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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88화 (1,188/1,559)

제 1188화

에반젤린에게 있어서 무인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미지나 다름없다.

당연 곰 가죽을 뒤집어쓴 정체 모를 무언가들 또한 그녀가 처음 보는 존재였다.

방해역장이 펼쳐진 것처럼 상대를 파악할 수 없게 만드는 것도 모자라 제압하면 마치 먼지처럼 흩어지니 제대로 조사가 될 리가 없었다.

그런 마당에 준비 없이 이렇게 무리하게 공략을 시작했으니 별의별 일이 터져도 이상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대가는…….

“륀느…….”

륀느의 변질로 이어졌다.

륀느를 포함해 모두의 힘이 약해져 있는 현 상황에서 놈들이 떨어뜨린 어떤 보석으로 인해 륀느가 잠식된 것처럼 변해버렸다.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현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을 테지만 현재 에반젤린의 생각으론 그 정도로 정교한 분석이 불가능할 정도로 다급했다.

터엉!!

기이하게 생긴 갈고리를 한 손에 들고 나머지 한 손에 라이트 세이버를 든 륀느의 표정은 평소에도 무감각한 표정이었지만 현재는 더욱 싸늘하고 냉정해 보였다.

누가 봐도 잠식된 그녀가 에반젤린을 적대하는 모습이었다.

차르르륵…….

이윽고 갈고리의 손잡이 끝에 달린 긴 사슬이 바닥을 끄는 소리를 냄과 동시에 륀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찰나의 순간 에반젤린이 눈을 크게 뜨며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륀느를 올려다보았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갈고리를 내리찍는 그녀를 보며 에반젤린은 황급히 검을 올리듯 갈고리를 막아냈다.

당연히 륀느의 무기는 갈고리뿐만이 아니었기에 첫 번째 공격이 가드 당하자마자 라이트 세이버를 크게 휘둘러 들어왔다.

하지만 륀느의 라이트 세이버가 에반젤린에게 닿지는 못했다.

순간적으로 에반젤린이 방출한 피어가 그녀의 몸을 강제로 경직시켰기 때문이었다.

콰앙!!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륀느를 떨쳐낸 에반젤린은 재차 치명타를 가할 수 있었음에도 한발 두발 물러났다.

도저히 그녀를 공격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신 차려 륀느!”

그녀는 애타게 륀느를 부르며 그녀가 정신 차리기만을 바랐다.

물론, 륀느의 입장에선 아주 좋은 청신호일 수밖에 없었다.

에반젤린이 쉽게 덤벼들지 못하고, 자신은 시간만 끌면 되는 현 상황에 더 복잡하게 신경쓸 것도 없었다.

요지는 적당히 대치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며 버티는 것.

그것이 미식연구회가 내놓은 최후의 계책이었다.

마침 표정이 없는 연기는 연기가 아닌 륀느인 만큼 이보다 쉬운 일 또한 없었다.

륀느의 사고 연산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에반젤린의 성격과 그녀의 현재 무력을 빠르게 계산했고, 어느 정도로 난동을 부려야 하는지 확연하게 계획을 수립했다.

물론 그 사실을 모른다면 상황이 굉장히 심각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륀느…….”

손을 파르르 떨며 에반젤린이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는 이내 무언가를 결정한 듯 고개를 들었다.

“나중에 꼭 고쳐줄게.”

어? 이게 아닌데?

에반젤린의 성격상 절대 륀느를 격하게 공격하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작정하고 륀느의 일부를 부술 결의를 하는 모습을 보이니 셋의 입장에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할 거야.

점순이가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 한쪽 벽면에 기대듯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유리아에게 신호를 보내자 유리아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리고는 시계를 슬쩍 꺼내 시간을 확인한 뒤 화끈하게 질렀다.

-힘을 더 발휘하면 들킬 수가 있어요. 힘내세요.

그 힘내라는 한마디가 함축한 의미는 간단했다.

적당히 싸우다가 신나게 맞으라는 소리였다.

…….

무표정한 얼굴 너머로 분노가 느껴질 정도의 시선을 보내는 륀느였지만 이내 그 기색을 지웠다.

그리고는 에반젤린을 향해 맹렬하게 덤벼드는 시늉을 했다.

쾅!! 쾅!!

에반젤린과 륀느가 이토록 작정하고 싸운 적이 있던가.

아마 없었을 것이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륀느는 위험한 공격을 하는 척하면서도 에반젤린이 절대 다치지 않게 만들었다.

몰래카메라니 뭐니 했지만 이번 일은 에반젤린의 본능을 깨워주기 위한 작업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다칠 수도 있다지만 륀느의 입장에서 그녀가 다치는 꼴을 보고 싶진 않았다.

콰앙!!

결국, 그런 틈 아닌 틈을 계속 만들어낸 륀느의 패배는 정해진 미래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에반젤린이 뿜어낸 브레스를 일부러 피하지 않고 직격당한 륀느는 그대로 파고드는 에반젤린의 반 현신화한 거대한 앞발에 직격당했고 그대로 벽면에 처박히듯 고정되어버렸다.

“커헉!”

큰 타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륀느는 일부러 신체 내부의 일부를 파손시켰고 그대로 피를 울컥 토해냈다.

“륀느!”

에반젤린이 쓰러진 륀느의 곁으로 다가온다.

-더는 못 버텨.

점순이가 눈치채고 륀느의 주변에 구현해두었던 것들을 모두 해제했다.

검은 복장에 검은 방어구, 그리고 륀느의 뺨에 생긴 검은 문양까지 모두 지우자 륀느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며 고통스러운 듯 기침을 했다.

“륀느! 정신이 들어? 응?!”

“아…… 아아…… 에반젤린…….”

륀느는 마치 다 죽어가는 이 마냥 고통스러운 흉내를 내며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륀느가…… 잠식을 낮게 평가…… 륀느의 성능을 낮게 평가…….”

“그런 말 하지 마! 무리하게 일을 진행한 건 결국 나였잖아!”

“에반젤린……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보고해.”

힘겹게 말한 륀느가 피가 묻은 손으로 에반젤린의 뺨을 쓰다듬었다.

“일단 돌아가자. 치료하면…….”

고개를 저어 보인 그녀가 공허한 푸른 눈동자를 뜬다.

“륀느의 상태는 륀느가 가장 잘 파악한다고 보고해. 약 3시간 정도의 수복 후에 다시 운신할 수 있다고 분석.”

“하지만 유리아 언니나 점순이도…….”

“에반젤린.”

그녀의 말을 끊은 륀느가 입가를 파르르 떨었다.

마지막 완성을 위해서 이까짓 거. 못 해줄 게 없다.

쓰러진 그녀가 양쪽 검지 손가락으로 입가를 끌어올리는 시늉을 했다.

무표정한 얼굴에 아름다운 미소가 걸쳐진다.

“륀느는 괜찮다고 보고. 에반젤린은 어서 위로 올라가는 게 현명하다고 분석.”

그녀의 대답에 에반젤린은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는 륀느는 마치 곧 죽을 사람 같았다.

“륀느는 절대 죽지 않아.”

“여기서 기다려. 내가 위로 가서 그 자식들 전부 부숴버릴 테니까.”

결연한 표정으로 에반젤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거니와 지금 상황에서 가장 올바른 건 사실 에반젤린이 륀느와 둘을 데리고 돌아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에반젤린의 본능은 완성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이 되지 않고 있었다.

이윽고 륀느는 바닥에 떨어진 용신검을 가리켰다.

“무운을.”

그 한마디에 에반젤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용신검 트와일라잇을 들고 빠르게 통로 위쪽으로 향했다.

그녀가 사라진 직후.

고요한 침묵 속에서 륀느가 벌떡 일어났다.

-임무완수.

그 한마디에 쓰러져 있던 점순이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거. 깜짝 이벤트 두 번 했다간 진짜 유혈사태 벌어지겠네. 그런데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사실을 알면 그 꼬맹이 절대 그냥 안 넘어갈 거 같은데.”

“괜찮답니다.”

유리아가 빙그레 웃었다.

“아가씨는 그동안 저희 미식연구회. 많이 괴롭혔잖아요?”

멀쩡하게 일어난 유리아가 손으로 옷가지를 툭툭 털었다.

“자 그럼 저희는 천천히 뒤따라갈까요?”

좀전의 절박한 싸움 따위는 사실 거짓말이었다고 말하듯 그녀의 행동은 가볍기 그지없었다.

* * *

길게 이어진 통로를 타고 위로 올라선 에반젤린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이들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욱 속도를 올렸다.

그리고 동굴을 빠져나온 그녀가 본 것은 거대한 저택의 모습이었다.

여긴 대체 무엇일까.

자신들을 습격한 그 곰 가죽들은 뭐하는 존재들일까.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오갔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난 에반젤린이야. 에반젤린 올 라운이라고.”

그녀의 눈동자가 자색으로 일렁였다.

“왼쪽 뺨을 맞으면 오른쪽 강냉이를 다 뽑아버리는 게 바로 나라고!”

이곳이 무엇이건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녀는 그동안 모아온 모든 힘을 모조리 방출하며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문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는 힘을 끌어올려 거대한 문을 강제로 밀어젖혔다.

그그그그그그극!!!!

하지만 문은 어떤 특수처리가 되어있는지 열리지 않았다.

“이익! 열리라고!”

하지만 문은 단단하게 고정되어 열리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도 열리지 않는 문을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 이런 곳이 다 있단 말인가.

순간 두려움이 짓쳐들어왔다.

이안에 있는게 혹여 그녀가 감당하지 못할 존재라면 어떻게 되는 건가 하는 두려움이었다.

그때였다.

끼익?

“엥?”

밀고 있던 문을 가볍게 잡아당기기가 무섭게 조금 전까지 단단하게 버티던 문의 무게는 거짓말이라고 말하듯 열리기 시작한다.

그제야 그녀는 이 문이 미는 문이 아니라 당기는 문임을 인지했다.

“…….”

얼굴이 새빨개져서 시선을 둘 곳이 없어진 느낌이었다.

“아니야. 이게 아니야.”

그녀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보물고 바로 위에 이런 저택이 있는 것에 대해 더욱 수상히 여겨야지 이런 사소한 일에 부끄러워할 틈이 없다.

그렇게 생각한 그녀가 천천히 문을 열었다.

문 너머엔 어떤 빛도 보이지 않는 어둠만이 깔려 있었다.

그녀의 시야로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

딱히 위험한 살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걸음을 내디뎠다.

금방이라도 공격에 대비하고 반격을 가할 준비를 하면서.

그렇게 긴장감이 터질 것처럼 증폭되고 검은 공간 안에서 그녀의 인내심이 점점 바닥을 드러내려던 찰나였다.

타악!!

갑작스런 소리와 함께 공동 내부가 환하게 비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내부의 모습을 본 에반젤린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딴~ 따라라, 따라라.

동시에 뒤쪽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자 좀전까지 죽어가던 륀느가 멀쩡한 모습으로 기계음을 내며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게 보였다.

“……이게 무슨…….”

당황한 그녀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시야에 비친 것을 담았다.

커다란 풍선을 양손 가득 쥐고 서 있는 청단이 홍단이. 그리고 한켠에 서서 웃고 있는…….

“아빠?”

그녀는 현재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

[???]

에반젤린의 힘을 유지시켜주는 방송을 끄지 않은 탓에 그 모습을 모두가 보게 되었다.

“생일 추…… 추…… 추카합미다!”

이윽고 청단이가 운을 떼듯 소리치자 홍단이가 눈을 흘겼다.

“바보야! 생일 추카가 아니랬서!”

“으…… 으응…… 하지만 생일 파티 같은데에…….”

“아무튼, 그런 파티가 아니라고 했서!”

투덕대는 두 쌍둥이를 보던 그녀의 시선이 다시 데이비에게 향한다.

“아빠……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그 물음에 데이비가 빙그레 웃었다.

“뭐긴 뭐야. 깜짝파티지. 너 오늘 무슨 날인지 모르지?”

그 한마디와 함께 주변에 정령들이 날아다니며 아름다운 절경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럼…… 그 곰 가죽들은…….”

그 말에 데이비가 고개를 까딱이자 한켠에서 곰 가죽을 뒤집어쓴 존재가 우수수 나왔다.

그리고는 이내 가죽을 벗어 던졌다.

그 안에서 나온 것은 새하얀 근육을 자랑하는 기괴한 토끼.

보팔레빗이었다.

“그…… 그러니까 그게 전부 거짓말이라고…….”

“그래.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지만 정말 잘해줬어. 아빠는 네가 자랑스러운…….”

두두두두…… 콰아앙!!

그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순식간에 데이비를 향해 달려든 에반젤린이 그대로 그의 배에 미사일 드롭킥을 꽂아버렸기 때문이었다.

현 상황이 뭐가 되었건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았다.

현재 그녀가 하고 싶은 한마디는 간단했다.

“아빠 미워!!!”

멀찍이서 상황을 관망하고 있던 일리나가 조심스레 말한다.

“언니. 우리는 안 나가서 다행이죠?”

“그래서 데이비만 보낸 것이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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