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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38화 (1,338/1,559)

제 1338화

발키리아 종족인 프레이아는 두루뭉술한 말만 던져놓고 사라졌다.

복잡한 말로 꼬아놓았지만 해석하면 이런 뜻이었다.

-예정된 겨울이 오고 있다. 섣불리 보금자리 밖으로 나가지 마라.

이게 뭔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며 프레이아에게 말해본들 그녀가 해줄 대답은 뻔했다.

-신께서 하신 말씀을 일개 사도 따위가 감히 추론할 수 없어. 잘나신 신격께서 추측해보는 건 어때?

“겨울이 오는 게 어디 하루 이틀인가.”

심드렁하게 받아치며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방법을 찾아본다고 했지만, 비화의 강도 높은 의무를 대신해줄 사도들만 생겼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었다.

우치가 다른 영웅들에 비해 쉽게 내려올 수 있는 건 그가 가진 권능의 특권이나 마찬가지였다.

거기에 그의 영혼이 구미호 비연과 어떤 계약상태이기에 가능하다고 하지만 비화는 그런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여신이면서 다른 신들과는 조금 다른 케이스.

나는 골머리를 싸매면서도 천천히 침착을 되찾았다.

“빠빠!”

“아빠!”

서류를 정리할 겸 희생의 권능을 최대한 활용해 잔불을 만들어보려 시도하고 있던 내게 한창 놀다 온 청단이와 홍단이가 달려와 품에 안겨들었다.

마치 기분 좋은 고양이가 갸르릉거리듯 녀석들의 뺨을 간질여주자 청단이가 기분 좋은지 옅게 웃어 보인다.

“비하! 비하! 언제 와아?”

약간 어눌한 발음 발랄한 목소리로 비화가 언제 오는지 물어오는 홍단이는 자세한 내막 따위는 몰랐고 그다지 관심도 없어 보였다.

그저 비화와 함께 놀고 싶다는 의도만 내비칠 뿐이다.

“비화 보고 싶어?”

“네에!”

“그래. 금방 볼 수 있을 거야. 지금은 그렇지만…… 그래 100일 밤만 자면 돼. 기다릴 수 있지?”

100일이라는 말에 홍단이와 청단이는 서로를 보다 이내 자신들의 작고 흰 손을 쫙 펼친 뒤 헤아리기 시작했다.

“배……백 밤……백 밤……. 하나…… 두울…….”

자기 한 손의 손가락 다섯 개로 안 되니 나머지 손을 동원한다.

그리고 그조차 안되니 서로 눈치를 살폈고 이내 홍단이의 손에 청단이가 자기 손 열 개를 가져다 대고는 자신들끼리 부지런히 수학을 하기 시작했다.

“스……스……스무울……. 우웅……. 스물 다음이 백 밤이야?”

“아니야 바보야…… 100일 밤은 아주…… 아아아아주 길어!”

“그럼 아주 길게 비하 못 봐?”

“못 봐!”

“왜에?”

자기들끼리 심각한 표정으로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가지고 있던 영상 기록장치로 두 아이의 모습을 고스란히 찍었다.

결국, 100일이 얼마나 긴지 깨달은 두 아이는 울먹거리며 나를 동시에 올려다본다.

“아빠아…… 100일이야?”

“그……그래.”

“진짜아?”

“…….”

더 길어질 수 있다는 말은 입이 찢어져도 못할 것 같았다.

“그럼 홍단이 청단이가 정말로 못 참겠으면 직접 보러 가자.”

“갈 수 있서?!”

“그럼.”

과자와 차를 들고 들어온 에이리아가 두 아이를 안심시킨다.

“일은 잘 돼 가세요?”

“별문제는 없어. 그보다 잠을 못 잔 거야?”

“아…… 그게 제가 날씨에 조금 민감하다 보니…….”

그녀는 어깨가 결리는지 들고있던 것을 천천히 내려놓고 어깨를 움직였다.

“어디 봐봐.”

“부탁할게요.”

많이 불편한지 표정이 쉬이 풀어지지 않는 에이리아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그녀가 간헐적으로 몸을 움찔 떨었다.

“너무 심하게 뭉쳤는데? 잠을 많이 설친 건가?”

“간밤에 날씨가 너무 변동이 심해서요. 평소답지 않게 추웠다가 더웠다가…….”

“흐음…… 일단 좀 풀어줄게.”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건 당장 그녀의 상태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때 창문이 벌컥 열리며 륀느와 코오나가 들어온다.

지구로 돌아간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놀러 온 모양새였다.

“멀쩡한 문을 놔두고 왜 창문으로 들어와.”

“데이비 님. 심각한 사안을 감지. 영지 개발부서와 미식연구회에서의 보고.”

“나중에 보자. 거기 놓고 가.”

“데이비 님. 심각한 사안. 다시한번 륀느가 강조를 높이 평가.”

륀느는 직접 보기 전까지 물러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이에 나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서로 앙숙인 두 부서가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게다가 기후변화에 민감한 에이리아의 일도 있었기에 나는 그 서류들을 읽어내려갔다.

미식연구회에서 올린 보고서류에는 미식연구회 부장인 유리아의 현재 심정이 절절히 느껴질 정도로 상세했다.

특정 온도에서 숙성 중이던 식재료들이 알 수 없는 기상이변으로 인해 모조리 작살나버렸다는 내용이었다.

새로운 포도주를 만들겠다며 한창 기가 올라있던 유리아였기에 지금 그녀가 얼마나 억울해하고 있을지 안 봐도 훤히 보일 정도였다.

에이리아에 이어 미식연구회라…… 가만 이상한데?

“륀느.”

“명령 대기 중.”

“유리아가 식재료를 숙성시키던 건 하인스 영지 내부 아니었나?”

“영지 내부라고 보고.”

“그런데 기상에 이변이 생겼다고?”

이상함을 감지한 나는 곧바로 영지개발부서에서 올린 보고서류를 읽어보았다.

그리고 눈초리를 가늘게 떴다.

-xxx년 xxxx 정시. 영지 각 지역에 설치한 온도 계측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이상 현상을 감지.

-대지의 지열이 필요 이상으로 오르고 있는 것을 확인.

-온천지대의 물에서 다량의 메트로트산을 검출. 갑작스런 기후 이변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분석 중. 현재 온천지대의 영업을 모두 동결 중.

전문적으로 설명해놨지만, 이들 또한 같은 보고였다.

하인스 영지에 생긴 갑작스런 기상이변이 문제라고.

“저하아아아!!”

뒤이어 에이미가 울상을 지으며 허겁지겁 뛰어들어온다.

“저하! 큰일 났어요!”

“……또 뭔데.”

“달의 풀이…… 달의 풀이!!”

에이미가 숨넘어갈 듯 힘겹게 말하자 나는 손뼉을 강하게 쳤다.

짝!!!

“흐끅!”

“진정됐어? 천천히 보고해.”

“갑자기 달의 풀 모종들이 대규모로 시들고 있어서…….”

여기도 기후문제.

하인스 영지는 특수한 고대 시스템을 이용해 사시사철 정해진 기후에서 진행되고 있다.

물론 기후 자체를 막지는 않지만, 특히 달의 풀 재배지 같은 곳은 어지간해선 정해진 기후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 고대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

나는 곧바로 책상 테이블 안에 넣어둔 제어용 마석을 꺼내 움직였고 인상을 찡그렸다.

“이상 없다고?”

그러면 직접 보는 수밖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걸친 뒤 말했다.

“잠깐 어디 좀 갔다 올게.”

* * *

결론만 놓고 봤을 때 하인스 영지의 기후와 지기를 관리하는 시스템은 문제가 없었다.

기후 제어와 지기 관리라는 것이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기에 다른 지역에서 지기를 끌어오거나 비를 끌어오거나 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나름의 순환 방식을 통해 어지간해선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 하인스 영지 곳곳에는 갑자기 추워지거나 갑자기 더워지는 등 기이한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고대 유적지에 들어와 거대한 마석의 상태를 확인해보지만 역시 문제는 없다.

그렇다면 외부 쪽의 문제인가.

곧바로 이동을 시작한 나는 하인스 영지와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곳들을 전부 조사해보았다.

하지만 이상점은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아무 문제가 없는데 기후에 변화가 생긴다.

누군가가 하인스 영지에 무제를 유도한 것인가 싶어 여기저기 직접 점검했지만 역시나 문제가 없었다.

결국, 소득도 없이 돌아왔지만, 문제는 하인스 영지뿐만이 아니었다.

-형님. 바리스입니다. 요즘 왕도는 제법 날씨가 차갑습니다. 원래 지금 시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기온이기도 하구요.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인스 영지에는 별일이 없겠죠? 혹시라도 모르니 몸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바리스가 보내온 편지에도.

“팔란에서 온 소식인데. 더워야 할 지역에 기온이 생각 이상으로 낮다고 난리인 모양이야.”

린디스 제국이나 콘타스 제국.

즉 전 대륙에 이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날씨가 많이 추워요? 여긴 멀쩡한데…….”

-그러고 보니 방장 지금 지구 아니지 참. 너무 당연하게 방송하니까 가끔씩 까먹음.

-어쨌든 늘 있던 일이긴 한데 기후 변화가 조금 심상찮다는 말이 많음 과학자들이 빙하기 전조현상 같다고 아주 x랄 남.

“어허 욕은 하지 마세요. 그리고 호들갑이겠죠. 지구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그리고 조금 추워지거나 덥다고 문제 생긴 적은 없잖아요? 실제로 아직 추운데 꽃들이 개화했다가 얼어 죽는 일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인데.”

에반젤린의 방송을 통해 본 지구도.

신의 조각을 품은 이바노프가 있는 유르기안 대륙도.

이실디의 사제들이 있는 천중원도.

페스리사. 아트렐리아.

가리지 않고 전 차원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로선 단순히 문제가 생긴 정도였다.

사실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건 강제로 기후를 고정시켜야 하는 하인스 영지였지만 이런 전조현상은 뭔가 이상한 점이 분명 있었다.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 고대 시스템조차 영향을 줄 정도의 변화.

이게 단순 기후변화라고?

헛소리.

이 상황을 면밀히 알아보기 위해 나는 정령왕들을 모조리 불러냈다.

“내가 부른 이유. 알고 있지?”

[말을 안 하면 모른다 계약자.]

[오랜만에 불러내서 한다는 소리가 알아서 맞춰보라니. 기가 막히는군.]

방화광 이프리트와 대지의 정령왕 노아스의 딴죽이 쏟아졌다.

[요즘 바람이 심상찮아~]

[노아스. 대지 관리 똑바로 안 해요? 요즘 용암이 너무 활발해서 바다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다고요.]

반면 엘라임과 실피드는 대강 눈치챈 듯 보였다.

아주 겁이 많고 조금만 불리하면 딴짓을 밥 먹듯이 하는 놈이지만 눈치는 빠르니까.

[내 쪽은 이상이 없다. 착각이 아닌가?]

[이상이 없다니요! 지금 장난해요?!]

[그리고 내가 전부 관리 하는 것도 아닌데 웃기는군.]

[허…….]

자연에 밀접한 정령왕들까지 혼동이 올 정도면 이건 가벼운 징조는 분명 아니었다.

그렇다면 현재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상황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설마 비화가 또 문제를 일으켰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현재 비화는 나를 기다리며 자신의 성역에서 계속해서 전 차원을 조율하고 있었다.

그녀가 문제가 아니라면 답은 하나뿐이었다.

뭔가 거대한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일단은 비화를 만나야 했다.

이에 균열을 열고 넘어가려던 그 순간.

오색의 벽이 나의 진입을 거부한다.

“뭐야 이거.”

이 힘의 정체를 깨달은 뒤 멍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 *

“어…… 이거 왜 이래?!”

비화는 전 차원의 흐름을 조율하다 이상점을 발견했다.

그녀가 의도하지 않은 대규모의 변화가 감지된 것이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권능을 움직여 제어를 해보려 하지만 어째서일까.

본래 추워야 할 곳은 조금씩 기온이 올라가고 있고 더워야 할 곳은 추워지는 기현상이 계속해서 벌어진다.

실제로 생명체가 극소수인 어떤 차원의 사막에선 폭설이 내리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어떻게 된 거야…… 이게!!”

기다리는 동안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겠다고 말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런 사고가 터지는가.

멘탈이 바스스 갈려 나가는 와중에도 비화는 식은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조율을 했다.

하지만 그녀의 권능보다 변화가 생기는 게 더 빠르고 많았다.

“말도 안 돼…… 프리아 여신님의 상위권능이잖아……. 그런데 왜 이러는 건데!!”

당황한 그녀는 그녀가 가장 믿는 존재인 데이비를 부르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주변으로 오색의 장막이 펼쳐진다.

“뭐야 이건! 당장 안 비켜?!”

비화의 외침에 오색의 벽이 일렁거리며 그녀의 앞으로 빛무리가 모여들었다.

“넬타리드…… 당신!! 무슨 개수작을 부리는 거야.”

비화가 화가 난 얼굴로 넬타리드의 기운을 향해 소리치지만, 오색의 벽은 전혀 비키지 않았다.

대신 빛무리들이 점점 커지며 빛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인지하지 못하는.

여신이 된 그녀만이 볼 수 있는 신의 형체가 눈에 보인다.

그리고. 여신이 된 그녀만이 들을 수 있는 신어가 흘러나왔다.

-그는 움직이지 않는다. 비화.

“왜 이러는 건데. 후배가 실수 한 번 했다고 지금 꼽주는 거야?!”

누구와 똑같은 소리를 하며 화를 내는 그녀에게 넬타리드는 말했다.

-겨울이 오고 있다.

“겨울은 얼어 뒤질. 장난해? 지금 이거 당신이 하고 있는 거지. 개수작 부리지 말고 당장 안 돌려놔?!”

비화의 시야에 넬타리드의 모습이 확연히 담겼다.

그런 넬타리드에게서 이상한 점을 눈치챈 비화의 얼굴에 경계심이 서렸다.

“뭐야. 이일…… 당신이 꾸민 거구나.”

넬타리드는 답하지 않았다.

“진짜 내가 당신 뒤통수 후려갈긴 거 때문에 이러는 거야? 그 건은 내가 사과할게. 잘못했어. 진짜 그렇게 될 줄 몰랐단 말이야.”

의도한 게 아니라곤 해도 비화가 넬타리드의 뒤통수를 거하게 후려친 건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사과는 해야 했건만. 넬타리드는 그녀를 그냥 둘 생각이 없는 듯했다.

-여신께선 너의 존재를 용인하셨다. 하지만 네 존재는 내가 지키는 세상에 크나큰 해가 된다.

넬타리드의 목소리는 너무도 어둡고 무겁게 느껴졌다.

넬타리드가 오랜 시간 존재해온 신이라지만 비화는 태초신의 상위권능을 받은 존재.

시간은 짧아도 그녀 또한 특수한 성질을 지닌 고위계의 신이었다.

그렇기에 넬타리드가 함부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나를 어떻게 하겠다고?”

그 말에 넬타리드의 형체는 천천히 손을 들었고 이내 휘저었다.

그러자 막대한 힘이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비화는 반사적으로 힘을 끌어내 그 힘에 저항했다.

하지만.

태초신의 권능이라고 하기엔 그녀의 힘은 이상할 정도로 너무 약했다.

순식간에 넬타리드에게 제압당한 그녀는 현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구뿐만 아니라 전 차원을 감당하는 상위 권능인데 어째서 넬타리드에게 쪽도 못쓰고 찍어 눌리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동시에 검은 벽 같은 것들이 그녀를 휘감기 시작한다.

“머……멈춰! 멈추라고!”

-너의 존재는 내가 지키는 중간계에 방해가 된다. 나는 너를 소멸시킬 수 없다. 하지만 네가 네 의무를 다하지 못한다면 너는 스스로 자멸하게 될 것이다

“그만!! 그만두라고! 당신은 양심도 없어?! 당신을 도와서 반쪽을 파괴하고 당신과 지구를 구해줬던 아빠의 뒤통수를 이렇게 갈길 거냐고!”

비화가 점점 제압당하며 외치지만 넬타리드는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휘저었다.

그럴수록 점점 비화의 힘이 축소되며 그녀가 압박되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의 다 제압된 비화가 모든 힘을 봉인 당했을 즈음.

그녀가 말했다.

“잠깐만.”

그러자 넬타리드가 잠시 그녀를 억류하던 것을 멈췄다.

-무엇이지?

“내가 곱게 당해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 이 x벌 새끼야. 넌 내가 돌아오면 반드시 내 손으로 찢어버릴 테니.”

격한 욕설을 토해내며 비화는 그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올렸다.

“우리 아빠 격언이다.”

공자 가라사대. 왼쪽 뺨을 맞았으면 오른쪽 강냉이를 모조리 털어버려라.

“넌 강냉이 정도로 안 끝날 줄 알아.”

온순한 초단이와 달리 비화의 성격은 굉장히 거칠기 짝이 없었다.

스산한 얼굴로 그녀가 어둠 속에 빨려 들어가며 그를 향해 씹어뱉듯 말했다.

그것을 끝으로 비화는 검은 틈 속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이후 넬타리드는 말없이 그녀가 있던 장소를 보다 천천히 몸을 돌렸고 이내 걸어가며 서서히 사라졌다.

-믿음에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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