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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54화 (1,154/1,559)

제 1154화

에반젤린의 방송은 늘 그렇듯 적당한 시간대에 시작한다.

방송에 흥미가 있다고 해도 굉장히 열정적으로 방송을 하는 그녀의 메인 콘텐츠는 여러 가지 그림이나 아트 관련 콘텐츠가 주를 이루지만 가끔씩 게임을 한다든지, 먹방을 한다든지, 혹은 가챠를 하는 일을 하곤 했다.

굉장히 작은 체격이지만 에반젤린은 고대룡. 그런 만큼 작정하고 먹으면 보통 대식가라 불리는 인간들 수십 명을 세워놔도 감히 그녀를 이길 수 없다.

물론, 먹방 자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그녀는 벌칙을 수행할 때를 제외하곤 거의 하지 않는 편이지만.

띠링-

사수자리 님께서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방장, 절제쉑 게시판에 글 퍼질러놓은 거 봤음?]

악질 회장님. 사수자리.

분명 듣기로는 저 미치광이 회장님은 무려 반신급 존재. 별자리일 거라고 했을 텐데. 왜 자신의 방송에 와서 인간처럼 저러고 있는지 에반젤린으로썬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만, 질문은 궁금했다.

툭하면 자신을 놀리던 악질 회장님인 터라 표정부터 찌푸리려던 에반젤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글이요?”

[아. 그거 ㅋㅋㅋㅋ]

[절제ㅋㅋㅋ 우연찮게 카페 들렸다가 공주님 언니분 봤다던데.]

“언니요? 초단이 언니?”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디에요?!”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

[??]

[아니 그걸 니가 왜 물으세요.]

[동생이 그걸 모른다고?]

놀란 그 외침에 에반젤린이 눈을 파르르 떨었다.

“아니 언니가 괜히 부담된다고 비밀로 했단 말이에요. 잠깐만, 이럴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봐야겠다.”

그녀가 펜을 내려놓고 인터넷을 켰다.

그리고는 고민했다.

“음…… 절제 아저씨가 주로 가는 게시판이…… 아, 이거다.”

[???아니 방장 왜케 절제에 대해 잘 앎?]

[뭐야뭐야. 대체 둘이 무슨 사이야.]

시청자들의 혼란을 깔끔하게 무시하며 에반젤린이 마우스를 딸깍였다.

이것들 전부가 절제가 내뱉은 말을 기억하는 것뿐이었다.

“그 아저씨랑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자꾸 그러지 마세요.”

[20대 절제 오열 ㅋㅋㅋㅋ]

[군침이 도네 ㅋㅋㅋ]

“후우……절제, 절제, 아! 찾았다.”

이윽고 절제가 남긴 글을 들어가자 상당량의 추천 수가 보인다.

“어? 레이나 언니까지 있었어?”

놀란 그녀의 중얼거림에 시청자들은 물음표를 띄웠다.

[그건 누구임?]

[레이나는 처음 듣는데.]

“언니예요. 소중한 언니.”

그 대답에 물음표가 더욱 가속화된다.

[방장 갈고리 수집 잘하네.]

[잠깐만, 티오니스 성자 이제 20대 정도 아님? 근데 에린이는 그렇다 치고 언니가 있을 수가 있나?]

그 의문에 에반젤린은 레이나가 지구에 와있다는 사실에 헤실거렸다.

“헤헤. 레이나 언니도 볼 수 있겠다.”

[워후 웃는 거 보소.]

[심장 아프다…….]

해맑게 웃어 보인 그녀가 툭툭 던지듯 설명했다.

“초단이 언니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빠랑 함께했어요. 물론 초단언니도 인간은 아니지만 아빠가 태어나게 했거든요.”

그 말에 사람들은 티오니스 성자가 티오니스 성자했을뿐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레이나 언니는 티오니스의 용사예요. 사정이 있어서 하인스 영지에 정착했구요.”

물론, 그녀에 대한 진실까지 털어놓을 이유는 없었다.

[어우야. 용사 ㅎㄷㄷ]

[와. 실제로 들으니까 어질어질하네 ㅋㅋㅋ 용사?]

[막, 그 오글거리는 갑옷입고 빛이여! 외치는 그런 용사?]

그들의 상상의 나래 속 레이나가 어떤 인물인지 잘 모르겠지만 에반젤린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레이나 언니는 공인을 받은 용사예요. 실제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구했구요. 물론, 아빠도 그랬지만…….”

[ㅋㅋㅋ 아빠 싫다면서 아빠 이야기 나오면 입꼬리부터 올라가는 거 봐라 ㅋㅋㅋㅋ]

[이게 반항기? 이게 반항기? 이게 반항기? 이게 반항기? 이게 반항기? 이게 반항기? 이게 반항기? 이게 반항기?]

“노…… 놀리지 말아요!”

당황한 그녀가 외쳤다.

요즘 들어 시청자들이 그녀를 자주 놀리기 시작한다.

그탓에 그녀는 끙끙 앓는 소리를 달고 살 수밖에 없었다.

“여러분들은 저를 놀리는 게 그렇게 좋아요?!”

[응, 좋아.]

[응, 개 좋아.]

띠링!

절제 님께서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개 좋아.

“야!!”

결국, 열이 뻗쳐버린 에반젤린이 씩씩거렸다.

“왜 자기방송 냅두고 여기 와서 분탕이야 저 아저씨는?!”

그녀가 화가 나서 음성 채팅을 걸었다.

하지만, 채팅 수락은 뜨지 않았다.

“절제 아저씨!! 빨리 받아! 안 받으면 화낼 거에요!”

그말과 함께 절제의 도네이션이 다시 이어졌다.

[응, 화낼건데예~]

굉장히 얄미운 인상의 캐릭터가 얄미운 목소리로 빈정거린다.

“이익…… 아빠한테 이를 거야!”

그녀의 외침과 함께 채팅창이 얼어붙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울먹거리며 소리친 그녀가 전화를 들려 한다.

그러자 동시에 음성채팅이 날아왔다.

절제였다.

[아하하 공주님, 내가 장난한 거 알지?]

“한 번만 더 그러면 진짜 이를 거예요.”

[그건 좀 봐주십쇼 아가씨. 내가 죽어요. 진짜로…….]

절제는 굉장히 장난기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언니 아르바이트하는 데가 어딘데요? 저한테만 좀 알려줘요.”

[응? 싫은데?]

“왜요?!”

[아니, 그 두 아가씨가 이유가 있어서 숨겼겠지. 그걸 내가 말해주면 그것도 좀 웃기지 않냐?]

듣고 보니 그랬다. 조금 서운한 것도 사실이지만 에반젤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그래도 동생인데…….”

[어련히 말해주겠지. 나도 시청자들 놀리려고 한 거지. 딱히 정보를 푼 적은 없다?]

“……알았어요.”

불만이 가득하지만 결국 그녀는 수긍했다.

[아니 그래서 절제쉑. 지 방송 냅두고 여기 와있는 건데 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시청자들의 아우성이 커지기 시작하자 그는 킥! 하며 웃었다.

바람 빠진 웃음소리가 아닌, 명백한 도발 섞인 웃음소리였다.

그리고, 그는 순식간에 도망쳐버렸다.

이에 에반젤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댓글이 참…….”

한심하다는 듯 바라본다.

[경멸 표정 ㅋㅋㅋㅋ]

[어우야…… 포상…….]

선을 넘으면 바로 고자질이라도 하겠는데. 인간이 겁이 없지는 않다.

내용은 간단했다. 우연찮게 카페에서 그림 소재를 구상하기 위해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려 했다가 초단이의 목소리를 듣고 의아해했다는 점이었다.

이후 에반젤린의 과거 방송을 켜 목소리를 대조시켜본 그는 초단이가 알바를 한다는 소식을 기억하고 대뜸 사실 정황을 캐치했다.

그게 현 상황이었다.

“아 왜 위치가 안 나와…….”

[ㅋㅋㅋ 당연하지 알려주면 난리 남 거기.]

[사람 개 몰릴걸.]

“아니 그게 말이 돼요?! 초단이 언니는 방송을 하는 사람도 아니잖아요!”

[응. 세상에 미친놈 많아~]

[방장이 맨날 꽁꽁 싸매고 보여주질 않으니 궁금증이 터지지.]

“이게 다 내 잘못이다. 이거에요?!”

그녀의 외침에 시청자들은 쉬지 않고 극딜을 박으며 그녀를 놀려댔다.

간단한 것부터 상당히 당혹스러운 놀림까지.

수천 명이 한마음 한뜻으로 그녀를 놀려대니 그녀는 말도 못 하고 수많은 놀림의 폭력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아빠한테 일러버릴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역시 그건 옳지 않았다. 이번에도 아빠에게 술 냄새난다며 싫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주제에 이제와서 아빠에게 매달려 조른다는 건 역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흐지믈르그…….”

이를 악물고 경고해본다.

하지만.

[흐즤믈르그~]

[할근데~ 할근데~]

그녀의 표정이 붉으락푸르락해지는 걸 보면서도 이놈의 시청자들은 겁도 없는지 그녀를 놀려댔다.

상황이 익숙해지니까 나오는 것이리라. 물론, 이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방송의 콘텐츠. 에반젤린은 이걸로 문제를 삼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 그녀는 화면을 내리고 어떤 게임을 켰다.

[???]

[갑자기 이건 왜?]

그녀가 실행한 게임은 하드코어 로그라이크 게임이었다.

한번 죽으면 캐릭터의 장비, 레벨 캐릭터 본인 자체까지 삭제되는 극악의 난이도가 존재하는 게임.

그녀는 당당하게 하드코어 난이도를 선택했다.

“이거 할거에요. 죽으면 전부 끝이에요 알았어요?”

[갑자기?]

[???공주님이 그림을 냅두고 갑자기 게임을 한다고? 뿌슝빠슝?]

평소 그녀는 그림을 다 그리기 전까진 다른 걸 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자신들이 너무 놀렸나라는 기색을 내비쳤다.

[지저왕 패턴도 모르고 반피까지 깐 실력 한번 보자!]

[오늘 켠왕가나?]

그러거나 말거나 에반젤린은 가볍게 캐릭터를 골랐다.

[부랑자를 선택하셨습니다. 현 캐릭터는 타 캐릭터보다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난이도가 높습니다. 이대로 하시겠습니까?]

“콜!”

경고문구에 에반젤린은 콜을 외치며 캐릭터를 골랐다.

[??이걸 또 근본을 고르네.]

[역시 겜잘알.]

[방장 패기 보소 ㅋㅋㅋ 죽으면 싹 다 초기화인 건 알제?]

낄낄거리는 시청자들을 무시한 채 에반젤린은 무섭도록 공허한 눈으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보스가 그녀의 분노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조각조각 흩어진다.

두 번째 보스가 그녀의 손에 갈기갈기 찢겨나간다.

[어우야. 방장 제대로 빡쳤네.]

[아니 무친련, 컨트롤 실력 예술이네.]

[사람 손인가?]

경악하거나 말거나 그녀는 그렇게 게임을 진행했고. 어느덧 굉장히 난이도가 높은 곳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 원인은 시청자들의 속임수 때문이었다.

반드시 살 수 있다면서 그녀를 선동했고, 그녀는 그들의 말에 따라 진행했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you died]

섬뜩한 문구와 함께 화면이 어두워진다.

[유다희 양 어서오고~]

[아…… 이걸 이렇게?ㅋㅋㅋㅋ]

[속았죠? 속았죠?]

[개아까운데 개웃기네 ㅋㅋㅋㅋ 그걸 또 속냐 막내야 ㅋㅋㅋ]

[에반젤린은 또 속았습니다.]

시청자들은 자신들의 속임수에 에반젤린이 울먹거리며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그녀가 부들부들하는 모습은 굉장히 많은 수요를 불러 일으키곤 했으니 말이다.

사람들의 가식이 서린 탄식과 안타까움이 서려 나온다. 하지만 에반젤린은 그대로 화면을 꺼버렸다.

그리고 말했다.

“죽은 사람은 방송 못 해요.”

그게 그날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방송 멘트였다.

그리고, 그 후에야 시청자들은 깨달았다. 에반젤린이 왜 이 게임을 켰는지.

그날 스트리머 게시판이 폭주했다.

* * *

“하아…… 쉽지 않네.”

커다란 자재 상자를 한 손에 가볍게 든 채 창고로 들어선 레이나가 중얼거렸다.

“지구도 티오니스도 쉬운 곳은 없구나.”

“언니. 괜찮아요?”

“응, 괜찮아. 재밌긴 한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조금 부담스럽네.”

본래라면 한가하면서도 크게 어려울 게 없는 일이었다.

“응? 둘 다 여기서 뭐 해? 쉴 거면 휴게실에서 쉬어, 여기 공기가 안 좋아.”

사장 정주석이 들어와 두 사람에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에겐 초단이나 레이나나 굉장히 복덩이처럼 보일 것이다.

아르바이트 카운터를 보는 이가 미인이면 프리미엄이 붙는다하였던가.

그런 점에서 레이나나 초단이는 둘 다 극상의 프리미엄 직원이었기에 더욱 달가울 수밖에 없었다.

알바를 시작한 지 며칠 만에 사람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야. 확실히 내가 복을 받았나 봐. 평소엔 손님이 하루에 20명 정도인데. 너희가 오고 난 뒤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네. 그래도 나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야. 너희 휴식은 확실히 보장해줄 테니까 편히쉬어. 안에 아이스크림 가져다 놨으니까 먹고 싶으면 먹고.”

그는 진심으로 즐거워했다. 매출이 급상승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괜찮아요. 사장님, 저희 다시 일 시작할게요.”

“응, 무리는 하지 말고.”

그가 손을 흔들어주고는 창고에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하자 초단이는 쿡! 하고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곤 다시 알바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언니! 여기 아메리카노 세잔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어……어어? 이게 왜 안 되지? 혀, 현금 영수증이요? 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사, 사장님!”

“어서 오세요. 손님. 아메리카노 세잔 나왔습니다.”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마냥 소규모 카페는 아니었기에 카페 알바생인 초단이와 레이나, 그리고 또 한 명의 알바생이 바쁘게 움직여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아니 먹었으면 나가지 왜 남아있는 건데…….

옆에서 알바생의 울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와. 언니들 덕분인지 가게가 아주 난리도 아니네요.”

알바생의 말에 초단이가 어색하게 웃었다.

당황한 듯 포스기를 이리저리 두드리고 있는 레이나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는 이들, 그리고 자신에게 뭐 이것저것 주문하러 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것만이면 차라리 덜할 것이었다.

“저…… 죄송한데. 혹시 폰 번호…….”

“죄송해요. 손님. 저희 가게에선 직원의 사적인 질문을 지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언제 온 건지 사장이 환한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헌팅을 하는 이들을 쳐낸다.

근처에 대학생들이 참 많이도 모여들었다.

혹여 자신들의 정체가 드러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아닌 듯싶었다.

그저 입소문을 탄 것이리라.

사장님이야 초단이와 레이나의 정체를 잘 알지만, 일반 손님들에겐 그녀들이 평범한 외국인인 것처럼 소개해두었다.

에반젤린이 알게 되면 혹여 그의 시청자 중에 이곳에 찾아와 곤란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여 최대한 숨겼건만, 일이 쉽게 풀리진 않는 듯 보였다.

결국, 평범한 알바생으로 시작했는데. 일이 좀 쉽게 굴러가질 않았다.

“이야. 이렇게 장사하다가 사장님 부자 되겠다 그치? 너희 두 사람에겐 정말로 고마워하고 있어. 이번 달은 보너스 두둑하게 넣어줄게.”

아주 입이 귓가에 걸린 그가 킥킥 웃어댔다.

그리 좋은지.

육체적으론 피곤하지 않지만, 정신적으론 사람을 조금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다.

초단이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서 오세요~ 뭘 드릴까요?”

이윽고 또 손님이 찾아왔다. 선글라스에 마스크를 쓴 청년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아, 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

“네. 아메리카노인가요? 계산 도와드릴게요~”

환하게 웃으며 그녀가 말하자 청년의 얼굴이 약간 붉어진 느낌이 들었다.

“저…… 초단 씨.”

그때 그의 목소리에 초단이가 흠칫 놀랐다. 이름을 알려준 적은 없는데.“

“저……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짓을 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누…… 구시죠?”

“저 모르시겠어요?”

그가 마스크를 살짝 내렸다. 처음 알바를 왔을 때 본 그 잘생긴 청년이었다.

그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괜한 자랑을 하는 바람에 바빠지신 거 같아서…….”

스트리머 절제!

초단이가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다.

“저를 어떻게 알아보시고…….”

“목소리만 들으면 다 알죠.”

그가 옅게 웃었다. 그리고는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지 조용히 말했다.

“어쨌든 정말 죄송합니다. 테이크아웃으로 해주시겠어요?”

“네? 아. 네.”

“그리고. 제가 괜히 부담스러워서 그러는데 사죄의 의미로 조금 있다가 저 앞 편의점에서 커피 하나 대접해도 될지.”

그의 제의에 사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이쪽을 바라본다.

하지만 초단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환하게 미소지으며 소곤소곤 대답했다.

“그럼요. 절제 씨 덕분에 에린이가 엄청 많이 웃는걸요. 제가 감사드려야 했는데. 한 20분 정도 있다가 잠시 브레이크 타임이니까 그때 뵐게요.”

“그럼 조금 있다가 뵙겠습니다.”

그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커피를 받아 나간다.

“초단아 무슨 일이야?”

이에 레이나가 조용히 다가와 물었다.

“아. 언니. 언니도 가실래요?”

“응? 어딜?”

“커피 마시러요.”

카페에서 커피 마시러 나간다는 말은 조금 우습게 들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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