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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60화 (1,360/1,559)

제 1360화

전조도 없이 나타난 미친 천사로 인해 엄청난 난리가 났다는 소식은 금방 현아를 통해 전해져 왔다.

“바로 가게?”

“가야지. 그놈을 생포해야 해.”

그리해야 이놈이 정확히 어떤 놈인지 알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 진입하면 안될 거야.”

“뭐?”

“타국내의 일이야. 거기서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함부로 나서면 안 돼.”

“그 점은 나도 같은 생각이지.”

현아의 말에 크리스까지 가세한다.

확실히 두 사람의 말대로 이렇다 할 협약도 없는 상황이었다.

파트로시스트 같은 단체와 싸울 때 맺은 협약은 단기 협약. 즉, 현재 내가 타국에 멋대로 들어가서 뒤엎기엔 무리가 있다. 라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었다.

“이제와서?”

“이제와서니까 그런 게 먹히는 거지. 그동안 해온 게 있으니까 그쪽에서도 아무 말 안 하지, 보통 다른 국가였으면 바로 싸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잖아?”

비화의 말대로라면 튀어나온 미친 천사의 힘은 단순 각성자들이 막아서기엔 굉장히 강했다.

저렇게 강한 존재가 왜 각성자의 몸 안에 있고 그만한 힘밖에 내지 못하는지는 아직 알 길이 없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각성자에게서 해방된 미친 천사의 힘은 재앙에 가깝다는 것을.

다만 그게 일반적인 경우라면 그러했다.

“네? 그게 진짜예요? 알겠습니다.”

다시금 걸려온 통화를 마친 현아가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 미식연구회 있잖아. 오빠.”

“음?”

“괴물이 나온 곳이 거기래. 정체 모를 하울링 때문에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죄다 기절하는 바람에 미식연구회가 괴물하고 대치 중인 모양이야.”

“프랑스 소속 각성자는?”

“이상한 결계 때문에 내부에 진입할 수가 없다고 하네.”

그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페르세르크는 조용히 내 손을 잡았다.

“바로 가게? 그거 불법 입국이다?”

“아쉽지만, 프랑스 정부가 내게 제법 호의적이라.”

“재수 없기는.”

쩍!!

내가 균열을 열자 크리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세는 하지 않겠지만 가서 직접 봐도 괜찮을까?”

“음?”

“일단 그 괴물, 우리 쪽에서도 나올 수 있다는 거니까. 어느 정도인지는 직접 봐뒀으면 싶은데.”

비공식적으로 프랑스에 방문하고 싶다는 그의 말에 잠깐 고민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에게 빚을 지워놔서 나쁠 건 없다.

게다가 그가 준비를 잘해준다면 괜한 인명피해는 피할 수 있으리라.

“편한 대로.”

“하하. 역시 티오니스 성자님은 정말 사람이 좋은 사람이네.”

“오빠야.”

“음?”

“조심히 갔다 온나.”

“그래.”

눈치가 빠른 그는 내가 무슨 판단으로 그를 데려가는지 금방 눈치챈 듯 보였다.

신력으로 이루어진 균열을 찢고 공간을 도약한다.

미식연구회가 묶여있던 에펠탑은 이미 최근에 간 적이 있기에 이동 자체에도 크게 지장이 없었다.

“이건 대체…….”

모습을 드러내기가 무섭게 주변을 가득 채운 보랏빛 안개에 크리스가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공기가 엄청나게 무겁네…….”

당장 적이 보여도 간섭할 수는 없다. 물론 미식연구회는 그 자리에 있다가 휘말린 만큼 굳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말이다.

쾅!! 쾅!! 그때 저 멀리서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지더니 이내 무언가가 치이익! 하며 미끄러지듯 내 앞으로 떠밀려왔다.

“데이비 님. 상대의 저력이 상당하다고 평가.”

“얼마나?”

바닥을 끌며 떠밀려온 륀느는 잠시 생각하는듯하더니 조용히 대답했다.

“막대한 회복능력.”

이미 들은 바 있다.

“버텨. 직접 간섭은 안 해도 적어도 사람이 다치게 두진 말아야지.”

“명령 인수.”

“죽이지 말고 내버려 둬. 저놈은 생포한다.”

“확인.”

벌떡 일어난 륀느는 날개를 한차례 크게 펄럭이더니 빛의 창을 만들어내고 다시 보랏빛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쾅!! 쾅!!

“어머나~ 은공, 오셨네요?”

뒤이어 안개 속에서 다수의 대지 정령들을 대동한 채 유리아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타났다.

“으음……. 혹시 그 괴물이 그렇게 위험하지 않은 게 아닐까 싶은데.”

너무 평온한 모습인 탓에 크리스 마텐이 떨떠름하게 중얼거리지만, 그것이 우스갯소리라는 것을 잘 아는지 식은땀을 흘렸다.

“아니 대체 이 상황에 왜 그렇게 여유로운 겁니까?”

“여유요? 설마요. 지금 겁먹어서 손이 덜덜 떨리는 거 안 보이시나요?”

믿을 걸 믿어야지.

아무렇지도 않게 대지의 정령들을 이용해 기절한 사람들을 내려놓은 유리아가 내게 물어왔다.

“은공. 점순 양의 말로는 생포를 해야 한다던데.”

“잘 판단했어.”

“그렇죠? 그럼 저희가 공을 세운 거네요?”

이년이?

“후…… 그래. 일단 참작할게.”

“좋네요. 그럼 저도 합류해볼게요.”

다시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

잠시 멍하니 있던 크리스가 내게 물어왔다.

“저기. 이런 말 하기 뭣한데. 티오니스…… 아니지, 하인스 영지는 무슨 괴물만 모아놨나?”

“무슨 헛소리를.”

담담하게 말하며 손을 휘젓자 강제로 보랏빛 안개들이 걷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온전히 걷히지는 않는지 일정 부분만 사라질 뿐, 겉으로는 도넛마냥 아직 보랏빛 짙은 안개가 가득했다.

그래도 내부의 모습은 보였다.

반구 형태의 거대한 결계. 그리고 쓰러져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런 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괴물을 유인하며 대치 중인 점순이와 륀느가 보였다.

그리고 한켠에선 어디서 꺼낸 건지 모를 풍선을 손에 쥐고 응원하는 유리아가 보였다.

괴물의 공격은 위협적이지만 단순히 버티기만 하는 거라면 륀느와 점순이로도 충분한 것일까.

아니면 이전 에반젤린과 싸운 괴물과 달리 이놈은 그리 강하지 않는 것일까.

제대로 판단이 서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륀느가 놈의 힘을 빼고 있던 찰나.

쿵!!! 갑작스런 소리와 함께 결계에 충격이 전해진다.

외부에 진입한 프랑스 소속 각성자들이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 결계를 부수기 시작한 것이다.

“진입이 쉽지 않은가 본데. 손을 거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찰나. 페르세르크가 한 손을 들어 올렸다.

파창!!!!

동시에 겉에 처진 결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음?”

“일단 결계를 부수는 게 옳은 선택일 테지.”

사람의 목숨이 걸려 있는 판국에 언제까지 지켜보기만 할 것이냐 라는 의도였다.

이윽고 결계가 박살 나며 보랏빛 안개들이 퍼져나가기 시작하자 괴물은 자신이 친 결계가 박살 났음을 깨닫고 다시금 거대한 눈을 기괴하게 벌리기 시작했다.

“하울링!”

그 모습에 점순이가 황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미친 천사의 벌어진 입안에서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끼아아아아아아악!!!!!

동시에 보랏빛 안개가 미친 듯이 터져 나오며 대기를 뒤흔들었고 그를 향해 빠르게 진입하던 각성자들을 덮쳤다.

“뭔가 온다! 준비해!!”

쩌어어엉!!!

물론 본능적으로 위기를 직감한 상위 각성자들이 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충격파는 괴물을 중심으로 한차례 원형으로 크게 퍼져나간 후였다.

“끄아아아악!!!”

동시에 급히 진형을 잡던 각성자의 과반수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일부는 귀에서 피를 쏟아냈고, 일부는 피를 토하며 기절하듯 쓰러졌다.

“…….”

끔찍한 하울링이다.

어느 정도 저항력이 없는 중간 수준의 각성자는 버티지도 못하고 쓰러진 것이다.

다만. 신기한 점은 의식을 잃은 이들에게는 어떤 영향도 가지 않는 듯 보였다.

“정확히는 각성자에게 효과가 크게 닿는 것으로 보이는구나.”

페르세르크는 유리아가 피신시켰던 한 일반인의 상태를 확인하며 내 생각에 첨언을 해주었다.

실제로 이 정도의 충격파라면 일반인이라면 뇌가 그대로 뭉개져도 이상하지 않을 충격파였다.

게다가 이전의 하울링 이상으로 강력했는지 유리아의 표정도 조금씩 찌푸려진다.

“저기 은공? 점점 위험해지는 거 같은데요?”

과거 에반젤린이 제압한 미친 천사가 분해광선을 이용했다면 이놈은 거대한 하울링이 숨겨둔 수인 듯했다.

거대한 포효를 흘리며 녀석의 날개가 더욱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륀느가 황급히 놈을 제압하기 위해 허공에 수십 개의 빛의 창을 만들어 꽂아 넣었다.

쾅!! 쾅쾅!!

막대한 폭음과 함께 빛의 창이 날개를 관통하고 대지에 꽂아 누르지만, 녀석을 제압하지는 못했다.

“크으…… 젠장! 이게 대체 무슨…….”

순식간에 공략대가 와해된 각성자들 중 상위 각성자들은 창백해진 얼굴로 보랏빛 안개 너머의 괴물을 응시했다.

“오…… 신이시여…….”

이윽고 마치 이성을 잃은 것처럼 날뛰던 괴물이 각성자들을 시야에 담고 미친 듯이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반격할 수 없다. 방금전의 하울링으로 몸에 힘이 죄다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황급히 화염을 피워올려 반격하려 했지만 방출되는 힘은 고작?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나약했다.

쩌억!!

이윽고 미친 천사의 끔찍한 입에서 촉수 같은 것들이 빠져나와 쓰러진 각성자들을 포함한 일대의 모두를 휘감는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무언가를 빨아먹으며 포효를 흘렸다.

뭔가 큰 게 온다.

“데이비! 불완전한 에너지가 흐르고 있는게야!!”

페르세르크의 판단을 해석하면 간단했다. 놈이 대폭발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그냥 두면 파리는 물론 근처 지역까지 모조리 날아가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에너지의 흐름이었다.

“끄아아아아악!!!!”

고작 각성자들의 몸에서 무언가를 빨아들이는 것으로 이만한 힘을 낼 순 없을 것이다.

즉.

그들의 힘을 트리거로 이 미친 천사가 자기 본연의 힘을 끌어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우우웅!!우웅!!

그때 기다렸다는 듯 누군가의 연락이 닿았고 나는 피식 웃으며 한발 움직였다.

동시에 주변풍경이 미끄러지듯 움직였고 어느새 놈의 바로 코앞에 도달한다.

그리고 나는 망설임 없이 뺨을 쳐올리듯 손바닥을 오른쪽 아래에서 왼쪽 위로 가볍게 휘둘렀다.

손바닥 위로 막대한 신력이 스며들며 육신이 멋대로 신체화 하는 게 느껴진다.

프리아 여신 가라사대.

“진실의 방으로.”

쩌어어엉!!!!!!!!

엄청난 크기의 소음과 함께 일대 공간이 크게 흔들리며 놈의 육신과 내 몸이 그대로 허공 속으로 사라져 들어갔다.

* * *

“괜찮은 게야?”

페르세르크가 주저앉아있는 륀느와 유리아의 곁으로 다가온다.

“륀느의 상태 회복 중. 3분의 시간이 필요.”

“유리아는?”

“괜찮답니다. 다만 정령들의 힘이 고갈된 모양이에요. 당분간은 쓸모가 없겠네요.”

“무리하지 말아야 할 것을…… 그래도 다치지 않아 다행인 게지.”

키득키득 웃는 유리아는 어떤 상황에 놓여도 표정이 일그러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라져 버린 데이비와 미친 천사가 있던 곳을 보던 점순이가 휘청거리며 다가왔다.

“저거…… 회복도 회복이지만 가지고 있는 힘이 너무 괴이해. 힘의 고하 문제가 아니라…….”

“아예 맞지 않는 톱니인 게지.”

같은 힘인데도 그 효과의 차이가 너무 거대했다.

“어휴…… 다시는 싸우고 싶지 않네.”

점순이는 기절한 이들을 둘러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느낌이 다시는 충돌하고 싶지 않아. 그런데…… 대체 그 괴물은 뭐야.”

점순이의 투덜거림에 주저앉아있던 크리스가 당황스레 물었다.

“저기…… 이런 말 하기 뭣하지만 지금 티오니스 성자 홀로 놈과 대치하고 있는 거 아닌가? 들어보니 보통 위험한 놈이 아닌 거 같은데…….”

그냥 둬도 되냐고. 걱정도 안 되냐고.

크리스의 그런 물음에 페르세르크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데이비가 다치기엔 너무 연약한 존재인 것을…….”

“오…… 신이시여…….”

“크리스 매우 약하다고 평가. 륀느가 미국의 히어로를 낮게 평가.”

“웃기시네. 그쪽이 강한 거지 내가 약한 게 아니야. 그보다…… 각성자에게 너무 치명적인데…….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겠어…….”

몬스터와 싸울 수 있는 각성자. 그런 각성자에게 치명적인 괴물이라니 세상에 알려지면 보통혼란이 오는 게 아닐 듯싶었다.

다만 지칠 대로 지친 그였기에 생각하기도 힘든지 그대로 드러누워 버렸다.

조금 전의 하울링이 크리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 모양이었다.

뒤늦게 보랏빛 안개가 걷히고 구급의료반들과 추가 각성자들이 투입되었다.

쓰러진 이들을 후송하고 부상을 입은 각성자들을 치료한다.

“반갑습니다. 프랑스 대통령인 에마스입니다.”

“본녀는 페르세르크 폰 라운이라 합니다.”

페르세르크가 그의 손을 마주 잡아주었다.

“티오니스 성자의 부인…… 되시지요. 더는 지체할 수 없어 협력을 요청드렸습니다만. 상황은 어찌 되었습니까?”

그의 물음에 쓰러져 있던 크리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진실의 방으로 끌려들어 갔습니다. 그게 뭔진 모르겠다만.”

쩌어엉!!!

그말과 함께 허공이 찢어지며 거대한 체구의 무언가가 철푸덕 소리를 내며 땅에 추락한다.

모두가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피투성이가 된 미친 천사는 더 이상 움직일 힘도 없는지 커다란 눈을 아주 가늘게 뜬 채 몸을 헐떡였다.

그리고 그 위로 허공이 열리며 한 청년이 가볍게 뛰어내렷다.

데이비였다.

“각성자 현행법상. 잡은 이가 소유권 가지는 거 맞습니까?”

데이비의 물음에 프랑스의 대통령 에마스는 잠시 멍하니 그를 보다 황급히 말했다.

“이…… 일단 저희 측 연구원과 공동 연구를…….”

“어허. 맨입으로요? 미신연구회가 피해를 틀어막아 준 것도 있는데?”

“에헤이. 우리 이러지 맙시다. 성자.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 다른 거로 퉁치고 이건 공동연구하시죠. 어때요.”

“좋습니다.”

데이비의 웃음에 에마스의 표정이 쓴 것을 삼킨 듯 변했다. 다만 그 전에 물어야 한다는 듯 조심스레 물어왔다.

“대체…… 저건 뭡니까.”

그의 물음에 데이비는 피식 웃으며 조용히 대답했다.

“실패한 천사.”

“천…… 사?”

“그렇게 알아들으시면 될 거 같습니다.”

에마스는 천사라는 단어에 집중한 듯 보였지만 페르세르크는 그의 말이 거짓임을 깨달았다.

-데이비. 천사가 아니야?

-그런 가벼운 존재가 아니야.

비화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미친 천사라고 말했지만. 데이비가 본 것은 조금 달랐다.

-하면?

-자세한 건 확인해봐야겠지만…… 레이나나 제노엔 같은 경우보다 조금 더 상위의 존재라는 건 분명해.

천사의 상위존재.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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