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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267화 (1,267/1,559)

제 1267화

코오나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신성 그룹 내에 계약한 각 여러 국적의 각성자들과 활동하는 편이었다.

개중에서는 그녀와 같은 일본 출신도 있고, 한국 출신. 미국 영국 카자흐스탄 태국. 네덜란드 등등. 범국가적인 각성자들이 많았다.

애초에 신성 그룹 자체가 한국에서 시작되었어도 그 뿌리 자체는 어느 나라에도 깊게 두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 힘들어…….”

태국 출신의 각성자 나나가 어눌하지만 제법 익숙해진 듯한 한국어로 말했다.

나나의 경우 태국에서 한국으로 이민을 온 케이스이기도 했고, 한국어를 오래전부터 배워온 바가 있었기에 더욱 잘하는 편이기도 했다.

“얼른 가서 샤워하고 푹 쉬고 싶다.”

차량 조수석에 올라 기지개를 켜는 나나의 푸념에 코오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말했다.

“나나, 안전벨트.”

“나 방어계열 육체 각성자야. 이걸로 들이박고 튀어 나가도 크게 안 다쳐.”

심드렁하게 말하지만, 코오나는 은근히 고집이 센 편이었다.

“속도 줄인다?”

“아……알았어, 기지배 성질하고는…….”

한숨을 내쉬는 그녀의 행동거지에 코오나는 다시금 속도를 올렸다.

이전 초단이를 데려다줄 때도 사용한 차로 예전엔 한국 도로가 일본의 도로와 느낌이 달라 상당히 어리어리하게 굴었지만 제법 익숙해진 셈이었다.

“그런데 코오나 요즘 만나는 남자는 없어?”

나나의 질문에 코오나가 잠시 멈칫했다.

“없어.”

“흐음…… 그래? 있는 거 같긴 한데. 네가 없다면 없는 거겠지. 난 요즘 아주 행복한데.”

나나는 제법 싹싹한 말투에 예쁘장한 외모 때문에 각성자 전담팀 내에서도 제법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그 때문일까, 그녀는 제법 인기가 많았다.

“남자친구가 조만간 둘이서 여행 가자고 하던데. 어디가 좋을까?”

살살 놀리듯 물어오는 행동거지에 코오나는 묘하게 심정이 비틀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마음은 곧 육체에 드러났다.

부우우웅!! 끼익!!

“꺄악!”

갑자기 핸들을 확 꺾어서 차를 휘청거리게 만들자 나나가 비명을 지르며 양손이 닿는 곳을 꽉 잡았다.

“미……미쳤어?!”

“미안. 실수했네.”

“실수는 얼어 죽을!”

씩씩거리며 말하던 그녀였다.

“내가 모를 거 같아? 배 아프니까 심술부리는 거잖아.”

“알면 조용히 해줘.”

코오나의 담담한 대답에 나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러났다.

“하여튼 애교라곤 쥐뿔도 없는 기지배 같으니. 일본 여자들은 애교가 많다던데 널 보면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인가 보다.”

굳이 말대꾸를 해줄 필요는 없었다.

차량 한 대도 없는 고요한 도로를 내달린다.

나나는 흥미가 떨어졌는지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두리안 톡을 날리기 시작했다.

반면 코오나는 조금 전 그녀가 했던 말 때문에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녀는 본국에 있을 때 약혼 관계로 묶여 있던 사람이 있었다.

지금은 아무 관계도 아닌 존재가 되었지만, 그의 존재가 그녀의 생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것도 사실이기에 딱히 누군가와 사귀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을 품은 적은 없었다.

물론, 이제는 원하는 대로 살아라 라고 말하던 그 사람 때문에 생각을 바꾸고자 노력은 하고 있지만 말이다.

좋아하는 사람이라.

문득 주변에 괜찮은 남자들을 떠올려보던 코오나는 어떻게 분석해봐도 대부분의 남자들이 눈에 차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직 어린 나이도 한몫했지만 연애라는 건 결혼과 다르기에 코오나라고 해서 손도 대지 못할 금단의 영역이 아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다시금 생각해보던 그녀는 문득 한 남자를 떠올렸다.

검은 머리카락에 붉은 눈동자. 거기에 상당히 장난기 서린 미소를 달고 사는 남자.

그쯤 생각이 미친 코오나는 갑작스런 경기에 몸을 부르르 떨며 잠시 차를 세웠다.

“읏! 또 왜!”

“아……아무것도 아니야.”

“음? 뭔가 이상한데? 괜찮은 거 맞아? 혹시 몬스터의 독에 당한 거 아니야?”

“난 독에 면역력이 강한 거 알잖아.”

“이상한데? 몸에 열도 많이 나고 얼굴도 새빨갛고.”

의아해하는 그녀는 갑자기 코오나가 흠칫 놀라며 물러나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을 크게 떴다.

“티, 티오니스 성자!”

저 멀리서 누군가가 느긋하게 걸어오는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사람 하나 없는 인적이 드문 도로. 이곳에서 그가 나타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멍하니 있던 찰나. 어느새 차량 앞까지 다가온 그는 빙그레 웃으며 코오나에게 말했다.

“어디 갔다 온 거야?”

“아! 몬스터 토벌이요. 그런데 애 여긴 무슨 일로?”

“널 만나러 왔지.”

“저……저를요?!”

코오나의 이상행동에 나나는 묘한 표정으로 그녀와 티오니스 성자를 번갈아 보았다.

“안녕하세요. 나나라고 해요.”

“반갑습니다. 그보다. 코오나. 해태를 좀 빌려줄래?”

해태라는 말에 뭔가 기대하고 있던 코오나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찡그려졌다.

“해태?”

“어.”

“그…… 저한테는 할 말 없으시고요?”

“혹시 불편한 게 있나?”

여지가 전혀 없는 질문에 코오나는 말없이 데이비를 노려보았다.

지금 타고 있는 차도 데이비가 준 것이고, 지금 있는 이 자리도 사실상 데이비 덕분에 얻은 자리였다.

하지만. 코오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이런 게 아니었다.

그리고는 손에 힘을 모아 작은 인형 같은 것을 소환한 뒤 그에게 내밀었다.

“제 후원자가 되어주기로 하셨잖아요.”

뭔가 불만이 서린 말투였지만 데이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제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는 알고 계세요?”

“음?”

“제가 아무 남자나 만나도 신경이나 쓰시나요?”

그녀의 질문에 데이비는 심드렁하게 코오나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꾹꾹 눌렀다.

처음엔 생각지도 못했던 행동이지만 이 행동은 코오나를 폭발하게 만들었다.

“애 취급하지 마세요!!”

결국 폭발한 그녀가 소리를 내지르며 그의 손을 쳐냈다.

주변 분위기가 몇 도는 차가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는 당신의 인형일 뿐이죠?! 수집품에 불과하냐고 물었어요!”

“야.”

다시 뻗는 데이비의 손을 격하게 쳐낸 코오나가 그를 노려보았다.

당연히 이 상황을 보는 나나로썬 경악하는 얼굴이었다.

“제 후견인이 되어준다면서요.”

영체로 된 작은 호랑이를 품에 안은 채 데이비는 코오나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죄송해요…… 가보겠습니다. 해태와 할 이야기가 끝나시면 그냥 놔주시면 돼요. 저는 언제든 그를 불러낼 수 있으니. 어리광을 부려서 죄송합니다.”

원래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터지는 게 더욱 큰 법이었다.

돌아서서 성큼성큼 차에 올라타는 코오나를 보며 눈치를 살피던 나나는 이내 보조석에 올라 고개를 까딱였다.

부웅!! 끼이이이익!!

거칠게 운전하며 데이비를 지나쳐 가버리는 코오나의 행동에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정작 아이처럼 관심을 주면 너무 애 취급하는 것 같아 일부러 독립성을 길러주었건만. 그녀는 애 취급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자신에 대해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니. 뭐 어쩌란 건지 모르겠네. 하나만 해, 하나만…….”

애 취급하지 말라면서 애 취급을 바라는 기묘한 현상. 혹여 잘못 생각하고 있나 싶은 마음이었다.

“애 키우기 쉽지 않네.”

* * *

코오나가 화를 낸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아마 후견인으로 있어 준다고 했으나 정작 그녀의 곁을 지켜주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손은 여기저기 벌려놓고 회수도 똑바로 못하는 꼴이라니. 페르세르크가 보았다면 한참을 웃었을 것이다.

“아하하하하!!! 하하!”

이미 내 어깨 위에 앉아 웃고 있구나.

임신 때문에 몸이 약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던 때와 달리 그녀는 이미 산후의 후유증까지 딛고 일어선 지 오래였다.

그녀 특유의 회복력에 내 회복마법까지 더해지니 사실상 후유증이 없는 수준이나 다름없었다.

“그것참 당돌하구나.”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 위에 앉아 중얼거리는 그녀의 표정엔 즐거움이 서려 있었다.

“넌 걔가 이해가 되냐?”

“말 뜻 자체는 이해를 했음이지.”

그녀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히려 그대가 이해를 못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무슨 말인데. 애 취급하지 말래서 일부러 믿고 스스로 할 수 있게 지켜봐 줬잖아.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코오나가 말한 애 취급하지 말라는 건, 그런 게 아니야. 데이비.”

그 말에 내가 의문을 보이자 그녀는 가볍게 내 어깨 위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말했다.

“이제 자기도 다 컸다는 거야.”

“아니 그러니까.”

“꼬맹이가 아니라, 한 명의 여성으로서.”

그 말에 입을 다물었다.

이에 페르세르크가 손가락을 튕기자 주머니 속에 있던 스마트폰이 멋대로 떠올라 펼쳐진다.

“호오…… 이거 보시게.”

사줬던 차량에 앉아 어색한 얼굴로 사진을 찍어 보낸 코오나의 모습이 보인다.

“이래도?”

“조용히 하자.”

할 말이 없어지니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건 침묵뿐이었다.

“어찌 재미있지 않을 수가 있겠나.”

“해태.”

내 부름에 마치 인형처럼 가만히 있던 새하얀 호랑이가 고개를 들었다.

인형처럼 가만히 있던 녀석이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이것은 코오나가 자신의 힘을 성장시켜 신수 해태를 불러내 형태를 고정시켜놓은 것에 불과했다.

오래 현신시켜둘 순 없겠지만 적어도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데엔 문제가 없으리라.

녀석은 내 품 안에서 풀쩍 점프해 착지하고는 적당히 거리를 벌린 채 바닥에 추욱 늘어지듯 앉았다.

-하고 싶은 말이 뭔가.

뭔가 굉장히 기분이 나빠 보이는 해태의 물음이었다.

놈은 내가 계약한 다른 신수들과 달리 코오나에게만 관심을 보였다.

“왜 기분이 나빠 보이는데?”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내 계약자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는 원인과 친하게 지내야 할 이유라도 있나?

조금 전 코오나가 격할 정도로 화를 냈던 사실을 그도 보았을 터였다.

“좋아. 우리 간단하게 필요한 정보만 주고받자고. 얼마 전에 꿈을 몇 개 꿨거든.”

그 말에 심드렁하게 있던 해태가 나를 올려다본다.

-꿈이라는 건 있다가도 없는 덧없는…….

“예지몽이 맞는지 확인해봐.”

내 말에 해태가 침묵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며 자신의 앞발을 하나 들었다.

그리고 내가 내민 손 위에 제 앞발을 올리더니 이내 푸른색의 막대한 기류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해태의 힘은 곧 내 전신을 휘감았고 뭔가 간섭하려는 듯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미쳤냐며 쳐냈어도 이상하지 않을 현상이지만 나는 거부하지 않고 녀석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을까. 내가 꾼 꿈의 흔적을 확인한 해태는 조용히 나를 보며 말했다.

-네 영혼이 인간을 벗어나 신적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여기까지 격이 올라가 있을 줄은 몰랐다. 이제는 내가 감히 말하기도 어려운 존재가 되어가고 있군.

“요점만 말해.”

-예지몽이 맞다. 네가 꾼 꿈 모두.

아벨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을 때 꾼 첫 번째 예지몽 이후 나는 추가로 예지몽을 꿨다.

단순한 단기 미래의 예지가 아닌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의 미래였다.

-할 말은 그게 끝인가?

“그래. 확인됐으면 됐어. 돌아가 봐.”

조금 허탈함이 몰려온 탓에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하자 놈의 전신이 푸른 불꽃에 휩싸였다.

역소환의 징조였다.

-하지만 착각하지 마라.

“음?”

-예지몽은 높은 확률로 그런 미래가 다가오는 것이지 무조건 그런 미래가 되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그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아는 사실이었다.

-거기에 휘둘릴 필요는 없는 법이지.

“왜 멀쩡한 내 아들의 미래가 정해지는지도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지 않나?”

막내아들이 뭘 했다고. 재능이라고 해봐야 마기를 선천적으로 많이 지니고 있고 심연의 잔재도 조금 가지고 있는 게 전부인 아들이다.

그런 녀석이 미래가 정해질 정도로 운명의 줄기가 굵어진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웃기는군. 네 자식의 잘못이 아니다.

“뭐?”

-인간의 기준에서 생각해라. 네 아들은…….

신격의 핏줄이다.

해태의 한마디는 내 뒤통수를 얼얼하게 만들었다.

온전한 신격의 핏줄. 심연이고 마족이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 온전한 신격이 된 내 자식이기에 생기는 변화라는 뜻이었다.

-그래도 조금 궁금하긴 하군. 여신이 준 아벨이라는 이름을 주었을 때 네가 꾼 예지몽만 네가 꾼 다른 예지몽과 조금 달랐다.

“어떻게 달랐는데.”

-정해졌다고 하기보다는 계속 변하는 느낌이었지.

“변해?”

-미래를 알아볼 수가 없다는 뜻이다. 네가 꾼 아벨이라는 이름을 물려받았을 때의 예지몽은 지금 현 상황에서 점칠 수 있는 미래.

즉. 지금 내 성정으로 아들을 키웠을 때 정해질 미래라는 것이었다.

-반대로 다른 꿈들은 견고하기 그지없더군. 온전히 그런 미래가 되지는 않더라도. 대개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다.

여신이 내게 아벨이라는 이름을 주고 선택하라 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을까.

보증되었으나 아이의 생각은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그저 정해진 미래로 갈 것인지. 아니면, 미래를 전혀 예측할 수 없으나 아이가 원하는 대로 자랄 수 있게 될 미래.

“그렇게 제 맘대로 자라서 이 여자 저 여자 후리고 다니는 걸 내가 용서할 거라 생각하나.”

내 말에 해태는 비웃음을 던졌다.

-어쩌면 네 아들놈이 그렇게 된 이유는 네 그 협상 없는 마인드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아벨이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던 과거의 산물은 하나의 위장일 뿐이었다.

신격의 아들.

해태가 추측한 것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다.

막내아들은 온전한 신격의 아들이기에 그 운명이 인간과 같을 수 없다.

해서 여신은 아벨이라는 이름에 축복을 걸어 미래를 함부로 예측할 수 없게끔 만들어준 것일지도 몰랐다.

아벨이라는 이름이 과거에 어떤 역할이었건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아이가 나중에 올바르게 자랄지 아닐지 모르게 된다는 소리였다.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 미래. 그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이름을 고르면 될 일이었다. 예지몽으로 보아도 문제가 없어 보이는 정해진 미래 같은 것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 페르세르크도 중얼거렸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게 미래를 고정시키지 않을 축복이 서린 이름을 지어주느냐. 그게 아니면 아이가 행복할 수 있게 정해진 미래를 주느냐……. 어느 쪽이건 후자가 좋겠다만…… 그건 부모의 욕심일 뿐인 게지.”

그녀의 말대로였다.

초보 부모인 나나 페르세르크에겐 정말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 * *

코오나는 결국 오래가지 못해 휴게소에 멈춰 섰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있는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양손으로 얼굴을 파묻은 채 우울한 기색을 내비쳤다.

“좋아하는 사람 없다고?”

“…….”

“기지배야 너 돌았구나? 그 사람 유부남이야. 건드릴 걸 건드려야지.”

그 말에 코오나는 얼굴이 더 빨개진 채로 한숨을 내쉬었다.

“알아. 아는데…….”

“어휴 너도 인생 참 고달프게 산다……. 아니 뭐 능력 좋고 성격 좋고 돈도 많고 젊고. 그래…… 반해도 할 말 없긴 하네…….”

말을 끝낸 나나가 어딘가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는 편의점에서 커다란 소주병과 물통을 하나 사 왔다.

당연히 소주병은 차에 싣고 물통을 그녀에게 건넨다.

“냉수 먹고 정신 차려. 얼른 돌아가서 술이나 같이 한잔하자. 크리스 아저씨도 이번에 한국 잠깐 들렀다던데. 같이 마시자.”

나나의 말에 코오나는 물통을 노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그에게 그런 투정을 부리고 자신의 생각을 들키는 소리를 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자신도 이리될 줄 알았는가. 정확히는 해태가 이것과 비슷한 미래를 보여준 바가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다만 사람의 미래라는 게 생각처럼 멋대로 제어가 되는 게 아니었다.

“코오나 너 상위 각성자잖아. 아마 거의 늙지도 않을 거고 수명도 보통 사람보다 길 거라면서.”

“응?”

“그럼 나중이라도 노려봐. 그의 부인들이 늙어 죽고 난 후라도.”

사실 헛소리에 가까웠던 만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될 일이었다.

툭!

투정까지 부렸으나 정작 원하는 게 무엇이냐 묻는다면 그녀는 대답할 자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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