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95화
단순히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아귀가 잘 들어맞는 이야기였다.
“아벨? 뭐 하는 거야.”
본래 아벨에게 이 장소는 그리 익숙한 장소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마치 예정된 것 같은 기억이 그를 혼란스럽게 했다.
다리안과 함께 여신 프리아의 심부름으로 들른 적이 있던 장소였다.
당시엔 대체 이런 곳이 왜 있고 대체 어떻게 이런 곳에 오게 되었는가.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만약 그때 여신이 다른 이유를 핑계로 아벨에게 이곳의 존재를 알리려 한 것이었다면.
그녀가 그를 시간대 너머 과거로 보내는 데에 찬성한 것도 납득이 가는 이유였다.
‘이미 내가 있던 곳에서 여신은 이렇게 될 걸 다 알고 있었던 거겠지.’
애초에 그녀가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던 적이 있던가.
듣기로는 두 번을 제외하곤 모두 결국 그녀의 뜻대로 되었다는 것 같았다.
첫째는 세계의 파괴였고. 둘째 또한 아버지 데이비 올 라운과 관련된 일이었다.
손바닥에서 놀아나는 기분.
상당히 울적해지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보다 든든할 수도 없었다.
“아아, 여신께서 함께하신다.”
당당하게 중얼거리는 그를 에반젤린이 뒤에서 걷어찼다.
“야! 뭐 하는 거야! 빨리 움직여야지!”
“아…… 미안합니다. 누님. 움직이죠.”
적들이 약화된 건 이곳을 지키고 있던 놈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이 전부 약화되었느냐 하면 그건 분명 아닐 것이다.
이곳에 체류하고 있던 놈들은 에반젤린이 미약하게나마 추적했지만, 지금 모습을 드러낸 놈들은 에반젤린이 전혀 추적하지 못하고 있었다.
의식의 주요장치로 추정되는 신상들을 죄다 박살 내버리는 것만으로도 놈들의 어그로를 충분히 끌었다.
이곳에서 놈들에게 포위당해 무리하게 싸워본들 이쪽에는 어떤 이득도 없었다.
그렇다면 놈들이 불리한 장소로 이끌면 될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상대도 보통은 아니었다.
순식간에 아벨의 마법에 간섭해 그의 마법을 방해한 제노엔 하나가 인상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렸다.
“빌어먹을 쥐새끼가.”
“우리가 한 일이 제대로 먹히긴 했나 보네.”
적어도 화가 난 걸 보니 말이다.
당장 눈앞에 나타난 건 고작해야 둘. 하지만 척 봐도 근처에 숨어있는 적이 넷이 더 존재한다.
파악된 수는 고작 여섯. 하지만 본능은 이놈들의 진짜 전력은 이게 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순식간에 워프가 틀어막혔다면 다음 수를 쓰는 수밖에.
“누님. 몇 명 잡힙니까?”
“여섯. 다만, 더 있는 거 같긴 한데…….”
“저랑 같네요. 정면으로 싸우면 우리가 함정에 빠집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죠?”
귓속말하듯 소곤소곤 말하고는 아벨은 제노엔들을 향해 당당하게 말했다.
“여기 뭐 재밌는 거라도 숨겨놨나 봐?”
“이놈이…….”
“너희가 뭘 꾸미던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여길 어떻게 하냐에 따라 너희 미래가 갈린다는 거지.”
그 말과 함께 제노엔 두 명이 빠르게 그를 향해 덤벼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빨리 한 발 내디딘 에반젤린이 세로로 찢어진 동공을 번뜩이며 용신검 트와일라잇을 휘둘렀다.
쩌어엉!!!
정체 모를 힘이 서린 팔을 휘둘러 공격하려던 제노엔은 에반젤린의 검에 의해 진행이 막혔다.
하지만 그를 제외한 다른 제노엔이 정확히 아벨을 향해 파고들어 갔다.
혼자선 둘의 진행을 막을 수 없는건 당연했다.
“아벨!!”
에반젤린이 황급히 소리쳤지만, 마법을 준비하고 있는 아벨은 상당히 무방비한 상태였고 누가 봐도 이대로 가면 치명상을 입을 것처럼 보였다.
“으……으아아앗!”
그 탓일까. 에반젤린은 이전에 없던 괴력 같은 힘을 내뿜으며 상당한 힘으로 에반젤린의 검을 압박하던 제노엔을 튕겨냈다.
“이……이 괴물 같은 년이?!”
힘에는 자신이 있었는지 자신이 밀렸다는 사실에 경악하는 제노엔을 걷어차 버린 에반젤린은 숨을 크게 들이쉰 뒤 몸을 살짝 웅크렸다.
“누님?”
이 같은 에반젤린의 공격에 놀란 건 제노엔뿐만이 아니었다. 아벨도 그녀의 돌발행동에 놀랐는지 눈을 크게 떴다.
“죽어라! 쥐새끼 같은 놈!”
물론, 아벨을 노리고 파고든 제노엔의 움직임에는 변화가 없었다.
놈의 손톱이 아벨의 심장을 꿰뚫으려던 찰나.
스르륵…….
마치 공간이 찢어지는 듯한 현상이 벌어지며 저 멀리 있던 에반젤린이 섬뜩한 드래곤 아이를 번뜩이고 나타났다.
“무슨?!”
그리고는 그대로 아벨을 노리려던 놈의 머리를 낚아챈 뒤 지면에 처박아버렸다.
콰드드드득!!!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등에 있는 날개뼈 뒤로 허공이 찢어지며 거대한 용의 앞발이 나타났고 곧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휘젓더니 무언가를 낚아채 지면에 처박아버렸다.
“이건…….”
놈의 등장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아벨이 놀란 듯 에반젤린을 바라본다.
“허억……허억…….”
“누님! 괜찮으세요?!”
“빨리해…… 너무 힘들어, 이거…….”
그녀가 보여주지않은 무언가를 꺼냈음을 직감한 아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에반젤린이 보여준 신위는 지금껏 그녀의 것과는 달랐다.
마치 목숨이 경각에 달한 생명체가 초인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자연스레 생긴 어떤 특수한 작용일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아벨은 쓰게 웃으며 준비하던 마법을 완성시켰다.
“누님! 튑시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대지에 손을 뻗어 마법진을 활성화시켰다.
[8서클 광역계]
[프로메테우스 브레이크]
마법진에서 떠오른 8서클 마법 프로메테우스가 일제히 공명하고 충돌한다.
동시에 막대한 조각으로 흩어졌고, 그것들이 또 부딪히며 마치 핵분열을 하듯 계속해서 수를 늘려나갔다.
그리고, 그 혼란의 임계점이 닿았을 때.
아벨은 에반젤린의 팔을 붙잡고 짧은 단거리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빌어먹을!!”
그 마법이 일으키려는 현상을 눈치챈 제노엔 일부가 그것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마법은 발현된 후였다.
아무리 준비과정이 있었다고 해도 시전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미 파괴 공작 이전에 마법을 준비해놨기에 가능한 짓이기도 했다.
콰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의식장이 잿더미가 되며 완전히 파괴되어 날아간다.
* * *
단 한 곳밖에 없는 의식장이 박살이 났다.
의식장에 의미심장하게 세워져 있던 남은 신상들은 그야말로 흔적도 남기지 않고 날아가 버렸고, 그 폭발에 휘말려 부상을 입은 제노엔들도 다수 나타났다.
제노엔들의 격분은 당연했다.
그들의 노림수가 한순간에 박살 나버렸으니 말이다.
“후우…… 후우…….”
그 때문일까. 제노엔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머릿수를 늘려가며 둘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둘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지독한 일념이 보일 지경이었다.
“후우…… 후우…….”
고요한 대숲. 어렵게 놈들의 추적을 뿌리치고 몸을 숨긴 아벨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몸 곳곳에 상처가 나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제법 준수한 상태였다.
“누님, 괜찮으세요?”
“신경쓰지 마…… 조금 지친 거 뿐이야.”
말은 그리 하지만 에반젤린도 상당히 지친 기색이었다.
눈이 돌아가 버린 제노엔들이 약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만난 다른 놈들과 다르게 이놈들은 진짜배기 위험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과거 파르테논이 시간을 움직였던 것처럼 이놈들 또한 어떤 힘을 독자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목표는 이뤘어요. 지금부터 우리는 빠르게 튀면 되는 겁니다. 아시겠어요?”
워프 마법은 놈들의 어떤 특수능력으로 인해 틀어막혔지만 직접 걸어서 놈들의 허용범위 바깥까지 도망칠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마침 여기서 조금만 더 나아가면 루테늄 광산이에요. 거기까지만 가면 두 번째 계획대로 할 수 있어요.”
나름대로 체계적인 계획을 짜고 있었던 만큼 아벨은 자신이 있었다.
비록 매번 자신을 꼬맹이 취급하던 에반젤린이지만 지금 그에겐 누구보다 먼저 지켜줘야 할 연약한 누님이었다.
“오는 길에 준비해둔 함정들은 하나같이 잘 작동하고 있으니, 움직이죠.”
이윽고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멀리서 제노엔들의 기척이 순식간에 느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숲 곳곳에서 막대한 마나 파장이 일기 시작했다.
아벨이 그동안 준비해놓은 방해마법과 결계 마법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누님! 갑시다!”
워프가 틀어막힌 것은 예측했다 할지라도 절대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그는 에반젤린의 팔을 잡아당기며 빠르게 숲을 내달렸다.
* * *
아벨의 방해는 집요했다.
제노엔들은 각기 특수한 힘을 지니고 있지만, 무적은 아니었다.
그런 만큼 아벨의 기상천외한 함정들에 발이 묶여 좀처럼 둘과의 거래를 좁히지 못하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이 망할 쥐새끼들이!”
안 그래도 자신들의 계획이 박살 난 것도 화가 나는데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둘의 행동거지가 더욱 그들을 미치고 펄쩍 뛰게 만들었다.
“이봐. 언제까지 이 말 같지도 않은 술래잡기나 할 거지?”
“이대로 놓치면 우리에게 승산은 없어. 알고 있어?!”
“저놈들이라도 제물로 사용하지 않는 이상은 이 분노를 풀 곳이 없단 말이다!”
순식간에 분열하기 시작하는 의견들을 보며 상위 제노엔 중 하나가 침음을 삼켰다.
이들의 말대로 의식장이 박살 난 이상 의식의 진행 자체에 큰 에러가 생긴 셈이었다.
“안달하지 마라. 준비는 끝났다.”
“뭐?”
“의식은 실패했다. 하지만. 완전히 실패한 건 아니지.”
그가 자신의 손을 펼쳤다. 그러자 그의 손위로 독특한 색의 에너지들이 유영하기 시작했다.
“오래전 소멸한 내 동족이 남긴 힘이 아직 몇 개 남아있다. 도망치고 있는 쥐새끼들만 잡으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제노엔 트론트의 제안에 다른 제노엔들이 침을 삼켰다.
“그럼 그놈들을 잡기만 하면 된다는 건가?”
“그래. 아직 기회는 있다.”
“하지만 어떻게 잡을 거지?”
이렇게 재빠르게 도망치는 놈들을 무슨 수로 잡는단 말인가.
그 의견에 트론트가 스산하게 웃었다.
“이미 놈들은 덫에 걸렸다.”
그 말과 함께 저 멀리서 엄청난 크기의 분홍빛 장막이 숲을 감싸듯 펼쳐지기 시작한다.
“잡으러 가지.”
* * *
“아아아악!!!”
에반젤린은 자신의 몸에 느껴지는 격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순간적으로 아벨을 보호하기 위해 평소 그녀의 능력 이상의 신체능력을 발현한 탓인지 극심한 통증이 그녀를 감싼다.
그 때문에 현재 그녀는 사실상 전력으로 쓸 수가 없었다.
그런 마당에 조금 전 문제가 발생했다.
갑작스런 장막이 그들의 앞을 막아선 것이다.
게다가 이 장벽은 그에게도 익숙했다.
“시간의 힘…… 그 악마 놈의 힘인가!”
시간이 왜곡되어 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본래라면 간섭이 가능했을 테지만 현재 아벨이 가진 시간의 힘은 여신에 의해 세계의 법칙에 회수된 상황.
그에게 시간의 힘을 제어할 수단은 남아 있지 않았다.
“후우…… 이 쥐새끼들, 드디어 잡았네.”
표정을 일그러뜨린 채 에반젤린을 보호하듯 벽에 등을 기대고 있는 아벨을 향해 열 명에 달하는 제노엔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처음 본 그놈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지? 도망칠 수 있나?”
전투는 불가하다. 에반젤린의 무리로 인해 아벨이 다치지 않았다지만 자신의 실수로 인해 그녀는 싸울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아벨 홀로 이 사태를 타파할 방법이 없었다. 처음 본 여섯과 달리 넷은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압박이 심했다.
“시간의 힘…… 분명 그놈은 죽었는데…….”
아벨의 중얼거림에 제노엔 하나가 피식 웃었다.
“복사의 존재. 미안하지만 나는 내 동족들의 힘을 복사할 수 있다. 파르테논의 힘은 이미 예전에 복사해두었지.”
그 말에 아벨은 경악했다.
남의 힘을 조건 없이 복사한다는 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지 모르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것도 가능하지.”
그가 손짓을 하자 아벨의 머리가 지잉 울리기 시작한다. 동시에 그의 시각, 후각, 청각, 촉각 모든 오감이 비틀리기 시작했다.
“우웁!”
“재미있지 않나. 파르테논이 가지고 있던 놈의 친우의 힘이다.”
환각능력.
오감이 박살 나버린 아벨은 그 힘에 저항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마나를 끌어 올렸지만, 간신히 버티는 게 최선이었다.
“결국, 그 부질없는 도망도 내 허락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거다.”
그렇게 말한 트론트는 천천히 걸어와 벽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는 아벨의 가슴을 지그시 밟았다.
“끄윽?!”
“우리의 분노는 겁화보다 뜨겁고, 우리의 슬픔은 빙정보다 차갑다. 네게 개인적인 원한은 없으나 여신의 창조물에게 어떤 자비도 바라지마라.”
그 말과 함께 아벨이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몸이 찌부러지는 듯한 고통 속에서 그는 에반젤린의 고통스러워하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준비가 미흡했다.
이럴 것이라면 조금 더 큰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다른 방안을 생각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생각한들 무엇할까.
고통을 억누르며 트론트의 얼굴을 노려본 아벨이 손을 뒤로 뻗었다.
그의 손바닥에 시간이 왜곡된 장벽이 만져진다.
…….
그의 생각은 길지 않았다.
‘그래, 어차피 놈들은 죽었다. 내가 겪은 미래는 오지 않아. 하지만 여기서 누님이 크게 다치면…….’
그러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게 된다.
애초에 목숨을 걸고 오지 않았던가.
그는 자신에게 익숙했던 시간의 힘을 그대로 간섭하기 시작했다.
“무슨?!”
그 대가가 목숨이 될지라도.
시간의 장벽에 억지로 간섭하자 그의 마나와 육신이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는 건 과거 그가 시간의 권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게 간섭할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의 장벽이 이 일대를 감싸고 있다면, 이 일대 시간대를 비틀어버리면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는 자신이 죽을 각오로 에반젤린을 지키고자 힘을 제어했다.
그의 육신이 찢기고 피가 튄다.
“멈춰라!!”
제노엔 트론트의 격성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동시에 시간대가 뒤틀리며 일대 시간이 외부와 완전히 격리되었다.
고작해야 수 시간 정도의 차이.
바깥에선 그만한 시간이 흘렀지만, 이곳은 고작 1초도 지나지 않는 차이가 생겼다.
시간의 힘을 간섭하여 이상한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은 트론트는 격분하며 아벨을 마구잡이로 걷어차고 공격했다.
“이 빌어먹을 놈이!!”
“컥!! 커헉!!”
계속되는 구타에 에반젤린이 비명을 내지르며 그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다른 제노엔들이 그녀를 짓눌러 바닥에 고정시켰다.
컥!! 커헉!
끔찍한 비명이 몇 분이고 지속되었다.
그 속에서 아벨은 쓴웃음을 잃지 않았다.
다른 이들이 보기엔 고작 이곳에서 시간을 왜곡시켜 이곳에 그들을 가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달랐으니까.
“그래. 죽고 싶다면 죽…….”
트론트가 날카로운 손톱으로 아벨의 심장을 꿰뚫으려던 그 순간이었다.
하늘에서 오색으로 된 빛의 기둥이 쏟아지기 시작하며 대륙 전역에 내리꽂혔고, 막대한 신성력과 생명력이 대지 전역에 감돌기 시작한다.
“이봐. 악마종.”
“…….”
“내가 시간을 왜곡시켜서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다른 이들은 모르는 아벨이 한 짓.
그것은 문자 그대로 왜곡이었다.
“이곳과 바깥의 시간차를 비틀어버렸거든. 이곳의 1초가 바깥의 수 시간이야. 무슨 말인지 이해가 돼?”
“무……무슨…….”
그와 동시에 트론트의 주변에 있던 제노엔들이 비명을 지르며 변하기 시작했다. 그 몰골은 과거 파르테논이 겪었던 악마화와 같았다.
“끄아아아악!! 이럴 순 없어!!”
“안돼…… 안돼! 내 모습이!”
비명을 지르는 그들을 보며 유일하게 변하지 않고 버티고 있던 트론트가 황급히 아벨을 죽이기 위해 팔을 뻗었다.
하지만 그의 팔은 누군가에게 잡혀 멈춰 세워졌다.
“애먹이고 있네.”
으드드득!!!
끔찍한 소리와 함께 트론트의 팔이 꺾인다.
물러서는 트론트의 시야에 드디어 한 명이 잡혔다.
그것은 검은 머리칼에 붉은 눈동자를 한 청년이었다.
“그동안 재미 좀 봤나? 이제 업보 청산해야지.”
그동안 약속으로 인해 간섭이 불가했던 데이비 올 라운이 그들의 악마화로 인해 다시 간섭이 가능해진 것이다.
“꽤 비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