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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294화 (1,294/1,559)

제 1294화

갑작스런 마족의 등장.

대륙의 침략자들은 적어도 적정선에서 수준을 맞춰 전쟁을 치렀다.

직접 싸우는 이는 몰라도 옆에서 보는 이가 본다면 양측 전력이 어떻게든 비등비등하게 유지되는 듯한 모습이었다.

물론, 대륙 곳곳에 동시다발적인 타격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병력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다는 게 현 지론이지만. 그것을 제하고 현 상황을 둘러보면 이상할 정도로 파르타스 왕국에 몰려온 적의 수가 많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에 버틸 수가 없었다.

많은 병사들이 죽었고, 많은 이들이 고통에 울부짖었다.

그 과정에서 왕국민들을 돕기 위해 나타난 것은 다른 제국도, 하인스 영지도 아닌 마족이었다.

“이게 무슨…….”

살아남은 병사들은 어안이 벙벙해진 몰골로 마족들과 마수들의 참전을 지켜보았다.

자신들의 숨통을 끊을 것처럼 나타난 마족들은 마치 인간들에겐 관심 없다는 듯 괴물들을 향해 덤벼들었고, 저돌적으로 그들을 찢어발기며 반격해나갔다.

적이었던 존재의 협력은 눈으로 보고도 쉬이 믿기지가 않았다.

“홀른 지휘관, 언제까지 구경만 할 거지? 우린 용병이 아니야.”

“네놈…… 아니 당신들은 대체 뭐지? 마족과 인간은 적 아니었나?”

“미안하지만 나도 홀른을 좋아하진 않아. 다만, 마왕님의 명에 따라 현재 인간과 동맹 관계를 체결하고 침략자를 저지한다는 명령에 따를 뿐이지.”

차가운 어조로 말하는 아름다운 소녀의 대답에 국왕은 침음성을 삼켰다.

믿어야 할까. 하지만 믿지 않으면 어찌할 것인가. 동맹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듣기로 하고, 지금의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폐하…….”

“모두…… 검을 들어라. 침략자를 저지한다.”

그 말에 혼란스러워하던 병사들이 하나둘 무기를 들기 시작했다.

“전군…… 돌격!!”

그 말과 함께 사기를 되찾은 병사들은 하나같이 용감하게 괴물들을 향해 덤벼들었고, 반격에 봉화를 피워올렸다.

* * *

거대한 산성.

소왕국의 왕성이 있는 산성인 바르듐 산성은 괴물들의 진군으로 인해 엉망진창이었다.

이미 외성은 대부분 무너지거나 점령당했고, 많은 수의 괴물들이 길을 따라 내성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밀릴 대로 밀려 있던 내부의 인간들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이 근방에선 어떤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았는데.

그야말로 함락 직전의 상황.

그 상황에서 절망을 억누른 채 떨리는 손으로 검을 쥐고 있던 바르듐 산성의 대장군은 굳은 얼굴로 굳은 결심을 내렸다.

“모두 말에 올라라. 놈들을 향해 최후의 진격을 가한다.”

“장군!”

“여기서 기다리면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이미 죽음을 각오한 그들이었다.

이에 기사들과 병사들은 장군의 얼굴을 바라본 뒤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일어났다.

지쳐 쓰러져 잠든 병사들도 묵묵히 일어나 무기를 쥐었고, 어린 소년병들도 제 몸보다 큰 무기를 집어 들었다.

“선봉은 내가 선다. 저 더러운 침략자 놈들이 절대 이곳을 범하게 두지 마라.”

그 말과 함께 내성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고작 50여 명의 기병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병사들과 기사들이 사망한 현재. 바르듐은 그야말로 모든 절차가 마비된 상황이었다.

거대한 도개교를 향해 밀고 들어오는 거대한 괴물들과 작은 괴물들을 보며 두렵지 않은 자가 누가 있을까.

천천히 진군하는 소수의 기병들을 보며 바르듐의 시민들은 절망 어린 얼굴을 애써 숨기며 그들이 가는 길에 나와 길을 튼 채 손을 뻗어 보였다.

무기를 든 기사들과 병사들은 죽음을 각오한 얼굴로 그들의 손에 자신의 손을 마주 데어주는 것으로 그들의 축복을 등에 업었다.

끼이이이익!!!

그리고, 마지막 내성의 굳게 닫힌 문이 열리자 밀고 들어오던 괴물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들에게 모여들었다.

“전군, 무기를 들어라. 평원을 내달려, 적들의 심장에 창을 찔러라.”

그 말과 함께 장군이 검을 들었다.

“전군!!! 돌격!!”

그 말과 함께 50여 기의 기병들이 일제히 말에 박차를 가하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물론 중과부적이라고, 검게 몰려드는 괴물들에겐 한치의 의미 없는 저항에 불과했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괴물들은 알아서 적들이 찾아오니 굳이 전진하지 않고 거체를 이용해 기다릴 뿐이었다.

그렇게 용감하게 돌진하는 말과 기병들이 그들의 지근거리까지 닿았을 무렵.

어디선가 커다란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산성을 감싸는 산 사이사이로 상당한 바람이 휘날리며 괴물들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리고. 산성 너머로 엄청난 수의 정령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며 괴물들을 향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장군! 저걸 보십시오!!”

“오…… 세상에…….”

진군을 멈춘 장군을 포함한 기병들은 저 멀리서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들을 보며 기함을 토해냈다.

생각지도 못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엘프.

신목의 성지에 있다고 알려진 요정족의 군대가 나타난 것이다.

“어머니 신목의 대리자의 요청을 받아. 이 땅을 침략하는 더러운 침략자 놈들을 벌하러 왔네. 이곳의 신물을 지키는 데에 기꺼이 한 손 거들도록 하지.”

중후한 목소리가 기병들 모두에게 울려 퍼졌다.

동시에 엘프 군대가 일제히 활을 꺼내 들었고, 활시위를 매겼다.

엘프가 쏘는 화살은 그냥 화살과 다르다.

그 사실은 동화책에도 나오는 사실이었다.

이윽고, 엘프 지휘관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소녀의 손짓과 함께 엄청난 수의 화살이 정령의 힘을 머금고 폭격을 쏟아붓듯 쏟아져 내렸다.

* * *

“공주님이 말한 대로, 나타났어.”

“이쪽도 마찬가지예요.”

마족과 엘프가 사이가 좋을 리가 없었다.

서로 정면충돌은 없었다 할지라도 말이다.

에반젤린의 레어로 온 엘프 군대를 이끄는 에밀리아와 마족을 이끄는 알리타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제법이네, 귀쟁이.”

“그러게요. 낯짝도 참 두꺼우셔서 말이죠.”

에밀리아의 곁에 있던 한 엘프가 빈정거리자 알리타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뒤지고 싶어?”

“그만 하세요. 싸우러 온 게 아니잖아요.”

신녀 에밀리아의 중재로 싸움을 멈춘 한 마족과 엘프가 침묵했다.

“그런데. 어떤 전조도 없었는데 어떻게 알아낸 거야?”

알리타의 질문에 에반젤린이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사로잡은 놈들을 들들 볶아서 얻어낸 정보로.”

“그놈들이 순순히 답했다고?”

그 물음에 에반젤린은 복잡한 얼굴로 아벨을 바라보았다.

“나도 궁금했어. 대체 그 정보를 이용해서 어떻게 정확한 정보를 구분한 거야.”

에반젤린의 얼굴엔 혼란이 서려 있었다.

“누님. 다리안 형은 말입니다.”

아벨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버지랑 똑같아요.”

“그게 왜?”

“게다가 누님이나 저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각보다 강해서 아버지께 제일 많이 배우기도 했고요.”

그 말에 에반젤린이 눈을 가늘게 떴다.

“설마…… 다리안이?”

“네. 가끔씩 저를 데려다가 훈련한답시고 이것저것 많이 굴리다 보니 자연스레 알게 된 겁니다.”

놈들이 거짓을 섞어 말한 정보를 여럿 종합해 그중 사실을 추려낸다.

완전한 거짓은 반드시 드러나니 진실을 조금씩 섞는 걸 구분하는 것이다.

“그게 돼?”

“게다가, 이놈들, 겁쟁이라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뱉었더군요. 첫 전투에 몇 가지를 테스트해봤는데 대충 기준점을 알아냈습니다.”

그는 대륙지도를 펼치며 말했다.

“알리타 씨와 에밀리아 씨께는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미 어머니께도 말씀드린 사실이지만 이놈들, 대륙에 숨겨진 여신의 신물을 노리고 있어요.”

“그 이유는?”

“확실한 건 없지만 지금 벌어지는 대규모 전쟁의 목적이 그것이라고밖에 알 길이 없어요.”

그는 지도에 몇 곳을 짚었다.

“놈들이 노릴 곳은 정해져 있어요. 아무리 주변을 공략한다 해도 이놈들은 반드시 이곳을 칠 겁니다.”

그렇게 말한 아벨은 자신의 무기를 점검했다.

“그곳을 막아야 합니다. 놈들의 손에 신물이 들어가는 건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해요. 이 사실을 전해주세요.”

알리타와 에밀리아는 적당히 수긍한 채 레어를 떠났다.

실제로 아벨의 정보대로 이미 두 차례의 방어전을 막아낸 전례가 있었다.

대륙에선 엘프의 참전과 갑작스런 마족의 동맹으로 혼란스러운 듯 보였지만 자세한 내용은 어차피 전쟁 사후에 해결해도 될 문제였다.

“누님. 이번 일에서 빠지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싫어.”

“압니다. 불완전한 놈들이 자기 힘을 쓰면서 약화되면 놈들을 추적할 수 있는 건 누님밖에 없어요. 어머니도 그래서 아무 말 하지 않으신 거고요.”

전쟁에 멋대로 참가했다는 이유로 상당히 혼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에반젤린이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것으로 되었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이 이상 전쟁의 참전은 원치 않았지만 말이다.

현재 대륙은 계속되는 침공을 막기 위해 하인스의 전력이 파견되어있다.

하나하나가 가진 엄청난 전력에 대륙은 경악하는 듯 보였지만 늘 봐온 이들의 입장에선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거 아니지? 맞고만 있는 건 취향이 아니야, 그러니 네 계획을 말해봐.”

“그놈들, 신물을 이용해 어떤 의식을 치를 겁니다. 그건 분명해요. 다만, 그 의식이 성공하냐에 따라 지금의 전쟁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몰라요. 어쩌면 엄청나게 귀찮아질 수도 있겠지요.”

“그럼 그걸 우리가 막는 거야?”

“다른 분들은 이미 놈들의 시선에 잡혀있어요. 유일하게 놈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는게 저희들이죠.”

“요지는 우리가 가서 그 의식을 망쳐놓자는 거네?”

“네. 누님의 추적능력은 불완전하지만, 놈들이 괴물을 소환하느라 힘을 사용한다면 거기에 반드시 틈이 생깁니다. 그걸 추적할 거에요.”

놈들은 에반젤린이 자신들을 다시 추적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물론, 이전처럼 어디에 있든 찾아낼 정도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녀만이 가진 추적능력은 분명 쓸모가 있었다.

“그때 그 악마. 모습이 변하기 전에는 분명 찾을 수 있었죠?”

“그랬지.”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아버지의 힘이 놈에게 먹혔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러지 못하죠.”

하인스 영지의 전력을 다 합쳐도 데이비 하나만 못한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이번 전쟁에서 데이비가 나서면 금방 해결될 테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했다.

“어쩌면 말입니다. 그 악마종의 몸에서 나온 것들이 힘을 쓰면서 다시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려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 악마종?”

“네. 자세한 건 모르지만. 완전히 탈피해서 새로운 모습이 된 건 아니라는 거겠죠.”

아벨이 검을 집어 들었다.

“누님과 제가 몰래 놈들의 뒤통수를 갈기는 겁니다. 대륙의 전쟁에 종지부를 찍는 겁니다.”

“…….”

“대신 절대 들키면 안됩니다. 저희가 이런 계획을 세운 것을.”

오죽하면 륀느와 레이나조차 아벨과 에반젤린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겠는가.

에반젤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다 좋은데. 신물은 이쪽도 정보를 얻었으니 그렇다 치고, 어디서 어떻게 뒤통수를 갈길 건데?”

그녀의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던 아벨이 대답했다.

“이건 확실하지 않는데요. 예전에 다리안 형과 함께 여신님 심부름으로 어떤 신수 하나를 확보한 적이 있거든요.”

“신수?”

“네, 별거 없는 날개 토끼였는데. 그놈 찾으려고 오지를 좀 돌아다녔어요. 그때 본 그 장소가 아닐까 싶어요.”

뜬금없는 말에 에반젤린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자식들의 머릿속에 있던 석상. 그때 제가 본 그 신상하고 정확히 동일합니다. 일단 거기에 가보죠. 가서 다 때려 부수면 뭐라도 나오지 않겠어요? 미끼를 물었으면 함정을 가동하면 되는 거고.”

* * *

아무리 대륙을 압박한다지만 제노엔들이라고 편하게 상황을 진행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수십에 달하는 동족들이 스스로 소멸을 택하며 기회를 만들어냈고, 대륙에 흔들림을 넣었다.

그리고, 그 시선을 잡아끄는 것을 기회 삼아 본래의 목적인 신물의 회수를 노렸건만.

생각지도 못한 방해가 들어와 있던 참이었다.

“망할! 마족과 엘프라니! 이건 계획에 없었잖아!!”

어려 보이는 외향을 지닌 제노엔 하나가 격분하며 소리 질렀다.

“조용히 해라. 아무래도 정보가 세어나간 거 같다.”

본래라면 절대 들킬 리 없어야 했건만. 상대는 어째서인지 적절한 타이밍에 그들이 노리는 바를 정확하게 꿰뚫고 알아보았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매우 간단했다.

정보가 새나갔다.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거나.”

“말도 안 되는 소리!!”

“그것도 아니라면, 그 신격이 우리의 행동을 꿰뚫어 보고 있다거나.”

주변이 침묵한다.

“명심해. 지금 우리는 유리한 게 아니야.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어. 게다가 그것들을 소환하느라 우리 중에서 상당히 힘을 많이 소모한 이들도 있다. 이대로 그 신격의 세력과 정면충돌하면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해.”

“그게 걱정이야? 그들을 이기기만 하면…….”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도 장담할 수 없을뿐더러. 단언컨대 신격의 세력과 싸우고 나면 우리는 이곳의 피조물들을 이길 힘조차 남아 있지 않다.”

“빌어먹을 파르테논, 이 배신자가…….”

제노엔들에게 있어서 그들이 숨어있던 파르테논의 돌발행동은 그만큼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직 신물은 남았어. 그것들 중 일부만 찾아도 우리가 승리한다. 하지만 조심해. 우리가 우세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가장 취약한 건 이곳의 피조물도, 신격의 세력도 아닌 우리야.”

“너무 걱정하는 거 아닌가? 어차피 이곳을 누가 안다고, 신격도 우리를 못 찾아.”

“불안해서 그렇…….”

콰아아앙!!!

그때였다.

갑작스런 굉음이 사방에서 울려퍼지자 이곳에 모여있던 다수의 제노엔들이 흠칫 놀랐다.

“무슨 일이야!”

“빌어먹을!! 의식을 위해 준비한 신상들이 모조리 파괴되고 있어! 의식장소가 발견된 거야!!”

현재 이곳에는 그들이 암암리에 신물을 모아 진행하려던 의식을 위해 만들어놓은 신상이 있다.

정확히는 그 신상과 연동된 가짜신상들이 있는 것이다.

이곳에 있는 신상을 통해 의식장소의 신상을 조율하고 있던 것이기도 했다.

즉, 진짜 의식장소에서 신상들이 파괴되면 이곳의 신상 또한 파괴된다는 뜻과 같았다.

“망할! 대체 그곳을 어떻게 찾아낸 건데!! 배신자라도 있는 건가?!”

“일단 놈들을 막을 힘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동족들은 괴물을 만들어내는 데 힘을 너무 소모했어! 너희들이라도 가야 한다!”

현재 전투가 가능한 제노엔은 극소수. 본래 이렇게 다급하게 할 의도는 없었다. 하지만 파르테논의 배신으로 이들도 조급해져 있던 게 사실이었다.

“침입자는 몇이지?”

“둘. 신격의 핏줄이다.”

“놈들을 포위하여 제압한다. 의식이 방해받게 두면 안 돼.”

“그럼 전원이 가나?”

“가야지. 나머지는 계속해서 시선을 끌어줘. 그 차원을 가르는 검사까지 나타나면 너무 피해가 커지니까.”

“괜찮을까?”

저들의 함정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제노엔 중 하나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어차피 저들도 함정에 빠진 거야. 저들은 절대 살아나가지 못할테니.”

그말과 함께 힘이 있는 제노엔 10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 하나하나가 막대한 특수권능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로 고작해야 신격의 핏줄에게 당할 존재들이 아니었다.

공간 도약의 힘을 지닌 동족이 허공을 찢어발긴다.

동시에 의식장으로 빠르게 진입한 이들은 숨겨진 지하 의식장에 서 난동을 부리고 있는 두 존재를 보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대체 이곳을 어떻게? 이곳에 대해 아는 건 동족 중에서도 극히 일부. 대부분은 이곳에 있고, 그 일부는 신물을 추적하던 도중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내면에 연결된 끈이 완전히 끊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그 끈이 끊어진 이유는 에반젤린의 독립 차원 레어라는 벽 때문에 끊어진 것처럼 보일 뿐 진짜 끊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전원. 저 둘을 죽여라.”

그 말과 함께 힘을 비축해둔 제노엔들이 일제히 에반젤린과 아벨을 향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낸 제노엔들의 등장에 놀랄 법도 하건만.

아벨의 입가엔 미소가 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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