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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266화 (1,266/1,559)

제 1266화

이실디와 베르단데도 결국 정확한 이유를 밝혀내진 못했다.

막내아들의 건강이 심히 걱정이 되는 건 겉으로 드러내는 페르세르크뿐만이 아니었다.

데이비는 며칠간 잠도 자지 않은 채 아직 이름조차 짓지 않은 막내의 곁을 지키며 혹여나 있을 변화를 민감하게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 안에는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도 섞여 있었지만,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환자를 치료하려는 의사로서의 집념도 엿보였다.

“데이비가 저렇게 신경을 쓰는 건 처음 봤어요.”

오랜만에 신의 영역을 대표하여 현계한 다프네에게 일리나가 걱정을 담아 말했다.

“병이지. 치료할 수 없는 병.”

“병이요?”

“데이비가 히포크리아에게 의술을 배웠을 때 어떻게 배웠을 거 같아?”

다프네의 질문에 일리나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는 듯 고민하다 조심스레 말했다.

“전문 서적을 펼쳐놓고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잠을 자지 않았나요?”

사실 헛소리에 가까운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데이비는 진지하게 자신을 전혀 돌보지 않고 막내아들을 신경 썼다.

“질투는 안 나니?”

초대 성녀, 다프네의 질문에 일리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오히려 더 사랑스러운데요? 가족을 위해서 저렇게까지 노력하는 모습…… 솔직히 매력 있잖아요?”

“데이비가 부인은 잘 뒀구나?”

“고마워요.”

담담하게 답하는 일리나를 보며 키득거린 다프네가 약초가 섞인 장죽을 물었다.

데이비가 간혹 피는 담배처럼 생긴 약초장죽과 같은 것이었다.

“신의 히포크리아가 데이비에게 이론을 가르친 건 길어야 10년이야. 그 외엔 전부 실전으로 치렀지.”

“실전이요?”

“회랑에서는 각각 구현 능력이 있거든. 신의 히포크리아가 구현할 수 있는 건 그녀가 봐온 수많은 환자들이야.”

신의라 불리는 불세출의 의사. 의학의 신이라 불려도 문제없을 정도로 수많은 환자들을 봐왔다.

생각지도 못한 증상. 생각지도 못한 체질.

당연히 생명체의 육체라는 건 엄청나게 복잡하기 때문에 단순히 이론으로만 배워온 데이비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처음 데이비가 환자의 치료에 실패했던 그 날.

데이비는 자신의 집도 실패로 싸늘한 시신이 되어버린 남성과 그런 남성을 붙잡고 오열하는 그의 부인. 그리고 아들과 딸을 그 두 눈으로 명확하게 보았다.

절규하는 그들은 데이비의 멱살을 잡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돌팔이 주제에 대체 누굴 치료하려 든 거냐.

오열하며 절규하는 그들의 행동에 데이비는 얼어붙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너무 사실적인, 아니 사실적인 것을 넘어 진짜 사람과도 다를 바 없는 감정을 지니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데이비는 큰 충격을 받았고, 무려 3년 가까이 제대로 치료 활동을 하지도 못한 채 식음을 전폐하며 고통스러워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영웅들이 그를 다독여주려 했지만, 히포크리아는 제대로 환자를 보지도 못하는 멍청이의 어리광을 받아주지 말라 말할 정도로 엄하게 굴었다.

그런 데이비가 다시 치료를 시작한 것은 아프다며 울부짖는 작은 소녀의 눈물을 보았을 때였다.

허상으로 만들어진 병동에 멍하니 들어선 그는 제발 누나를 살려달라며 다리를 붙잡고 엉엉 우는 작은 남자아이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병을 안고 있는 소녀를 보고 크게 흔들렸다.

증상은 이전에 죽은 이와 같았다.

자신감을 잃은 데이비는 치료를 거부하려 했다. 하지만 더욱 고통스러워하는 소녀를 보았을 때. 피를 토하며 괜찮다며 제 동생을 다독이는 누나를 보았을 때.

그때 데이비는 다시금 치료를 시작했다.

오만과 자만을 버리고 그들이 고작해야 환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조차 버린 그는 그제야 하나의 환자를 똑바로 시야에 담았고, 계속되는 힘든 치료 과정 끝에 소녀를 살려냈다.

그 후 멍하니 있던 그에게 다가간 것은 히포크리아였다.

아무리 전생을 기억하는 데이비라도 히포크리아에 비하면 어린아이나 다름없었다.

히포크리아에게 안겨 엉엉 울며 왜 이런 잔인한 짓을 하느냐. 왜 내게 이런 고통을 주느냐 오열하는 데이비를 끌어안고 히포크리아는 말했다.

‘환자에게 병은 생사의 갈림길이야. 네가 의사로서 환자의 상태를 구분 짓지 않고, 그저 병에 고통받고 상처에 아파하는 이라고 받아들였을 때.’

그때 너는 진짜 의사가 될 수 있는 거야.

고작 환각이기에 실패해도 상관없겠거니. 완전 기억 능력 덕분에 의학지식은 완벽하다 자만하던 데이비의 오만을 무너뜨린 한마디에 그는 그렇게 히포크리아를 끌어안고 한참을 오열했다.

“그건…….”

“신의 히포크리아는 영웅들 중에서도 데이비를 가장 친동생처럼 아낀 여자야. 그녀가 가르쳐주고 싶었던 건 의술이 아니라. 환자를 대하는 데이비의 마음가짐이었을 거야.”

다프네의 설명에 일리나는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데이비에게 있어서 환자는 하나의 아픈 손가락이니까.”

데이비가 회랑을 떠난 이후 환자들을 보았을 때 다른 걸 다 내려버려 두고 환자들을 돌본 것에는 다 그런 과정이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물론, 극약처방이라 내 입장에선 너무 과한게 아닌가 싶었지만. 결과적으론 뭐…….”

다프네는 어깨를 으쓱이며 돌아섰다.

“데이비가 쉬러 나오면 말해. 사랑하는 막내아들에게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당장은 원인을 찾기 힘들어 보이니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조금씩 접근해서 확인해보라고.”

다프네는 그 말을 끝으로 데이비와 만나지도 않고 신의 영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일리나는 울지도 않고 곤히 잠들어있는 막내의 손을 꼭 잡은 채 눈을 감고 있는 데이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딋목을 끌어안았다.

이에 데이비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묵묵히 데이비의 이마에 입을 맞춘 뒤 그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위로를 건넸다.

“데이비. 내 뺨 만질래?”

효과는 굉장했다.

* * *

갓 태어난 막내가 숨을 쉬지 않았던 사건 이후로 일주일 정도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몸을 요양한 페르세르크는 내가 찾아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안도한 듯 보였다.

“우리 막내 이름을 받아왔어.”

내가 화두를 띄우자 에이리아와 일리나. 그리고 페르세르크 모두 내게 시선을 모았다.

“여신님이 지어주신 이름?”

“그래. 아벨. 아벨 올 라운.”

본래 왕자는 왕이 되지 못하면 대공이 되어 나간다고 하지만 그건 사실 극히 일부일 뿐이었다.

출가외인으로서 결혼 후 다른 성을 사용하는 왕녀와 다르게 왕자들은 어지간해선 왕실을 잘 나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2대 후에는 미들 네임을 쓸 수 없다곤 해도 우리는 예외니까.”

하인스 영지. 대공 데이비 올 라운.

내게 주어진 권리는 간단히 넘길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왕실에서도, 아니 티오니스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절대로 건드려서 이득 볼 게 없는 존재.

그게 현재의 나이며 나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고 적당히 이용해 먹고 있는 편이었다.

“아벨이라…….”

아벨이라는 이름, 어감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었지만 조금 떨떠름한 표정들이었다.

“하필 난봉왕 아벨과 같은 이름이네요.”

“아무리 성군 딱지를 달고 있어도 부인이 50명인 호색한의 이름은 좀…….”

에이리아까지 질색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들에게 아벨의 이름이 가져다주는 이미지는 그정도였다.

멸시받을 이름은 아니오, 이름이 같다고 하여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금 떨떠름한 건 사실이었다.

“다른 이름을 주신 건 없어?”

이윽고 일리나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름을 고를지 말지는 우리 선택이야. 아벨이 결정할 순 없잖아.”

즉, 여신의 축복이 서린 아벨이라는 이름은 막둥이가 지니고 있는 어떤 미래나 운명, 즉 흐름의 무게에 걸맞게 축복을 담고 있다.

그 이름을 지어준다고 하여 손해를 볼 것은 아니지만 이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서 그 이름으로 괜히 귀찮은 일에 휘말릴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내 생각인데 난봉왕 아벨은 아닐 거다.”

애초에 아벨이라는 이름을 지닌 게 역사에 있는 난봉왕 아벨뿐만은 아니었다.

그저 워낙에 아벨이라는 이름만 떠올리면 그를 먼저 생각할 뿐이었다.

“실제로 지구 쪽에선 아벨이라는 이름이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거든.”

“다른 의미요?”

“어, 최초의 인간.”

그 말에 서로 눈치를 살피는 셋이었다.

“결정은 굳이 지금 할 필요 없어. 정해지면 정해지는 대로 가자. 그런데.”

담담하게 중얼거린 내가 피식 웃었다.

“고작 이름이 사람의 미래를 바꾼다는 게 말이 돼?”

설마 그럴 리가.

“그러니까 조금 천천히 생각해보자. 여신이 이외에도 추가 이름을 만들어준다니까. 그때 가서 생각해도 되고.”

기왕 지어주기로 한 이름. 창세신이 지어주는 이름을 받아서 나쁠 것은 없었다.

* * *

그 후의 기억은 영 가물가물한 느낌이었다. 인큐베이터에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막내 녀석을 빼내 페르세르크의 품에 안겨주었다.

눈물까지 흘리며 행복해하는 그녀를 보며 괜히 떨어뜨려 놓았나 싶었지만, 의사의 소견으로 볼 때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접촉시키는 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한들, 아이의 엄마와 아이를 계속 떨어뜨려 놓는 건 할 짓이 못 되는 법이다.

그렇게 아이를 품에 안고 잠든 페르세르크의 곁을 지키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어째서일까, 지금의 나는 집무실의 책상에 앉아있다.

몽롱한 기분이 든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하인스 아카데미의 여러 서류들이었다.

자금 유동 확인 결재서류. 그 외에도 수많은 학생 관련, 아카데미 행사 결재서류들이었다.

평소처럼 직인을 찍어 넘기려던 찰나, 나는 내용에 이상함을 눈치채고 멈칫했다.

내가 아는 한에서 이런 학생이나 행사는 없었는데?

완전 기억 능력은 정말 쓸데없는 기억도 남게 만들곤 한다. 그래서 학장이면서 학생들의 이름 하나 기억하지 못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는다.

“거기에 이건 또 뭐야.”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평소와 똑같은 모습으로 정원에 앉아있는 페르세르크가 보였다.

문제는 그런 페르세르크의 곁에서 잔에 홍차를 따라주고 있는 인물이었다.

쫑긋 솟은 귀에 집사라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깔끔한 복장을 한 소년이었다.

나이는 약 십 대 중후반 정도 되었을까.

페르세르크가 고맙다며 옅게 웃자 그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귀를 더욱 쫑긋거렸다.

평소라면 남의 와이프에게 꼬리치는 거냐고 드잡이질이라도 했을 정도로 가까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페르세르크의 곁에서 그녀에게 홍차를 따라주거나 페르세르크의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녀의 품에 안겨드는 저 소년이 누구인지.

내가 모를 수가 없었다.

“다리안?”

내가 아는 다리안은 아장아장 걸어 다니며 헤프게 웃는 작은 아기였다.

저렇게 멀끔하고 잘 자란 녀석이 아니었다.

어디 가서 사람 좀 울리게 할 법한 부드러운 미소. 그 안에 숨겨진 상당히 단련된 마나의 흐름.

제법이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대한 기류를 숨기고 있는 녀석의 외모는 다리안이 자라면 꼭 저렇게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이후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다른 인물들도 보였다.

다만 하나같이 시간을 어느 정도 먹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마치, 나 홀로 시간을 점프해 십여 년 뒤로 와버린 듯한 이질적인 느낌에 몸의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대체 이게 무엇인가.

멍하니 있던 찰나. 녀석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더니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나를 올려다보는 게 보였다.

어?

머리가 어지럽다. 마치 극심한 독주를 연거푸 들이켠 것처럼 울렁증이 몰려왔다.

똑똑…….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이 현상에 대해 한가지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똑똑…….

-아버님. 레미나에요.

나를 찾아온 십 대 중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앳된 여인이 나를 바라본다.

“아버님 간밤엔 잘 주무셨나요?”

“어?”

나는 그녀의 말에 어리바리 타듯 멍청하게 되묻고 말았다.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아버님?”

“누구십니까?”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도 이런 아가씨를 본 적은 없었다. 이에 내가 멍하니 중얼거리자 그녀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너무하셔요. 아버님…… 아무리 조금 꾸몄다고 해도 며느리도 못 알아보시다니……. 아버님 저예요, 레미나.”

“음?”

그녀가 서운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다가와 품에 안겼다.

“아버님…… 이제 아벨이 없는 이곳에서 믿을 건 아버님과 어머님들 뿐이에요. 제발 저를 외롭게 하지 말아 주세요.”

“아벨? 아벨은 어디 있길래.”

물으면 안 되는데.

본능적으로 질문을 내던지고 말았다.

“네? 이상하네. 아벨이 이번에 여인 두 명을 꼬시는 바람에 아버님께서 당분간 돌아올 생각도 하지 마시라고 쫓아내시지 않으셨나요?”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파악!!!!

“후우…… 후우…….”

정신을 차린 내 눈에는 곤히 잠들어있는 막내와 페르세르크가 보였다.

이건 꿈이 아니구나.

나는 조금 전까지 잠들어있었던 모양이었다.

이윽고 천천히 몸을 일으킨 나는 지독한 상실감에 빠지듯 한숨을 내뱉었다.

“무슨 일이 있는 게야?”

내 한숨 소리에 눈을 떴는지 페르세르크가 천천히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본다.

“어? 어…….”

“식은땀이 장난이 아니구나. 대체 무슨 악몽을 꿨길래…….”

단순히 신경을 많이 써서 꾼 개꿈이라고 하면 차라리 마음이라도 편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거, 예지몽이다.

“페르세르크.”

“음?”

“지금 내가 꿈을 꿨거든?”

“보통 개꿈이 아니면 그대 정도의 존재가 꾸는 꿈은 대부분 예지몽일…….”

“그래. 예지몽.”

개꿈이라기엔 너무 선명하다.

“막내 녀석에게 아벨의 이름을 지어준 거 같더라고.”

내 중얼거림에 페르세르크가 부스럭거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래서?”

“나이가 몇인지는 모르겠는데 상당히 어린 나이에 결혼까지 한 것도 모자라서…….”

제 부인을 내버려 두고 다른 여자를 꼬셨다는 모양이었다.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면 내가 혼을 내진 않았을 터.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이었다.

지독하게 여색을 밝히는 몹쓸 놈이 된 것이다.

“데이비. 여신이 지어준 이름이라는 게 이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게야?”

“그건 아닐 거야. 다만 아예 관계가 없진 않겠지.”

“하지 않는 게 좋겠구나.”

“다행이네. 지금 나도 같은 생각 했다.”

아벨의 이름은 당장 보류해야 할 듯싶었다.

최초의 인간? 뭐 틀린 말은 아니네. 다만. 이놈이 커서 상당한 바람둥이 기질을 보인다면 부모 된 자로써 그걸 막을 필요가 있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막내는 곤히 자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아이의 이름은 아벨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짓기고 결정했다.

하지만 마땅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몇 날 며칠을 고민에 빠져 있던 찰나.

여신이 내 앞에 나타나 두 번째 이름을 말해주었다.

나는 다시 또 하나의 꿈을 꾸었다.

그곳에서 나는 익숙한 이를 볼 수 있었다.

새빨간 무언가를 뒤집어쓴 채 멍하니 나를 보고 있는 소년이었다.

“아버지. 당신을 계승하겠습니다.”

싸늘한 말투, 숨길 수 없는 증오를 드러내며, 미약한 힘을 마음껏 드러내는 소년의 모습에 나는 아무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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