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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77화 (1,177/1,559)

제 1177화

요시아 프랑소스. 샤쿤탈라 마법 아카데미에서 만난 그 맹랑한 소녀는 처음 만났을 땐 정말 차갑고 무뚝뚝하기 그지 없었다.

적어도 지금처럼 대뜸 찾아와 내 팔뚝에 이빨을 박아넣고 피를 쪽쪽 빨아대며 즐거운 표정을 지어대는 녀석은 아니라는 소리였다.

“이제 흡혈 자체에 대한 생리적 혐오감은 줄었나 보다?”

“피가 어때서요. 이 맛있는걸.”

역시 환경과 자리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더니.

대뜸 집무실로 쳐들어와 말도 하지 않고 피를 원하는 눈빛을 보내던 그녀에게 팔을 내미는 건 어렵지 않다.

그녀에게 내 피를 마시게 해 의존시켜버린 건 결국 내가 내린 결정이었으니 말이다.

어떤 의미로는 내 피가 두 가지 방향성을 그녀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뱀파이어. 즉 로드 급 흡혈귀인 그녀는 내 피를 먹음으로써 특수한 파괴 본능을 점차 억누르고 제어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작정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인간으로 살아왔으며 자신의 힘을 자각해본 적도 없던 요시아에게 그런 충동억제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을 수밖에 없었다.

힘을 억제하고 그녀가 인간으로서 남아있을 수 있게 해준다.

반면 이 방법은 양면의 칼날이었다.

내가 강해질수록 내 피를 빨아 마시는 그녀 또한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만에 하나라도 그녀가 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적은 피해가 나진 않으리라.

그럼에도 나는 그녀에게 피를 제공했다.

꼴에 한때 스승이었다고 제자를 믿는다는 것인지는 사실 스스로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는 가끔씩 자신의 일이 꼬일 때마다 나를 찾아와 피를 이렇게 빨고 가곤 했다.

“쓰읍…… 하아. 맛있다.”

배시시 웃으며 중얼거린 그녀는 손등으로 붉은 핏방울이 맺어진 제 입술을 훔쳤다.

그리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인간적으로 이번엔 진짜 불만 가지면 안되는 거 알죠?”

“도대체 뭔데.”

“이거요.”

요시아는 허리춤에 매어둔 작은 가방에서 서류 한 장을 꺼냈다.

“이거 샤쿤탈라에다 시험문제랍시고 보냈다면서요.”

“이건…… 아아 그랬지.”

페르세르크와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만들어낸 문제였다.

“선생님. 인간적으로 애들이 이걸 풀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도 고등부도 아니고 중등부 애들이?”

그녀가 내민 종이를 바라보던 나는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 넌 내가 정말로 난이도 조절도 못 해서 마냥 어려운 문제를 내준 것 같냐?”

내 물음에 오히려 당황한 건 그녀였다.

“그럼 이게 애들이 풀 수 있는 문제라고요? 선생님. 진짜 선생님이 대단한 마법사라는 건 저도 알고 샤쿤탈라의 그 깐깐한 교수진들도 일면 인정하는데요. 이건 중등부가 못 풀어요. 중등부 애들 기본적으로 평균 서클이 3서클 이하인 건 아시죠?”

고등부라고 다를까. 조금 더 이론에 대해 잘 알 뿐 서클이 늘어나는 건 잘 없는 편이었다.

20대 중후반에 5서클이 희대의 천재라고 불리는 게 현시대의 마법사들이었다.

4서클 요시아 또한 괴짜라고 불릴 뿐 샤쿤탈라 역대 신동중 하나라는 사실도 변함이 없다.

동생 윈리가 4서클 마법사로서 마탑에서 이름을 날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

실제로 6서클 마법사는 소드마스터와의 격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수준을 뜻하니 사실상 그 경지는 마법사들이 원하는 꿈의 경지라는 게 분명했으며, 사실상 마법사들의 종착지라 불리는 장소이기도 했다.

7서클?

대륙에 단 한 명뿐인 대현자 헬리슨 발레스티아가 그 경지에 오르면서 대현자라는 칭호를 얻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정도 수준이면 6서클 마법사가 와야 겨우 풀걸요. 특히 이 4번 5번 문제.”

그녀가 종이를 팡팡 치며 쏘아붙였다.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알아요?! 중등부 문제를 요청했는데 희대의 난제를 던져놓으니까 이 양반들이 화가 날까요? 안 날까요.”

그 질문에 나는 잠시 문제를 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이해를 못 하겠네. 페르. 넌 이해가 되냐?”

“본녀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것부터 이미 대답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니까 묻는 거야.”

“이건, 학생이 아니라 교수가 잘못한 게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그녀를 보며 나는 요시아에게 이리 오라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그녀가 천천히 다가왔고 나는 그녀의 이마에 딱밤을 놓으며 물었다.

“마나 정화 방정식 설명해봐.”

“마나 정화 방정식이요? 메트식에 의거하여 x는 y에 대칭 한다고 할 때…….”

그래도 천재는 천재라고 요시아는 복잡하고 긴 수식을 빠르게 해석해 내놓았다.

“그래. 메트의 마나 정화 방정식은 너희도 알고 있는 수식이지.”

만년필을 빙그르르 돌리며 나는 4번 문제를 찍었다.

“이 문제는 마나 정화 방정식을 쓰면 바로 풀리는 문제야. 다만, 어떤 사항을 대입해야 하는지는 스스로 찾아내야 하지.”

“…….”

“그게 아니면 30개나 되는 항목을 모조리 계산하는 노가다도 되고.”

내 설명에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이 문제는 마나 정화 방정식이 아니라 마나 융화 함수를 써야…….”

말을 하던 그녀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는 어어? 하는 사이에 잠시 멈췄다.

“선생님. 말이 안 되는데요? 마나 방정식을 어떻게 여기 대입한다는 소리에요 대체.”

정신이 아득해진 내가 한숨을 내쉬자 페르세르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요시아. 그대가 보기에 마나 정화 방정식의 근본적인 원리를 깜빡하고 있는듯하구나.”

마법사의 신이라 불리던 오딘에게 메트라는 인간이 만든 마나 정화 방정식 같은 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는 그보다 더 발전되고 간결한 식을 지니고 있었으니 말이다.

괜히 마법 대륙 아트렐리아라 불린 게 아니었다.

“요시아. 내가 샤쿤탈라에서 너희들에게 가르친 걸 생각해봐라.”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는 마나 정화 방정식이라는 그 마나 해독방법의 근본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는 듯했다.

그러더니 벙찐 얼굴로 넋이 나간 듯 종이에 무언가 수식을 써 내려갔다.

왼손으로 허공에 마나를 그리고, 오른손으로 수식을 써내리던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저…… 선생님. 답이 혹시…… 이건가요?”

“맞아. 마나 정화 방정식은 대단한 수식이지.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인간은 고정관념에 휩싸이는 거다. 본래 그 방정식의 목적이 뭔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혼동이고, 그게 현 마법의 주소기도 하고.”

나는 슬퍼졌다.

슬퍼서 가슴이 아려온다.

“하…… 내가 하인스 아카데미 교수들에게 가르친 게 얼만데. 그 양반들도 샤쿤탈라랑 똑같은 실수를 해? 설마. 하인스 아카데미생들도 못 푸는 건 아니겠지?”

그 한마디에 요시아의 표정이 파랗게 질렸다.

본래라면 그녀가 겁에 질릴 요소는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똑똑한 머리는 앞으로의 일을 예측해버렸다.

“그래서. 누가 너한테 이 문제를 풀라고 시켰든?”

빙그레 웃는 데이비를 보며 요시아가 침을 꼴깍 삼켰다.

“그…… 그냥 제가…….”

“네 위로, 내 아래로, 마법 교수진들 다 불러와.”

* * *

하인스 아카데미의 교수진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모두 대답은 같을 것이다.

월급이 삭감되는 것?

음, 맞다.

교직에서 짤리는 것?

음, 그것도 맞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진짜 답안은 달랐다.

“여러분들. 학장은 교수님들께 실망했습니다.”

바로 지금 상황이 그들이 두려워하는 가장 우선적인 순위일 것이다.

멀리서 감자를 오물거리던 팔란 제국 출신의 소드마스터 올만 교수가 음흉하게 웃었다.

“으흐…… 으흐흐흐흐. 저 인간들 다 죽었다.”

새로 들어온 교수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이미 한차례 지옥을 맛본 적이 있던 교수들의 표정은 빠르게 굳어갔다.

팔랑!!

이윽고 데이비는 작은 종이 한 장을 그들에게 내밀었다.

“이게 뭔지 아십니까? 다른 곳도 아니고 하인스 아카데미의 대단한 교수님들이 이런 실수를 저지를 거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지옥은 시작일 뿐이었다.

* * *

지옥으로 끌려들어 간 교수들에 대해선 알 수 없었다.

요시아는 자신이 데이비의 피를 빨면서 항의한 문제로 인해 마법학 교수들이 지옥으로 끌려들어 간 사실에 조금 공포심이 일었다.

그들이 그녀에게 어떤 독한 복수를 해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 미치겠네! 진짜…….”

“조교님. 왜 그러세요?”

어린 학생 하나가 교편을 잡고 있던 요시아에게 질문을 하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별거 아니에요. 그보다. 오늘은 이 문제에 대해서 풀이를 해줄 거에요. 샤쿤탈라 기말시험에서 나온 문제인데. 이 문제의 출처는 학장님이세요.”

그녀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도형과 수식들을 써내렷다.

“마법사가 실전 마법만 잘 쓰면 되지, 이런 건 왜 배우냐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녀가 중얼거렸다.

“사실 샤쿤탈라에서 어떤 문제가 나오건 그건 상관없어요. 하인스 아카데미는 하인스 아카데미일 뿐 다른 아카데미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짓이죠. 하지만.”

그녀가 잠시 말을 끊었다.

“이 문제를 만든 게 학장님이시라는 겁니다. 그게 문제에요.”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부터 여러분들이 배운 고정관념을 한번 부수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빠르게 메트의 마나 정화 방정식을 빠르게 써내렷다.

“여러분들도 알면 쉬운 문제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럼 수업 시작할게요.”

“조교님. 원래 교수님은 어디 가셨나요?”

무거운 질문이 날아왔다.

대부분 쉬쉬하는 현 상황에 용감하게 질문을 던진 학생을 보며 요시아는 지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당분간 수업은 제가 할 거예요. 이래 봬도 5서클 마법사니까 걱정 마세요.”

“아니 그건…….”

요시아가 대단한 조교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그녀는 실제로 교수들을 대신해 여러 수업을 진행해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모든 마법학 교수가 자리를 비운 건 처음이었다.

“잘 들어요. 하인스엔 어떤 전설이 있어요. 이를테면 당신들 선배들이 겪은 미궁 탐험 담 같은 거.”

새하얀 토끼가 미노타우로스의 머리를 들고 다니는 공포스러운 광경.

단순한 토끼가 아니라 터질듯한 근육을 지닌 토끼들이 다수 어둠 속에서 빨간 눈을 번뜩이는 모습은 확실히 공포스러운 일이다.

그 외에도 귀신소동이나 여러 요소에서 이놈의 아카데미는 참 말이 많다.

그만큼 아카데미 특유의 명물도 많은 편이긴 하지만 말이다.

학생들 사이에선 요시아 프랑소스 조교가 가끔씩 아침에 말없이 움직이는 마나 마차를 홀로 타고 아카데미 부지를 질주한다는 소문도 알음알음 돌고 있다.

“그 소문은 교수들에게도 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학장이 나서게 하지 마라.”

그 한마디에 학생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당신들이 알고 있는 이 영지의 영주는 당신들과 크게 나이 차이가 나지 않아요.”

“알고 있어요. 대륙의 성자. 데이비 왕자님이잖아요.”

“이제는 대공이죠. 뭐…… 뭐라 부르던 무슨 상관이냐 싶지만…… 어쨌든. 그 지옥문이 다시 열렸어요. 그러니까 최소 일주일은 교수님들을 보기 힘들 거에요.”

PTSD는 더 심할지도 모른다.

“수업 시작하겠습니다. 아참. 성적이 좋은 폴트 학생과 뮤시아 학생은 조금 있다가 교수실로 와주시겠어요?”

생긋 웃는 그 미소에 폴트와 뮤시아 두 사람의 얼굴이 떨떠름하게 굳었다.

“저…… 조교님. 저는 대학원생을 할 생각이 없다고…….”

“아이참. 그냥 개인적으로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요. 와줄 거죠?”

태생이 뱀파이어다.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로드.

뱀파이어는 서큐버스와 그 특성이 흡사한 편이었기에 그녀의 미소는 무릇 남학생들의 얼굴을 붉히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뇌쇄적인 미소를 지어 보이며 웃는 그녀를 보며 학생들은 침을 꼴깍 삼켰다.

* * *

“이게 다…… 샤쿤탈라의 그 머저리들 때문입니다.”

한 교수의 중얼거림에 구석에 늘어져 있던 교수가 눈을 부라렸다.

“헛소리 마시오!”

“크흠…… 벤트 교수님은 샤쿤탈라 출신이셨지요. 내 실언을 했소.”

교수의 대답에 벤트 교수가 역정을 냈다.

“나를 그놈들이랑 비교하지 마시오! 고작 머저리라니! 머저리에게도 사과해야 할 정도군!!!”

가장 오랜 시간 샤쿤탈라에서 부임했던 교수가 저렇게 말하고 있다.

황당한 발언이지만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이 이 꼴이 난 이유가 멍청한 샤쿤탈라에서 항의를 해왔기 때문이었다.

“그놈들이 잘못된 겁니다.”

“그놈들이 똑바로 했으면 우리까지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오.”

마법학 교수들의 의견은 하나로 좁혀졌다.

평소에 고지식하기로 소문난 교수들까지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을 정도이니 말은 다 한 셈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복수…… 피의 복수뿐이오. 빌어먹을 샤쿤탈라를 향한!”

교수들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인스 아카데미 교수들의 눈이 희번덕거렸다.

“크흐흐흐흐흐…….”

음산한 웃음은 덤이었다.

원인 제공은 데이비가 했으나 화살은 샤쿤탈라로 향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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