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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46화 (1,046/1,559)

제 1046화

“저거…… 대체 뭐야?”

“저것들도 268기 선배들이야?”

“미친놈아, 그럴 리가 없잖아…….”

270기 동기들은 의자에 나란히 앉은 괴물들을 보며 혼란에서 쉬이 빠져나오지 못했다.

알 수 없는 공포가 전신을 엄습하자 몸이 파르르 떨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저거…… 뚫을 수 있을까?”

“애초에 저거 마물 아냐? 마물이 왜 여기 있어?”

“가끔씩 흘러나오기도 하니까. 그런데 분위기만 보면 그냥 마물이 아닌데.”

어떤 마물이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저렇게 위풍당당하게 있을까.

최소 그들에게 지능이 있다는 것은 분명 알 수 있었다.

“우르캉은 아직도 그 모양이야?”

가장 큰 효능을 보여야 할 저놈이 계속 앉아서 저렇게 벌벌 떨고 있으니 속이 답답했다.

“이 자식은 대체 뭘 봤길래 계속 이러는 거야.”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손톱을 물어뜯으며 몸을 웅크리고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하는 우르캉에게 제대로 된 협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쫄지 마. 어차피 선배들은 이곳으로 못 와. 괴물도 셋뿐이고. 우린 다섯이지. 그러니까. 네 명이 저 셋의 시선을 끌고 나머지 한 명이 몰래 코어를 건드리면 우리가 이기는 거다.”

“누가 들어갈 건데?”

그 물음에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내가 갈게. 속도 면에선 내가 가장 빠르니까.”

바람의 정령 술사인 소녀 한 명이 몸을 가볍게 풀었다.

“너희가 저들을 끌어내면 곧바로 달릴 테니 준비해.”

아무리 생긴 게 위협적인 마물들이라도, 저들은 자신들을 발견하고도 딱히 움직이지 않는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감돌지만, 이들은 아직 자신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자 그럼.”

선공은 우리 꺼다!

그렇게 외치며 마법사 소년이 거대한 화염구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냅다 그 세 명의 괴물들을 향해 집어 던져버렸다.

콰아앙!!!

엄청난 폭발과 함께 주변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4서클 마법사치고는 그 화력이 상당한 축에 속했다.

순식간에 연기가 그 세 마리의 괴물을 감싸자 견습 기사들이 입을 모아 소리쳤다.

“움직여!!”

동시에 바람 정령 술사인 소녀가 정령을 몸에 휘감듯 감은 뒤 빠르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곧 움직일 생판 처음 보는 괴물들의 대처를 기다렸다.

하지만.

연기가 서서히 걷힘과 동시에 새하얀 토끼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그들은 하던 것도 멈추고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셋 중에 하나.

거대한 화염구를 맞고도 멀쩡하게 있던 세 마리의 마물 중 새하얀 토끼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모든 게 변해버렸다.

콰드드득!!

두두두두두두!!!

사방의 바닥이 박살 나며 그 안에서 조금 사이즈가 작은 근육질 토끼들이 거칠게 땅을 파헤치며 튀어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뀨.

뀨.

묵직하면서도 섬뜩한 소리를 내며 모습을 드러낸 그것들은 일제히 견습 기사들을 바라보았고.

이내 터질듯한 근육을 꿈틀거리며 미친 듯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도…….”

그 모습을 본 이들은 자신감, 혹은 자신들의 지식 같은 것은 다 내팽개쳐버렸다.

본능이 시키는 대로, 그저 하나의 목적만을 상기했다.

그리고 소리 질렀다.

“도망쳐!!”

두두두두두두두두!!!

대지를 뒤흔드는 듯한 새하얀 토끼들의 해일이 그들을 향해 몰려들었다.

* * *

엄청난 소음이 코어가 있는 영역 쪽에서 들려온다.

아직 코어 영역에 진입하지 못한 이들 중 유일하게 정신을 차리고 있는 건 팀장인 바루스뿐이었다.

그는 눈앞에 있는 일리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자. 그럼 나는 직접 나서지 않겠다고 했으니 그만 물러가 볼까? 조심해봐. 후배님.”

“잠깐만요 선배!”

돌아서서 가려는 일리나를 향해 소리친 바루스가 손에 검은 기류를 스멀스멀 모았다.

“이대로는 그냥 못 보내드립니다.”

“뭐?”

“저희는 선배들이 멋대로 재단해서 페널티를 받는 걸 원치 않아요.”

“…….”

“제 팀원들은 반드시 코어를 회수할 겁니다. 선배들께서 아무리 자신만만해도 저희들을 너무 쉽게 보지 않는걸 좋을 거예요. 그러니 제대로 상대해주세요.”

아직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기에 나오는 판단이었다.

“후…… 그래서? 나보고 상대해 달라고?”

“네.”

대외적으로 일리나의 실력에 대해선 여러 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곳에선 소드마스터라는 말도 있고 어떤 곳에선 그것을 넘어섰다는 말도 있었다.

바루스의 경우 일리나는 소드마스터 중에서도 상당한 수준이라고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비록 조금 전엔 상성의 차이로 골렘에게 당했지만. 단순한 마스터급 강자라면…….

“저는 소드마스터급도 이겨본 적이 있습니다.”

그의 말에 일리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하고 싶으면 네 다른 선배들부터 이기고 와서 해도 늦지 않을 거야.”

콰앙!!!!

미련 없이 돌아서는 일리나를 보며 이를 악문 바루스가 발을 강하게 굴렀다.

그러자 엄청난 지진이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제 팀원들은 어차피 이 모의 전에서 이겨서 나올 겁니다. 그러니 저는 당신의 실력을 보고 싶습니다. 선배님.”

단호한 그 말에 일리나가 인상을 찡그리던 찰나.

그녀가 갑자기 한 손을 귀에 가져다 댄다.

“뭐? 말이 돼 그게? 너희들이 할 일을 왜 나한테 떠넘겨.”

누군가와 통신하는듯한 모습을 보인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소드마스터급. 아니. 평균 소드마스터급보다 강하다고 알려진 선배님에겐 제 밑천을 전부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바루스의 말에 일리나는 한숨을 내쉬며 주변의 나뭇가지 하나를 꺾었다.

“자. 들어와. 상대해줄 테니까.”

빠득…….

그 행동거지에 분노가 폭발한 것은 다름 아닌 바루스였다.

“칼디라스…… 신검을 드세요. 선배!! 저를 대체 얼마나 무시하시는 겁니까!!!”

그의 의지에 연결된 것처럼 더욱이 격하게 흔들리며 주변을 파괴시켜나갔다.

“강한 힘을 지니면 사람은 자연스레 오만해질 수밖에 없어.”

그런 그를 보며 일리나가 나뭇가지를 가볍게 허공에 그었다.

쩍!!

하지만 그 결과는 가볍지 않았다.

일리나가 휘두른 나뭇가지에서 옅은 빛이 일렁이는 듯싶더니 갑작스레 주변의 지진이 강제로 멈춰져 버린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그 모습을 본 바루스가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나뭇가지로…… 지진의 근원을 베어버렸다고요?”

바루스의 특질능력은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는 힘의 핵을 부여하는 능력이다.

정확히 말해서 지진 일어나라! 가 아니라 지진을 유발하는 힘의 핵을 심어 넣음으로써 뒤흔든다는 소리였다.

그렇기에 대지. 대기 심지어 사람의 몸까지.

그가 지진을 심어 넣지 못하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실제로 이 방식을 이용해 소드 마스터 급에게도 이긴 전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바루스를 제외하고 그 핵을 보는 이도 간섭하는 이도 없었다.

“재능도 좋고, 너, 노력도 많이 한다며.”

일리나가 주저앉아버린 그에게 다가왔다.

강제로 힘의 근원을 파훼 당한 여파로 그의 정신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건 처음 겪는 경우였다.

“조금만 더 겸손해지면 참 멋질 텐데 말이야.”

그 말을 끝으로, 바루스는 그대로 눈을 까뒤집고 기절해버렸다.

“야. 얘 기절해버렸는데?”

-내버려 두고 와. 어차피 전략전은 며칠 정도 작정하고 굴릴 거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268기 선배들의 작당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 * *

“젠장…… 식량을 전부 잃어버렸어…….”

“망할! 식수도 쓸만한 게 없잖아! 보급받은 간이 식량이나 식수는?!”

“금방 끝난다면서 하나도 안 챙겼잖아!”

“돌겠네, 진짜!!”

그 끔찍한 괴물에게 은신 능력자 우르캉을 포함한 3명을 희생시키고 나서야 겨우 탈출한 나머지 세 명의 견습기사들은 바깥에서 기절해있던 제 동기들을 긁어모았다.

선배들은 마치 이 상황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것처럼 기절했던 녀석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사라져 버렸다.

훈련이 끝나지 않은 이상 이 숲에서 나갈 수 없다. 버티고 버텨서 이겨야 했다.

그렇다고 패배를 인정하기엔 너무 억울한 게 있기에 억하심정으로 버티고 있는 게 그들이었다.

“젠장…… 정보가 너무 부족해…….”

“이봐. 지금 같은 속도로 열량을 소모하다간 진짜 오래 못 버티고 전부 쓰러질 거야!”

“망할 돌아버리겠네!”

머리를 쥐어뜯던 견습 기사들이 이내 코어가 있던 영역에 진입했던 동기들을 향해 물었다.

“야! 대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 지경이 된 거야!”

다크서클이 짙게 깔린 얼굴에 손톱을 물어뜯으며 중얼거리던 소녀가 화들짝 놀랐다.

바람의 정령을 다루던 소녀로 평소에 자기 관리가 철저해서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는 사실상 처음이었다.

“거긴 지옥이야…… 절대 들어가지 않을 거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셋 중에 하나만 움직였다.

그런데. 그 하나로 인해 극심한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면, 나머지 두 놈은 어찌하란 말인가.

모의 전략전이 펼쳐지고 벌써 사흘째였다.

사흘 동안 선배라는 인간들은 홀연히 나타나서 게릴라를 펼치듯 모조리 270기 견습 기사들을 뒤흔들어놓고 사라지기만을 반복했다.

마치. 이건 모르지? 모르면 맞아야지! 라는 느낌.

생각지도 못한 전략으로 계속해서 공격해오는 데에 반해 정말 열 받는 건 그중 하나도 제대로 대처가 가능한 게 없다는 점이었다.

분명 개개인의 역량은 큰 차이가 안 나고 오히려 견습 기사들 중 일부가 우세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상대는 한 명도 제대로 제압이 불가능한데 이쪽은 몇 번이고 기절하고 풀려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쯤 되니 266기 선배들이 일부러 자신들을 봐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일방적인 압살이었다.

그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얼마나 오만했는지를 절실히 깨달을 수밖에 없었고, 동시에. 자신들의 능력과 협동성이 얼마나 보잘것없고 구멍투성이였는지를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악마 같은 268기 선배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더 극한으로 몰아붙였다.

잠잘 때도, 쉴 때도. 틈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정신적으로 몰아붙이듯 치고 빠지거나 뒤통수를 거하게 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아직 그게 끝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건 그들의 앞에 데이비가 빙그레 웃으며 나타났을 때였다.

“다들 고생이 많다. 너희 선배들이 오랜만에 너무 재미 들린 모양이더라. 이건 위로 선물이다.”

“데…… 데이비 선배…….”

“배 많이 고프지?”

그렇게 말하며 데이비는 선심 쓰듯 자루에서 초코파이와 물 그리고 우유를 꺼내 주자 의심하듯 바라보던 이들은 이내 그 향에 취해 걸신들린 듯이 미친 듯 달려들어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눈물에 젖은 초코파이를 음미하듯 꾸역꾸역 삼키는 그들에게 있어서 여유같은 건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아직 훈련은 끝나지 않았다. 알고 있지?”

그 말에 270기 기사들의 얼굴이 퍼렇게 질리며 움찔거렸다.

“너희 선배들은 아직 멀쩡하거든. 그래서 말인데. 너희들도 슬슬 지쳐가는 듯하고.”

데이비가 빙그레 웃었다.

“조금…… 조건을 바꿀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저건 악마의 유혹이었다. 절대 넘어가면 안 되는.

하지만 견습 기사들은 조금이라도 이 악몽을 빨리 끝낼 수 있다면. 뭐든 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들을 엄습했다.

“뭘…… 하면 되는데요?”

“제한시간 하루.”

그 말에 그들의 눈이 부릅 뜨여졌다.

“하루…… 하루만 더 버티면 이 악몽 같은 곳에서 나갈 수 있어…….”

“하루…….”

그들에게 다른 말보다 제한시간 하루라는 게 더욱 귀에 닿았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데이비의 말은 그들을 경악에 몰아넣었다.

“이미 코어 영역에 가봤던 녀석들은 봤을 거다. 그 세 놈 말이야.”

“아…….”

“그놈들. 제한해제 시켰다. 이제부터 하루 동안 너희들을 찾아다닐 거다.”

“…….”

그 말에 진실을 아는 이들의 표정이 핼쑥하게 질렸다.

“지금부터는 맞서 싸우건 도망치건 은신하건 살아남는 데에만 주목해라. 새 친구들을 보낼 테니.”

그 말에 견습기사들은 새 친구는 또 뭔데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이미 데이비는 사라지고 난 후였다.

* * *

견습 기사들의 상태를 보고 온 나는 268기 동기들이 모여서 고기 파티를 즐기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니들도 징하다. 후배들이 불쌍하지도 않냐?”

“뭐래. 이 상황을 만든 건 너면서.”

“맞아. 우리야 늘 하던 대로 하는 것뿐인데.”

모든 게 데이비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었다는 것을 그 후배들이 알기나 할까.

“그런데. 그 새 친구라는 거 말이야. 쟤들은 아니지?”

그때 쌍둥이 자매가 몸을 파르르 떨며 내게 물어왔다.

“응?”

이에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흔들의자가 반대쪽을 보도록 놓여 있었고, 그 흔들의자 뒤편으로 누군가가 앉아 흔들거리고 있었다.

백옥처럼 뽀얀 피부에 청초한 분위기를 주는 분홍빛 머리카락의 엘프.

푸른 눈동자에서 분홍빛 눈동자를 지닌 녀석으로 아름다움 자체는 음욕보다는 성스러움이 앞서는 녀석이다.

하지만.

녀석의 행동을 봤던 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쟤 뭐야…… 무서워.

내 사령 마나가 깃든 탓에 성격이 상당히 기괴하게 뒤틀려 있는 그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디셉티콘 편대와 다르게 공작을 주로 하는 어벤저 편대의 생체 골렘. [에나벨]이었다.

녀석이 좋아하는 것은 술래잡기와 흔들의자.

“에나벨. 애들 적당히 괴롭혀라. 안 그래도 이미 그 근육 덩어리들 때문에 트라우마가 심한 모양이더라.”

누구라도 근육질 토끼 수백 마리가 미친 듯이 근육을 꿈틀거리며 달려오면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이다.

내 말에 흔들의자가 잠시 멈칫한다.

그리고는 그녀가 뻑뻑하게 움직이듯 고개를 천천히 비틀더니 이내 나를 바라보았다.

스르륵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예쁜 푸른색 눈동자가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참…… 얼굴은 예쁜데. 하는 행동 때문에 굉장히 무서운 느낌이다. 물론, 잠입 임무가 주어지면 그녀는 일반 엘프와 다를 바 없이 행동하지만 저게 본래의 행동 패턴이라는 걸 생각하면 묘한 기분이 들었다.

툭!

이윽고 내 앞으로 어떤 종잇조각이 날아들었다. 그 종이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명령 인수. 에나벨이 데이비 님의 명령을 높게 평가합니다.]

륀느와 흡사하지만 조금 다른 느낌이다.

그렇게 대답한 에나벨의 품엔 정체 모를 슬라임 같은 것이 안겨 있었다.

에나벨과 만났다 하면 치고받고 싸우던 어벤저 편대의 또 다른 골렘 형태 변환 생체 골렘인 메라몽이었다.

“메라몽 너도 적당히 해라.”

그러자 메라몽이 에나벨의 무릎에서 스르륵 흘러내리더니 이내 변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촉수 더미가 가득한 무언가로.

“죽진 않겠지.”

내 중얼거림에 스튜 그릇을 들고 다가온 일리나가 내게 말했다.

“저렇게 해야만 했어?”

“마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극한상황에 내던지는 것만큼 확실한 훈련이 어디 있냐.”

그들의 교정도 교정이지만 본질은 훈련이라는 걸 잊으면 곤란했다.

“그냥 너 혼자 나서는 게 오히려 쟤들에겐 좋았을 거야.”

“저놈들은 이 훈련이 끝나면 내게 감사해야 할 거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까보면 알겠지.

내 웃음소리에 샤이르 렌다와 그녀의 쌍둥이 동생인 필디르가 몸을 부르르 떨었고 루시아 쉘만이 양손을 모아 성녀 다프네에게 기도를 했다.

그리고, 훈련 중에도 음주를 즐기던 헤그 녀석은 나를 보며 대뜸 그렇게 말했다.

“저 악마 같은 사이코패스 새끼. 난 네가 마물이 아니라 같은 동기라는 게 그렇게 다행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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