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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42화 (1,042/1,559)

제 1042화

고요함과 울음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분향소를 찾은 알하자드는 복잡한 표정이었다.

데이비 올 라운이 죽었다.

그에게 있어서 데이비는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정말 마음이 잘 맞는 친구이기도 했다.

딱히 돈에 얽매이는 관계도 아니면서 상당히 소박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인성에도 큰 문제가 없는 사람인 터라 그에게 데이비라는 존재는 마치 영화에서 볼법한 새로 만난 외계인 친구, 그런 느낌이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영정 사진을 보는 그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다음 생에도 꼭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손에 쥔 새하얀 꽃을 올려놓고 향을 피운 그가 돌아섰다.

그러던 중 한켠에 눈물을 뚝뚝 흘리는 코오나를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입안이 쓰게 느껴지는 그였다.

절대 죽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그가 죽었다고 하니 그 충격도 이루 말할 수는 없으리라.

뉴스에서는 쉴 새 없이 데이비 올 라운을 포함한 이번 각성자들이 균열을 처리함으로써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었다.

데이비라는 최후의 히든카드가 사라진 이상 지구는 앞으로 더욱더 각성자들의 수준을 끌어올릴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돌아가는 대로 사업하나만 준비하죠. 안토니오.”

“네. 왕자님.”

“신성 그룹에 연락을 좀 해주세요. 크게 투자해서 전 세계 각성자들을 지원하고 그들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할 겁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하지만 그걸 신성 그룹에 투자할 필요는 있을까요?”

“앞으로 위기를 구해주는 히어로 없이 우리 스스로 딛고 일어서야 하니까요.”

그의 죽음은 슬픈 일이지만 무너져 있을 순 없었다.

균열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으니 지금부터라도 준비할 수밖에.

말없이 데이비의 영정사진을 보고 떠나가려던 그때 그의 귓가에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꼭 말하고 싶었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알하자드는 속에서 쓴 감정이 터져 나오는 느낌을 받았다.

데이비가 지구에 자주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씩 넘어와 알게 모르게 알하자드와 술잔을 기울이던 때가 많다.

그와 함께 있으면 복잡하고 자잘한 것들은 다 내팽개치고 편하게 웃을 수 있어서 너무 좋기도 했었다.

그런 그가.

죽은 것이다.

“하…….”

방금까지는 담담했는데 왜 저 작은 소녀의 흐느낌에 감정이 요동치는 것인지.

복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알하자드의 곁으로 몇몇 인물이 다가왔다.

“아 반갑습니다.”

“오랜만입니다. 알하자드 왕자님.”

몇 개국의 통수권자들이 직접 찾아오는 진풍경이 펼쳐짐에도 그것으로 소란을 피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의도하지 않게 순직을 하고 엄청난 조문객들을 받게 된 이들의 입장에선 조금 어안이 벙벙해질 수 있지만 그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이는 없었다.

“일단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니까요. 적어도 가는 길은 명복을 빌어주어야겠죠.”

“흐음…… 어떻게 이렇게 사람이 허무하게 갈 수 있는지…….”

개인적인 친분은 없더라도 이곳에 모인 이들은 데이비라는 인간으로 인해 국가적 재난을 어렵지 않게 처리함으로써 상당한 지지율을 보장받은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고마울 수밖에.

“그의 동상을 세우고 싶습니다. 비록 그가 지구의 사람은 아니지만. 내게 그는 정말 소중한 친구였습니다.”

“좋습니다. 저도 그 의견에 찬성합니다.”

몇몇 국가에서 찬성하고 들자 굳이 반대할 상황이 아닌 이들은 딱히 별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여기는 이렇게 하고 동상을 세울 곳은…….”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 그들은 상당히 진지한 모습이었다.

그때였다.

“흠…… 그런데 동상 세우는 건 상관없는 일이지만 상당히 부끄러우니까 그만두도록 하죠.”

“무슨…….”

그때 누군가의 반론이 흘러나오자 알하자드가 보기 드물게 화가 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와중에 산통을 깨는 사람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좀 그렇잖아요? 내가 뭐 세상을 구하겠다고 히어로적인 마인드로 싸운 것도 아니고.”

“어……어어어?”

검은 머리에 붉은 눈동자. 젊은 외견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일방적인 영향력을 지닌 사내.

데이비 올 라운이 진지하게 그들의 고민을 받아주고 있다.

멍한 얼굴로 데이비와 영정사진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할 말을 잃은 듯 굳어버렸다.

“그러니 그냥 패스합시다. 이번 일도 마냥 좋은 일로 시작한 것도 아니고. 마음만 받겠습니다.”

피식 웃으며 돌아서는 그를 그곳에 있던 이들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눈만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흐윽…… 꼭 말하고 싶었는데…….”

그리고. 이 혼란의 주범인 그는 영정사진을 보며 흐느끼는 소녀에게 다가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었다.

“무슨 말?”

그 말에 흐느끼던 그녀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울지마라. 왜 울고 그래.”

거칠게 코오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그를 본 알하자드가 드디어 혼란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있던 한 인물이 놀라 소리쳤다.

“미……미스터 데이비!”

그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죽었다고 알려진 사람이. 자기 분향소에 찾아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고 있는 풍경은…… 그리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었다.

“음…… 적어도 관이라도 부수고 나왔어야 했나…….”

그러거나 말거나. 데이비는 느긋하게 장난기 어린 말을 내뱉을 뿐이었다.

* * *

라스트 위스프 총 본산에 다녀왔더니 지구에선 내가 죽었다고 분향소까지 차렸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상황을 좀 지켜보았더니 오해를 할 만했다.

내가 나오기도 전에 균열이 닫혀버린 것도 모자라 죽었다고 확인사살이라도 하듯 로드 스켈레톤들이 소환해제 되어버렸으니까.

그 범인은 직접 그놈들을 소환 해제한 나이지만 설마 이렇게 오해를 할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아니 오해를 했다고 해도 이렇게 유난을 떨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중에서도 사실 가장 놀랐던 것은 알하자드의 저돌적인 행동력, 그리고 무감각한 얼굴로 외려 내게 조금 거리감을 두고 있을 코오나의 눈물이었다.

내가 죽었다고 그녀가 울만큼 사이가 깊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평소의 그런 무감각한 표정을 지우고 서럽게 흐느꼈다.

기분이 조금 묘한 느낌이었다.

“아…… 아아…….”

나를 보고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코오나.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내가 멀쩡히 살아있자 당황한 다른 사람들까지.

혼란 속에서 분향소의 분위기가 뒤집어지거나 말거나.

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 코오나에게 다시 물었다.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거 아니야? 뭔데.”

“아……아 그게…… 살아있었어요?”

“네 눈앞에 있는 건 귀신이냐?”

그 말과 함께 그대로 달려든 그녀는 마치 실체를 확인하듯 몸 이곳저곳을 두드렸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푹 숙인 채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주…… 죽은 줄 알았잖아요…….”

“안 죽었으면 됐지.”

담담한 대답에 그녀는 결국 흐느끼더니 나를 밀치듯 도망쳐버렸다.

이후, 할 말을 잃은 채 모두 침묵하고 있던 분향소를 돌아본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순직한 각성자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제 영정사진은 그만 내려줄래요? 멀쩡히 살아있는데 내 영정사진 보는 것도 좀 그러네.”

“어……어떻게 살아나오신 겁니까?”

놀란 와키자카 사토가 눈을 크게 뜬 채 다가와 물었다.

“오, 와키자카 사토 씨. 전에 한국에서 보고 또 보내요.”

“바, 반갑습니다.”

“어떻게 살았냐라. 애초에 죽을 위험이 없는데 어떻게 죽습니까.”

“그럼…… 당신이 나오지 않았는데 균열이 사라진 건…….”

“균열 안에서 티오니스로 돌아갔으니까요.”

“그…… 그럼 그 스켈레톤들은…….”

“쓸모를 다하고 분명 입구에서 노닥거리고 있을 테니 소환 해제한 겁니다만. 문제라도 있습니까?”

너무 허탈한 진실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어버렸다.

이후 나는 근처에 있는 새하얀 꽃을 한 송이 집어 들고는 천천히 걸어 나가 내 영정사진을 치웠다.

그리고. 다른 순직한 각성자들의 명복을 빌어주고는 꽃을 내려놓았다.

“윤회의 길에 올라가는 건 내가 확실히 도와드릴게.”

아마 지금쯤 우치는 영혼의 인도라고 하면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나타날 것이다.

비연에게서 잠시라도 탈출할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작자니까.

사람들은 그제야 내가 죽은 게 그저 착각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 사실은 기자들로 인해 순식간에 정보가 퍼져나갔다.

[어쩐지…… 티오니스 성자 호위하는 그 꼬맹이가 독일제 소시지 찾는답시고 우리나라까지 왔더라니.]

[의남매라면서. 신성 그룹 차기 총수도 별 표정 변화 없었고.]

[그냥 지레짐작하고 대뜸 낚인 거네.]

[그러면 그렇지. 그 인간이 어떤 인간인데 죽어.]

[아놔 뉴스에서 보던 사람들이 찾아와서 조의 표하고 몇몇은 눈물까지 보인 거 전부 물어내라!]

[범국가적인 흑역사다 진짜.]

인터넷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이 황당한 해프닝에 대해 연신 떠들어 댔고, 뉴스에서도 보도되면서 범국가적 헛다리로 조롱을 당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다행이라며 걱정했다고 말하는 알하자드와 잠깐 대화를 나눈 뒤 코오나를 찾았다.

그녀는 내게서 도망친 뒤 근처의 얼어붙은 연못가에서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요즘은 단단히 얼어서 물에 뛰어들지도 못한다.”

“…….”

내 말에 그녀가 조심스레 고개를 돌렸다.

마치 내가 살아있는 것을 다시 한번 기억하려는 듯 그녀가 나를 똑바로 직시했다.

“할 말 있나?”

“당신이 죽을 리 없는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기분이 묘하네요.”

“그런 거 치고는…….”

“잊어주세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숙인 그녀였다. 흑역사도 이런 흑역사가 없다.

멀쩡히 산 사람 옆에 두고 그렇게 통곡을 했으니 얼마나 부끄러웠겠는가.

“그럴 리 없는건 아는데. 당신 표정이 너무 진지해 보여서 헷갈린 것뿐이니까.”

“거 호칭 한 번 자주 바뀌네. 통일 좀 하지?”

“제 후견인은 그만두겠다 하지 않으셨나요? 요시키 카사토 씨에 대한 일도 아직 남았는데.”

“그놈. 사라졌어. 어디로 갔는지는 흔적도 안 보이더라.”

살아있으면 수작을 부리려 들것이고, 죽었으면 제 운명인 놈이다.

나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주었으니까.

“오빠.”

이윽고 고민하던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어…… 조금 오글거리네.”

“저도 호칭이 매번 바뀌니까 번거로워요.”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저. 집에 돌아가서 할아버님께 말씀드릴 거에요.”

“뭐라고?”

“제 인생…… 제가 개척하겠다고.”

“그래서?”

“후견인…… 그만두지 말아 주세요.”

그녀의 완곡한 요구에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야지. 책임도 스스로 지고.”

“그러니까…….”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저…… 티오니스로 데려가 주세요.”

뭔가 많은 고민을 한듯한 표정으로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마 나름대로 결정을 내린 것이리라.

이에 나는 빙그레 웃으며 답해주었다.

“웃기고 있네.”

* * *

“요시키 카사토에 대한 흔적은 없습니까.”

“나는 분명 놈을 안전 지역까지 돌려보냈으니까요. 중간에 다른 곳으로 샌 건 그놈 잘못이겠죠.”

“그렇긴 합니다만…… 요시키 그룹 내에선 당신이 결국 그를 죽였다는 말이 많습니다. 그냥 넘길 수도 없구요.”

“그래요? 그럴 수 있네요. 그럼 일본식 법대로 처벌해주세요.”

내 말에 총리가 눈을 크게 떴다.

“그럼 상당히 일이 복잡해지실 텐데…….”

“대신. 그놈이 나를 죽이려 한 사실은 티오니스 법대로 물을 테니.”

어느 쪽이 손해인지는 안 봐도 계산이 훤하다.

“……전해두겠습니다.”

“그리고. 당분간 균열은 걱정 없을 겁니다. 참고로 몬스터 조련 연구는 관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게 균열의 변수를 가속화하고 있으니까.”

내 말에 그가 눈을 크게 떴다.

다른 균열은 다 멀쩡한데 유독 일본에서 나타난 균열만 몬스터 여왕 페르세포나의 던전이 나타나고 그녀의 아이인지 새끼인지 모를 놈이 튀어나왔다.

과연 그게 우연일까.

나는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과거에 내가 털어버린 비밀 조직에서 한 연구는 금기의 선에 발을 걸친 것들입니다. 경고하는데. 금기, 어기지 마세요. 웬만하면 선처해주고 싶지만 조금만 선을 잘못 넘어도 직접 일본을 지워버려야 하는 사태가 올 수 있으니.”

내 싸늘한 말투에 담긴 진심을 느낀 총리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게 절대 그냥 내뱉는 말이 아닌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사생활을 침해할 생각은 없지만 그런 것들은 전부 보는 눈이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신격이 떨어졌을 겁니다.

신의 격노.

“이를테면. 해일이나 지진 같은 방식으로.”

“설마……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겁니까?”

“예시를 든 겁니다. 뭐 어쨌든 간에 요시키 문제는 알아서 처리해주세요. 그놈에 대한 흔적이라도 나오면 적극적으로 도와드릴 테니.”

총리와의 자잘한 조율을 마친 나는 집무실을 빠져나와 두리안 톡을 확인했다.

삐릭.

[오빠. 나 먼저 한국으로 돌아갈게. 갈 때 꼭 들려서 삼촌한테 인사하구 가.]

분향소에서 본 현아는 조금 피곤한 기색만 내비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제 오빠 믿는 건 여전하구나 싶은 느낌이다.

리인포스 알파의 견습 기사들이…… 상당히 기가 드세다고 했던가.

“륀느야.”

“명령 대기 중.”

“메가트론, 아직 CS 멀미탄 쏠 수 있던가?”

“륀느의 특수 개조를 통한 고속 정밀 연사도 가능하다 보고해.”

“한 20박스 정도만 준비해놔라.”

나는 애들 가르치는 게 그렇게 좋더라.

“아. 그리고, 그 근육 토끼와 도깨비. 빌어먹을 별자리 황소 놈도 불러.”

숭고한 업무를 지녀야 할 후배들 수준이나 한번 보자.

내 말에 륀느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비 님. 생기의 구슬은?”

“그거. 조율 중이야.”

우치가 바꿔놓은 덕에 이걸 그대로 페르세르크에게 먹이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회랑의 영웅들은 이것을 페르에게 이식하는 걸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였지만 나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아직 계셨네요.”

그때 나는 의외의 인물이 집 앞에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왜?”

“할아버님께서 오빠를 만나고 싶어 하세요.”

“그 영감이 직접 오라 그래. 내가 제 아랫사람인 줄 아나 보네.”

나는 싸늘하게 말하며 그녀의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지나쳤다.

그때였다.

“그럴 줄 알고 미리 도착했소.”

노쇠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고개를 돌리니 몇몇 수행원들을 대동한 정갈한 차림의 한 노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게 보였다.

“…….”

나는 그를 말 없이 바라보았다.

“할말이 있으시다고.”

“그렇소이다. 잠시…… 자리를 옮길 수 있겠소?”

“길게 할 건 없고. 여기서 끝냅시다.”

애석하게도 나는 그에게 그리 좋은 감정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에게 손을 대지 않는 건 코오나가 아직 미성년자라는 점. 그리고, 그런 그녀의 실 보호자는 엄연히 내가 아닌 그라는 점 때문이었다.

“괜찮은 이야기가 있소이다.”

“…….”

그는 노인 특유의 알 수 없는 눈빛을 보내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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