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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35화 (1,035/1,559)

제 1035화

끝도없이 몰려오는 사막형 몬스터들이 주변을 가득 메운다.

알하자드와 륀느를 포함해서 균열에 진입한 나는 한번에 놈들을 쓸어버리지 않고 균열이 제대로 뭉쳐졌는지 확인했다. 변수가 존재하면 그건 조율 대상이니까.

“또 오는군요!”

지겨울 정도로 몰려오는 몬스터들은 본래 이렇게 몰려오는 스타일이 아닌 건 분명했다.

천천히 하나씩 치고 들어가며 각개격파를 해야 정상이지만 나는 시작부터 놈들의 어그로를 시원하게 끌어버렸다.

그 탓인지 무려 수천에 달하는 몬스터들이 쉬지 않고 몰려들고 있는 입장이었다.

“륀느가 초고열 광선을 채택. 압도적인 힘으로.”

세피로스화 한 상태인 륀느가 손에 쥔 천칭을 녹여낸 창을 빙그르르 돌리더니 이내 고열의 광선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창끝을 마치 그림 그리듯 휘둘렀고 그 창끝을 따라 주홍빛의 강력한 섬광이 닥치는 대로 몬스터들을 양단하고 불태워버렸다.

초고열의 레이저 에너지가 지나가면서 금속문을 깔끔하게 절단해버리듯 날려버리자 일순간 진형에 이상이 생길 정도로 크게 뒤틀렸다.

절단면은 고온에 노출된 것처럼 샛노란 빛의 열기가 가득 솟아있었다.

“실제로 보니 정말 어마어마하군요. 어떤 각성자도 감히 명함을 못 내밀 겁니다.”

지구에 있는 어떤 각성자도 지금 튀어나오는 사막 티라노들을 상대로 이런 학살을 자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크기만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파충류들이 진입하기도 전에 고열의 광선에 녹아내리는 건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닐 테니까.

-크아아아아악!! 캬아악!!

맹렬하게 달려오는 몬스터들은 내가 계속해서 쉬지 않고 쏘아대는 얼음의 창에 꿰뚫려 얼어붙고 륀느의 고열광선에 녹아 잘려나갔다.

하지만 그 끝이 쉬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미스터 데이비.”

“네?”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겁니까?”

사실 나를 서포트할 겸 내부를 한번 보겠다며 따라온 알하자드였다. 내부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용감하게 솔선수범을 하겠다며 따라오는 건 좋지만 사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맞아요. 시간 끄는 거.”

내 대답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겉보기엔 쉬지 않고 학살하는 것 같지만 그 내막이 달랐다. 전혀 륀느와 내가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즉.

일부러 내가 몬스터들을 일거에 소탕하는 방법을 쓰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별거 아닙니다. 지구를 지켜주기로 한 건 사실입니다. 다만 이런 경우에 변수가 생기면 조율을 해야 해요.”

정확히는 내가 아니라 신의 영역에 있는 영웅들이 고생하겠지만.

-키이이이익!!

“아 시끄럽네 진짜.”

콰아아앙!!! 짜드드드드득!

알하자드와의 대화에 방해가 되어 짜증이 난 내가 손을 휘젓자 좀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크기의 얼음 파도가 몬스터들을 집어삼키고 얼어붙는다.

살아남은 놈들은 어떻게든 얼음을 뚫고 나를 공격하려 했다.

“우선 공격성은 굉장히 흉포하네요. 겁이 없다고 해야 하나…….”

전력 차이가 심한 걸 알면 도망치는 게 생물이다. 당연히 몬스터도 포함되는 사안. 하지만 이놈들은 그런 게 없었다. 마치 죽이지 않는다는 선택 자체가 없다는 것처럼.

나는 노트를 꺼내 몬스터들의 종류. 숫자. 그리고 비율, 그리고 이들의 특성에 대해 하나하나 기입했다.

이런 정보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이번 균열을 해치우고 나면 못해도 3년은 안전할 겁니다. 다만 그 3년 후에 다시 균열을 청소해야 합니다.”

이런 결정을 내린 건 내가 지구에 간섭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넬타리드 신에게 부담을 최대한 주지 않기 위해 그의 힘을 지원하고 나도 힘을 최대한 아끼고 있으니까.

“그럼 최소 몇 년을…….”

“글쎄요. 적어도 제가 살아있는 동안은 문제가 없을 겁니다. 짧으면 20년 안에 끝날 수도 있고.”

지구가 마나와 온전히 동기화한다면.

“길면…… 100년이 넘을 수도 있겠죠.”

내 말에 알하자드가 허탈하게 웃었다.

“인간은 100년 이상 살지 못합니다.”

“보통은 그렇죠.”

물론 정말로 100년 이상 유지될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큰 변수는 없는 것 같으니 슬슬 정리할게요. 알하자드.”

“예?”

“귀.”

내가 귀를 가리키며 피식 웃자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귀 막고 돌아서세요.

내 말에 그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몸을 돌렸다.

쩌적…… 쩍!!

마나를 거두어들인 거대한 얼음 파도가 서서히 깨지면서 남은 몬스터들이 일거에 몰려온다.

세 쌍의 날개를 펄럭이며 내 곁에 착지한 륀느가 창을 거둬들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나는 곧이어 끝도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볼 건 다 봤으니 이제 신경 안 써도 되겠구나.”

이 균열에서 가장 강한 놈은 사막 거인.

단조로운 이름과 다르게 단순 각성자들의 기준으로 치면 이놈은 SS급을 붙여도 모자란 놈이다.

맨손으로 그 거대한 티탄을 찢어발길 정도로 강한 놈이니까.

역시 지구는 아직 균열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 많은 몬스터들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거지.”

티오니스에서도 이렇게 몬스터가 많진 않다. 이놈들의 출처에 대해선 조금 고민의 여지가 있었다.

한번 알아봐야겠네.

나는 알하자드가 직접 만들어 준 무기 중에 쓸만한 건틀릿을 하나 찾은 뒤 손에 끼웠다.

그리고는 맹렬하게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뻗은 손을 천천히 오므렸다.

그러자 손아귀 안에서 검은빛이 빛줄기가 되어 새어 나온다.

“최대한 부담 가지 않는 선에서 끝내드릴 테니 보채지 마세요.”

내 손목의 성흔이 맹렬하게 공명한다.

[9서클 흑마법]

[생명교환.]

내 생명력의 절반을 끌어 모조리 육체능력에 부과한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탈력감이 몰려오며 육신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빠져나간 생명력은 다시 채울 수 있으니 상관할 문제는 아니었다.

단순히 이쪽도 시험을 해보고 싶을 뿐이니까.

뿌득…… 뿌드득…….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내 입에서 붉은 입김이 천천히 흘러나왔다.

“쓰읍…… 하…….”

역시 할 짓은 못 되는구나.

9서클 흑마법 생명교환은 시전자가 강하면 강할수록 위력이 거대해진다.

단순 9서클 흑마법사의 생명력만으로도 엄청난 타격을 주는데 생명력을 주로 지배하는 내가 사용한다면?

그 결과는 훤하다.

“이거 한번 해보고 싶었다.”

왼발을 내민 채 오른손을 말아쥐고 당긴 내가 숨을 짧게 멈췄다.

그리고. 일순간 검은 기류가 서린 주먹을 내지른다.

“전력 싸다구.”

쿠우웅…….

짧은 굉음과 함께 내질러진 주먹에 서린 상상 이상의 힘이 움직인다.

그리고.

대지가, 아니 균열 안에 만들어진 세상이 일격에 뒤틀리고 부서지기 시작했다.

* * *

알하자드가 있는 국가의 균열은 그렇게 사라졌다.

단 일격에 몬스터는 물론 균열 전체를 일거에 지워버린 나는 균열 밖으로 나오면서도 저릿저릿한 손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실제로 지금 수준에 이르러서 사용해보긴 처음이다.

과거 회랑에서 수련할 때에도 생명 교환 마법을 사용한 적은 있지만, 지금과 그때를 비교하면 내가 품고 있는 생명력의 양은 가히 비교가 안 되는 수준에 이르러있다.

그땐 반신도, 신격을 얻은 것도. 붉은 공허로 인해 생명력의 간섭권을 가지고 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

알하자드는 귀를 틀어막았음에도 불구하고 들려오는 굉음 때문에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공간 전체가 일그러지며 부서진 탓에 그 충격이 그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가능성이 있어서 여기저기 틀어막고 보호했지만 그럼에도 상당량 전해진 듯했다.

“다음부터는 혼자 가야겠네요.”

“크으……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저도 시험해볼 게 있다 보니 무리했습니다.”

내 말에 그가 힘없이 웃어 보였다.

“데이비.”

그때 그가 나를 부른다.

“정말 고맙습니다. 나는 당신이 우리에게 해준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거 새삼스럽게.”

괜히 머쓱해진 내가 조용히 답하자 그가 내 손을 꼭 잡았다.

“당신이 이번 일을 크게 벌인 이유. 나는 잘 압니다.”

“…….”

“안전불감증은 실제로 겪어보지 않으면 해결하기 쉽지 않지요.”

그가 나를 한번 끌어안았다.

“정말 고맙습니다.”

새삼. 그와 친분을 맺은 건 정말 잘한 선택인 것 같았다.

막시모스 놈은 조금 덜하지만, 윈리의 남편이 된 망할 도둑인 율리스 이 양반도 눈앞의 알하자드처럼 인격적으로 굉장히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친구 복은 잘 타고난 듯하다.

“다음엔 꼭 더 좋은 장비를 만들어 선물하겠습니다.”

그는 내 손에 끼워진 반쯤 넝마가 되어버린 건틀릿을 가리켰다.

“수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균열도 이렇게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군요.”

내가 알하자드와 함께 균열에 진입하고 클리어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한 시간.

그것도 50분 이상을 탐사와 조사에 쏟아부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 수준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받지 않으실 겁니까?”

“예. 그거면 됩니다.”

당장은.

사업이라는 건 본래 넓게 보고 가는 것이다.

내 대답에 그는 허탈하게 웃어 보인 뒤 품 안에서 어떤 명함 같은 것을 한 장 내밀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런 것뿐입니다. 세계 어떤 은행이건 이 카드를 보여주면 원하는 만큼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겁니다.”

“내가 이걸 들고 돈을 횡령하면요?”

“하하. 당신은 그러지 않을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명함을 품 안에 챙겼다.

“고맙게 쓰겠습니다.”

“곧바로 가겠지요?”

“네. 다른 나라도 혼란스러울 테니까요.”

“이미 러시아와 프랑스는 한차례 공략을 시도한 모양입니다. 때문에 균열 내부가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세계 각지로 정보가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보통 균열의 몬스터는 많아야 100마리.

하지만 지금 나타난 특대 균열은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우우웅…… 우우웅…….

알하자드와 작별한 뒤 메가로드리아를 이용해 다른 국가로 날아가려던 찰나였다.

현아의 번호로 연락이 왔다.

-아 오빠.

“무슨 일인데?”

-뉴스 봤어?

“뉴스?”

현아의 물음에 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뉴스가 왜.”

-일본 측에서 오빠가 돕지 않겠다고 한 것 때문에 자력으로 어떻게 해보려고 시도를 한 모양이야.

“그런데?”

일본 쪽도 직접 해결할 거라곤 하지만 당장은 아니었다. 기왕이면 이쪽도 챙기는 게 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그게…… 투입된 각성자 중에 코오나 양이 있더라고.

“위험하다 싶으면 나오겠지.”

균열은 거대한 만큼 터지기까지의 시간은 꽤 필요할 것이다.

조건을 맞추면 빠져나올 수 있는 균열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나쁘진 않다.

콰직!!!

프랑스 파리에 생겨난 균열 내부에 있던 거대한 몬스터의 머리통을 짓눌러 터뜨려버린 나는 노트를 꺼내 또 한 번 필기를 했다.

“프랑스 쪽. 이상 없음.”

이상이 없다는 건 일거리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렇게 좋을 수가 있나.

이후로도 나는 각지 국가를 주기적으로 다니며 균열들을 모조리 부숴놓았다.

그렇게 하나. 하나 부숴나가다 보니 대부분의 균열이 처리되었고, 이제는 하나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사소한 불화로 인해 도움을 거절했던 곳.

일본 도쿄 상공에서 나타난 균열.

지구의 인간들의 힘으로는 현재 감당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특대균열만이 남았다.

일본 측 여론은 내가 다수 국가의 균열을 무상으로 부수고 다니자 자신들도 해주겠지. 설마 안 해주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일단은 균열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것은 타국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이라는 국가 자체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이 균열이 얼마나 위험한지. 직접 몸소 체험시켜줄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정작 일본 정부 측과 깊은 연관이 있는지 요시키 그룹은 아직 건재했고, 정작 가장 문제가 된 요시키 카사토는 하다못해 간단한 제스처조차 취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들이 처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그만 노여움을 푸시고…….”

“화난 건 아닙니다. 총리님. 그냥 간단하게 생각하세요. 균열을 제가 만든 게 아니잖아요. 내가 이 균열을 처리해야 할 의무도 사실은 없어요.”

사실 있지만 없다고 거짓말한다고 그가 알기나 할까.

“그건…….”

“총리님. 사람을 구하는 건 개인 만족이며 위선입니다. 나도 그걸 부정할 생각은 없고요.”

“…….”

“그런데 내가 웬수 같은 놈을 왜 살려줘야 합니까?”

내 물음에 그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 과정에서 일본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 문제를 내게 덧씌우는 건 말도 안 되는 논리였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선택권이라도 드리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일본만 보호하던 장막을 완전히 거둬들이겠습니다. 그리고 균열을 처리해드리지요. 그렇게 되면 적어도 지금 같은 사이즈의 균열은 나타나지 않겠지요.”

“…….”

조삼모사. 그것을 모를 총리가 아니었다.

“대신. 앞으로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균열의 수준과 숫자가 올라갈 겁니다.”

“그건…….”

“뭐 본래 그랬어야 하는 형태로 돌려드리는 겁니다. 어떻게 하실래요.”

“…….”

“그럼 이렇게 할까요.”

조금. 도발이나 해볼까.

“솔직히 제가 생각해도 웃기니까. 선처해드릴게요.”

내 미소에 총리의 얼굴에 불안함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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