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85화 (1,185/1,559)

제 1185화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는데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건 제법 신기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게 단순히 비를 맞고도 불이 꺼지지 않는 게 아니라 모닥불 자체에 특수한 코팅이 된 것이라는 걸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아니 근데 비가 이렇게 오는데 왜 불이 안 꺼짐?]

[그러게 ㅋㅋㅋㅋ 진짜 개X마이웨이로 타오르네 ㅋㅋ]

[아니 춤추는 거 왜케 유쾌하냐고 ㅋㅋㅋ]

모닥불을 기준으로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는 그들에게 이 사태에 대한 긴장감이나 암담함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만 해요! 신호 잡혀서 방송 돌아가고 있는데 뭐 하는 거야!”

부끄러움으로 인해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에반젤린이 격하게 소리치자 춤을 추던 유리아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지 에반젤린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가씨. 같이 춤추실래요?”

“아니, 춤을 왜 추는데요?”

“네? 분위기가 춤을 춰야 할 거 같지 않나요?”

그녀가 내놓은 대답은 정말 형편없기 그지없었다.

그냥 분위기에 휩쓸려서 춤을 추고 있다는 말은 그녀에게 당장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것 때문에 지금 비를 맞아가면서 그 모양 그 꼴로 있는 거예요? 아니 점순이 당신은 그걸 그냥 보고 있어요?”

“포기하고 즐기면 편해.”

그녀의 대답에 에반젤린이 머리가 띵하게 울렸다.

“됐고! 방송 연결됐어요!”

그 말에 세 사람이 눈에 띄게 반색했다.

“륀느가 빠른 일 처리를 높게 평가!”

“어머나 정말 다행이네요. 그럼 다시 축하의 춤을…….”

“됐어요!”

정신이 아찔해진 그녀는 다시 방송을 바라보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 상황을 아빠에게 알리는 게 우선이었다.

“아저씨. 아저씨 계시죠?”

띠링

매니저 - 그래 에린아. 보고 있다. 이미 네 아빠가 널 찾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렴.

알하자드의 안도감이 서리는 답변에 에반젤린은 어두운 심연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아저씨 최고! 여기가요…….”

이후 그녀는 이 섬이 어떤 곳인지 대략적으로 설명했고 현재 상황이 애매하게 꼬여서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알하자드는 이 사태를 데이비에게 알린다며 방송을 떠났다.

“하…… 이제 다된 건가?”

[아니 근데 방장. 그럼 리얼 버라이어티 생존물 찍고 있는 거임? 무인도 ㅋㅋㅋㅋ]

[살다 살다 방송하다 무인도로 날아가는 경우는 처음 보네 ㅋㅋ 잊을만하면 레전드가 터지냐 ㅋㅋ]

“저는 안 좋거든요?!”

구조신호를 보낸 건 좋지만 차원진까지 일어나며 날아온 장소다.

이미 그녀가 사라진 직후 데이비는 여러 수단을 이용해 그녀를 찾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아빠가 찾아내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정도면 대체 여긴 어디라는 거야.’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비록 매번 술 마시고 오는 아빠고 툭하면 자기를 끌어안거나 볼에 뽀뽀를 하는 그였지만 그가 그녀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아빠 보고 싶다…….

속으로 그리 생각한 그녀는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빠인 데이비가 찾으러 오고 있다면 하다못해 자신이 안전하며 큰 문제 없이 잘 버티고 있다는 모습은 보여주어야 했다.

그것은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그녀의 시선이 태블릿으로 향했다.

[방장…… 설마 방종 아니지?]

[일단 무방종 해줄 거지?]

사람이 무인도에 조난을 당했다고 하는데 선을 넘는 놈들이 간혹 보였지만 그녀는 제재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어디까지나 티오니스 성자. 즉 그녀의 아빠인 데이비가 찾기 시작했다는 말과 모닥불을 피워놓고 그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고 있는 저 또라이들 때문이리라.

‘차라리 잘됐어. 잘 버티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면 방송 분위기가 밝고 가벼워야 해.’

생각을 정리한 그녀는 고개를 몇 번이고 주억거렸다.

“다행히 신호가 계속 잡혀요. 왜 잡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언제 끊어질지 모르니 방송은 계속 켜놓을게요.”

그거면 충분했다.

* * *

무엇이 기점이었는지 신호가 갑자기 다시 끊어지는 일은 없었다.

놀라울 정도로 섬은 신호를 계속해서 수신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이것을 이용해 혹여 위치추적이라도 가능할까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답변만이 나왔다.

사실 무인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무엇일까.

허기를 계속해서 자극하는 영양공급?

아니면 갈증을 해결해줄 물?

아니면 잠을 자기 위해 만들어야 할 집이나 외부로부터의 위협?

여러 종류가 있지만, 에반젤린은 그런 것을 제외하고도 한가지 사유가 더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너무 심심해.”

한창 재미를 알고 있던 찰나에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 떨어진 이상 지루해질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먹을 게 부족하고 물이 부족하고 그랬으면 말이라도 안 하지.]

[근데 방장. 미식연구회 대체 뭐 하는 곳임?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길래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서 수영장을 만드냐고…….]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딱딱한 바닥을 미친 듯이 파 내려가 아예 수영장을 만들어버린 륀느와 유리아가 보였다.

저들이 일의 발단이었다.

안전을 확보하는 건 좋은데 너무 유능해 버리니 정작 에반젤린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바다를 바라보며 멍 때리는 게 대부분이었다.

한켠에선 점순이가 인상을 팍 찡그린 채 점토를 이용하여 그릇을 만들고 있는게 보였다.

“아! 또 실패했어!”

이를 부득부득 가는 그녀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을 증오하던 그 나비 여제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러네요. 내가 할 게 없으니까 이 무료함을 견딜 수가 없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태블릿의 배터리 충전은 에반젤린이 어떻게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미세한 조절은 쉽지 않지만, 그녀가 발화시킨 뇌전의 힘을 살살 밀어 넣는 것으로 충전을 꼼꼼히 한 탓에 태블릿이 중간에 꺼지는 일은 없었다.

“아가씨 이것 좀 도와주시겠어요?”

그때 수영장에서 헤엄을 치다 나온 유리아가 에반젤린을 불렀고 그녀는 뭔가 할게. 생겼다는 사실에 후다닥 일어났다.

그리고 유리아를 따라간 곳은 륀느가 뚝딱 만들어버린 반지하 창고였다.

“여긴…… 고기를 보관하는 곳이네요.”

“맞아요. 다만 그냥 보관하면 오래 보관할 수가 없어서 마침 암염에서 소금을 좀 구해왔어요.”

그녀는 대체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울퉁불퉁한 소금 결정들을 보여주며 에반젤린에게 내밀었다.

이에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녀는 조심스레 소금을 혀에 데었고 인상을 팍 찡그렸다.

“에 퉤퉤, 너무 짜!”

[소금이 짠 게 당연하지 ㅋㅋㅋ]

[와 보관소 만들어놓은 거 보소. 진짜 어디 생존전문가임?]

“소금에 고기를 진득하게 절여서 고기가 상하는걸 방지할 거랍니다.”

그녀가 커다란 나무 바구니를 꺼내 소금을 붓고 고기를 담그기 시작했다.

보기만 해도 짠맛이 느껴지는 작업이지만 에반젤린은 신기한 듯 그것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그럼 이렇게 하면 상하지 않는 거예요?”

“어느 정도 시간은 벌 수 있을 거예요. 오늘 저녁엔 맛있는 훈제 고기로 가져다드릴게요.”

“벌레는 안 먹어요.”

“흐응…… 맛있는데…….”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그녀를 보며 에반젤린은 거부하지 않았다면 또 밥상에 애벌레가 올라왔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진짜 한 번만 더 애벌레를 주면 정말 화낼 거에요.”

“아가씨. 정말로 이런 상황에 놓이면 그거라도 드셔야 해요.”

유리아가 살짝 훈계하듯 말하자 에반젤린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알고 있지만…… 지금은 아니잖아요. 아빠가 곧 올 거예요.”

“언제까지 은공이 다해줄 거라 생각하시나요?”

문득 유리아가 미소를 지우며 조용히 물어왔다.

그 한마디에 에반젤린은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건…….”

“아가씨. 은공은 아가씨를 많이 사랑해요. 그래서 아가씨가 고생을 하지 않았으면 하고요.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건, 특히 아가씨처럼 사고에 잘 휘말리시는 분이라면 이런 기회를 절대 놓치면 안 된답니다.”

그녀는 능숙한 손길로 고기를 손질하고 캐온 식물을 구분하며 하나하나 에반젤린에게 알려주었다.

“방송을 보시는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이번엔 교육방송이라 생각해주세요.”

[ㅋㅋㅋㅋ 생존 프로그램도 잘 보는데 리얼 버라이어티도 개꿀잼임]

[아니 근데 저렇게 말하니까 유리아 눈나 진짜 개 전문가 같다.]

의외로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방송이 이어지고 약 2일 정도.

유리아와 륀느는 방송을 켜둔 에반젤린을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며 자잘한 지식들과 생각지도 못한 대처법들을 보여주었다.

[리얼 생존 고인물 콘텐츠네.]

[어제 함정 만들어서 동물 잡는 거 보고 개 놀랐자너.]

띠링!

코알라 님께서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말 그대로 고인물 콘텐츠. ㅋㅋ 보통 사람은 절대 못 겪는 일이라 그런가? 왜 이걸 몇 시간째 보고 있냐 ㅋㅋㅋ

여성의 음성이 흘러나오자 에반젤린은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이 기회에 배워두시는 게 좋을 거랍니다.”

“제가 살면서 무인도에 떨어질 일이 있을까요?”

“세상일은 모르는 법이니까요. 은공께서도 언제 한번 아가씨 께 이런 경험을 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셨는데 차라리 잘되었다고 생각하는 게 어떨까요?”

“난 싫어요.”

“하지만 배워둬서 나쁠 건 없겠죠? 아가씨는 이제 보호받는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하셨으니까.”

할말이 없게 만들어버리는 유리아였다.

“스스로 일어서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랍니다.”

그렇게 대답한 뒤 유리아는 정말 생존에 고인물이 된 것처럼 여러 방향으로 새로운 것들을 가르쳐주었다.

고기를 손질하는 법. 얻는 법. 관리, 보관하는 법. 독을 구분하는 법.

그야말로 자잘하면서도 생각지 못한 팁들이 쏟아져 나오는 건 기본이었다.

“다됐어요.”

“그럼 이제 여기 보관 할까요?”

“지금 먹지도 않는데 불은 왜 지피는 거예요?”

“연기를 이용해서 훈제를 하는 거랍니다.”

그녀가 이미 반쯤 완성된 고기 육포를 보여주며 대답했다.

띠링

-아니 고인물 유리아 눈나 그런데 엘프는 고기를 못 먹는 거 아님?

그 질문에 사람들은 문득 자신들이 생각한 엘프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러게 보통은 풀만 뜯고 사는 거 아닌가?]

“채식주의자라…… 맞긴 하죠. 많은 엘프들은 그럴 거예요. 하지만.”

유리아가 싱글싱글 웃으며 대답했다.

“다만 고기 먹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이 맛있는걸 안 먹는 것도 웃기겠죠?”

할말이 없게 하는 대답이었다.

이후 유리아와 함께 보관소에서 빠져나온 에반젤린은 점점 이 생활에 익숙해져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불편하긴 해도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 아가씨. 저는 이걸 요리할 테니 잠시 장작 좀 가져와 주시겠어요?”

“알겠어요.”

뭐든 하지 않으면 답답했던 탓에 그녀는 딱히 거부하지 않고 수긍했다.

그리고 물자 창고로 향했다.

대나무와 흡사한 목재를 이용해 벽면을 만들고 단단한 기둥을 세워놓은 창고는 이게 정말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곳이 맞는지 의심스럽게 만들었다.

“처음엔 정말로 막막했는데요. 아빠도 구하러 오고 있다고 하고 며칠 지내보니까 생각보다 재밌어요. 마치 캠프 온 것처럼.”

그녀의 말에 시청자들이 낄낄거렸다.

덜컹!

그때였다.

아무도 없어야 할 창고에 인기척이 느껴졌고 그녀는 깜짝 놀라 몸을 살짝 낮춘 채 가볼 용신검 트와일라잇을 뽑아냈다.

“방금…… 소리 들었어요?”

모두가 들을 정도로 큰 인기척이었다.

이곳은 주변을 모두 뒤져보아도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였다.

산짐승도 아니고 명백히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질 리가 없었다.

[식인종 아님? 무인도에는 식인종이 있다고 하던데.]

누군가의 질문에 에반젤린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무섭게 그런 소리 마세요.”

그리고는 긴장한 듯 소리 죽여 천천히 걸어 나갔다.

본능적으로 그 인기척이 이전 처음 연결되었을 때와 비슷하다고 느낀 그녀였다.

그렇다면 저 인기척의 주인은 그때 느낀 그 시선의 주인일까.

긴장한 채 천천히 다가간 그녀는 곧 창고 내부에 무언가가 몸을 웅크린 채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거대한 곰 가죽을 뒤집어쓴 그것은 창고 속에 보관해둔 고구마를 까먹고 있었다.

“…….”

침입자. 자신들을 제외한 누군가!

그것을 깨달은 그녀가 순식간에 파고들어 그 외부 침입자에게 검을 겨누었다.

“움직이지 말아요.”

고작 며칠이지만 이 베이스캠프에 점점 정이 붙고 있는 그녀였다.

그런 마당에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소중한 보금자리에 침입자라니.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날카로운 검을 더욱 들이밀며 경고하듯 말했다.

“그대로 물러나요. 그리고 돌아서.”

그녀는 위협하듯 으르렁대며 쏘아붙였다.

그러자 고구마를 주섬주섬 챙기던 존재가 멈췄다.

그리고.

잠시 후 천천히 고개를 돌리려다 강하게 발을 굴렀다.

쿠우웅!!

“꺅?!”

갑작스런 충격파에 놀란 그녀가 비틀거리며 물러나기가 무섭게 놈은 거침없이 나무로 된 창문을 박살 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감히 지금 자신들이 열심히 만들어놓은 것들을 가지고 도망을 쳐?

격분한 그녀는 도망치는 존재를 시야에 담은 채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는.

콰아아앙!!

엄청난 폭음을 일으키며 그대로 추적하기 시작했다.

놈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였다.

하지만, 현재 방송을 통해서 다량의 힘을 흡수하고 있는 에반젤린 또한 만만치 않았다.

“거기 서! 당장 멈추란 말이야!”

격하게 소리치며 쫓아가던 에반젤린의 이마에 실핏줄이 한 가닥 돋았다.

“그래…… 계속 도망친다 이거지.”

그렇게 판단한 그녀는 용신검 트와일라잇을 당겨 베는 듯한 자세를 잡은 뒤 폭발적인 힘을 끌어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도둑을 향해 일격을 쏘아 보냈다.

[중검]

[태산 쪼개기.]

응용된 일검이 쏘아져 나감과 동시에 거대한 한 방이 터져나갔다.

어지간한 침입자라면 절대 견디지 못할.

-뀨.

쩌어엉!!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거대한 곰 가죽을 뒤집어써서 정체를 알아볼 수 없던 존재가 몸을 돌려 거대한 주먹으로 그녀의 공격을 쳐내고는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애써 침입자를 놓쳐버린 에반젤린은 멍하니 놈이 도망친 곳을 바라만 보았다.

[뭐임?]

[방금 방장 공격 쳐낸 거임? 솔직히 너무 빨라서 전혀 인지도 못 했네;;]

[위험한 거 아냐 그섬?]

[리얼로다가…….]

시청자들의 경악과 걱정스런 채팅이 빠르게 올라온다.

하지만 그것을 보던 에반젤린의 입에선 그들의 예상과는 다른 대답이 흘러나왔다.

“내가 이틀 동안 열심히 캔 고구마를 훔쳐가?! 전쟁이야! 전쟁이라고!”

그녀는 씩씩거리며 도망쳐버린 놈을 등지고 걸어 나갔다.

그리고는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소리쳤다.

“전쟁을 할거에요!”

동시에 나무를 손질하던 륀느나 앉아서 과일을 베어 물고 있는 유리아. 그리고 야외 수영장에서 꺄르륵 거리며 수영을 하다가 에린의 눈치를 살피고 떨떠름하게 수영장 밖으로 나온 점순이까지 모두 그녀를 직시했다.

“무슨 뜻이에요 아가씨?”

“침입자! 도둑놈이 있어요! 그 망할 도둑이 내가 열심히 캔 고구마를 훔쳐갔단 말이에요!”

에반젤린은 자신의 행동 변화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