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66화 (1,366/1,559)

제 1366화

조금 전 케인과 프레이아가 일리나와 이실디를 상대로 막아선 장소와도 격리된 공간.

차원의 틈새는 그러했다.

바로 옆인데도 완전히 동떨어진 곳처럼 공간이 일그러진 장소.

그곳이 바로 차원의 틈새였으니까.

넬타리드는 신의 연못을 매개체로 하여 나를 이곳으로 불러들였다.

이유야 뻔하지.

극도로 미운 세상을 증오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또 한곳의 내면에는 신녀 프리아가 사랑했던 세상을 지키려 했던 그의 의지와 신으로서 피조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넬타리드의 공격은 하나같이 위협적이었다.

이곳에선 그도 나도 미친 듯이 날뛸 수 있는 환경이었으니 말이다.

카앙!! 캉!!

두어 차례 무기가 부딪힌다.

파괴 불가의 성능을 지닌 헬릭시윰제 무기라곤 해도 전달되어오는 충격까지 막아낼 순 없는 법이었다.

문제는 넬타리드의 힘은 무기의 충격 이후에 그대로 방어를 뚫고 들어오듯 내 몸을 두드린다는 점이었다.

촤악!!!

그의 검을 튕겨내고 그의 갑옷 복부 부분에 강력한 발차기를 꽂아 넣었지만, 그와 동시에 내 어깨 부분에 커다란 검상이 남았다.

“쯧…….”

캉!

서로 간에 부상을 입었음에도 넬타리드와 나는 한 치도 물러나지 않고 수차례의 공격을 주고받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어떤 힘이 내 몸에 닿는 순간 상당한 상처를 남긴다.

몸에 생기는 검상은 익숙했다. 흉터를 지우지 않는다면 내 몸은 온몸 곳곳에 흉터로 가득했을 테니 말이다.

-고통스러울 터.

“그래. 안 그래도 더럽게 아프네.”

피가 쉬이 멎지를 않는다.

그가 새긴 상처는 계속해서 출혈을 일으켰고 덩달아 끔찍한 고통으로 집중력을 실시간으로 흩어놓았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너는 여기서 죽는다.

그는 분명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경고를 하는 중이었다. 지구를 위해서라지만 어쭙잖게 자신을 살리려 들지 말라고.

그렇게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굉장하네.”

그야말로 순수한 감탄이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넬타리드가 펼치고 있는 검의 원형은 아무리 봐도 모난 곳이 비치지 않는 완성형 검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검은 또 언제 익힌 건지…….”

신이 된 넬타리드가 그 후에 익혔다곤 생각할 수 없다.

자신의 위계를 모두 버리고 하나의 피조물까지 내려왔으나 그만큼 강대한 힘을 얻은 것이 넬타리드였다.

사람들은 착각하곤 한다.

신적인 존재라면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하지만 그것이 가능한 존재는 주신 프리아 여신을 제외한 그 누구도 불가능하다.

-내가 신이 되기 전…….

“…….”

-나는 분명 감정이 존재했던 존재였다.

그는 이제는 반쯤 흐릿해진 기억을 되짚었다.

-나는 검을 들고 그녀를 지키고자 했으니. 긴장의 끈을 놓지 마라. 프리아.

“거참 프리아 아니라니까!”

콰앙!!

그의 검을 쳐올려 강제로 틈을 만들어낸 뒤 나는 본래라면 사용할 수 없는 검술을 창에 담았다.

[시공격검 변형]

[시공격창]

[극신공섬]

쩌엉!!!

비록 기본적인 완성도는 일리나에 비해 떨어질지 모른다.

일리나의 재능은 검신 하레스나 천마 독고준조차 인정할 정도로 가히 괴물 같은 수준이니까.

하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시공격검을 흡수했고, 비록 흉내라곤 하지만 그 위력은.

-흡!

감히 뒤떨어진다 말할 수 없다.

섬뜩한 창의 섬광이 수차례 그를 위협한다.

검으로 한번 부딪히기가 무섭게 위험성을 판단한 그가 내게서 물러난 뒤 한 손으로 땅을 짚었다.

콰드드득!!!

동시에 대지가 뒤틀리며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꿀렁거리더니 땅속에 있던 정체 모를 빛의 검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빛의 검들은 정확히 나의 급소를 노리고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카앙!!! 카가가가각!!!

대부분의 빛의 검들은 시공격검과 충돌하며 사라졌지만, 일부는 그 틈을 파고들면 나를 위협해왔다.

이대로 밀고 들어가면 부상을 입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나는 순간 상황은 다시 원점이 되리라.

더 늦어버리기 전에 넬타리드를 본래대로 되돌려야 했다.

-아직도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인가!!!

그런 내 의도를 눈치챈 넬타리드가 격노하며 소리 질렀다.

-나를 죽이지 않으면 지구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사멸하리라!!

“그렇게 널 죽이면 지구의 수십억이 죽어 이 새끼야.”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일단 너를 멈춰야겠다.”

너만 다시 본래대로 돌아오면 아무 문제 없어.

물론, 인명피해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죽여 수십억을 더 죽일 순 없었다.

-그 일부가 네 소중한 사람이라도 그럴 것인가?

“뭐?”

내가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넬타리드는 검을 바닥에 꽂아 넣은 뒤 한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손위로 블랙홀 같은 빛의 원고리가 강렬하게 생겨났고 중심부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네가 본 미친 천사들은 단순한 신의 사도가 아니다.

“…….”

-모두가 감정의 편린을 지니고 미쳐버린 신격이 조각난 것들이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비화…… 그 아이는 정말로 따뜻하고 착한 아이지. 그리고 프리아 여신이 유일하게 성공한 감정을 지닌 신이다.

“그런 것 치고는 너도 감정이 참 풍부한데.”

-나는 그녀가 개척한 결과물을 노획한 것일 뿐.

성공 전에는 많은 실패가 있었지만 한번 성공한 이상 감정이 존재하는 신이 더 생기는 건 어렵지 않다고 말하는 듯 보였다.

“너 설마…….”

문득 그가 이런 말을 하는 저의를 탐색하던 중 거지 같은 가설이 떠올랐다.

쩌엉!!!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넬타리드는 손에 뭉쳐진 거대한 에너지를 파동으로 만들어낸 뒤 공간 저편으로 날려 보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아직 어리다. 그런 비화가 과연 세계의 진실을 직접 직면하고 본래 정신을 유지할성싶으냐.

신이라는 존재는 극한의 실리와 효율을 추구한다.

그렇기에 피조물들을 지키고. 피조물들을 사랑하기에 그들이 모르는 곳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시도를 많이 저질러왔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신격들을 저렇게 미쳐버리게 만들어 갈기갈기 찢어놓은 것이었다.

-모든 미친 천사들이 일거에 궐기하리라.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건.

미친 천사화를 일으킬 비화의 몫일 터.

-나는 비화 그 아이에게 세계의 진실을 보여주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그 착한 아이는 절대 견디지 못하겠지.

여신이기에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비화는 내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끔찍한 현실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쯤 생각이 미치자 나는 순간적으로 이성이 날아갔다.

쩌어어엉!!!!!

순식간에 엄청난 폭음이 울려 퍼지며 그의 몸이 튕겨 나갔다.

창대를 이용해 그대로 그를 후려쳐 날린 나는 그것도 모자라 신력으로 만든 다수의 힘을 강제로 폭주시켜 그의 몸에 꽂아 넣었고 마무리로 양손을 강하게 부딪쳤다.

콰득!!!

그리고 양 손바닥을 축으로 양손을 살짝 꺾었다.

그러자 대지가 일그러지며 빛으로 된 거대한 주둥이가 튀어나와 그의 몸을 삼킨다.

콰직…… 콰드드득!!

섬뜩한 소리가 그의 육신을 씹어 삼킨다.

무리하게 힘을 발현시킨 대가로 체력의 소모가 상당하게 다가왔지만, 눈이 순간적으로 돌아가 버린 나는 멈추지 않았다.

쩌적!! 쩍!!

빛으로 된 주둥이에서 끔찍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쩌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를 죽이지 않고 본래대로 되돌릴 방법은 사실상 굉장히 확률이 낮다는 것을.

촤아아앙!!

일순간 빛이 터져나가기 시작하며 막대한 폭풍을 일으켰고 한 손으로 그 바람을 틀어막은 채 바닥에 롱기누스를 꽂아 넣은 나는 허공에 뜬 채 공격을 하던 청단이와 홍단이를 양손에 쥐었다.

검의 울림 속에서 홍단이와 청단이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본능적으로 내 감정에 동화되고 있는 것일 터다.

그래. 거지 같다.

거지 같은 것을 넘어 아주 x랄 맞은 기분이다.

결국, 그를 죽여야 한다는 뜻이었을 테니까.

나는 양손에 검을 쥔 채 숨을 짧게 고르고 한 발 내디뎠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주둥이가 터져나가며 그 안에서 튀어나온 넬타리드의 갑옷은 만신창이였지만 그 힘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나를 죽이지 않으면 비화는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다. 내게 오라!!

동시에 넬타리드의 칠흑빛 갑옷이 검은 화염에 휩싸이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힘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하늘에 엄청난 수의 톱니바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위로 생겨난 거대한 금속 시곗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째깍. 째깍.

천천히 초침이 움직인다.

다만 일반적인 시계와 달리 초침이 일정 거리까지 움직이면 분침이.

분침이 어느 정도 움직이면 시침도 같이 움직였다.

동시에 톱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하늘 높이 톱니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 거대한 에너지의 구체가 떠올랐다.

문제는 어디선가 날아온 에너지 덩어리가 계속해서 수축하듯 거대한 에너지 구체에 스며들며 압축이 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당연히 내부에 있는 힘은 초고온 고압 고밀도의 상황에 놓였고 점점 작게 압축되어 갔다.

저것이 무엇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항성의 끝.

핵융합을 마친 별이 막대한 질량을 가지고 있을 경우 그 끝에 도달하는 종착지 중에 하나.

초신성폭발.

단 한 번의 폭발로 수백 광년은 우습게 불태워버릴 어마어마한 폭발의 전조였다.

아마 저 톱니바퀴와 시계는 시간의 흐름을 격리시켜 극도로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는 매개체일 것이다.

별의 탄생과 종말이 한순간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 미친 새끼. 아무리 차원의 틈새라지만 선을 세게 넘네.”

내 말에 그는 검을 내 심장에 겨누고 빠르게 파고들어 왔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쪽도 별수는 없다.

나는 막대한 신력을 퍼뜨려 내 육신의 자물쇠를 풀었다.

내게 허락되어있는 막대한 힘의 응집체.

육신을 신체화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세상이 느려진 것 같은 착각 속에서 나는 막대한 에너지가 마구잡이로 스며들어왔다.

이후 나는 검에 마나를 밀어 넣어 거대한 기검을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사령 마나를 이용해 그것을 강제로 압축시킨 뒤 다시 신력을 덮어 더 무거운 검으로 만들어냈다.

수차례 응집시킨 검기는 이미 일반적인 검기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무언가가 되어있었다.

오죽하면 양손에 쥐어진 청단이와 홍단이의 검신이 마치 거대한 은하를 보는 것 같은 색으로 변할까.

이후 쌍검술에 기인하여 두 검의 끝을 그의 급소에 겨눈 나는 몸을 살짝 낮춘 뒤 나를 향해 파고드는 넬타리드를 시야에 담았다.

나를 향해 돌진하는 넬타리드의 앞으로 수십장의 장막이 펼쳐졌다.

내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방어기제이리라.

하지만 찰나의 순간 시간이 느려진 것처럼 느껴지던 내 숨이 크게 들이 쉬어지고. 대지가 그대로 일그러지며 나를 밀어낸다.

엄청난 속도로 파고든 내 검이 놈의 첫 방어 장막과 충돌했다.

어지간한 힘을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장막이지만.

콰창!!!!

첫 번째 장막은 나를 막아내지 못하고 그대로 박살이 났다.

그럼에도 시간은 아주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콰창!!!

두 번째가 박살 난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열 번째, 스무 번째.

극도로 압축된 장막은 닥치는 대로 부서져 내렸고 나는 그렇게 압축된 검을 그대로 넬타리드의 심장에 꽂아 넣었다.

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지금처럼 위계가 내려왔다면 그에겐 치명적이리라.

그가 죽으면 수십억이 죽는다고 했던가.

내가 그의 죽음을 망설이자 그는 비화를 미친 천사화 시켜버렸다.

순간적으로 이성이 나갈뻔했지만 어떻게든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일으켰다.

그렇다면 이 이상 답이 나오지 않는 해답을 찾기보다는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할 터.

수십장의 방어 장막을 순식간에 깨뜨리며 파고든 나를 그의 시야가 똑바로 직시한다.

“이기적인 새끼.”

물론, 말은 그리하지만, 그가 얼마나 괴로웠을지 모를 수가 없었다.

정말 나쁘고 잔인한 건. 이 지독한 시스템일 테니까.

푸확!!!!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두 자루의 검이 그의 심장과 비장을 관통했다.

동시에 그가 찔러넣던 검은 정확히 내 어깨를 관통했고. 폭발적인 검은 화염을 일으키며 내 팔 한쪽을 못 쓰게 만들었다.

지독한 작열통에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였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그를 밀어내듯 더욱 검을 찔러넣었다.

“쓰읍…….”

푸욱!!!

지독한 소리가 또 한 번 울려 퍼진다.

동시에 내 팔을 태우던 검은 화염이 일순간 흩어졌고 그의 육신이 내게서 튕겨 나가 볼품없이 바닥을 굴렀다.

챙그랑…….

뒤이어 나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타버린 팔에 들고 있던 청단이를 놓쳤다.

“후우…… 후우…….”

순간적으로 막대한 힘을 쏟아낸 탓에 반동이 뒤늦게 찾아왔다.

멍하니 그를 지켜보던 내가 중얼거렸다.

“죽는다고? 이렇게 허무하게?”

넬타리드는 내게 상당히 호의적인 신이었다.

그는 피조물을 지키기 위해 내게 많은 것을 내어준 존재이며, 그동안 지구를 지켜온 선신이었다.

그런 그가.

이토록 허무하게 죽는 것일까.

그의 몸에 붙은 검은 화염은 마치 재만 남은 모닥불처럼 점차 사그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저건 왜 안 없어져.”

천천히 고개를 든 그곳에는 이미 반은 지난 듯 보이는 시침이 보였다.

그리고 그 시침이 움직임에 따라 압축되는 거대한 에너지는 처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반발력을 띠고 있었다.

넬타리드가 죽으면 저것을 유지할 힘이 없어지니 사라져야 할 터인데.

어째서 멀쩡한 것일까.

멍하니 있던 찰나.

“정신 차려!!! 저거 아직 안 죽었잖아!”

뒤늦게 합류한 듯 이실디가 황급히 내 앞을 막아서며 나를 향해 순간적으로 날아드는 것들을 쳐냈다.

“이실디?”

뒤이어 한줄기 섬광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나를 지나쳤고 수십 가닥의 검기를 만들어내며 허공을 베어냈다.

“대체 왜 그렇게 망설이는지 모르겠지만 저건 이제 네가 아는 그 넬타리드가 아니야.”

그녀의 말에 나는 마지막 남은 망설임이 끝내 나를 붙잡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비화에게 개 짓거리를 했을 때 망설임이 다 떨어져 나간 줄 알았는데.

나는 알게 모르게 넬타리드에게 많이 고마워하고 있었고.

그에게 많이 정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나는 다시금 비틀린 몸을 다시 꺾어 본래대로 되돌린 뒤 검을 쥐는 넬타리드를 시야에 담았다.

내 눈에 비친 그의 신성은 이미 넬타리드의 것이 어느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폭주해버린 악신의 잔재뿐.

“넬타리드…….”

일리나도 착잡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무도 다치지 않게 끝낸다는 건 이번만큼은 욕심이었던 모양이었다.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하는 건 기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는 그런 기적을 이미 다수 일으켜왔다.

하지만 모든 일에 기적을 일으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저렇게 된 이상 되돌리는 건 불가능해. 알지?”

“그래.”

나는 검게 변해버린 팔을 천천히 치료한 뒤 청단이를 띄워 손에 쥐었다.

“케인과 프레이아는?”

“기절시켰어. 아무리 종속된 존재라도 그가 사라지면 본래대로 돌아올 테니까.”

일리나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이성까지 날아가 완전히 악신이 되어버린 넬타리드에게 말했다.

“용서해라.”

아주 한순간이지만 악신이 되어버린 넬타리드의 투구 너머의 얼굴이 미소를 지은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