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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03화 (1,102/1,559)

제1103화

무너져 내린 잔해 속, 막내 왕자는 일어나지 않았다.

데이비가 우스갯소리로 하던 재수 없는 단어의 탓인지. 아니면 레이나의 힘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진 것인지 침묵한 것이다.

애초에 토트리아스 자체가 위험하다곤 하지만 막내 왕자의 몸을 먹어치운 건 토트리아스가 아니라 토트리아스의 연구에 미친 어떤 인간의 것이었다.

“쿨럭…… 쿨럭쿨럭 젠장…….”

잔해에 깔려있던 막시모스가 욕설을 토해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바탄에서 작정하고 피해배상 청구하면…….”

우스갯소리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잔해 속에서 달그락거리는 이오를 끄집어냈다.

“이오. 꽉 잡…….”

콰직!!

“으아아아악! 팔이! 팔이 빠졌어요!!”

비명을 지르는 이오의 팔은 커다란 소매가 달린 로브로 인해 내부가 보이지 않았지만 기이하게 꺾여있었다.

“넌 뼈밖에 없으면서 팔이 왜 빠지는 거야! 아니 애초에 그게 아파?”

“뼈밖에 없으니까 빠지는 겁니다!!! 넌 진짜 내가 나가면 구제봉으로 죽도록 맞을 준비하세요!”

“일단 진정해! 다시 붙여줄 테니, 잠시만 기다려!”

“아파요! 아파! 빨리 팔! 팔!”

비명을 지르는 이오의 모습에 한숨을 내쉰 베르단데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그녀가 품에 안고 있던 가죽표지의 책이 한차례 빛을 일렁였고, 이오의 모습이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잔해 속에서 빠져나온 이오는 새하얀 살이 돋아나 있는 자신의 손을 보며 파르르 떨었다.

탈골되었던 몸도 본래대로 돌아온 듯 보였다.

“아아…… 오랜만에 보는 살갗…….”

“환상을 현실로 살짝 바꾼 것뿐이야. 회복은 시켜놨지만, 그 모습은 길어야 일주일 후면 본래대로 돌아올 테고.”

“그러게 전처럼 사람 모습으로 다니지 왜 뼈다귀가 되어서는…….”

“생물이란 섭리에 따라 살아야 하는 겁니다. 막시모스 씨.”

“리치는 그 섭리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생명…… 커억!”

결국, 잔해속에서 빠져나온 이오의 쪼인트에 정강이를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그 왕족들을 조종하고 있는 파장은 사라진 거 같네.”

베르단데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좀 전 가지 기분 나쁘게 퍼져나가던 토트리아스의 파장이 사라졌어.”

“당신은 그걸 알 수 있나요?”

“내가 누군지 잊었어?”

그녀의 물음에 레이나는 침묵했다. 다른 이들에겐 알리지 않았지만 레이나도 그녀의 정체에 대해선 이미 데이비에게 들은 바 있었다.

“이봐 레이나! 지금 여기서 이럴 때가 아니지 않아? 당장 바탄의 병력이 알베르타로 진군하고 있을 텐데.”

“그렇네요. 빨리 움직이죠.”

잔해더미를 스윽 바라본 베르단데는 이내 고개를 돌린 채 레이나를 따라 현 바탄의 왕궁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모두가 사라진 잔해 위로 누군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비척거리며 나타난 인영은 말없이 잔해 속에 손을 뻗었고 그의 손을 따라 보랏빛의 지네 같은 것들이 타고 올라오며 피부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튜나의…… 적.”

잔해 속의 토트리아스 유전자까지 모두 먹어치워 버린 존재. 벨가는 공허한 얼굴로 또다시 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그가 사라진 자리에는 토트리아스 특유의 힘의 잔재와 정신체의 잔재가 뒤섞여 공존하고 있었다.

* * *

베르단데와 레이나 일행이 왕성에 도착했을 때. 왕성은 이미 혼란 그 자체였다.

물론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조종하는 건 대부분의 고위 대신들이나 왕족이었던 만큼 명령을 받고 움직이던 기사들은 여전히 그녀를 막아섰다.

하지만 두 번째 충돌 같은 건 벌어지지 않았다.

털썩…… 털썩…….

마치 기사들의 오러 따위는 장난이라 치부하듯 베르단데의 손짓 한번에 모조리 쓰러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당신…….”

“죽이지 않았어. 잠깐 환각을 헤매게 만든 것뿐이야. 이런 데서 시간 끌 생각은 아니잖아?”

“알겠어요.”

덜컹!!!

국왕이 현재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접견실로 들어서자 한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은 채 끙끙거리고 있는 사내가 시야에 비쳤다.

“자네는…… 용사, 그렇군, 용사 레이나가 아닌가.”

“저를 기억하지 못하십니까 폐하.”

레이나의 물음에 바탄의 국왕은 인상을 찡그렸다.

기억이 날 듯 말 듯 한 무언가를 쥐고 있는 듯한 그 모습에 베르단데가 한숨을 내쉬었다.

쩌엉!!

동시에 허공에 빛이 한 차례 터져나갔고 멍하니 있던 대신들과 국왕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대체…… 짐이 무슨 짓을…….”

“폐…… 폐하! 죽여주시옵소서!”

이전의 기억을 되찾은듯한 그 모습에 레이나는 설명을 요구하는 시선을 베르단데에게 보냈다.

“힘을 이용해서 내면에 잠들어있던 기억을 깨운 것뿐이야.”

조종당하고 있었다곤 해도 육신은 기억을 보관하고 있을 테니.

“보통 그건 데이비 그 사람도 못하지 않나요?”

데이비도 보통 영혼에서 기억을 뽑아내지 육체에서 뽑아내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하지 않는 거뿐이야. 효율이 나쁘거든. 반대로 나는 이쪽이 편해.”

담담하게 말한 베르단데가 한걸음 나섰다.

“바탄의 국왕.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어. 알베르타의 국경으로 보낸 병사들을 되돌려.”

“그대는…… 누구인가?”

“무례하다! 감히 폐하께 하대를 하다니!”

“난 인간이 아니야. 신목의 숲에서 왔으니 인간의 예법을 강요하지 마.”

차가운 목소리에 술렁임이 커졌다.

물론 신목의 숲에서 온 타종족이라도 한 국왕을 상대로는 예우를 차려주는 편이었다.

“아무리 타종족이라곤 하나.”

“당신들이 보기 좋게 놀아난 덕분에 내가 신목에서 여기까지 왔어.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엎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참…….”

“거기까지 하세요. 베르단데.”

“쯧.”

뭔가 상당히 화가 난듯한 태도 속에 조급함이 어린다.

그녀가 이 상황에 조급해야 할 것이 있는가 싶어 바라보지만, 베르단데는 시선을 돌려버렸다.

“폐하. 현재 이 나라의 상황을 알고 계실 겁니다.”

“짐을…… 짐을 세뇌하였던 그자는.”

“죽였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막내 왕자님이…….”

그 한마디에 바탄 국왕의 표정이 어그러졌다.

“그 아이가…….”

“당장이라도 군대를 물리라 명을 내려주세요.”

“하지만 이 사태는 알베르타의…….”

“이봐.”

그때 가만히 있던 베르단데가 인상을 찡그렸다.

“이 사태의 원흉은 당신들이야. 알베르타는 피해자 입장이고. 당신들이 밀고 나가겠다면 말리진 않겠어. 다만, 이 사태의 전말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전쟁이 벌어져서 피해가 온다면.”

그녀의 주변으로 검은 그림자 같은 것이 일렁였다.

알 수 없는 섬뜩함에 주변의 분위기가 눌리기 시작하자 다시 한번 레이나가 그녀를 제지했다.

“그만 하세요. 좀 전부터 왜 그러시는 거예요.”

“아들 생일이야.”

“…….”

“이틀 뒤까지 돌아가기로 약속했는데. 이렇게 시간을 끌면 돌아갈 수가 없게 돼.”

아들.

그녀는 일국의 국왕을 어릴 적 거둬 키운 전례가 있었다.

레이나는 의외의 부분에서 굉장히 감정적인 베르단데를 보며 속으로 웃음을 흘렸다.

“폐하. 지금은 알베르타와 싸울 때가 아닙니다. 적은 단순한 괴물의 수준이 아니에요. 용단을 내려주세요.”

그 말에 대신들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반대하지 않았다.

세뇌당해있을 땐 국가의 존망 따윈 상관없이 오로지 전쟁만을 외쳤다.

막내 왕자에게 빙의해있던 자는 연구만이 목적이었고 전쟁을 노리는 자들은 어차피 바탄이 몰락하더라도 이번 사태로 거대한 전쟁판을 만들 작정이었을 테니 말이다.

“이대로 전쟁이 지속되면 폐하께선 폐하를 세뇌한 그자의 뜻대로 움직이시는 겁니다.”

“그만!!”

격하게 소리친 그가 레이나를 바라보았다.

“막내…… 짐의 아들의 시신은…… 어디 있는가…….”

“폐왕궁에 있습니다.”

“폐하!! 이는 중차대한 사안입니다! 조금만 더 신중하게!”

“나는 너를 미워한 게 아니었거늘…….”

자책하듯 고개를 숙여 중얼거린 그가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파르르 떨리는 손은 오만가지 감정이 뒤섞여있었다.

그렇게 잠시 침묵했을까.

“대신들은 들어라.”

표정이 일그러진 국왕의 목소리에 분노가 서린다.

“당장 군사를 돌려라. 그리고. 짐의 아들을 죽인 그 괴물 놈들을…….”

“폐하! 하오나 이제와서 병력을 돌린다 한들. 알베르타가 그냥 넘어갈 리가…….”

“짐의 명을…… 듣지 않겠다는 것이냐.”

고개를 든 국왕의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어있었다.

“알베르타는 짐의 생에 절대 친해질 수 없는 국가일 것이다. 하나. 감히 짐을 농락하고 막내 왕자를 죽게 한 그 괴물 놈들은 더욱 용서할 수 없다.”

국왕이 레이나를 바라보았다.

“용사. 짐을 도와줄 수 있겠는가.”

“좋아요.”

“하…… 하오나 저하. 알베르타엔 분명 전쟁을 유도하는 자들이 아직…….”

귀족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는 그에게 닿지 않았다.

* * *

실제로 바탄은 왕실 전체가 미치광이 연구자에 의해 잠식당해있었지만, 알베르타는 내부에 적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바탄의 우려와는 다르게 알베르타 내부에선 분노한 누군가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챙그랑!!!

“아, 아아…… 사…… 살려줘…… 살려줘!”

“당신이 전쟁을 유도한 것 때문에 죽어 나갈 사람들은 살려줄 생각이었나?”

차갑게 일갈하는 튜나의 말에 기사들이 몇몇 귀족들을 제압했다.

“어떻게 할까요. 재상 각하.”

“모조리 포박하세요. 폐하의 명에 따라 이들 전부 처형하겠습니다.”

“아…… 아아!! 재상 각하! 재상 각하!!”

죽은 줄 알았던 튜나의 복귀.

그녀가 죽었다고 믿고 신이 난 듯 알베르타와 바탄의 전쟁을 외치던 이들은 그녀의 등장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튜나에게 진실을 들은 국왕은 바탄의 진격을 막기 위해 병사를 파견하는 한편. 이 사태를 주도한 자들을 모조리 색출하게 했다.

비록 현 알베르타 국왕이 튜나를 신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와 같이 전쟁은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이보시오 재상…….”

“할말이 있습니까? 바르고 후작.”

“……없소.”

“당신은 운좋은 줄 알아. 마음 같아선 아버지를 죽인 당신을 절대 용서하고 싶지 않지만 빌어먹을 이 나라에 필요한 인간이기 때문에 그냥 두는 거니까.”

싸늘하게 말하며 지나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바르고 후작은 섬뜩함을 느꼈다.

죽었다고 알려진 그녀는 조금 변해있었다.

분홍빛 머리칼을 흩날리며 돌아서는 그녀에게 지금은 어떤 자비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어떤 거대한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것처럼.

알베르타에서 대규모 숙청이 진행되고 바탄에서도 황급히 군사를 멈춰 세우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전쟁 직전까지 간 상황에서 누군가 실수라도 했다간 바로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까지 내몰린 것이다.

하지만. 두 국가는 마치 동시라고 할 정도로 서로에게 협상을 제시하기 시작했고. 누구의 의심도 받을 일 없이 한자리에 모여들었다.

전쟁을 뒤늦게라도 멈추기 위한 협상을.

그리고, 그 자리엔 알베르타 진형의 튜나 재상과 그녀를 호위하기 위해 륀느와 일리나가 가세했고, 바탄 쪽에선 왕자와 레이나와 베르단데가 참석했다.

륀느와 일리나의 경우 사실 알베르타와 관련이 없지만 말 그대로 두 사람은 튜나의 호위역할이었던 만큼 굳이 알베르타에서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반갑습니다. 튜나 드 머전트, 알베르타의 재상입니다.”

아직 어린 소녀가 차가운 시선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을 보고 왕자는 움찔하며 마주 고개를 숙여주었다.

이 협상이 잘못되면 전쟁이 바로 터진다는 걸 여기서 모르는 이는 없었다.

“데이비는?”

말없이 협상장소를 바라보던 베르단데가 일리나에게 묻자 일리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하이브, 오버 브레인을 치우고 있는 모양이야.”

일리나의 대답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하지만 일리나는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번 일은 서로 간에 오해가 불러온 사태라 판단됩니다. 튜나 재상.”

“바탄이 알베르타에서 한 짓은 오해가 아니지만요. 전쟁을 막는 것에는 같은 생각입니다.”

“…….”

고작 10대 중후반의 소녀주제에 왜 저렇게 사람을 압박하는 기운을 풍기는 것일까.

마치 한번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처럼 그녀는 거침없었다.

“현재 바탄 왕국은 비틀려버린 어떤 존재로 인해 의도하지 않게 병사를 출병시킨 상황입니다. 이미 알베르타의 국경까지 넘은 상태에서 이런 말 하기 뭣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물리세요.”

“…….”

“당신과 나는 이 자리에서 선전포고를 무위로 돌리고 종전 협상까지 끝내야 합니다.”

너무 멀리까지 보는 그녀의 말에 바탄의 왕자가 인상을 찡그렸다.

휴전까진 몰라도 종전을 하게 되면 엄청난 손해를 봐야 한다. 그래서 그는 전쟁을 없던 일로 만들거나 소강상태로 만드는 쪽으로 계획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튜나가 선수를 친 것이다.

“하지만 튜나 재상. 이일은…….”

“전쟁. 멈출 겁니까, 말 겁니까. 시간을 끌면 끌수록 바탄만 힘들어질 텐데요?”

튜나의 물음에 왕자는 이를 악물었다.

“좋소. 협상을 시작합시다.”

콰아아앙!!!

그때였다.

갑작스런 폭음과 함께 바깥에서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일리나가 고개를 돌린다.

“우리가 나가볼 테니 당신은 마무리나 지어요.”

“부탁드릴게요. 왕자비님.”

“…….”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뒤 일리나가 브로치를 손에 쥐었다.

동시에 반대쪽 바탄 측에선 레이나가 그녀의 검을 한 손에 쥔 채 비스듬히 내리고 일리나와 마주 걸었다.

스르륵…….

치이이이잉!!!

브로치가 빛을 내뿜으며 빠르게 칼디라스로 변했다.

“칼디라스…….”

그것을 본 레이나가 중얼거렸지만, 일리나는 전방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녀의 눈에 보인 것은 바탄과 알베르타 가릴 것 없이 병사들을 먹어치우고 있는 거대한 생명체였다.

“토트리아스.”

일리나의 중얼거림과 함께 레이나가 말했다.

“왕자비. 누가 나설래요.”

“누가 나서고 할 게 있어요?”

그 말에 두 사람은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고 동시에 같은 자세를 취했다.

키는 일리나보다 레이나가 좀 더 크지만 두 사람의 분위기는 어째서인지 너무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들이었다.

이윽고.

거대한 괴물이 수십 개의 입을 쩍 벌리며 포효한다.

-바타아아아아안!!!

괴이스러운 포효를 터뜨리며 괴물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하자 일리나와 레이나가 동시에 오른발을 내디디며 섬광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난 당신이 정말 부러워요. 왕자비.”

“뭐가 부럽다는 거죠?”

“당신의 행복, 당신의 미래.”

“……당신도 그런 미래를 찾으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 않나요?”

일리나가 약간 불쾌함을 담아 묻자 레이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젠 찾을 수 없어요.”

그 한마디에 서린 너무도 슬프고 씁쓸한 감정에 일리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데이비도 레이나에 대해선 자세하게 그녀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말해준 적이 없으니까.

그 말과 함께 두 사람은 침묵한 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같은 자세를 취하며 마나를 폭발적으로 터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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