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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93화 (1,393/1,559)

제 1393화

하인스의 기술유출 사건은 세간이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암암리에 기술을 취하려 했던 이들은 대가를 치러야 했고, 의도하지 않은 채 그 혜택을 노려보려던 이들은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본래라면 불가능했어야 할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데이비는 그림자들을 총동원해 그것들을 해내고야 말았다.

“수고했어.”

나는 아이나가 가져다준 영상 저장 아티펙트 속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혹시. 직접 죽이셨습니까?”

“아니. 비화와 약속했으니까 나는 안 건드렸지.”

“하면 대체 누가…….”

“그야 모르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해보지만 사실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상흔은?”

“굉장히 깔끔하더군요. 마법이라고 하기엔 조금 이질적이고 검으로 이 정도의 날카로움을 내려면…… 적어도 마스터 이상의 존재입니다.”

“시신을 회수해올까요?”

“됐어. 손때기로 약속했으면 손을 떼는 거다.”

“고생…… 많이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동안 그가 진심으로 우리를 위해 요리해온 것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맥거프의 아들 맥거핀에게 돈의 일부를 전해줘. 한 3퍼센트정도면 평생 먹고 살 돈은 될 거다.”

“아이가 그런 큰돈을 가지고 있으면 주변에서 노릴 겁니다.”

“믿을만한 놈들에게 맡겨야지. 겔룹상단이라고 했나? 악랄한 놈들이긴 하지만 돈과 관련된 약속은 제법 잘 지킨다고 들었다. 3퍼센트 마저 떼서 그놈들에게 주고 맥거핀의 안전과 그의 돈을 노리는 놈이 없게 해주면 돼.”

“그놈들이 받아들일는지…….”

“걱정 마. 이쪽도 이미 조사를 다 끝내고 협상 마쳤으니까. 그놈들도 더 큰 돈을 준다는데 굳이 어린애 목숨 하나 위협할 일은 없을 거다.”

약간의 돈을 탐하려다 상단 전체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인가. 그냥 계약을 준수하고 더 큰 돈을 받을 것인가.

“그 돈도 전부…….”

“그래. 기밀을 팔고 얻은 돈이니까.”

맥거펜이 협상에 재능이 있었는지 제법 많은 돈을 얻어왔다. 물론, 돈을 준 국가들만 피눈물을 흘리는 셈이지만 지웠다고 해도 그들의 머릿속을 헤집을 순 없으니 완전히 손해는 아닐 터였다.

“자칫 이번 일로 문제가 발생하면요?”

“그건 운명인 거지 뭐.”

나는 이 대륙의 발전을 막는 게 아니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갑작스레 밀려 들어오는 다른 기술을 경계하는 것 뿐이지.

“서방님.”

그때 창밖으로 거대한 흑룡, 메가로드리아가 날아와 착지했고 그의 목 위에 앉아있던 에이리아가 내게 다가와 품에 안긴다.

눈가가 부은 것을 보니 많이 울었던 모양이었다.

“장모님은 가셨어?”

“네…… 환하게 웃으면서 떠나셨어요. 저승이 씨가 인도하는 대로.”

“그래. 그놈이 맡았으면 문제없겠지. 울고 싶으면 마음껏 울어.”

십여 년간 태초의 진조에 의해 억류되어있던 레디미아 황비의 혼은 안식을 찾고 마지막 인사를 건넨 뒤 영혼의 강으로 떠난 듯했다.

그쯤 생각이 미치니 자기도 모르게 황비의 혼을 억류해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있다가 사라져버린 태초의 진조 놈에 대한 분노가 들끓는다.

뱀파이어가 신을 배덕하는 종족이 된 원흉.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비웃지는 않았다.

그가 여신에게 반기를 들어 종의 저주를 받은 이유는 희생된 신격들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으니까.

“흐윽…… 흑…….”

품 안에 안겨 엉엉 우는 에이리아를 나는 말 없이 다독여주었다.

* * *

“아니 나 방송 중이라니까?”

“그래. 맘대로 해.”

침대에 드러누운 채 다리를 꼬고 만화를 읽는 비화를 보며 에반젤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옷이라도 똑바로 입던가!!”

“뭐래. 지도 똑같은 옷 입고 있으면서.”

“나는 안 보이잖아!”

에반젤린의 성질에 비화는 뚱한 얼굴로 그녀와 방송 화면을 바라보았다.

책상 아래로 하반신이 가려진 에반젤린과 달리 비화는 저 멀리 침대에 드러누워 있는 터라 편한 돌핀 팬츠 한 장이 훤히 보이고 있었다.

“변태 새끼들.”

그리고는 이불을 휙 덮어버리자 채팅창의 민심이 타오른다.

-으아아아!!

-안돼!!

-눈 정화 타임이 끝나다니…….

“뭐래 이 인간들아. 언니한테 그런 눈 보내면 너네들 전부 수갑 차야 해 알아? 사형수들아.”

-응 사형수 해~

-사형수 할게요. 그냥.

-비화쟝…… 아저씨랑 같이 게임 할래……?

“저 새끼 쳐내!”

삐릭.

-전국사형수협회장님이 밴당하셨습니다.

“와…… 이 인간 아이디도 악랄하네.”

-컨셉에 미친 자…….

-아예 컨셉에 잡아먹혔네 ㅋㅋㅋ

“후…… 됐고. 오늘은 그림 안 그릴 거에요.”

비화가 심드렁하게 팔짱을 꼈다.

“요즘 그림만 그리면 그림 그린다고 뭐라 하지. 게임 하면 스트리머가 게임만 한다고 뭐라 하지 수다를 떨면 날먹한다고 그러지 대체 원하는 게 뭐에요.”

에반젤린의 투덜거림에 시청자들도 물음표를 올렸다.

-그르게. 우리 원하는 게 뭐지.

-그날그날 입맛이 다르다고~

“아니 무슨 내가 너네들 광대인 줄 알아요?”

-아니었음?

“어…… 엄밀히 말하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 어쨌든!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으면 대체 내 방송은 왜 보는 거야?”

펄럭!!!

“심심해!! 너무 심심해!”

“아 방송 중이야 나가!!”

벌떡 일어나 발작하는 비화에게 소리 질러보지만, 비화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빌어먹을 심심함이 대뇌를 휘감고 전신의 동맥까지 퍼지는 기분이야.”

“…….”

에반젤린은 뭐 이런 또X이가 다 있느냐는 표정을 짓지만, 시청자들은 즐거워 죽을 판이었다.

“빨리 재밌는 걸 대령해!”

“아 제발 가라고!”

한창 발작하던 비화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이불을 뒤집어 써버렸다.

이에 에반젤린이 어이가 없어서 헛숨을 내뱉자 꾸무럭거리던 이불 속에서 비화가 머리만 쏙 꺼낸 채 물었다.

“전부터 생각한 건데 말이야. 시청자들한테 질문 하나 해도 돼?”

-당연히 되죠!

-어서 하세요. 심심해서 동맥까지 심심함이 퍼지신 여신ㅋ님 ㅋㅋㅋㅋ

“후…… 아직도 안 믿네. 됐고. 실은 예전에 지구에서 가상현실게임 있었잖아. 알프 온라인이라고.”

그 한 마디에 채팅창이 잠시 멈췄다.

우스갯소리로 넘기지만 알프 온라인은 한때 지구의 수많은 사람이 즐겼던 게임이었고.

몬스터가 넘어오는 시기에 사라진 게임이었다.

그때 이후로 가상현실은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수많은 몬스터에 의해 많은 땅을 빼앗기고 많은 인명피해가 났었다.

“뭐. 알프 온라인의 의도가 무엇이었건 끝이 좋진 않았잖아. 그래서 궁금한 거야. 지금에 와서 그게 다시 나오면, 그땐 어떨 거 같아?”

“언니, 또 그 소리야? 난 관심 없다니까?”

“아니 이 년아. 너한테 물은 게 아니야.”

-뭘 이제 와서.

-실제로 알프 온라인 덕분에 각성자들 생긴 거 아님?

-글킨 하네.

“아니 뭐 그런 복잡한 걸 떠나서 그냥 게임으로 즐기는 거지.”

-있으면 좋지.

-솔직히 알프 온라인 재미있었기도 하고.

-난 아직도 그거 접속장치 가지고 있음. 완전히 고물이긴 한데.

“그렇단 말이지?”

피식 웃은 비화가 벌떡 일어났다.

“언니? 어디…… 가려고?”

“어딜 가긴. 게임 만들러 간다.”

“엥? 진짜로 만들 거야?”

“어렵진 않아.”

허공을 가볍게 휘저어 공간을 열고 사라져버리는 그녀를 보며 시청자들은 물음표를 빠르게 올렸다.

-방장. 비화가 뭐라는 거임?

“그냥…… 가상현실게임 다시 만들 거래요.”

-그게 가능함? 아니 티오니스 성자 집안사람들 스펙 생각하면 가능할 것도 같긴 한데. 그게 현실적으로…….

“아빠는 몰라도. 비화 언니는 가능할걸요…….”

* * *

비화는 곧바로 넬타리드의 성역으로 날아갔다.

콰지지직!!!

“야! 어딨어!”

“아…… 선배님. 제발 좀 조용히 들어오시라고요!!”

“됐고! 너 나랑 작업 하나만 하자!”

“……싫습니다.”

“왜?”

“아니 저는 바쁜 몸입니다. 선배님 장난질에 놀아나 줄 시간 따위는…….”

콰직!!!!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비화가 손을 뻗어 넬타리드의 성격 일부 공간을 비틀었다.

“넬타리드. 나는 지금 너를 으깨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는 비화의 협박에 넬타리드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었다.

“뭔데요. 일단 들어나 봅시다.”

“게임을 만들 거야. 도와.”

“오…… 프리아 여신님 맙소사…….”

지구를 관리하는 신인 넬타리드가 아득히 절망할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그녀였다.

* * *

기술적인 면에서 도움을 줄 넬타리드를 섭외하는 데에 성공한 비화는 그다음으로 도움을 줄 이들을 찾아갔다.

“알하자드 삼촌.”

“오. 비화. 무슨 일로 찾아왔니?”

자국 내의 일 처리에 한창 바쁘던 알하자드가 애써 웃음 지으며 그녀를 반겨준다.

“많이 피곤하신가 봐요.”

“어흠…… 그렇게 보였나? 뭐. 요즘 일이 많으니까.”

“실은 삼촌이 들으면 좋아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한번 들어보실래요?”

“무슨 일인지 궁금한데?”

알하자드가 웃으며 비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게임을 만들 거에요.”

“게임?”

“네. 알프 온라인 같은 가상현실. 하지만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안전한 게임. 이미 기술적으론 가능성이 있고요. 내부 콘텐츠는 과거 신성 그룹에서 만들었던 것들을 조금 이용할까 해요.”

그 말에 알하자드의 눈이 반짝인다.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

비록 알하자드에겐 여러 본래의 일이 존재하지만, 그는 데이비도 혀를 내두르는 진성 게임 폐인이었다.

* * *

세상일이라는 게 참 웃긴 것이 본인들은 입을 다물고 있는데 발 없는 말이 멀리멀리 퍼져나간다는 사실이었다.

비화가 알하자드와 현아 그리고 넬타리드 교단의 힘을 모아 가상현실 시스템을 다시 구축하려 한다고 말한 지 약 2주가 지났다.

그동안 그 누구도 그것에 대해 언급한 바 없지만 정작 방송에서 비화가 했던 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설레발을 치게 만들었다.

-아니 그래서. 어떻게 돼가고 있는데.

-나 정신 나가는 꼴 보고 싶어?! 빨리 진행 상황 중계해주어어어어!!

-아니 그냥 한소리겠지. 그게 신의 기적으로 만든 시스템인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할 거 같음?

-우리 여신님 음해하지 마라.

-또 나왔네. 비화 신격화설 ㅋㅋㅋ 아니 딱 봐도 구라 아님? 무슨 여신이 에반젤린 방송할 때 침대에서 뒹굴거리면서 심심하다고 투덜거리는데 ㅋㅋㅋ

-이 새끼 이러면서 또 방송은 다 봤네.

-아니 그래서, 소문은 무성한데 대체 언제 나와!!

당장 인터넷 커뮤니티뿐만이 아니라 어디서 믿을 만한 정보를 주워들었다고 여겼는지 뉴스 쪽에서도 보도하거나 게임 쪽 관련 기자들이 신명 나게 기사를 쓰는 상황도 벌어졌다.

그리고, 뒤이어 신성 그룹에서 다시금 이전보다 안정적인 가상현실을 재구현한다는 말에 신성 그룹의 주가가 빠르게 상승하거나 이번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싶다고 하는 이, 그리고 프로젝트 자체에 참가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다수 나타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기회를 잡은 양 동시에 자신들도 가상현실을 개발 착수하겠다며 나서는 회사들도 더러 존재했다.

일부는 주가 상승을 노린 블러핑이었고 일부는 정말로 가능하다고 판단한 이들도 있었다.

물론, 자세한 내막을 모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세간에서 시끄럽거나 말거나 정작 이 프로젝트의 총괄을 맡은 비화는 넬타리드를 구석에 몰아넣고 울먹거리며 그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야! 네가 안전하다매 이 새끼야! 근데 내 머리카락 탄 거 어쩔 거야!!”

“으…… 으아악! 실수입니다. 실수요! 제가 선배님한테 화가 나서 엿을 먹였겠습니까!”

“닥치고 죽어! 이 나쁜 새끼야!”

“으억! 으억!! 아니 저도 실수할 수 있지 너무한 거 아닙니까?!”

“실수는 얼어 죽을! 네가 일부러 그런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젠장 눈치는 빨라가지고!”

후배를 무자비하게 갈구는 비화였지만 애석하게도 그와 비화를 제외하고는 이곳에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차곡차곡 거대한 하나의 시스템이 두신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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