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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225화 (1,225/1,559)

제 1225화

소멸한 타나토스의 잔재가 말했던, 심장을 교체하는 도중에 생길 재앙은 여지없이 나차 제국을 포함한 세 개 차원 곳곳에 미쳤다.

그 시작은 인간의 분포가 적은 곳부터 시작되었다.

오랜 시간 잠들어있던 화산이 갑작스레 대분화를 일으키며 일대 수십 킬로미터를 화산재로 가득 메운다.

잔잔하던 바다가 요동치며 2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해일을 만들었고 인근 지역을 모조리 덮어버리며 재앙을 불러왔다.

물론, 자연재해 자체는 흔히 볼 수 있는 정도였다.

피해가 있으나 극심한 피해를 불러올 정도로 대비가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대도시, 나차 제국의 수도에서부터 발생했다.

“아…… 아아…….”

검게 변질된 하늘은 마치 일전에 데이비가 황실로 찾아와 하늘을 잿빛으로 만들었을 때와 비슷했다.

하지만 단순히 위협이었던 그때와 다르게 지금은 실체를 가지고 주변을 뒤바꾸고 있었다.

검게 물든 하늘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위험해 보였다.

서서히 하늘에서부터 갈라지며 부서지는 하늘은 그야말로 종말을 목도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붕괴 현상은 수도의 하늘을 시작으로 사방으로 뻗어져 나갔다.

심지어 사람이 있는 지상까지도.

당연 이 같은 상황에 사람들은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하늘이 갈라지고 무너진다!

파란 하늘 따위는 마치 환상이었던 것처럼 잿빛으로 무너지는 하늘을 보며 사람들은 절망에 빠졌다.

하강기류가 퍼져나가듯 천천히 내려오는 종말은 끔찍한 두려움을 불렀다.

그런 종말의 현상은 급기야 가장 높은 시계탑에 닿으면서 위기를 고조시켰다.

오랜 시간 나차 제국의 수도에서 자리를 지켜온 시계탑의 꼭대기가 마치 먼지처럼 흩어지며 분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건물도 저 지경인데 생명체라고 다를까.

사람들은 저것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걸 떠나 지상에 닿는 순간 진짜 지옥도가 펼쳐지리라.

“마치 모든 것을 지우는 지우개 같네요.”

도망친다 한들 어디까지 도망칠 수 있을까.

검으로 어찌할 수 없다. 마법으로는 잠깐 시간을 끄는 정도이지만 힘이 턱없이 부족했다.

대체 이걸 어떻게 버티라는 건지.

뮤린 황녀는 속으로 꿍얼거리면서도 피해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마법사들의 증원은 아직인가요?! 필요하다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어요! 모조리 동원하세요!”

“하오나 황녀저하! 이미 대부분 마법사들이 동원되었습니다. 경계를 하고 있는 마법사까지 차출하는 건…….”

“여기서 저걸 못 막으면 인간끼리의 전쟁이 무슨 소용이죠?! 당장 움직이세요!”

그녀의 외침에 같이 회의를 하고 있던 저항군 세력이 이죽거렸다.

“겁이 없소 황녀? 지금 이 상황에 우리가 무력 항쟁을 시작하면…….”

“그렇게 어리석은 분들이 아닐 거라 믿습니다.”

그녀가 당당하게 말했다.

“잘 들으세요. 지금 심장부에서 외부에서 온 사람이 우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아무 관련 없고, 심지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적이었던 사람입니다! 실제로 그는 자기 세상으로 돌아가면 그만이에요, 그런 사람이 이곳의 사람들을 죽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요!”

그녀가 외쳤다.

“그런데 아직도 이권 싸움이 중요합니까?”

뼈를 찌르는 한마디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정작 관계없는 사람조차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정작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이들이 내분을 일으키는 건 너무도 어리석은 짓이었다.

“싸움, 인권 다툼은 후에 미루죠. 지금은 다 같이 살아남아야 할 때입니다.”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 말에는 동의한다.”

“믿음에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심상찮아요. 저희가 확산을 막는 동안 몬스터들을 저지해주세요.”

“웃긴 일이군.”

황제와는 완전히 다른 황녀의 행동에 처음 반신반의했던 이들도 서서히 손을 거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거론 부족했다.

마법사들의 마나는 시시각각 떨어져 탈진하기에 이르렀다.

본래라면 오래 버티지 못할 저항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버틸 수 있는 것은 가장 중앙에서 막대한 빛을 내뿜고 있는 백색의 천사 때문이었다.

하늘거리는 바람 속에서 머리카락을 옅게 흩날리며 귀에 들리지 않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여성.

한때 마녀라 불렸으나 그 본질은 그 어떤 것보다 순수하고 백색을 띠는 새하얀 천사. 레이나였다.

그녀가 내뿜는 막대한 신성력은 놀랍게도 모두의 활력을 상승시키며 붕괴의 진행을 엄청난 힘으로 억제하고 있었다.

정작 외부 이방인이 이토록 노력하는데.

집주인이 아무것도 안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슈네리아는 고작해야 기적 같은 눈만 가진 자신을 원망했다.

자신에게도 힘이 있었다면 저들을 도울 수 있었을 텐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붕괴가 시작된 첫날에 비해 며칠간 엄청난 속도로 증식속도가 늘고 있었다.

그만큼 모두가 떠안는 부담은 상상을 초월했다.

“슈네리아 성녀 후보.”

“…….”

“여기서 탈출하세요.”

“황녀님은…….”

“수도가 날아가면 모든 게 끝입니다. 나는 이곳의 이들과 함께 하겠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 저라고 다른가요?!”

“아무리 성흔을 온전히 물려받지 못했어도 당신은 성녀 후보가 아니었나요?”

뮤린 황녀는 놀라울 정도로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았다.

“혈통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나와 달리 당신은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도망치세요.”

그녀의 말에 슈네리아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싫어요!”

한때 적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녀는 뮤린 황녀의 외침을 무시한 채 빠르게 달려나갔고 이내 광장까지 뛰쳐나갔다.

“아아아…….”

“끄아아…….”

끔찍한 비명이 사방에 울려 퍼진다.

마나 탈진으로 사망한 이도, 당장 상태가 위험해 보이는 이도 존재했다.

많은 전쟁을 봐왔지만, 이토록 무력하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오. 이토록 참혹한 것도 처음이었다.

“재앙이야…… 신께서 노하신 거라고.”

“젠장…… 이젠 다 끝났어. 자연재해를 인간이 어떻게 막아.”

“아무리 천사님이 강림하셨다지만.”

한때 마녀라 불렀던 레이나가 새하얀 빛의 날개를 펼치고 신성한 힘을 내뿜는 것을 보면 누가 봐도 그녀를 마녀가 아닌 천사로 생각할 것이다.

그녀는 이 사태가 벌어진 처음부터 쉬지 않고 모두를 지켜주고 있었다.

“아아…….”

후방으로 빠진 이들의 얼굴엔 절망이 가득 했다.

말없이 주저앉아 결계를 펼치는 마법사들과 하늘에서 쏟아지는 재앙을 바라보던 그녀는 경기를 일으키듯 양손을 꼭 끌어모았다.

사람은 모두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녀 후보랍시고 고작 보이는 눈을 지닌 그녀에게 있어서 지금 상황에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건 아니다.

오래전 그녀가 봐온 성서에는 성녀 후보가 기도를 올려 하늘을 열고 축복을 내렸다는 이야기도 많이 본 적이 있었다.

그녀가 아는 역사에서 진짜 성녀는 단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었지만 말이다.

멍하니 한발 두발 걷는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고통스러운 비명이 입체적으로 빙빙 돌며 그녀를 괴롭혀왔다.

새하얀 옷은 이미 흙으로 인해 더러워졌음에도 그녀는 멈추지 않고 걸어 나갔다.

그리고.

마법사들이 이를 악물고 결계 마법을 유지시키고 있는 곳에 다다랐을 때.

그녀는 털썩 무릎을 꿇고 앉으며 중얼거렸다.

[자애로우신 신이시여. 당신의 성녀 후보로 간택된 슈네리아 레켄이 이리 비옵나이다…….]

그녀는 눈물을 한 방울 떨어뜨리며 성서에 있던 역대 성녀 후보들의 기도를 읊기 시작했다.

[당신이 선택한 성녀 후보라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재앙을 막을 힘을 내려주세요.]

[당신이 선택한 성녀 후보라면, 주변에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더는 없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녀의 기도에 영향을 받은 것일까.

그녀가 지니고 있던 어느 정도 양의 신성력이 흘러나왔지만 그건 일반적인 사제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손이 찢어질 것처럼 강하게 모아 쥐고 기도를 읊지만, 그녀의 힘은 너무 미약했다.

고작 그 정도 간절함으로 은총을 바라는가. 아직 자격이 부족하다 라고 모질게 말하는 것처럼 그 어떤 기적도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못 한다는 무력감에 그녀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녀의 귓가에는 비명과 더불어 이제는 죽어 영혼이 된 자들의 절규까지 들려왔다.

보통 혼은 죽어서 바로 어디론가로 인도되는데.

죽은 영혼들은 어째서인지 제대로 승천하지 않고 남은 인간들에게 들러붙어 그들을 방해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것들을 눈으로 보는 그녀의 얼굴에 슬픔과 좌절이 어렸다.

응답하지 않는 신이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동시에 그녀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다.

[기도했잖아요.]

[왜 무시해요? 내가 우스워요?]

[당신이 나를 선택했잖아. 그럼 내가 뭐라도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논리도 없는 투정.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몸 어딘가에 뜨거운 감촉이 느껴졌다.

“읏?!”

상상 이상의 화끈거림에 그녀가 인상을 쓰며 몸을 웅크렸다.

단순한 아픔은 아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몸에 느껴지는 열기가 무엇인지를 말이다.

신의 흔적.

신이 내려주는 하나의 보증수표인 성흔을 말이다.

동시에 그녀의 몸에서는 이전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막대한 신성력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신이시여. 가엾은 어린양들을 구원하시옵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생전 한번 읊어본 적도 없는 기도를 읊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가 답을 머릿속에 때려 박는 듯한 몽롱한 상황 속에서 그녀의 기도가 이어질수록 그녀의 몸에서 더욱 많은 신성력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변화를 모여서 결계를 펼치던 수백의 마법사가 바라보았다.

“저 사람은?”

“슈네리아 영애…….”

사람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신성함을 느끼게 만드는 그녀의 기적을 보며 신기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몸이…….”

부상을 입은 이들이 회복된다.

탈진하는 이들의 몸에 활력이 돋는다.

그녀의 신성력은 레이나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방향으로 모두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녀가 만들어낸 힘의 장막이 결계 바깥쪽으로 퍼져나가면서 모든 것을 보호하듯 감싸기 시작했다.

백신을 맞고 튼튼해진 사람마냥 다시금 힘을 되찾는 결계는 아까처럼 밀리지 않고 자리를 유지하며 붕괴를 버텨내기 시작했다.

“기…… 기적이다…….”

“신께서 기적을 내렸다!!”

본디 신을 믿지 않는 것이 마법사라 하였던가.

그럼에도 그들은 눈앞에서 보이는 현상을 기적이라 칭했다.

슈네리아 레켄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지만, 그녀의 등 뒤로 돋아난 거대한 백색의 날개 한 쌍은 그녀를 더없이 성스러운 성녀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심지어 상황을 지켜보며 표정이 풀어질 줄 몰랐던 뮤린 황녀조차 눈을 크게 떴다.

절망이 희망으로 변하고 하나의 가능성으로 변하는 건 한순간이었다.

하지만.

그중에서 유일하게 그녀를 곱게 볼 수 없는 이가 있었다.

‘내 사람인데…….’

그의 신성과 이어져 있는 인간은 오로지 자신뿐이었는데.

천족 레이나.

그녀는 슈네리아가 받은 성흔이 누구의 것인지 바로 알아챘다.

그 이유는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힘이. 신력이 묻은 신성력이 누구의 것인지 바로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데이비 올 라운.

그녀를 정말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인물의 힘이었다.

그녀 자신은 데이비의 천사가 된 만큼 그것을 못알아 볼 리가 없었다.

천사에 이어서 이제는 성녀까지.

데이비가 신격을 얻은 것은 알지만 괜히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오로지 나만 그 사람을 모시는 거였는데…….”

알 수 없는 생각이 내면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온다.

륀느도 데이비의 신력을 받아 세피로스화 할 수 있지만, 그녀의 본적은 어디까지나 넬타리드였다.

즉. 온전히 데이비의 소속인 것은 레이나가 전부였다.

그녀는 자신이 질투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나만 그 사람을 모실 수 있는데…….’

천사의 질투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잠들어버린 신이 어떻게 성흔을 유도했는지는 사실 상관없었다.

여신이라면 잠들기 전에 슈네리아에게 흔적을 남겨놓았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불만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는 슈네리아라는 성녀가 데이비의 성흔을 물려받았다는 사실과 이전 그를 보호하던 자신의 기억이 뒤섞이며 불온한 생각이 들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데이비의 부탁에 따라 며칠 동안 대륙의 심장이 교체되는 동안 인간을 지키면서 육신이 지치는 것도 지금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지금은…….

독점하고 싶은 그 사람이 계속 누군가와 연을 만드는 것을 보며 질투심이 더욱 짙어졌다.

‘당신의 종속은 나뿐인데. 왜 나 말고 자꾸 다른 이를 들이는 거예요? 나만 보면 안 돼요?’

연인으로서 그의 곁에 있는 건 생각지도 않았다. 하지만. 종속이라면. 이 세상에 유일한 그의 종속 천사라면 오로지 그녀만의 것이다.

마치 고장 난 영상이 계속 반복되듯 그녀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나만 보면…….]

[나만 보면…….]

[나만 보면…….]

[이게 다 너무 잘나서 얼굴에 낙서라도 해서 못생겨 보이게 만들면…….]

그렇게 말하던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흠칫 몸을 떨었다.

“내……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녀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생각이 미친 결과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내면에서 검게 변하는 일부를 노려보다 그대로 방출해버렸다.

“쿨럭!”

동시에 성흔을 이제 이어받아 마구잡이로 신성력을 흩뿌리고 나쁜 기운을 빨아들이는 슈네리아가 그걸 먹어치운 뒤 깜짝 놀라 기침을 토해냈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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