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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40화 (1,340/1,559)

제 1340화

명분이 있다 해도 비화가 잘 있는지 확인하지 않을 순 없었다.

그런 실수는 한 번으로 충분하니까.

다만 다방면으로 조사가 필요한 건 사실이었다.

“요즘 난리야. 저거에 대해 아는 거 없어?”

“당장은 없어.”

“괜찮은 거…… 맞지?”

현아가 뉴스를 보도하고 있는 티비를 끄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래야지.”

“대부분의 문제는 오빠가 지켜주고 있잖아. 그런데도 안돼?”

“세상일이 뭐 생각대로 돌아가나.”

“언제는 제 입맛대로 살던 게.”

“뭐 임마?”

그녀를 노려보자 현아는 맨발로 나를 툭툭 걷어차고는 고개를 까딱였다.

“그럼 여기서 궁상떨지 말고 얼른 가서 해결책이나 생각해야지 생긴 건 갑오징어 같은 게. 머리까지 해삼이 되면 어쩌자는 거야.”

“요즘 성게는 말도 하나?”

“아 쫌 가라고!”

퍽퍽 걷어차며 나를 내쫓는 현아는 바빠 보였다.

“뭔데 그렇게 차려입었냐.”

“뭐긴. 데이트가지.”

“뭐 임마?”

“왜 뭐 왜. 내가 누구를 만나든지 니가 그렇게 따지고 들 일이냐?”

그녀도 지지 않고 쏘아붙였다.

“어떤 놈이야.”

“크리스 마텐. 미국의 히어로.”

“그놈이 네게 흑심이 있는 거 같더니 그새…….”

“장난이야. 업무상 미팅이야. 위치가 위치라 대충 입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요새는 회사 일도 삼촌이 거의 다 하고 있으니까. 나는 적당히 이런 자리나 잘 채우면 돼.”

“지가 불러놓고는…….”

자기가 부르고 자기가 내쫓은 저 인성은 누구를 닮은 것인지.

서로 이유도 없이 싸우는 게 남매가 아니던가.

이런 것을 보면 후에 다리안과 아벨이 에반젤린과 죽도록 싸우는 게 아닌가 괜히 걱정스러웠다.

그런 생각을 하며 현아의 집을 빠져나와 있던 찰나.

허공이 열리며 새하얀 날개를 지닌 신의 사도, 천족 발키리아 프레이아가 대뜸 뛰어내리며 내 멱살을 잡았다.

“대체…… 애한테 뭘 가르친 거야 이 미친놈아!!!”

어찌나 화가 났는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책임져 이 새끼야!!”

그녀가 악을 쓰며 내 멱살을 흔드는데 어찌하겠는가. 이쪽도 맞춰줘야지.

팍!!

“놔라. 난 계약대로 했다.”

“계약대로?! 하…… 아니다 따라와.”

그녀는 부족한 제 힘으로 나를 질질 끌고 균열 너머로 넘어가려 했다.

뭘 어쨌다고 저러는 건지. 마침 할 말도 있거니와 그녀를 따라 이동하자 고요한 신전의 예베당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없는 내부의 기도실.

그곳에는 작은 한 소녀가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었다.

“만물을 굽어살피시는 넬타리드 님. 당신의 시련은 매우 매운 맛이니 조금 단 맛으로 해주시옵고. 당신의 광휘로운 은총을 높게 평가하며…… 고통받는 자들을 위해서 조금만 더 챙겨주시옵소서.”

“……보여? 대체 뭔 짓을 해야 며칠 만에 애가 저렇게 되는데!!”

“뭐가 이상한가?”

물꼬를 트는 순간 터져나간다고. 초단이의 악기와 노래가 그러했듯 아가사라는 저 넬타리드 교단의 성녀 후보는 정말로 내가 하는 걸 보고 스스로 깨우친 참이었다.

“세상에 누가!! 어떤 성녀 후보가 저런 식으로 예의 없이 건방지게 기도를 하느냐고!! 은총이 아니라 신벌이 떨어지겠다!”

프레이아의 분노는 적합했다.

하지만. 넬타리드는 아가사의 기도에도 딱히 신벌을 내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저 기도에 네가 화내야 할 부분이 어디…… 풉…… 있는데.”

“웃음이 나와?!”

어린아이는 보통 금방 스펀지처럼 흡수한다더니 아가사의 성장이 괄목할 정도라 정말 뿌듯하기 그지없었다.

실제로 아가사가 품고 있는 잠재력은 리나 성녀 이상으로 잘하면 8위계 성마법을 쓸 수 있는 유일한 지구인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저 애 출신이 어디야.”

“자세한 본적은 몰라. 유럽 쪽 태생인 거 같긴 한데 중동의 인신매매 조직에 잡혀있다가 성흔이 발현된 걸 보고 겁을 먹은 그놈들이 버렸다고 들었거든.”

신이 존재한다는 말은 죽고 나서 악행에 따라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범죄율이 예전보다 확 줄어든 건 사실이었다.

각성자와 몬스터가 돌아다니고 하는 이런 세상에서도.

하지만 아무리 뒤가 없는 인신매매조직이라도 신의 성흔 흔적을 내려받은 아이의 장기를 털었다간 조직 전체가 하루아침에 괴멸당할 가능성은 충분했고 그들도 굳이 그런 위험부담을 안아가면서까지 아가사에게 손을 댈 이유는 없었기에 빠르게 손절을 했다는 모양이었다.

“기도뿐만이 아니야. 그렇게 신실하던 애가 얼마나 게을러졌는지 알아?!”

“자기 할 일도 안 하고?”

“그……그건 아닌데…….”

“그런데 왜 애를 자꾸 묶어놔. 성흔을 가지면 감정도 없어지는지 알아? 너희들은 이게 문제야. 신을 모시는 건 좋아. 성녀 후보로서 마음가짐과 모습을 정갈히 하는 것도 좋아. 그런데. 그게 사람을 멋대로 바꿔도 될 이유는 되지 못하지.”

때마침 그녀를 찾아온 듯한 신관과 신도가 찾아왔다.

“아가사 님.”

“아. 오셨나요. 형제님.”

“예. 기도 중이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마침 타이밍 좋게 끝이 났네요.”

어린아이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완숙한 대처법이었다.

하지만 신관과 신도가 돌아간 이후 그녀는 대뜸 몸을 의자에 늘어뜨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 힘들다…….”

“저……저!?”

“신의 사도라기보다는 거의 감시관이네.”

“뭐라고?!”

“잘 들어. 억압하는 곳에서 제대로 된 신자가 나올 순 없다.”

“웃기는 소리하지 마. 얼마든지 그런 케이스는…….”

“모르니까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고? 넌 이 신전이 인간을 위해 있는 거냐?”

“뭐……뭐?”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면서도 신을 모시고 경건한 마음을 품어야 적어도 신이 보기에도 좋아 보이지. 넌 신의 눈이 옹이구멍으로 보이냐?”

그 말에 프레이아는 입을 다물었다.

비록 좀 껄렁껄렁해지긴 했어도 실제로 아가사는 전보다 더 활기차게 변했다.

억눌리던 무언가에서 해방된 듯한 느낌이었을 테니까.

“저 애. 여기 와서 겉으론 멀쩡한 척했지만, 속에 돌이 꽉꽉 쌓여있었을 거다. 지금 내가 해준 건 단순한 일탈일 뿐이야. 나머지는 니들이 바꿔나가야지.”

다른 신관들과 달리 아가사는 평생 이 넬타리드 교단에 뼈를 묻어야 했다.

그렇기에 단순히 통제하고 억누르는 건 그녀의 성장을 방해할 뿐이다.

“자유롭게 생각하되 자유롭게 신을 모시게. 그러면서 자신의 위치를 잃지 않는 것. 그게 너희들이 저 애를 유도해야 할 방향 아닌가?”

“아……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누가 저 꼴을 보기라도 한다면…….”

“보면 뭐.”

“어……어?”

“보면 어쩌라고. 아까도 물었지. 이 신전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해?”

어차피 이곳의 신은 넬타리드 하나뿐이고 그건 영원불변의 법칙이다.

“인간 몇몇이 수군거린다고 넬타리드에게 문제라도 생길 거 같아?”

세간의 이목이나 신경 쓰면서 넬타리드의 신관을 억누르다니.

게다가 아직 아가사에게 가르치지 않은 것이 많았다.

단순 기도만 가르쳤을 뿐이니까.

“하지만…… 저렇게 풀어지면 언젠가 나태해질 거야. 그리고 타락하는 자도 나오겠지.”

그녀의 말 또한 타당했다. 실제로 종교가 오랜 세월 빡빡한 스케줄을 요구한 이유는 나태한 자가 나와 타락하게 하지 않기 위함이라는 뜻도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근데 부탁한 건 넬타리드 아닌가? 그 작자가 바랬으니 나는 내 방식대로 가르친 것뿐이야.”

넬타리드가 내가 아는 그 평온을 좋아하는 평화로운 신이 맞다면.

지구의 인간을 사랑하는 그 신이 맞다면. 그는 숨이 턱턱 막혀가는 아가사의 삶을 많이 안타까워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럴 수밖에.

“그리고 니들은 너희 신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구나.”

“뭐……뭐?”

“넬타리드에게 신녀, 혹은 성녀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다른 신도 아니고 넬타리드에게만큼은 신녀나 성녀의 존재가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교육은 다음에 시키도록 하고. 오는 길에 조사를 좀 해봤다.”

“조사?”

‘그래. 이번 빙하기의 전조현상이 넬타리드가 일으킨 건지 알아봐야 하니까.“

“부……불경하다! 신을 의심하다니!!”

“적어도 넬타리드가 비화를 억류하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속 긁지 마라.”

내 몸에서 위압이 터져 나오자 프레이아는 조용히 시선을 피하며 몸을 떨었다.

“신께서 세상을 멸망시킬 리가 없잖아…….”

실제로 빙하기의 전조현상을 일으키기엔 넬타리드의 힘이 부족한 것도 있고, 그의 흔적이 전혀 없는 것도 한몫했다.

그렇다면 정말로 본래 존재하는 정화시스템인데 그걸 여신이 잠들기 전까지 억누르다가 이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뜻일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짐작하는 바가 있나?”

“이유라…… 나라고 세상의 진리를 알 수는 없어. 미안하지만 줄 수 있는 정보가 없네.”

비록 신의 사도지만 그래도 녀석에게 주어지는 정보는 한정적이었다.

신은 기도를 올린다 해서 함부로 진실을 주지 않는다.

그런 행동 하나하나 모든 것이 많은 변화를 일으키니까.

결론만 놓고 보면 넬타리드의 말이 제법 신빙성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상하리만치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넬타리드는 비화가 어디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그저 그가 만든 아공간 속에 갇혀있다는 말만 할 뿐.

그나마 비화의 권능이 아직 세상에 남아 그녀와 연결되어 그녀의 안전 여부를 확인시켜주고 있다지만 직접 비화를 내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믿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확인하면 그녀가 나의 존재를 확인해버리면서 모든 게 틀어질 가능성이 존재했다.

“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는데.”

“앗! 스승님! 오셨어요?!”

그제야 나를 발견했는지 아가사가 환하게 웃으며 빠르게 뛰어왔다.

그리고는 나를 올려다보며 눈을 반짝인다.

“스승님께 배운 대로 한 뒤로 신성력이 더 늘어났어요!”

단순 플라시보 효과.

아니 아마 그녀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넬타리드가 더 많은 신성력을 허락한 거겠지.

나는 기분 좋은 듯 웃는 아가사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고는 물었다.

“잊지 마. 내가 가르쳐준 건…….”

“알고 있어요. 제 마음이 견고해야 효과가 나온다는 거.”

“그거면 됐다. 나머지는 나중에 또 가르쳐주마. 신성 마법이나. 그런 것들.”

“네!”

고작 며칠 만에 아가사를 구워삶아 버린 내가 어이가 없는지 프레이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스팡!!

그때 허공이 열리며 케인이 날개를 펴고 나타났다.

“오셨습니까.”

“아! 케인 오빠!”

“오……오빠?!”

당황한 케인이 흠칫 놀라며 아가사를 본 뒤 내게 시선을 돌렸다.

“대체 애한테 뭘 가르친 겁니까…….”

“뭐. 왜 뭐.”

사소한 복수일 뿐이다.

“사도님 사도님 하는 것보다 남들 없을 땐 좀 더 편하게 대하라고 했을 뿐이야.”

“끄응…… 뭐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우선 같이 가시죠. 넬타리드 님께서 비화 님에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녀의 힘의 변화를 직접 확인하셔야 믿으실 거 같다고.”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케인을 따라 향한 곳은 넬타리드의 성역과 중간계 사이에 있는 어떤 틈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거대한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직경 수십 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검은 구체와 그런 구체를 억누르고 있는 수백 수천 줄기의 빛의 줄기들. 그런 줄기 안에서 느껴지는 건 분명 비화의 힘이었다.

다만 비화의 신력은 예전보다 훨씬 강해져 있었다.

그 탓일까.

비화를 억누르는 빛의 줄기들 중 일부는 순식간에 부서졌다가 다시 수복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넬타리드 님께서는 비화 님이 아직 프리아 여신의 권능을 완전히 녹여낸 것이 아니기에 힘이 너무 약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극한 상황에 몰아서 비화의 힘을 강화시킨다고.”

“그동안은 비화 님의 사도들이 조율을 할 테니까요.”

처음부터 계략은 있었다 이거구만.

“다만……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그동안 당신이 막아주시면 좋겠습니다만…….”

문제는 내게 그런 것들을 온전히 막을 근본적인 힘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강제로 억누르는 건 가능하지만 임시방편이지.”

“사도들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빙하기의 전조에 완전히 저항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내가 가서 임시방편이라도 누르고 있으라는 소리였다.

“기기에 비화 님의 위계는 절대 넬타리드 님의 아래가 아니기에 넬타리드 님은 현재 비화 님을 억누르는 데에 모든 힘을 쓰고 계십니다. 그렇기에…… 직접적으로 재앙에 저항할 여력이 없으십니다.”

“좋아. 이 정도는 받아들이지.”

다만 기대는 하지 마라.

* * *

아무리 데이비가 손을 거들었다 해도 태초의 겨울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세상엔 이해할 수 없는 기현상들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사막에 눈이 온다든지. 극지방의 눈이 갑자기 녹아내린다든지 하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

티오니스에서도 그런 기현상에 혼란에 빠져있었지만, 과학기술이 발달한 곳에선 아주 비상이 걸린 참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빙하기가 찾아올 거라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아직까지 제대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소식이 퍼져나가는 건 한순간이었다.

다만 인터넷에 이런 그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님들. 그거 봤음? 사하라 사막에 폭설 내린 거. 그거 조사하던 연구원들이 했던 말인데. 티오니스 성자가 나타나서 눈을 지워버리고 갔다더라.

-나도 들었음, 전에 폭우가 미친 듯이 내리는 지역은 비를 멈추게 하고 갔다던데. 그냥 뒀으면 대규모 침수사태 벌어질 뻔했던 거 막은 듯함.

-이쪽은 이미 티오니스 성자가 다녀갔는데. 다시 전조현상 보이기 시작했음. 진짜 세상이 멸망할라 그러나…….

-아무리 티오니스 성자라도 혼자서 다 해결하긴 힘든 모양임…….

-하긴…….

-근데 진짜 어떤 말도 없이 찾아와서 문제 해결해주고 떠나는 거. 나만 멋있냐. 티오니스 성자는 애초에 외부인이잖아. 근데 여기 재앙 막아주고 있는게.

-대가리가 깨지셨네요. 정상입니다. 솔직히 그냥 두면 대참사 날뻔한 거 계속 막아주고 있으니 여론 좋아도 이상하진 않음.

-안 그래도 사이비 새끼들이 이번에 종말이 찾아오니 뭐니 개 시끄러운데.

-티오니스 성자가 뭔가 나서서 하는 일 중에 작은 일 있었음?

-그럼 진짜 종말이 찾아오나…….

-와씨…… 넬타리드 맙소사……

-신이시여…….

음모론이 퍼지는 건 한순간이었고 많은 이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지역부터 처리하곤 있다지만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뿐 근본적인 문제는 되지 않았다.

그 탓일까.

더 많은 신도들이 넬타리드 교단을 찾아와 기도를 올리는 현상이 잦아졌고 각국의 수장들은 더 이상 사실을 숨기는 게 힘들다고 판단.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공표했다.

그리고.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

-속보. 프랑스 소도시 하나 지금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함. 사상자가 수만 명…….

-진짜 종말이다……. 진짜 벙커 만들고 지하에 숨어야 할 듯.

-지금 사재기 현상 개 심해지고 있는 거 암?

아무리 티오니스 성자. 데이비 올 라운이 돕는다 해도 한 차원도 아니고 수많은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그 혼자서 막기란 불가능했다.

거기에 범위는 넓어지고 강도가 강해지니 점점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또 다른 무언가가 관측되었다.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마치 개기 일식처럼 태양을 가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단순히 달이 태양을 가리는 것과 달리 이 현상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어둠이 나타나 태양 빛을 서서히 가리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 속도는 느렸다.

지금이야 고작 손톱 끝부분 정도에 불과한 변화였지만 점점 커진다는 게 많은 이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방장…… 어떻게 된 거야. 진짜 종말이 오는 거야?

-진짜로? 이렇게 허무하게?

-티오니스 성자가 뭐 하고 있다고는 들었는데. 아는 거 없음?

그 때문일까. 그나마 티오니스 성자와 연결된 곳에서 많은 정보의 요구를 요청하고 있었다.

신성 그룹이나 에반젤린의 방송에서 말이다.

“다들 멈춰요! 나도 몰라요! 아빠가 뭔가 급하게 하고 있는 건 알고 있는데. 이 이상은 나도 몰라요. 그러니까 좀 기다려요!”

-아니 어떻게 기다려! 잘못하면 종말이 다가오게 생겼는데.

-지금 듣기로는 이대로 가면 급속도 빙하기 찾아온다고 들었음.

“잘은 모르겠어요. 하…… 오늘은 방송할 분위기가 아니네…… 대체 비화 언니는 어디서 뭘 하는 건지…….”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에반젤린은 이 일을 해결해야 할 비화가 움직이지 않는 것에 괜스레 걱정이 들었다.

-비화? 그 여신 컨셉 가지고 있는 방장 언니분?

-그러고 보니 조율의 여신님이라고 컨셉 잡았잖아. 이럴 때 안 나타남?

“비화 언니는 지금 많이 바쁘다고 했어요. 뭘 하는지는 나도 들은 게 없어서. 전에 본 뒤로 나도 한 번도 못 봤으니까.”

에반젤린의 말은 비화가 진짜 여신이라고 시인한 것과 다를 바 없었지만,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속보. 플로리다 비치 완전히 얼어붙었다. 미친…….

-뭐?

분위기가 점점 무거워지는 사이에 에반젤린은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점점 세상이 종말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은 에반젤린으로써도 쉬이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지구만 이럼?

“티오니스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아빠가 티오니스고 지구고 가리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큰 문제들만 틀어막고 있는 거 같은데…… 일단 기다려봐요. 우리…….”

에반젤린이 할 수 있는 말은 그게 전부였다.

그렇게 태양을 가린 어두운 그림자가 점점 영역을 넓혔고.

에반젤린이 방송을 끄고 휴방한 지 약 사흘.

그 안에 검은 그림자는 태양의 절반을 가렸다.

피직.

같은 시각. 넬타리드가 억누르고 있던 검은 구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틈사이로 어마어마한 밀도의 힘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어서 나와라.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네가 각성하지 못하면 세상은 종말을 피할 수 없다.

넬타리드의 목소리가 짧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다시 바스러지듯 그의 목소리가 아주 작게 퍼져나갔다.

-여신이시여……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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