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34화
이날 이후 일본 여론은 두 가지로 뜨겁게 들끓었다.
요시키 차관의 아들, 요시키 카사토에 대해 불만과 분노를 토로해내는 부류.
[빌어먹을 요시키 카사토. 이럴 줄 알았다.]
[요시키 그룹 언젠가 큰 사고 칠 줄 알았음. 어휴 속이 시원하네! 빌어먹을 블랙기업.]
[요시키 카사토 옛날에 인성 문제 많았음.]
대부분 요시키 카사토 본인이나 요시키 그룹에 악감정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들 때문에 데이비 올 라운이라는 인간이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난 군중들이었다.
그리고 한쪽은. 고작 개개인의 사소한 불화로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협박하냐며 화를 내는 부류.
[근데 듣자 하니 솔직히 개개인의 사소한 불화 아니냐. 그걸로 지금 이렇게까지 한다고? 믿을 수가 없네. 거의 폭군 아님?]
[맞아 고작 그런 일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인질로 잡다니. 티오니스 성자, 실망했다.]
[미친 거 아니야?]
뭐 사실 어느 쪽 의견이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익명성의 힘을 빌려 자신들의 의견을 낸다지만 결과적으로 몬스터 균열의 영향권 내에 있는 이들은 하루하루가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다.
균열의 수준이 상상 이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분명히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전자의 경우가 후자의 경우보다 많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란.
의외로 참 이기적이다.
물론 후자의 경우 반박하는 세력도 생각 이상의 규모를 지니고 있었다.
언 듯 보면 정말 잔혹한 손속이라 여길 수 있지만 애초에 한가지 전제조건이 잘못 깔려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으니까.
[근데 지금 저기서 하는 말 들어보면 티오니스 성자가 그동안 무상으로 지구 보호해주고 있던 거 아님? 성자가 균열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못 나오게 막아주고 있던 거 아님? 그걸 왜 안 막냐고 뭐라 할 자격이 있나 우리가?]
[이게 맞지.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더니. 딱 그 꼴이네. 한국에서도 그러다가 한번 호되게 당한 거로 알고 있음.]
[그런데 요시키 그룹 혐한으로 유명한데. 티오니스 성자도 그것 때문에 싸움 난 건가?]
[뭐라는 거야, 티오니스 성자는 한국 사람 아님. 그냥 활동범위가 한국 쪽이라 그렇게 보이는 거지.]
[아참. 그렇지. 매번 한국 쪽에서 주로 보이니까 착각함.]
[아니 그런데. 솔직히 그걸 지금까지 말 안 하고 혼자 숨겨왔잖음. 처음부터 말했으면 이렇게 무력하게 당하진 않았겠지.]
[말하면 뭐 달라짐? 계속해서 대가도 없이 계속해서 지켜주고 있었는데 별말을 다 하네.]
여러 의견이 갈려 나간다.
이런 내 선택에 륀느는 조금 불만인 듯 보였다.
“데이비 님. 명령 대기 중.”
명령만 내려주면 자신이 나서겠다 말하는 녀석을 보며 나는 말 없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번 일로 내 입지가 곤란해진다고 판단한 것이리라.
실제로 단순히 말다툼, 사소한 분쟁으로 그놈을 죽일 듯이 몰아치는 건 티오니스가 아닌 지구에서는 참 애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게 비공식적이라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반대로 공적으로 내가 공표해버린 것은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사람들이 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현재 간을 보고 있다.
-그만 용서해주시면 안 되나요?
코오나에게서 온 연락은 굉장히 사무적이고 딱딱한 연락이었다.
이거 아직 정신 못 차렸네.
그녀의 성정이 착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가끔 복장이 터질 때가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간결하고 화끈하게 대답해주었다.
[ㄴ]
니은 글자 하나만 써 붙인 채로 말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걸려있잖아요.
[ㄴ]
-하아……계속 그렇게 단답으로만 보내실 거에요?
[ㅇ]
-하다못해 조금만 더 성의있게 대답해주세요.
[ㅇㅇ]
-…….
또다시 깔끔하고 간결한 대답을 보냈다.
“문자 하십니까?”
그렇게 내가 스마트폰만으로 코오나를 놀리고 있자 눈앞에 앉아 감자 칩을 먹어치우던 사내가 빙그레 웃었다.
석유 왕자라 불리는 중동의 대부호이자 지구에서 몇 없는 내 친구.
바로 알하자드였다.
“즐거워 보이십니다.”
“그동안 쌓인 게 좀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그거 맛있습니까?”
“전에 한국에 갔을 때 간식으로 몇 개 집어먹었는데. 정말 맛이 좋더군요. 벌꿀 버터 칩, 그래서 그냥 인수했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피식 웃어 보였다.
내가 개인 취미에 돈 쓰는 거로 뭐라 할 입장은 아니라지만 그는 정말 가끔씩 경악스러운 짓을 할 때가 있다.
“얼마 썼습니까?”
“흠…… 그리 많이 쓰진 않았습니다.”
“용케도 인수하셨네요.”
“주기적으로 납품만 받기로 했습니다. 일종의 투자이지요, 질소를 마구잡이로 포장하는 건 그리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만.”
내 말에 그는 즐겁다는 듯 허허 웃어 보였다.
“그나저나 이야기 들었습니다. 이번 균열은 데이비 당신이 보호를 거두면서 생겨난 거라고 들었습니다.”
“결론만 보자면 그렇죠.”
“나는 친구를 믿습니다.”
“믿어주니 고맙습니다. 알하자드.”
“그럼 이제 균열들을 직접 처리하시는 겁니까?”
그의 물음에 나는 국제 각성자 연합에서 했던 회의내용을 떠올렸다.
본래 지구에 닥쳐왔어야 할 시련.
내 설명에 그들은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우선적으로 도와달라는 곳도 있었지만 내가 한 말에서 자신들이 얼마나 안전불감증이었는지 되새기는 이들도 있었다.
몬스터로 인해 도시를 빼앗기고 누군가가 죽을 가능성이 극도로 낮아지면서 다시 인간들이 안전불감증에 빠진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몬스터가 튀어나와 가족들을 찢어발길지 모른다는 최소한의 위험인지 정도는 해야 하건만.
그동안 각성자들이 강해지는 데에 반해 균열의 수준이 크게 올라가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래야겠죠. 뭐 각국에서도 마냥 떠넘기기보다는 제 말뜻을 이해한 쪽이 많은 듯싶습니다만.”
“다행이군요. 그곳에서 당신이 한 이야기의 진의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면 그 나라는 더 볼 것도 없겠지요.”
안전불감증 상태에 빠진 지구.
어느 정도 경각심을 세워줄 필요가 있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아 좋습니다. 언제든지 시작합시다.”
그의 말에 나는 빙그레 웃으며 스마트폰을 아공간에 휙 던져 넣었다.
그리고 커다란 방패 같은 것을 손에 든 알하자드에게 빙그레 웃었다.
“그건 직접 만든 겁니까?”
“네.”
“무게 중심 살짝 쏠렸습니다.”
내 말에 말없이 방패를 바라보던 그가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거대한 시추기를 집어삼킬 것처럼 일어나있는 균열을 향해 걸어가는 나를 따라온다.
“그런데 굳이 따라올 필요는 없는데요.”
“친구 좋다는 게 무엇입니까. 정보는 힘입니다. 미스터 데이비.”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채고 현실을 깨달았다.
그러니. 하다못해 지금은 아니더라도 적들이 어떤 수준인지는 봐놔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었다.
알하자드는 내 친구라는 위치를 아주 깔끔하게 이용했고 나는 그의 진의를 잘 알기에 아무런 이유 없이 그를 받아들였다.
“쩔 값은 과자로 퉁칩시다.”
“돌아가는 길에 벌꿀 버터 칩 90박스 정도는 챙겨두라 하겠습니다.”
껄껄 웃으며 그가 나를 따랐다.
그리고.
나는 이곳 지역에 출몰한 수백 미터 거대한 균열에 천천히 몸을 던졌다.
어떤 균열이건 입장 직후부터 사람을 아작내는 곳은 없다. 그런 만큼 알하자드도 제법 겁도 없이 나를 따르는 것이다.
“미스터 데이비. 늘 가지고 다니던 검은 어디 갔습니까?”
균열에 들어서자마자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나를 향해 신기한 듯 주변을 둘러보던 그가 물어왔다.
“홍단이 청단이요? 놀고 있을 겁니다.”
요즘 들어 홍단이 청단이를 자주 쓰지 못하고 있다만. 상관없었다.
“흐음…… 두 검이 놀고 있다니. 기분이 묘합니다.”
껄껄 웃으며 그가 등에서 어떤 검 하나를 꺼내 내게 건네주었다.
“미스터 데이비. 직접 만든 검입니다. 한번 써보세요.”
홍단이와 청단이를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비슷한 형태의 검을 손에 쥔 나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절삭용 인챈트가 강하게 중첩된 무기다. 이 정도 수준이면 어지간한 헌터 장비들은 그대로 무릎 꿇려버릴 만큼 품질이 좋았다.
“비록 그 두 검에 비하면 애들 장난감입니다만…….”
“좋은 검이네요. 잘 빌리겠습니다.”
물론. 지금은 쓸 생각이 없지만.
내가 모습을 드러낸 균열은 거대한 사막지역이었다.
각 세계의 균열은 그 균열이 나타난 국가의 문화를 마치 스펀지처럼 흡수한듯한 모습이었다.
즉 이곳은 사막형태의 땅이 바로 그 배경이라는 소리였다.
쿵…… 쿵…….
눈앞에 몬스터가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확히 느껴졌다.
몬스터가 있는 곳은 당장 눈앞이 아니라…….
콰아아아아앙!!1
땅속이라는 것을.
“오. 이런!”
거대한 샌드웜 수십 마리가 일제히 모습을 드러내자 알하자드가 긴장한 듯 방출형 에너지를 저장한 검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그가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결과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사람의 몸집만 한 얼음 창들이 한발 날아들더니 첫 번째 샌드웜 한 마리의 몸을 그대로 관통해 얼려버린 것이다.
단순히 관통하는 게 아니라 정확히 환부에 꽂힌 뒤 전신을 얼려버린다
의외로 정말 잔혹한 무기였다.
“미스터 데이비!! 더 옵니다!”
첫 번째 동족이 순식간에 당해버리자 격분한 수십 마리의 샌드웜들은 일제히 나를 향해 괴성을 내지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퓩!! 퓩!!!
하지만 이번엔 머리카락의 얼음 창이 날아들어 그들을 정확하게 꿰뚫고 얼려버렸다.
순식간에 세 마리의 샌드웜이 엄청난 속도로 급속냉각 당하고 바스러져 내렸다.
그제야 샌드웜들도 본능적인 무언가를 느낀 듯 주춤거렸지만…….
“어서 와. 냉찜질은 처음이지?”
내 뒤에는 이미 4발의 거대한 얼음 창이 모습을 드러낸 후였다.
그리고, 주변의 기온이 급속도로 떨어지며 주변 공기에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태양이 내리쬐어 어마어마하게 뜨거운 사막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냉기가 주변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7서클]
[빙하 지대.]
하나하나가 7서클에 해당하는 마법.
당연히 뜨거운 연기에 냉기에 약한 샌드웜 따위가 견뎌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스르르르르…… 캬아아아아아악!!!
순식간에 기온을 장악당한 놈들은 격분하며 미친 듯이 나를 향해 몸을 던져왔다.
마치, 네가 혼자서 얼마나 막을 수 있는지 한번 보자, 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세상에…… 샌드웜이 이만한 숫자라니…… 아무리 게릴라전이라도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이제 시작일 겁니다.”
이 수백 미터짜리 균열은 시작에 불과하다.
샌드웜의 수는 무려 일백에 가까운 숫자.
하지만 아직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놈들까지 합치면 수백이 아니라 수천, 높게는 만 단위까지 밀려오리라.
본래라면 단신으로, 절대 단시간에 클리어 가능한 균열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자자. 다음 손님.”
투쾅!!!!
마치 포탄이 쏘아지듯 굉음을 터뜨리며 날아든 빙창이 샌드웜들을 하나둘 얼려 붙게 만든다. 일백 마리의 샌드웜들은 내가 4발의 얼음 창을 쏘아내면 쓰러지는 동족을 방패로 이용해 한 차례 막고 다가오는 식으로 접근하려 했다.
자신들의 수는 많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빡 대가리 사막 지렁이인 샌드웜치고는 제법 똑똑한 판단.
아마 이놈들을 유도하는 상위 개체도 존재하는 듯 보였다.
그럼 보여드려야지.
정리하러 들어온 인간이 어떤 놈인지를.
[7서클]
[프로즌 브레이크]
한계를 부숴버린 마법이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날뛰며 내 주변을 배회한다.
미친 듯이 중첩되던 마나는 이제 곧 내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를 기준으로 조금 뒤편의 허공이 찢어지듯 얼어붙더니 거대한 얼음 창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숫자는 무려…….
수백에 달했다.
“자 들어와 이것들아.”
샌드웜들을 조종하는 상위 개체의 판단인지. 아니면 샌드웜 본인들의 판단인지는 모르겠지만 급기야 수적으로 엄청난 이득을 보고 있던 놈들이 내게서 도망치려 한다.
물론. 나는 가차 없었다.
“가긴 어딜 가.”
투쾅!!!
팔짱을 낀 나를 기준으로 얼음 창들이 도망치는 샌드웜들을 쫓아 폭격하듯 꽂히기 시작했다.
“오우 지저스…….”
“교회 다닙니까 알하자드?”
“아뇨. 그냥 말해본 겁니다.”
나를 따라오는 알하자드는 뜨거운 사막의 공기를 차갑게 얼려버리는 내 주변의 공기에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미스터 데이비.”
“네?”
“만약 미스터 데이비가 막아두지 않았다면. 균열이 계속 생겨났을 때 어찌 되었을 것 같습니까?”
이 지구는 말입니다.
그의 질문. 내가 몬스터 균열을 억제하지 않았다면. 지금 지구의 인간은 그것을 감당할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정확히 6개월도 안 돼서 더 심하게 밀렸겠지요.”
초창기 흉신의 지휘 아래에 균열이 미쳐 날뛰고 몬스터들이 땅의 대부분을 점령했을 때처럼.
“지구엔 본래 마나가 없어요. 그런데 마나가 생겨나면서 벌어지는 기현상입니다. 성장통에 가까워요.”
지구의 마나가 모조리 사라지지 않는 한 몬스터는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다. 일정 수준에 이를 때까지.
그걸 내가 막아주고 있는 참이었다.
“그럼 일본 쪽은…….”
“그쪽은 제일 마지막에 도와줄 겁니다.”
“분명 안 도와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사람 목숨가지고 흥정이나 하겠습니까. 도와줄 겁니다. 다만 그전에 먼저 챙길 건 챙겨야죠.”
“그럼 그를 용서하는 겁니까?”
“뭐. 벌을 주긴 했습니다만.”
20대 젊은 나이에 벌써 머리가 그렇게 흉하게 변해버렸으니…… 아마 죽고 싶을 거다. 하지만 나는 거기서도 멈추지 않았다.
“아직은 지켜봐야죠.”
“잔인한 건지 자애로운 건지 모르겠습니다. 미스터 데이비.”
“그래도 자애의 여신의 성자인데 후자로 봐주세요.”
“쉽진 않겠지만요.”
애초에. 이번일 이렇게 크게 만든 건 고작 요시키 그룹 문제가 아니었다.
정확히는 본래 목적을 위한 시동일 뿐.
“위험을 잊은 인간에게 미래 같은 건 없어요,”
내 손끝을 따라 허공에서 생겨난 7서클 계통의 극한의 창이 모습을 드러내 날아든다.
첫 번째 균열 내부의 수를 헤아리기 힘든 몬스터들이 내가 만들어낸 재앙에 의해 강제로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 * *
같은 시각.
일본에서는 코오나를 포함한 다수의 각성자들이 균열을 긴장한 채 바라보았다.
“자…… 입장한다.”
수백 미터짜리 균열. 한 인간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 현 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각성자 부대를 꾸릴 수밖에 없었다.
[ㅇㅇ]
초성체를 이용해 너무도 간단하게 답해버리는 데이비로 인해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는 느긋한 걸음으로 다가오는 각성자들을 바라보았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이는 상당히 곱슬 거리는 긴 머리의 사내였다.
쿨한 표정으로 걸어온 그는 각성자들을 끌어모았다.
S급 각성자. 토호 야스나로.
현재 일본에서 가장 밀어주고 있는 막대한 힘을 지닌 S급 각성자이다.
그에 대해선 그녀도 많이 들어봐서 알고 있다.
이지적이고 강하며, 두려움이 없다.
모두가 아는 일본의 영웅이지만 애석하게도 코오나가 알고 있는 토호 야스나로의 성격은 그리 좋은 상이 아니었다.
“입장하지.”
“네!”
“쫄지 마라. 티오니스 성자가 강한 건 사실이지만, 우리라면 균열을 얼마든지 토벌할 수 있다.
당당하게 말하며 균열에 입장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던 코오나는 본능적으로 생각했다.
균열이 그리 쉽게 클리어가 될 리가 없는데.
“겁먹지 마라! 어차피 첫 번째 원정의 목표는 조사다! 실패하면 얼마든지 빠져나올 수 있거니와 내가 있는 한 균열은 반드시 클리어될 것이다.”
오만하지만 일본 내에선 그만큼 강하다고 알려진 그였다.
그런 야스나로의 일갈에 각성자들은 한참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물론…….
균열에 한 번 입장한 이가 돌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전혀 몰랐다.
그리고, 그동안 지구의 사람들이 방치한 적의 강함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