸 카드술사의 무기.

우치와는 시작선과 방식 모든 점이 다르다.

내 제안에 녀석은 마지못해 수긍하는 듯 보였다.

그때 녀석이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

-그런데 이봐. 이 땅 어딘가에 내가 만든 공간과 비슷한 공간을 지닌 놈이 있다고 했던가?

“그랬지.”

-그거 어쩌면…….

“여기 있었군.”

그때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고개를 돌리니 일면식이 있는 사내였다.

“반가워요. 크리스 마텐입니다.”

“데이비 올 라운입니다.”

담담하게 그의 악수를 마주 잡아 주자 그가 손에 든 물건을 내게 건넸다.

“상황이 어떻건 할 건 해야겠다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그가 손에 든 종이백을 내게 건넸다.

“구해줘서 x나 고맙습니다. 그리고, x나 미안합니다.”

그놈의 F가 들어간 단어는 왜 이렇게 많이 사용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굳이 신경 쓰진 않는다.

이윽고 그가 건네준 내부의 물건을 본 내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안에는 상자에 보관된 야구공 두 개와 글러브가 하나 들어있었다.

“뭡니까 이게?”

“프린스 데이비. 시구 장면까지 보러 갈 정도로 야구를 좋아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건 무슨 소리야.“

“유명한 홈런볼입니다. 무려 전설적인 타자가 친 기념비적인 공입니다.”

그가 건네준 물건은 그가 주인이었다고 말하듯 누군가의 손때가 타 있으나 깔끔하게 보관되어있었다.

“굳이 필요는 없는데…….”

“구해준 보답입니다.”

그가 씨익 웃었다.

“나는 x나 인생이 아직 창창합니다. 당신 덕분에 명줄 이어붙였으니 보답은 당연합니다.”

이걸 건네주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온 것일까. 나도 그렇지만 그도 걸어 다니면서 시선을 모으기로 유명한 자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사실 그게 무슨 상관이겠느냐마는…….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다른 각성자들이 분개할 때 그만큼은 기다리자고 했던 이였다.

사람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된 이에게 박정하게 대할 이유는 없었다.

“데이비 올 라운입니다. 그냥 데이비라고 불러주세요.”

그래. 기왕 만난 거 사인이라도 받아서 나중에 일리나에게 주…….

“레이디 현아와 친하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에 내가 멈칫했다.

“현아……요?”

“오우. 많이 친한 모양입니다. 사실 프린스 데이비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 말입니다. 레이디 현아와 금방 친해진 걸 보면 그녀가 제법 마음을 터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유쾌하게 웃었다.

“서로 잘 알긴 하죠.”

“맞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하면 레이디 현아. 매우 재밌어합니다. 하지만 연애감정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겠지.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남매를 이성으로 보겠는가.

내 눈에 현아는 세발낙지일 뿐이고. 현아의 눈에 나는 꼴뚜기일 뿐이다.

“그 망할 세발낙지요? 당연하죠. 연애감정은 무슨. 걔와 나는 서로만 보면 물고 뜯고 싸우는 사이입니다.”

“하하하. 친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친하긴 하지. 가족이었으니까.

지금이야 내가 환생을 했다지만 과거엔 가장 소중한 가족이었다.

“어휴 그렇게 왈가닥에 워커홀릭이랍시고 일만 하고 자빠졌으니.”

“하지만 그녀도 제법 매력적입니다. 젊은 나이에 신성 그룹을 이끈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정확히는 삼촌과 연희 누나가 주도하고 현아가 보조하는 격이지만.

그의 칭찬에 묘한 기분이 든다.

“문제 많아요. 어휴, 누가 그 왈가닥 좀 확 잡아갔으면 좋겠네.”

그렇게 말하며 내가 주변의 시선을 살폈다.

“걔가 결혼한답시고 남자를 데려오면 말입니다. 나는 동정의 시선부터 보낼 겁니다.”

표범에게 물린 임팔라를 보는 기분으로.

어이구…… 뉘 집 아들인지 소중한 아들일 텐데 어쩌다가 현아에게 걸려서는…… 쯧쯧.

나는 기억나는 대로 현아를 씹어 돌리듯 깠다.

마치 버릇처럼 나오는 말에 나는 내가 스스로도 왜 이러는지 모르면서도 그녀에 대한 문제를 하나둘 불만 털어놓듯 풀어놓았다.

그런 내 말투에 크리스는 신기한 듯 바라보면서도 자신이 예상한 문제가 나오면 시원하게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아 실은 말입니다. 나는 신성 그룹과 특수 계약으로 묶여있습니다. 미국에서 활동하지만 신성 그룹의 소속입니다.”

의외의 답변에 내가 눈을 크게 떴다.

“그래요?”

“예, 그래서 레이디 현아가 매번 내게 뺀…… 질이? 빤질이? 하여튼 이상한 한국어로 부르곤 하죠.”

그의 말투는 조금 특이하다. 영어는 유창한데 말투는 마치 어색한 외국어를 사용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레이디 현아라고 부르는 것도 한두 번이면 이해하지만 미묘할 정도로 칼 같았다.

“사실…… 첫눈에 반했습니다. 그래서 그녀에게 선물을 하려고 하는데 어떤 게 좋을지 고민 중입니다.”

“…….”

“혹시 레이디 현아와 친한 당신이라면 괜찮은 걸 알고 있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의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놈이 지금 그 현아에게 반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인가.

“그 세발낙지를 여자로 본다고요?”

“네!”

환하게 웃는 그 미소는 너무 해맑아 보였다.

이미 나는 그를 거꾸로 매달아 이곳에서 가장 높은 빌딩에 거꾸로 매달고 있었다.

…….

“프린스 데이비!? 왜…… 왜 이러는 겁니까?!”

당황한 그의 외침을 보며 멍하니 그를 거꾸로 매달고 있던 내가 말했다.

“이 x끼가 지금 세상에서 둘도 없는 내 동생을 넘봐?!”

“예…… 예?!”

“세발낙지라고 부르지 마! 이 새끼야!”

내 외침에 그의 얼굴에 의문이 서린다.

“아…… 아니 세발낙지는 당신이…….”

“대답하지 마! 임마! 넌 대답할 자격도 없는 놈이야!”

그의 얼굴에 격한 의문이 서린다.

* * *

같은 시각. 서류를 보며 사업계획서들을 정리하던 현아는 왠지 모를 오한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뭐야…… 뭔데 이렇게 오한이…….”

그러던 중 그녀가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에 닿는 것은 없었다.

“기분 탓인가? 분명 누가 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는데.”

-너…… 정말 탐스러운 육신을 지니고 있구나.

“흣?!”

깜짝 놀란 그녀가 벌떡 일어나며 주변을 살핀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인상을 찡그린 채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 뭐야. 영화 대사였어?”

마침 옆에 켜놓은 노트북 영상프로그램에 공포영화 관련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현아는 자신이 들은 목소리가 이어폰을 통해 들려온 영상의 소리라고 생각하고는 이내 그것을 뽑아버렸다.

“후우…… 집중 안 되네. 새언니랑 쇼핑이라도 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