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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71화 (1,171/1,559)

제 1171화

한국의 현 대통령은 늘 그렇듯 바쁜 정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엔 상상도 못 한 업무량은 그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전혀 생각지 못한 너무 많은 방향에서 생긴 문제들이 그에게 더 좋은 선택을 강요했고. 그 선택이 옳았을 때보다 실패했을 때 돌아오는 비난이 더욱 거대했다.

그래도 최근엔 다행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신성 그룹을 통해 티오니스에서 받아온 신소재를 이용해 한국이 상당한 무역흑자를 남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자력 발전소의 가장 큰 문제는 멜트다운과 폐기물 처리였다.

하지만 그 두 가지 모두가 해결되어버린다면 사실상 원자력 발전이 가져오는 전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

“각하. 울진 원전의 가동률이 매우 안정적이라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후…… 이걸로 다됐군요. 다행히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니.”

“그렇습니다. 비록 폐기물 처리에 지속적인 신소재가 필요하다지만 이만큼 완벽하게 방사능을 중화시키는 건 이전엔 전혀 없었으니까요.”

당연히 전력문제를 가볍게 해결해버릴 수 있는 이 사태에 타국에선 한국과 우호 관계를 맺어 필요한 물자를 받아들이려는 입장이었다.

주로 한국과 사이가 많이 좋아진 건 일본이 아니었을까.

본래 극우 정당이 득세하던 일본의 경우 실제로 원전의 가동이 상당한 편이기도 하거니와 과거 후쿠시마현에서 발생한 사고도 있었던 만큼 한국이상으로 방사능 중화에 관해 신경을 쓰는 편이었다.

사이가 나빠서 생기는 이득보다 좋아서 생기는 이득이 더 크다면 굳이 한쪽을 몰 필요는 없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었고, 그것은 타국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외부 외교 문제가 잘 해결될 기미로 보이니 내정 쪽에 신경을 쓸 시간이 늘어나고 그 덕분에 민심도 제법 좋은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오죽하면 극단적인 이들의 경우 대통령의 재임이 가능하게 하는 것도 좋아 보인다는 말을 꺼낼 정도였겠는가.

현실적으론 이뤄지기엔 힘든 일이기도 하거니와 대통령으로서는 한 번 더 임기를 한다는 건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두 번 다시 대통령 짓은 못 해 먹겠습니다. 가족과 느긋하게 휴가를 가고 식사를 즐겨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그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각하 임기가 아직 몇 년 더 남으셨습니다.”

“압니다. 알아요. 그보다. 다른 보고는 없습니까? 이를테면 그 테러사건에 관해서.”

“예. 아쉽지만 테러에 대한 범인을 찾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망할. 왜 잘나가다 이렇게 삐딱선을 타는 건지…… 쯧.”

그때였다.

대통령의 후각에 미묘한 향기가 감지된 것이다.

“음? 이게 무슨 향입니까? 뭐 새로운 꽃이라도 들였습니까?”

“아뇨. 각하. 변한 건 없습니다만…… 이 향기는 저도 처음 맡아보는…….”

보고를 올리던 비서실장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이에 대통령 똑한 다급히 몸을 일으켰지만 그대로 다시 무너져 내려버렸다.

사람을 순식간에 수마에 빠져들게 만드는 수면 가루였다.

저항 없이 청와대 전제가 무력화 당하는 어이없는 사태에도 청와대 전체는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모두가 쓰러진 상황에서 한 여인이 또각또각 구두굽 소리를 내며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다행이라 생각해 인간. 너희들이 막았다면 나는 너희들을 죽여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니.”

막는 이 하나 없이 무혈입성에 성공한 그녀는 곧 대통령 집무실에 쓰러져 있는 사내를 발견했다.

곤히 잠든 그를 말 없이 노려보던 찬드라는 이내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다시 떴다.

-안되지, 안돼. 움직이면 안 되지. 찬드라, 너를 위해서 이 모든 것을 준비했는데 외면하면 안 되지.

과거 그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그녀의 시야에 눈앞의 대통령과 레온이 오버랩 되기 시작했다.

빠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강하게 갈아버린 그녀는 이내 눈동자에 기묘한 빛을 번뜩였다.

그래도 혹시 몰라 확인한 것이었다.

그가 정말로 레온의 환생이 맞다면.

아직 파기되지 못한 영혼의 계약의 흔적이 그의 혼 어딘가에 남아있으리라.

계약을 어겼다곤 하지만 아직 그녀에게 이렇다 할 변화는 생기지 않았다.

거짓 계약이었던 것일까.

‘하긴,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사기로 맺어지는 계약이 어디 있겠어.’

속으로 그리 생각한 그녀는 곧 자신의 혼에 남아있는 계약의 끈을 풀어헤쳤다.

그리고, 그 끈은 곧 서서히 뻗어져 나갔고. 이내 한국 대통령의 몸에 닿았다.

만약 그가 정말로 레온의 환생이 맞다면.

영혼의 끈이 완전히 이어지며 그녀와 공명을 시작하리라.

차라리 아니었으면 싶었다.

레온의 영혼이 환생한 게 아니기를 차라리 바랐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인간을 죽이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 때문이 아닌 지독한 악연이 이어져 있다는 게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치잉…….

“윽?!”

하지만 현실은 그녀를 배신했다.

“하…… 하하하하…….”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비틀거린 그녀의 입에서 허망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지독한 슬픔과 허탈함. 그리고 분노가 서린 웃음이었다.

마치 실성한 것처럼 웃기 시작한 그녀가 손으로 가린 부분에서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결국, 당신과의 악연은 죽어서도 끊이질 않는구나.”

쓸쓸하게 중얼거린 그녀가 천천히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 분노가 서린 얼굴로 조용히 쓰러진 천 대통령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의 손 위로 광원이 나타난다.

그의 영혼까지 말살할 힘은 그녀에게 없다.

하지만 레온이라면, 영혼의 계약으로 묶인 레온이라면 그 혼마저도 그녀가 간섭할 수 있다.

그가 그랬듯이. 그녀 또한 같은 경우였으니 말이다.

파괴 광원이 발사되는 순간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인간과 완전히 적대적으로 돌아서게 될 테고, 계약을 위반한 그녀를 그가 찾아와 죽일 터.

후회는 없었다.

애초에 죽고 싶었던 삶이 아니었던가.

이윽고 그녀의 손에 뭉쳐진 광원이 발사되려던 그 순간.

슈슈슉!! 쾅!!

갑작스레 날아든 마탄과 폭음이 그녀를 덮쳤다.

순식간에 대통령 집무실은 난장판이 되어버렸고 그 연기 속에서 찬드라가 급히 대통령을 찾으려던 그 순간 몇몇 인영이 빠르게 파고들어 대통령과 쓰러진 비서실장을 탈취해 그녀에게서 벗어났다.

“현재 테러범과 교전 중! 지원을 요청한다! 현재 주변에 상당량의 정체 모를 가루가 떠다니고 있다. 흡입 시 정신을 잃는 일종의 가루로 추정되니 방독면은 필수로 지참 요망!”

찬드라가 조금 더 신중하게 쳐들어왔다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였다.

하지만 그녀는 분노와 복수에 눈이 멀어버렸고, 대뜸 이곳까지 밀고 온 참이었다.

당연 그로 인해 생긴 틈은 대통령 경호원 중 영향을 받지 않은 이들이 알아차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를 내놔. 당신들까지 죽이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그렇게 그녀로부터 멀어지는 이들을 향해 찬드라가 스산하게 경고했다.

하지만 그들은 대답하지 않고 자신들의 무기를 꺼내 들 뿐이었다.

절대 타협 따윈 하지 않겠다는 듯 나름대로 힘을 발현하는 그들은 현재 인간들 중 특수한 힘을 사용하는 각성자라는 존재들일 것이다.

말없이 그들을 노려보던 찬드라는 빠르게 주변에 몇 명이 있는지 파악했다.

“투항해라. 지금 투항하면 거친 방법은 쓰지 않도록 약속하지.”

그때 한 명이 그녀에게 투항을 약속했다.

“내 목적은 그뿐이야. 인간. 다치기 싫으면 그를 내놔.”

“하압!!”

돌아온 대답은 공격이었다.

순식간에 접근해 검을 내지르는 젊은 청년을 노려본 찬드라는 한발 가볍게 물러나며 손뼉을 쳤다.

짜악!!

그러자 무형의 충격파가 그대로 그를 휘감고 그대로 튕겨내 버렸다.

“컥!”

“산개해!”

콰아앙!!

그 뒤를 이어 나머지 인원들이 있던 자리에도 마치 민들레 씨가 퍼져나가듯 무형의 충격파가 터졌다.

“좋아. 그를 내놓지 않겠다면 이쪽에서도 힘으로 빼앗아주지.”

섬뜩한 분노를 토해내며 그녀가 손뼉을 쳤다.

동시에 그녀의 팔에 채워진 팔찌가 강하게 공명하기 시작했고, 이전과는 격이 다른 엄청난 에너지들이 그녀에게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이게 뭐야.”

그리고, 곧 그녀가 손뼉을 치면서 생겨난 변화에 대통령 경호실의 인원들은 당황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손뼉을 치기가 무섭게 주변 풍경이 모조리 변해버렸기 때문이었다.

마치 다른 세상에 내던져 진 것처럼 변하는 주변은 환각이라고 하기엔 너무 실감이 났다.

수많은 꽃이 피어나고 나비의 모습을 한 빛이 빠르게 날아다니는 세상은 말 그대로 지구가 아닌 다른 세상을 보는 느낌이었다.

“내가 왜 나비 여제라 불렸는지 잘 봐두는 게 좋을 거야.”

“공격해!!! 그녀를 제압하면 이 이상한 공간에서도 빠져나갈 수 있을 거다!”

한 명이 다급히 소리치기가 무섭게 한번 튕겨 나갔던 청년이 이번엔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주변을 장악하며 그녀의 틈을 노렸다.

그리고, 찬드라의 뒤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이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그녀에게 검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하지만 이번에도 공격은 닿지 못했다.

거대한 카멜레온처럼 생긴 존재가 등 뒤에 거대한 나비 날개를 펄럭이며 분홍빛의 혓바닥으로 청년의 검을 휘감아 날려버린 것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힘에 놀란 청년이 급히 검을 놓고 벗어나려 했지만 뒤이어 날아든 꼬리는 그를 후려쳐 날려버렸다.

“젠장!!”

적이 단순한 침입자가 아님을 확실히 깨달은 그들은 찬드라의 공격에 대비하고 그녀를 제압하기 위해 가진바 모든 역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찬드라에게 닿지 못했다.

짝!!

콰아앙!!

짝!

콰아앙!!

그녀가 손뼉을 한번 칠 때마다 날아드는 무형의 충격파와 그녀가 만들어낸 허상으로 만들어진 카멜레온이나 거대한 나비.

그 외에도 그녀가 주기적으로 뿌리는 마비 가루나 수면 가루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단 한 번도 살상 공격을 퍼붓지 않았다.

그 사실을 모르고 그녀의 공격능력이 이런게 전부라고 판단한 이들은 더욱 겁도 없이 그녀에게 덤벼들었다.

“그를 내려놔!! 다른 이들을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결국, 화가난 찬드라가 격하게 외쳐보지만 경호대원들은 절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시간을 끌어. 그녀의 전투능력은 못 버틸 정도는 아니다! 외부에서 지원군이 도착만 하면…….”

“하…… 인간들은 참 오만하기 그지없지.”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가 손을 뻗었다.

따악!!

그리고 손가락을 허공에 튕기기가 무섭게 경호대원들은 자신들이 착각을 했음을 깨달았다.

“저게…… 뭐야.”

인간인지 괴물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그녀는 손속에 자비를 두고 잔혹하게 인간을 잡아먹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찬드라가 크게 위험한 존재가 아니기에 금방 제압할 수 있을 거라 착각했다.

다만, 결국 폭발해버린 찬드라에게 그런 행동은 그녀를 극도로 도발하는 자극제가 되어버렸다.

하늘을 가득 채운 수백 개의 새하얀 광원과 그녀의 뒤편으로 생겨난 거대한 해바라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녀가 핑거스냅을 튕긴 손가락을 가볍게 흔들자 대지가 갈라지며 엄청난 두께의 식물 줄기들이 뻗쳐 나와 주변을 완전히 바꿔놓기 시작했다.

“좋아. 그렇게 죽고 싶다면 얼마든지 죽여주지.”

지잉!!

“피해!!!”

경호대원들이 중상을 입고 제압당하는 데엔 고작 5초도 걸리지 않았다.

* * *

즉사는 없다. 하지만 치명상으로 당장 운신은커녕 장시간 방치되면 위험한 상황에서 그녀는 천천히 걸어 나가 이내 쓰러져 있던 대통령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 안돼…… 그를 죽이면 안 된다고…….”

그나마 정신을 차리고 있던 한 중년 남성이 힘겹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찬드라는 무심하게 그를 무시할 뿐이었다.

“대체 왜 그를 죽이려는 거냐! 그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의 외침에 찬드라는 굳은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너희 인간들은 무슨 이유가 있어서 우리를 모조리 죽였니?”

“뭐?”

“아니. 됐어. 애초에 너희가 한 일도 아닌데 너희에게 잘못을 요구하는 것도 잘못된 일이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그를 죽이면 넌 완전히 돌이킬 수 없게 될거다.”

“상관없어. 난 어차피 그를 죽이고 죽을 생각이니까.”

생각 이상으로 단호한 그 목소리에 사내가 절박하게 소리 질렀다.

“안돼!!!”

동시에 그녀가 쏜 백색의 광선이 그대로 대통령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좀 전까지 어떤 경우에서도 인간을 죽이는 것만큼은 하지 않았던 그녀가 끝내 한 사람을 죽여버린 것이었다.

조각이 되어 흩날리는 파편들을 보며 중년 사내는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안돼…… 안돼 안돼!!! 지금 그가 죽으면 이 나라는!!”

그가 격하게 소리 질러보지만 이미 죽은 그가 돌아올 일은 없었다.

“빌어먹을 괴물 같은 년!!”

“그래. 마음대로 지껄여. 나는 이제 어떤 미련도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조각난 시신에서 빠져나올 영혼을 잡아 강제력을 발휘하기 위해 힘을 쓰려 했다.

하지만.

“어?”

어째서인지 그의 영혼이 빠져나오지 않는다. 좀 전까지 링크되어있던 영혼의 계약이 마치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어째서인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찰나.

이런 경우는 하나뿐이다. 그의 영혼이 아예 없거나. 영혼의 계약을 맺은 게 아닌 경우.

당연히 전자는 불가능한 만큼 후자가 분명한데. 어째서일까.

“왜…… 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거야.”

그녀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분명 영혼의 계약대로 그의 영혼에 그녀가 간섭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마치 이 모든 게 꿈이라고 말하듯 어떤 현상도 벌어지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었다.

분명 그녀 또한 레온의 영혼을 확인하지 않았던가. 이런게 가능할 리가 없었을 것이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저어 보인 그녀가 한발 물러나려던 그 순간이었다.

짝! 짝! 짝!

갑작스런 박수 소리에 그녀가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그녀에게 조력을 가했던 권속, 엘프 핀이 까마귀 가면을 쓴 채 모습을 드러낸 것을 말이다.

“핀……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상한 게 아닙니다. 지극히 정상이에요.”

그의 웃음기 서린 목소리에 그녀가 인상을 찡그렸다.

“당장 설명해!! 어떻게 된 거냐고!!”

그 외침에 가만히 있던 그는 조용히 침묵하더니 이내 가면을 벗었다.

그러자 노쇠한 엘프의 모습이 드러난다.

“당장 설명해. 왜 갑자기 영혼의 계약이 없어진 거야?!”

“없어진 게 아닙니다. 여제님.”

그의 얼굴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그녀에게 있어서 절대 잊을 수 없는. 끔찍한 인간의 얼굴로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그는 아니었으니까.”

그 한마디에 찬드라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말도 안 돼…… 거짓말하지 마. 핀…….”

“아직도 내가 핀으로 보여 찬드라?”

“레온…….”

“아하하하하하! 찬드라. 정말 사랑스러워. 넌 여전히 똑같은 결말을 밟는구나.”

그의 외침에 찬드라는 갑작스레 밀려오는 기억에 입을 틀어막고 헛구역질을 했다.

“우욱…… 욱!!”

“거짓말에 속아서 죄 없는 자들을 모조리 참살한 과거나. 지금이나. 정말 네가 그럴 때마다 나는 네가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어.”

그의 말에 찬드라가 떨리는 시선으로 말했다.

“대체……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그녀가 죽인 인간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간이었다는 뜻이었다.

“왜긴 왜야.”

너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노인이 대답했다.

“널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야. 넌 미쳐버렸을 때가 사랑스럽거든.”

“아…… 아니야…… 아니야!!!”

그녀가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아직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레온의 말은 그녀를 뿌리부터 근간 전체를 뒤흔들언호았다.

“아니라고!! 나……난!”

“이미 늦었어. 찬드라.”

속삭이듯 그가 다가오자 그녀가 발작하며 와들와들 떨었다.

“사랑해.”

온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그 한마디에 그녀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미 죽은 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찬드라는 자신이 아무런 관련이 없는 존재를 찢어 죽여버렸다는 사실에 머리가 멍해졌다.

미운 인간이지만 지금 그녀가 한 행동은 과거 인간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녀의 정신이 그렇게 빠르게 마모되어가던 찰나.

레온 발 알시드가 속삭이듯 말했다.

“걱정 마. 찬드라. 넌 아직 더 아름다워질 수 있어. 난 그 모든 것을 눈에 담을 거야.”

“죽여버리겠어. 레온!!”

격분한 그녀가 손을 휘젓자 새하얀 빛이 아닌 검게 변한 빛으로 물든 광원이 검은 광선을 내뿜으며 그를 관통했다.

보통이라면 즉사에 가까운 상처였다. 머리 일부분 심장. 그 외에도 급소란 급소는 모조리 바람구멍이 났음에도 그는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내가 죽을 리가 없잖아. 찬드라.”

“아…… 아아아아!!”

절규하는 그녀를 향해 그가 천천히 손을 벋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턱을 받쳐 들어 올리고는 마치 입을 맞추듯 얼굴을 가까이했다.

“풍기 문란은 범죄인데.”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장내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통령님. 청와대에서 저러면 범죄입니까?”

“글쎄요……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당신은…….”

놀란 그녀가 중얼거린다. 이곳은 그녀가 만들어낸 환상이 응집된 허수공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마치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온 그가 물었다.

“계약 내용 잊지 않았지?”

“네?”

“복수, 도와준다고 했잖아.”

“이게 어떻게 된…….”

“어떻게 된 거긴. 잘 숨는 놈 하나 낚아내려고 널 미끼로 쓴 거지.”

그 말과 함께 데이비가 미소를 지웠다.

그리고는 레온을 향해 말했다.

“잘도 도망쳤더라.”

“끌끌끌…… 빌어먹을 변수 놈. 네놈이 나타날 줄 몰랐는데…… 뭐 상관은 없다. 목적은 이뤘으니. 다음에…….”

“아니야. 넌 다음이 없어.”

그렇게 말하며 데이비가 빙그레 웃었다.

“흐흐흐…… 나를 죽이겠다고? 미안하지만 이건 홀로그램과 다를 바가 없다.”

그의 말에 데이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주먹을 말아쥐고 당겼다.

그리고는 미소를 완전히 지운 채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후려쳤다.

“처 나와 xx야.”

콰직!!! 허공이 부서지며 숨겨진 이공간이 드러났다.

“미친놈은 미친놈만 알아본다지.”

“무슨?!”

레온의 육신이 지직거리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래서 확신했거든. 미친놈인 너는 반드시 여기에 나타난다고. 그래. 지금 아니면 널 언제 잡아 족치겠어.”

데이비라는 변수는 그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아참. 그리고, 네가 모르는 변수가 하나 더 있는데. 그거 아나?”

그 말과 함께 지직거리던 이공간 속에서 또 다른 레온이 퉁겨져 나왔다.

“말도 안 돼…… 네…… 네놈이 어떻게 이곳에?!”

겁에 질린 듯 소리치는 그는 이공간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공간 너머에서 커다란 창을 어깨에 짊어진 남성이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는 주저앉아있는 찬드라를 향해 말했다.

“이제와서 이런 말 하기도 참 미안한 말이지만.”

그의 표정이 무겁게 일그러졌다.

“팔라디아 최고의 제국이자 동맹으로써 조력하러 왔다. 묘목의 수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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