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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39화 (1,339/1,559)

제 1339화

어둠 속에 갇힌다는 건 비화에게 있어서 극심한 트라우마를 유발했다.

“아……아아……. 싫어……싫어!!”

새카만 공간 속에 갇힌 그녀는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와들와들 떨며 눈물을 떨구었다.

“또 이렇게 되는 건 싫어……. 아빠 제발…….”

오랜 시간 어두운 공간 안에서 홀로 버텨온 그녀였다.

멘탈이 튼튼한 사람도 아무 소리도 아무 빛도 없는 어두운 공간에 갇히는 건 극심한 공포를 유발하는 법이니까.

그녀의 움직임을 봉하는 보이지 않는 밧줄이 그녀의 양팔과 허리 다리를 단단히 봉한 채 실시간으로 그녀를 점차 약화해나간다.

넬타리드의 배신은 생각 이상으로 너무 괴로웠다.

비록 그와 직접 대화를 나눠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넬타리드가 자신들을 배신할 작자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1만 년 전 신녀 프리아를 위해 스스로 신이 된 존재이며 뒤틀린 반쪽을 지닌 존재였다.

그리고 파괴가 사라진 지금의 넬타리드는 말 그대로 피조물을 사랑하는 그런 신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과 데이비의 뒤통수를 치고 세계에 대규모 이변을 일으키다니.

타나토스처럼 오염이 된 것도 아닐 텐데. 외곽차원은 이미 해결했기에 더 이상 신이 오염되어서 뒤틀리는 일은 없을 터였다.

“대체 목적이 뭐야…… 이렇게 해서 자신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데…….”

그는 비화의 존재 자체가 자신의 세상에 방해가 된다 말했지만 그건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 불과했다.

당장 넬타리드가 정말로 거대한 음모를 꾸몄다면 그걸 다른 이들이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었다.

예전하고 현재는 다르니까.

하지만 그는 행동에 옮겼고, 현재 그녀는 갇혀 있었다.

두려움에 온몸이 진정되질 않지만, 내면에는 한 가지 사실이 더욱더 선명하게 타올랐다.

사정이 어떻건 간에 이곳에서 나갈 것이다.

그리고 넬타리드를 직접 찢어버리기 전까지는 절대 무너질 수 없다.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현재 도움을 받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무언가를 하기엔 넬타리드의 힘이 그녀를 계속해서 옥죄고 있었다.

“우선 이 빌어먹을 억압부터…….”

그녀는 침착함을 되찾고 천천히 자신의 권능을 발현했다.

프리아 여신의 상위권능이 고작 넬타리드의 권능에 밀린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신의 권능이라는 건 모두가 제각각이지만 각기 힘 싸움을 할 땐 하나 된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권능을 천천히 활성화 시키며 그녀의 눈에 불이 활활 타올랐다.

“뒤졌어. 진짜.”

* * *

“넬타리드 이 개새끼 당장 나와!!”

넬타리드의 신전을 찾기가 무섭게 소리치자 그곳을 지키고 있던 수녀 몇 명이 화들짝 놀랐다.

“무……무슨 짓입니까! 이곳은 신전입니다!”

넬타리드 교단의 수녀나 신관들은 하나같이 그리 뿌리가 깊지 못하다.

한때 대규모로 몰살당한 전적도 있고 넬타리드교 자체의 뿌리가 그리 깊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실존하는 신.

현재도 지구를 계속해서 지켜주고 있는 신의 존재는 많은 신도들을 양성했다.

사이비라고 하기엔 진짜로 존재하는 교단이니까.

다른 종교와 달리 굳이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신을 찾는 이들은 찾아올 수밖에 없는 게 바로 이 신전이었다.

그리고, 현재 내가 와있는 이 신전은 전 세계에 퍼져있는 넬타리드 교단의 신전 중에서도 가장 구심점이 되는 본산이었다.

“티오니스 성자님 아니십니까.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아무리 신도가 없어서 수녀와 신관밖에 없는 시간대라고 해도 방금의 내 발언은 굉장히 불쾌할 수 있었다.

“신관님. 제가 인내심이 크지 않아서 그러는데 사도들 어디 있습니까.”

분노를 억누르며 내가 묻자 신관들이 서로 시선을 마주하며 수군거렸다.

“일단 진정하세요. 무슨 일인지 몰라도…….”

일단 나는 넬타리드 교단의 성흔도 가지고 있으니까.

이들에겐 성자라 불려도 손색없을 입장이었다.

물론, 지금의 행동이 선을 넘은 것도 사실이지만 조금만 더 인내심에 한계가 오면 신전이고 뭐고 다 부숴버릴 작정이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신전의 중앙에서 빛이 터져 나오며 날개를 펼친 소년이 내려섰다.

“케인.”

“우선 진정하시고 들어가시지요.”

그가 한쪽에 비치된 고해실을 가리키며 내게 말한다.

“지금 내가 한가롭게 고해성사나 하자고 부른 게 아닌 건 네가 제일 잘 알 텐데? 신전 부숴버리는 수가 있어.”

파랗게 질린 신관과 수녀들을 보던 케인이 쓰게 한숨을 내쉬었다.

“보십시오. 신도들이 겁을 먹지 않았습니까. 당신도 반신이라면 좀 더…….”

“케인.”

“…….”

“열 뻗치게 하지 마.”

비록 눈앞에 있는 케인의 한쪽 인격은 일리나를 엄마라 부르며 따르고 있다지만 나는 언제까지고 케인의 일부와는 사이가 좋아질 기미가 없었다.

“일단 들어오시지요.”

그는 조용히 손을 저어 다른 이들을 내보낸다.

“모두 잠시 나가주십시오. 계시의식을 진행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사도님.”

케인의 정중한 부탁에 수녀와 신관들이 일제히 종종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다만 한 사람은 나가지 않고 있었다.

“쟤는?”

어린 소녀는 멀뚱멀뚱한 얼굴로 나와 케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넬타리드 님께서 성흔의 징표를 내리신 아이입니다. 장차 성녀가 될 테지요. 이 아이는 괜찮습니다.”

알아서 하겠지. 케인은 다른 이들이 모두 나간 후에 넬타리드 신상의 앞에 앉아 기도를 올렸다.

그러자 옅은 장막이 펼쳐지며 주변을 감싼다.

“말씀하십시오. 대체 무슨 일입니까.”

“기상이변도 기상이변이지만, 비화. 어디로 납치했어.”

내 말에 케인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비화 님께서 납치당하셨다고요?”

“장난해?”

“그…… 저희는 계시를 따로 받은 게 없어서…….”

“니들이 모시는 신 넬타리드가 비화를 납치하고 내가 이곳에 오지 못하게 벽을 쳤다.”

내 말에 그가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군요. 최근 이상할 정도로 기상이변이 잦더라니…… 이게 이대로 간다면…….”

“빙하기가 오겠지. 전 차원에.”

빙하기는 어떤 면에선 세상을 청소하는 하나의 시스템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오존층이니 뭐니 해도 아직 빙하기가 올 정도는 아니라는 소리인 만큼 이번 증세는 명백히 이상증세였다.

“저희는 따로 계시를 받아본 게 없습니다.”

“그러니까 넬타리드 이 새끼 불러내라고.”

내가 험악하게 으르렁거리자 가만히 있던 작은 소녀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내 팔을 잡는다.

“음?”

“안돼요…… 신님께서 노하세요.”

아직 굉장히 어려 보이는 소녀는 겁을 먹었으면서도 똘망똘망한 눈으로 내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넬타리드 님께선 세상의 모든 것을 온정을 베풀라 하셨어요.”

“꼬마 성녀 후보님. 지금…….”

“데이비 님. 안됩니다.”

케인이 애써 말리며 내 말을 끊었다.

“우선 기도를 올려보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노여움을 거둬주십시오.”

“프레이아가 찾아왔었다. 겨울이 오니까 함부로 나서지 말라고 하던데. 알고 있었던 거 아닌가?”

“신께서 정하신 뜻을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그렇게 전지전능한 건 프리아 여신뿐이야 이 새끼야.

나는 숨을 짧게 고른 뒤 고개를 까딱였다.

“불러내 봐.”

“잠시…….”

이후 그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빠르게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무릎을 꿇고 등을 돌린 채 기도를 하는 그의 등 뒤로 새하얀 빛의 날개들이 세 쌍 돋아난다.

발키리아는 처단부대인 백익와 달리 신의 사자로서 의사를 전달하는 존재.

그렇기에 무력 면에선 륀느에 비해 떨어질지 몰라도 그 급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지엄하신 아버지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케인의 기도가 진행될수록 길게 뻗어진 날개가 더욱더 빛을 내고 그 주변으로 오색의 빛가루들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넬타리드가 강림하기라도 하려는지 막대한 힘이 쏟아지려던 그 순간.

섬광이 터져 나온다.

그래도 믿고 있기에.

그래도 아군이었기에.

나는 이 작자가 이렇게까지 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

나는 순식간에 변해버린 주변의 풍경을 보며 숨을 짧게 골랐다.

케인의 기도와 함께 내려진 신의 기적.

그 기적 속에서 나는 마치 추방당하듯 정체 모를 숲으로 이동했다.

내 저항을 무시하고 날려 보낼 정도면 굉장히 오랫동안 힘을 축적해왔다는 뜻이리라.

-태초에 빛이 있으라.

그때 내 귓가에 작은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고개를 돌리자. 신의 성흔 흔적을 받았다던 작은 소녀가 양손을 모은 채 공허한 눈동자로 말하고 있었다.

-태초에 밤이 있으라.

“넬타리드.”

지금 저 말을 내뱉고 있는게 넬타리드라는 걸 깨달은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프리아.

“비화. 어디 숨겼냐.”

존대도 집어치운 채 내가 으르렁거리며 그에게 말하자 소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간다.

-태초의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 오랜 시간 억눌러온 여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기에 예정된 것.

“알아듣기 쉽게 설명 안 해? 진짜 뒤지고 싶어?”

-잠든 여신은 태초의 겨울을 막기 위해 여신에게 조율의 권능을 내렸음이니.

“그게 비화라고.”

-하나 여신은 아직 너무 어릴지어다. 그 누구도 도울 수 없을지니. 스스로 개척하여 스스로 그 계단을 찾아 올라가야 할 것이다.

“…….”

그말과 함께 소녀가 휘청거리더니 털썩 주저앉았다.

이제 고작 열 살 조금 되어 보이는 소녀에게 강신은 너무 큰 부담이었는지 숨을 거칠게 몰아쉰다.

즉, 넬타리드의 말에 따르면 잠들기 전 프리아 여신이 적당히 막아놓고 있던 태초의 겨울이 그녀가 잠들면서 슬슬 올 시기가 되었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그녀가 비화의 존재 안에 그녀의 상위권능을 선정하여 심어 넣었다는 뜻이었다.

다만 비화는 아직 너무 미숙하고 어리기에 권능을 다룰 수 없었고.

“그러니까. 권능을 각성하라고 애를 납치했다 이건가? 지금 장난해?”

내 주변에 투기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하자 소녀가 와들와들 떨며 주저앉았다.

어찌나 겁을 먹었는지 소변을 지리고 떨리는 눈동자에 눈물까지 고인 채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저……저……. 죽고 싶지 않아요…….”

“…….”

저 애가 무슨 잘못일까.

지 할 말만 하고 사라져버린 넬타리드 때문에 속이 터지지만 그걸 이 작은 성녀 후보에게 풀 수는 없었다.

“이놈 장단에 맞춰줄 이유는 어디에도 없지.”

나는 허공을 찢어 이 아이를 데리고 다시 지구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그런 내 행동을 막듯 사방에서 빛의 창들이 나를 노리고 날아든다.

쩌어엉!!!

엄청난 충격파와 함께 주변 숲이 뒤흔들린다.

성녀 후보라 했던 이름 모를 소녀가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려 하자 나는 반사적으로 아이를 낚아챘다.

넬타리드는 내가 이 차원에서 나가는 걸 막으려 하고 있었다.

“비화가 각성할 때까지 내가 나서지 말아라 이 뜻이지.”

대답은 들려오지 않지만 애초에 긍정을 받을 필요도 없었다.

그런 이야기야 뻔했으니까.

그제야 주변이 보인다.

이곳은 차원이되 차원이 아니었다.

넬타리드의 공간.

그는 지금 자신의 모든 힘을 이용해 나를 이곳에 잡아놓으려 하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전신을 신체화시켰다.

머리카락이 길어지고 선이 가늘어진다.

성별이 없는 존재.

그런 나를 막으려는 듯 계속해서 빛의 창들이 쏟아져 내렸지만 나는 비웃음을 던졌다.

“이참에 서열정리 한번 들어가던지.”

아이를 잡고 있지 않은 내 손에 막대한 스파크가 모여들기 시작한다.

이 공간 자체를 박살 내버리고 나가서 비화를 되찾고 원치 않는 권능을 가지고 있는 비화에게서 권능을 회수할 방법을 찾던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모색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소리가 사라졌고 나는 흠칫 놀라며 아이를 품에 당긴 채 모든 힘을 방출했다.

쩌어어어엉!!!!

엄청난 소음과 함께 주변이 일변한다.

완전히 얼어붙어버린 세계가 눈에 보인다.

“이게…….”

-이것이 곧 다가올 겨울이다. 나서지 마라. 네가 나서면 이 미래는 반드시 모든 차원에 들이닥친다.

넬타리드는 태초의 겨울이 찾아왔을 세상을 내게 보여주었다.

나도 영향권에서 벗어나는데 막대한 힘을 쓸 정도면 다른 이들은 한순간에 얼어붙어 버릴 정도였다.

태초의 겨울은 재앙이 아니었다.

여신이 만든 하나의 시스템이었기에 세계의 법칙도 그 점에 관해서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프리아 여신이 내게 직접 이것을 말하지 않은 건 비화가 반드시 해낼 수 있기 때문이라 판단했기 때문일까.

그 작은 아이의 어깨에 대체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운 것인지 열이 뻗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이 다시 역변하며 주변 풍경이 익숙한 신전으로 변했다.

“다녀오셨습니까.”

“그래.”

“그곳에서 무엇을…… 아니 잠깐! 아가사! 꼴이 왜 그럽니까!”

놀란 케인이 옷이 축축하게 젖고 잔뜩 겁에 질려있는 성녀 후보를 향해 뛰어오며 아이를 받아들었다.

“아니 애한테 대체 왜 겁을 줍니까 주기는!”

그가 평소답지 않게 화를 내며 내게 소리쳤다.

“뒤지고 싶어?”

“아니 할 말은 해야지요! 이 애가 잘못했습니까?!”

왜 나를 나쁜 놈으로 만들지?

괜스레 열 받은 나는 케인의 정강이를 걷어차 버렸다.

“끄악!”

비명을 지르며 그가 펄쩍 뛴다.

“믿고 기다리라 이거지.”

“끄으…… 예, 넬타리드께서는 반드시 비화 님이 각성에 성공하실 거라 하셨습니다.”

“애한테 얼마나 무거운 짐을 씌운 건지는 알고 있나?”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 당신이 이동하신 후 계시가 내려왔습니다.”

“또 뭔데!!”

“각성에 성공하면 비화 님이 중간계에 문제없이 강신할 수 있는 수단을 얻을 것이라고…….”

그거면 말이 달라지는데.

“자세히 이야기해봐.”

“저도 모릅니다. 그냥 가능할 거라고…….”

이놈의 발키리아들은 영 쓸모가 없다.

그게 내 결론이다.

“좋아. 믿어보지.”

“감사합니다. 아참 그리고 계시가 하나 더 내렸습니다.”

“또 뭔데.”

“아가사를 가르쳐주십시오.”

“뭐?”

아가사는 케인이 안고 있는 이 작은 성녀 후보였다.

“그녀에게 신성 마법과 세상 사는 법을 가르쳐주세요. 그것이 신께서 이번 일을 주도해주신 대가입니다.”

넬타리드가 자신이 모든 것을 뒤집어쓰고 비화를 각성시켜줄 테니 아가사를 가르쳐달라 말하고 있는 꼴이었다.

“뭘 가르치든 내 자유다 이거지?”

“네.”

“후회하지 마라.”

나는 겁에 질려있는 성녀 후보. 아가사에게 말했다.

“우선 기도하는 법부터 알려주마.”

넬타리드가 비화를 확실히 케어해 준다면 이까짓 거래. 받아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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