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61화
프랑스의 에마스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단순 몬스터의 출몰 정도로 기밀에 붙였다.
한국도 같은 맥락이었지만 각성자의 몸에서 튀어나온 괴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엄청난 혼란이 생길 거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다행히 놈이 하울링으로 모조리 기절시켜버린 탓에 이렇다 할 목격자가 없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공동연구의 탈을 쓰긴 했지만, 그들이 알아낼 수 있는 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반면 이쪽에서는 괴물로 변한 각성자와 전조에 관해서 어느 정도 정보를 얻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아마 그쪽에서는 입맛이 쓸 테지만 자신 있게 진입했다가 생각 이상으로 정보 캐기가 어려우니 오히려 당황하고 있으리라.
“알아낸 게 있어?”
“있으면 이렇게 질질 끌지도 않았겠지.”
거대한 날개를 지닌 괴물의 입을 쩍 벌리자 흉측한 촉수들이 돋아난 게 보였다.
“으…….”
페르세르크가 질겁하며 물러난다.
“촉수라…….”
“엄한 생각 하지도 말어!”
“난 아무 말도 안했는데.”
내 도발에 페르세르크는 빨개진 얼굴로 내 다리를 퍽퍽 걷어찼다.
“절대로. 그 흉측한 거 가져오지 말아.”
언제 꺼낸 것인지 모를 초월의 종언을 겨누며 그녀가 파르르 떨었다.
페르세르크는 유별나게 촉수 같은 형태의 존재에 극심한 혐오와 거부감을 드러냈었다.
마족이 부리던 마수 중에 저런 형태도 꽤 있었을 텐데.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그렇게 싫어하면서 마수는 잘도 부렸네.”
“본녀도 그것들은 절대 가까이하지 않았음이야.”
과거의 생각이 났는지 그녀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졌다.
“장난 그만 처. 비화의 말대로라면 이것들도 원해서 이런 폭주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고 했을 터.”
현재 이 미친 천사에게 삼켜진 S급 각성자를 구하지도 못했다.
프랑스 측에선 각성자를 구조한 뒤 이렇게 된 일의 원인을 찾으려 했지만 내 쪽에선 각성자보다 이 미친 천사라는 개체 자체에 더욱 신경이 쓰였다.
“그…… 그래서? 이것은 무엇…… 흐야아아아악!!”
괴물의 입안에 있던 말라붙은 촉수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들이밀자 페르세르크가 새된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렸다.
“마족들이 이런걸 알았나 몰라.”
“…….”
말없이 나를 노려보던 페르세르크는 곧이어 몸을 일으킨 뒤 나를 마구잡이로 때리고 걷어차기 시작했다.
“억! 억!! 끄억!”
“죽어! 죽어! 어여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주먹과 발로는 만족이 안 되는지 초월의 종언을 몽둥이 휘두르듯 마구잡이로 두드려 패는 그녀의 표정이 파랗게 질려있다.
단순 보는걸 넘어 닿는 것만으로도 기겁을 하는 걸 보면 참 미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페르세르크는 의외로 굉장히 무서운 성격의 소유자일 터인데.
“이런 모습 보니까 참 귀엽긴 하네.”
“못하는 말이 없구나!”
퍽퍽퍽!!
묵직한 스태프에 그녀의 힘까지 씌워진 탓에 그 묵직함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쓰러져 있는 나를 무자비하게 두드려 패는 모습 때문일까.
공동 연구라는 명목으로 조사를 하고 있던 프랑스 측 연구원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모여드는 게 보였다.
“크흠…… 큼!”
괜히 부끄러워진 페르세르크가 초월의 종언을 거두며 물러나자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하하. 처음엔 사실 조금 긴장도하고 무서웠는데.”
“지금 보니까 젊어서 그런지 굉장히 풋풋하네요.”
그들의 시야에 비친 것은 장난치는 신혼 남편과 그런 남편의 짓궂은 장난에 당황한 와이프의 모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물론 대놓고 웃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아닌 척 시선을 돌리지만 귀엽다는 듯한 반응이 일색이었다.
“그대…… 돌아가서 봐.”
“하하. 여기 촉수~”
“꺄악! 이 쳐죽일!”
퍽퍽!!
이 와중 에도 장난치는 내 행동에 결국 그녀는 다시금 비명을 내질러야 했다.
“아빠…….”
그때였다.
언제 온 것인지 차갑게 식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비화가 시야에 담긴다.
“비…… 비화?”
“누군 아빠 도움 되려고 이 악물고 조사하고 왔는데 진짜 아주 깨가 쏟아지네요?”
“크흠…….”
내가 떨떠름하게 시야를 돌리자 페르세르크는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비화를 품에 안고 자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잘 다녀온 게야?”
“네. 근데. 좋았어요?”
“…….”
페르세르크의 표정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딸내미는 죽어라 고생하고 왔는데. 여기서 깨나 쏟고 있고?”
“그…… 그것이…….”
“장난이에요.”
갑작스레 난입한 비화의 등장에 조금 혼란이 있었던 듯했지만 그녀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알아낸 게 있겠지만 일단 저도 확인한 게 있어서요. 잠깐 밖으로 나가요.”
비화는 나와 페르세르크의 손을 잡고 가볍게 신력을 발현했고, 그대로 공간을 도약했다.
* * *
비화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오색의 덩어리를 보여주었다.
“이게 뭔데?”
“여러 방법으로 조사해보긴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어서요. 넬타리드의 성역을 뒤집어엎었거든요.”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비화의 행동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러다가 우연스레 그가 만든 차원균열 안에서 발견한 거예요.
비화의 말에 나와 페르세르크는 동시에 표정을 굳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색의 덩어리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비슷하죠?”
겉으로 느껴지는 것은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미친 천사와 대면했을 때 느낀 것과 흡사했다.
“넬타리드가 만든 차원균열 안에 있었다라…… 다른 건?”
“따로 찾진 못했죠. 그 안에 쉬이 들어가는 것도 어렵고 간섭하는 것도 어려우니. 이것도 겨우 찾아낸 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오색의 덩어리를 사라지게 만든 비화였다.
“외부에 오래 노출되면 그만큼 불안정해져요.”
“그렇다는 말이지.”
“그보다 조금 신경 쓰이는 게 있어요.”
비화가 인상을 찌푸린 뒤 손뼉을 쳤다.
그러자 주변의 소리가 강제로 억제된다.
“말을 걸어와요. 저거.”
“말을?”
“네. 자기를 죽여달라고.”
“그게 무슨…….”
비화의 설명에 페르세르크가 눈을 크게 떴다.
“처음엔 천사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천사라고 하기엔…….”
“가진 힘이 너무 크지.”
“맞아요. 그렇다면 천사보다 상위의 존재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데. 아빠는 떠오르는 게 있어요?”
“너와 같은 신격.”
“그렇겠죠. 그래서 더 이상해요.”
비화는 인상을 찡그린 채 말했다.
“이렇게 짙은 감정의 편린을 지닌 신은 저 말곤 존재하지 않아요. 그건 아빠도 잘 알잖아요.”
미친 천사가 신격이라고 쳐도 그들이 감정을 이렇게 드러내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데이비. 잠깐만. 그게 정말로 신이라는 보장도…….”
“희생의 권능. 저들의 안에 희생의 권능이 짙게 깔려있어요.”
비화의 말에 페르세르크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희생의 권능은 잔불 같은 것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막대한 힘이다.
다만 이 힘은 분명 비화를 신으로 만든 전례가 있었다.
“그 말인즉슨.”
“여신이 오래전부터 감정을 지닌 신을 만들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실패한 신들을 넬타리드가 각성자들의 몸에 심었다…… 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거죠.”
복잡한 일이었다.
“중요한 건 저들은 구원을 바라고 있어요. 신이지만 추악한 나락으로 떨어졌음에도.”
“비화야.”
“나는 그게 이해가 안 돼요. 자애의 여신이잖아…… 프리아 여신이 대체 왜 이렇게 잔인한 짓을 했는지…….”
같은 신격이기에 더욱 신경이 쓰였는지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일단 확실한 건 없어. 여신을 만나 직접 물을 순 없지만 당장 확신하기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렇겠죠? 정말로 무슨 이유가 있었겠죠?”
비화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아빠…… 나 요즘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어요.”
“비화야.”
“이런 끔찍한 일을 해야 하는 세상이잖아…… 전에 배승우 때도 느낀 거지만 정말 이 세상은 너무 화가 나는 것 투성이에요.”
비화가 홀로 중얼거리자 페르세르크는 무언가 불안함을 느꼈는지 손을 뻗으려다 멈췄다.
마치 이 세상 자체의 숨겨진 끔찍한 진실을 마주하고 점점 망가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실제로 비화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신성하고 새하얀 기류가 회색으로 보일정도의 착각도 일었다.
이에 내가 나서기도 전 페르세르크가 황급히 달려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
“괜찮아. 괜찮은 게야.”
“엄마…… 흐윽…….”
여신이기에 보는 것이 더 많고 그렇기에 더욱 슬퍼한다.
그냥 두면 비화가 잘못될 거 같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 * *
“데이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일리나와 대련을 마친 뒤 조용히 검을 내려다보고 있자. 땀범벅이 된 일리나가 천천히 다가와 내게 물었다.
“대련 중에도 계속 집중을 못 하던데.”
“일리나. 이전에 아벨이 왔을 때 기억해?”
“응? 어…… 응.”
“그때 아벨이 여러 이야기를 해줬잖아.”
그 말에 일리나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그런데…… 아벨은 왜 비화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하지 않았을까.”
그 말에 일리나가 멈칫했다.
“데이비 너 설마…….”
“오늘 있었던 이야기 들었지?”
비화가 세상이 생각 이상으로 끔찍하다는 것을 깨닫고 울었다는 사실을 일리나나 에이리아도 전해 들었다. 그렇기에 더욱 걱정하고 있던 찰나에 이런 생각을 하니 더욱 심각해졌다.
“어쩌면 말이야. 아벨이 온 그 다른 미래에서 비화는 없었던 게 아닐까.”
“무슨 헛소리야! 그게 무슨!”
“아벨은 아직 어려. 누가 옆에 있어도 기억도 못할 거야.”
“…….”
“비화가 그곳에서 여신으로써 부활을 했는지 아니면 그냥 소멸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비화가 부활을 했을 거라 생각해.”
“…….”
그런데 아벨은 비화를 몰랐다.
다른 말로 하면.
아벨이 크기도 전에 여신이 된 비화가 사라졌다는 뜻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럼 지금 네가 비화를 죽였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일리나가 내 팔을 강하게 잡고 소리쳤다.
“말해봐! 비화 때문에 제일 슬퍼한 건 너잖아! 그런데 네가 비화를 죽였다고 말하고 싶은 거냐고! 그게 말이 돼?!”
“그만.”
그때였다.
언제 온 건지 페르세르크가 일리나의 팔을 가볍게 잡아 풀었다.
“언니도 알고 있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고는 있었던 참인 게지…….”
비화의 변화를 오늘 나와 페르세르크는 지켜보았다.
그렇기에 더욱 신경이 쓰였다.
“감정을 지닌 존재는 유동적이야. 프리아 여신과 넬타리드는 감정이 생겨났다 해도 극히 일부. 대부분 효율적으로 세상을 조율하지만, 비화는 일희일비할 수 있는 여신이라고.”
비화가 이 끔찍한 세상의 진실을 더욱 알아가면서 망가지고 더는 손을 쓸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녀는 완전히 망가지고 그 끝에…… 사멸하리라.
“하…….”
주저앉아버린 일리나가 황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법이 있는 거야?”
마치 동아줄을 잡듯 그녀가 중얼거렸다.
비록 배 아파 낳은 아이는 아닐지라도 일리나는 유별나게 아이들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실제로 그녀가 나와 아이를 가지지 않으려는 이유가 배 아파 낳은 친자식을 편애할까 두려워서라는 우스갯소리가 진짜로 느껴질 정도로.
“비화는 괜찮아. 그곳과 이곳은 달라. 그러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런 미래가 오지 않게 만들어볼게.”
단순히 미친 천사만의 문제가 아님은 확실해졌다.
중요한 것은 그런 현상들로 인해 비화가 흔들린다는 사실이다.
* * *
같은 시각. 자신의 성역에서 미쳐버린 천사의 힘을 역으로 추적하던 비화는 피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여신이 지친다는 건 웃긴 일이겠지만 지금 그녀는 조금이라도 쉬고 싶은 심정이었다.
파고들수록 그녀의 마음을 크게 흔들어놓는 진실만이 드러났으니 말이다.
그녀는 데이비를 사랑했고 데이비가 지키려고 한 세상도 사랑했다.
그렇기에 세상에 아직 그녀가 잘 몰랐던 끔찍한 일이 있어도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모든 노력은 넬타리드의 흔적과 공명하며 모든 것이 비틀어졌다.
“이게…… 뭐야?”
그녀의 눈이 크게 뜨여진다.
“이거…… 진짜야? 진짜냐고!!”
파랗게 질린 채 그녀는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외침을 토해낸다.
-냐오오옹!
-냐아앙!
그녀의 감정변화에 영향을 받은 그녀의 사도. 제노엔들이 구슬프게 울어댔지만, 비화는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다.
“대체…… 대체 그 빌어먹을 효율만 따져서 얼마나…… 얼마나 잔인해진 거야!!”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가 구역질을 했다.
지독한 필멸자에 대한 증오가 순간적으로 치고 올랐다.
“생명체를 위해서 대체 얼마나 끔찍한 일을…….”
동시에 그녀의 주변으로 검은빛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아아아아악!!!!”
그녀의 등 뒤로 검은 날개들이 무수히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주변으로 빛으로 된 원고리들이 빠르게 생겨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그녀가 정화시켰던 미친 천사와 데이비가 제압했던 미친 천사의 특징과 흡사했다.
“우웁!”
구역질을 하며 고통스러워하던 그녀가 눈물을 한 방울 떨구고는 이를 악물었다.
“나는 안돼…… 절대 그렇게 되지 않아.”
스스로 다짐하듯 이를 악물고 중얼거린 그녀의 의지가 터져나간다.
그러자 그녀를 감싸던 날개들과 원고리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사람 우습게 보지 마. 나는 이깟 걸로 무너지지 않아.”
그녀는 탁한 푸른빛으로 변해버린 한쪽 눈을 압박하며 막대한 신력을 터뜨렸다.
그러자 잠식해나가던 탁한 푸른빛의 눈동자가 서서히 본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흩날리던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은 본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고 이내 완전히 잠잠해졌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미친 천사.
그녀가 그렇게 부른 존재는. 현재 비화도 얼마든지 그렇게 변해버릴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만큼 그녀는 불안정했다.
하지만 흔들리는 감정은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아무리 신격이라지만 이걸 다른 이들에게 죽어도 말할 수 없었다.
홀로 그렇게 끙끙대고 있으니 점점 정신이 검게 죽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때였다.
“괜찮아. 괜찮아.”
“아빠?”
놀란 그녀가 눈을 크게 뜨며 자신을 끌어안은 이를 돌아보았다.
“괜찮아. 아빠 여기 있다.”
“아빠…….”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비화가 그대로 데이비를 끌어안았다.
“흐아아아아!!”
그리고는 마치 아이처럼 목놓아 울었다.
“네가 뭘 봤든지 간에 아무 문제 없게 내가 반드시 지켜주마.”
데이비가 조용히 그녀를 다독이기 시작하자 놀랍게도 비화의 몸 안에서 검게 변질되어가던 것들이 마치 기적처럼 본래의 형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진짜죠? 어디 안 갈 거죠?”
“그래.”
“내가…… 내가 안 변하게 해줄 거죠?”
“아무 문제 없을 거야.”
여신이기에 지치지 않아야 했으나 비화는 정신적으로 지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들을 구해줘요…….”
비화의 목소리에 데이비는 조용히 잠들 듯 침묵하는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성역을 벗어났다.
그리고 그녀가 가장 정신적으로 안정되는 하인스 영지로 데리고 내려왔다.
말없이 잠든 비화를 침대에 눕힌 데이비는 조용히 비화의 이마를 쓸어내려 주었다.
“신격이 분명하네…….”
미친 천사는 단순 천족 같은 개념이 아니었다.
아직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친 천사는 타나토스나 넬타리드와 달리 감정을 지녔다가 망가져 버린 신격들이었다.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