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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99화 (1,399/1,559)

제 1399화

-이벤트성 단기 방송. 지가 방송하는지도 모르는 멍청이.

다분히 악의가 담긴 비화의 작명은 많은 사람들의 어그로를 끌었다.

비화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갑자기 그녀가 다시 방송을 켜자 기대심을 품고 모여들었고, 방송을 하는 이가 비화가 아닌 한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로 이름을 날렸던 초단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엔 많은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초단이의 노래에 매료되어 팬이 된 사람들은 많았고 그런 그녀가 가상현실, 그것도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흥미를 가졌다.

무엇보다 방송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있다는 게 보는 이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초단이가 말실수라도 하면 골치 아파지겠지만 애석하게도 비화나 에반젤린과 달리 초단이는 그런 점에선 굉장히 한결같았다.

-초단 느님 아님? 리얼이네?ㅋㅋㅋ 초단이 방송하는 거임?

-비화가 몰래 방송 켜 놓고 튄 모양임 ㅋㅋ 하여튼 또라이 여신 진짜 ㅋㅋㅋ

-왜 여신임?

-몰?루. 컨셉인가 봐. 왜 그 브튜번지 버튜브인지 하는 애들도 그러잖어.

-근데 실물로 그러는 케이스는 처음이긴 하지 ㅋㅋ 솔직히 좀 오글거리긴 함.

-근데 간간이 보여 주는 모습 보면 좀 어리둥절함ㅋㅋㅋ 진짜 같아서.

-근데 모임? 진짜 방송하는 것 모름?

-가상현실 떴다! 쉽빠! 근데 이건 아직 공개 안 된 거 아님? 이렇게 공개해도 되나?

-에반젤린 방송 보니까 스트리머들 일부한테 선공개시킨 모양임. 광고겠지.

-뭐가 됐건 좋다! 가즈아!!

-근데 오프닝 왜케 틀니 냄새 나냐 ㅋㅋㅋ 일어나세요 용사옄ㅋㅋ

-내가 아는 일어나세요 용사여는 그 고전 밈밖에 없는데.

초단이가 호응해 주지 않는다고 뭐라 하는 이는 없었다.

애초에 초단이 본인이 방송 중인지도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보다 채팅은 안 봄?

-방송하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봄, 멍청아.

-아, 그러네. 그럼 그냥 보는 거임?

-몰카가 또 꿀잼이거든요~ 그냥 보는 걸로 재밌거든요~

-어차피 도네도 막혀 있음. 괜한 후원 해 봐야 호응 못 한다고 못 박아 놨더라. 공지에.

그러거나 말거나 초단이는 신기한 듯 미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주변을 보았다.

“와. 현실감 있네.”

삐릭.

-용사의 외견은 어떠합니까?

독특한 말투와 함께 초단이의 앞에 외형 커스터 마이징 창이 드러났다.

배경은 현실과 게임의 중간 정도로 굉장히 현실감 넘치면서도 적당히 부담스럽지 않은 그래픽으로 조정한다.

현실적인 그래픽이란 때때로 사람을 지치게 만드니 말이다.

“음…… 이건 그냥 가자.”

이후 초단이는 자신의 외형을 본래 외형과 똑같이 만들었다. 어차피 보는 이도 없으니 말이다.

그동안 박시현과의 작업으로 유명해지면서 스트레스를 제법 받았던 모양이었다.

그녀가 간단한 인적 사항을 완료하자 빛이 터져 나오며 새하얀 빛으로 머금어진 무언가가 그녀에게 보이기 시작했다.

-도와주세요, 용사여. 세상은 마왕으로부터 멸망의 위기에 처해 있…….

삑.

대화를 스킵시켜 버린 초단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마왕이라고 다 나쁜 거 아닌데……. 우리 엄마도 나쁜 사람이야, 그럼?”

초단이의 중얼거림이 아주 작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방송인지도 모르고 투덜거린 초단이의 말에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 방금 쟤 뭐라 한 거임?

-엄마도 마왕??

페르세르크가 한때 여왕님이니 뭐니 불렸지만 자세한 진실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시청자들은 초단이의 엄마. 즉 데이비의 세 부인 중 한 사람이 유명한 마왕이라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저거 말하는 거 보면 진짜 같은데?

-누구 같음?

-척 보면 모르겠음? 우리 여왕님이잖어.

-그러네. 가끔씩 뿔도 달고 있고. 난 그게 액세서리인 줄 알았는데.

-근데 마왕이면 그렇게 뿔을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거임?

-몰?루.

-야. 각 잘 재라, 괜한 소리 하다가 훅 간다.

-판사님, 저는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셋 중 누군가가. 또 그중에서 아주 높은 확률로 페르세르크가 마왕이라는 소문이 퍼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다행이라면 데이비도 페르세르크의 정체에 대해 티오니스 쪽에서만 숨기지, 다른 세계에선 필사적으로 숨기려 들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지구나 다른 세상은 마족과 싸운 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모르는 초단이는 천천히 옛날 감성이 나는 RPG 게임을 진행해 나갔다.

기본적인 온라인 MMO와 다르게 초단이가 하고 있는 게임은 1인용 RPG 게임이었다.

다만,

뭐가 문제인지 이놈의 게임은 상상을 초월하는 또라이 기질이 존재했다.

“음…… 여기서 슬라임을 잡으라 이거지.”

철컥.

“어?”

파바바바바바박!!!!

분명 그녀가 있는 곳은 넓은 들판이었는데.

왜 발판 함정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그것을 밟기가 무섭게 도망치지도 못할 숫자의 슬라임들이 몰려드는 것인가.

그래 봐야 슬라임이라는 건 굉장히 하위 몬스터였다. 물론, 방심하면 위험했다.

“읏?!”

슬라임의 체액은 대상을 녹인다. 이에 초단이는 자신의 게임 캐릭터가 슬라임에게 둘러싸이면 순식간에 녹아내려 버릴 것이라 판단했고 급히 몸을 날려 피했다.

하지만.

쉬리리리리릭!!!

이 게임의 평균 이용자 제한은 무려 19세 게임이라는 사실.

현재 케인의 실수로 생긴 버그로 인해 초단이의 나이 제한이 똑바로 적용이 안 되고 있다는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어…… 어어?!”

일반적인 슬라임과 달리 길고 물컹거리는 촉수 더미들을 쏘아 보내는 슬라임들의 기행에 초단이가 당황한 듯 무기를 빼 들고 그것들을 베어 넘겼다.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몸을 수복하는 슬라임들은 순식간에 그녀의 팔다리를 포박했고 피하지 못하게 모여들었다.

“으윽!”

설마 슬라임에게 패배할 정도로 육체의 스펙이 낮을 거라곤 생각지 못한 초단이는 황급히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버둥거렸지만, 그보다 슬라임이 빨랐다.

푸쉬이이익!!

순식간에 슬라임들이 물총처럼 발사하는 점액 세례에 초단이는 눈을 꼭 감고 고개를 돌렸다.

치이이익!!

무언가 녹는 소리가 들린다.

육체가 녹아내리면 마을로 돌아가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해 보지만 이상하게 팔다리에 묶인 슬라임의 감촉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에 초단이가 천천히 눈을 떴고 이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가 입은 가죽 갑옷들이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그녀의 살갗에 닿은 점액은 그녀의 몸을 녹이지 않았다.

마치…….

“뭐…… 뭐야, 이거!!”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앞에 어떤 선택 창이 나타났다.

-당신은 패배했습니다. 이벤트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스킵 후 마을에서 부활하시겠습니까.

(경고, 이벤트로 넘어갈 시 성인용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진행하시겠습니까.)

(현재 게임은 하드코어 모드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본 초단이의 표정에 황당함이 서렸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망설임 없이 다시 시작을 눌렀다.

성인용 콘텐츠라니 비화가 제정신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할 뿐이다.

시청자 채팅창에서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지만, 그녀에겐 들리지 않았다.

“……비화…… 이런 걸 만들고 있었어?”

사실 비화로선 조금 억울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애초에 성인 콘텐츠를 목표로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걸 그녀는 몰랐다.

“음…… 이건 못 하게 해야겠다.”

초단이는 부활한 신전에서 몸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성인용 게임이라는 점을 생각해도 이 게임. 난이도가 굉장하다.

초단이는 기존의 상식과 조금 다른 느낌이 풍기는 이 게임을 공략할까, 그냥 집어치울까 고민했지만 결국 공략해 보는 쪽으로 게임의 판도를 비틀었다.

다만 게임 자체의 난이도는 굉장했다.

초단이가 자신의 힘을 하나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게임 캐릭터의 스펙으로만 싸우고 있다지만, 초보 때부터 자비 없는 게임 플레이 방식은 그녀를 몇 번이고 신전에 처박아 넣었다.

초단이는 그러면서도 차근차근 진행해 나갔다.

이놈의 게임.

성인 요소가 있다는 걸 제하면 놀라울 정도로 스토리 진행이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마을? 아…… 안 돼. 이 마을에서 제일 좋은 장비를 구매해야 하는데…….”

초단이는 특유의 집착을 보이며 현재 마을에서 파는 장비 중 가장 고가의 장비를 맞추지 않으면 넘어가지 않았다.

다만 그런 식으로 플레이하면 굉장히 따분해질 거라는 건 분명했다.

그건 방송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지 못하는 초단이에게도 달갑진 않았다.

“그렇게 플레이하면 지겨울 텐데…… 어떻게 하지…….”

고민하던 초단이는 이내 자신이 처음 당했던 트랩을 이용했다.

막대한 수의 몬스터가 나오는 트랩.

대체 왜 들판에 이런 트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망할 게임에 성인 요소가 있고, 일부러 그 성인 요소를 활성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존재한다.

초단이는 단단한 방패와 방어구, 그리고 무기를 틀어쥐고 일부러 발판을 밟았다.

파바바바박!!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밀려오는 슬라임들을 보며 초단이는 놈들을 향해 돌진해 나갔다.

전투 경험이 많이 부족했던 초단이지만 슬라임들의 공세는 비화에 비하면 별거 아니었으니까.

이후 초단이는 무식하게 몰이 사냥을 진행하며 최고의 장비를 맞춘 뒤 넘어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악질 성인용 게임은 자신을 어떻게든 이벤트로 끌어들이려고 작정했다는 것을 말이다.

이벤트에 진입하면 스킵이 불가능한 대신 추가 스탯이나 추가 장비 같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진입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고생길을 강요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슬라임부터 시작해서 징그러운 고블린, 독특하게 생긴 식물 외에도 수많은 이벤트가 즐비했고 갈수록 초단이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만 갔다.

이래도 계속 부활해? 이래도 계속 게임을 해? 라는 악랄한 보스 패턴도 하나하나 찍어 누르며 진행한다.

문제는 이놈의 시스템이 진부한 것과 달리 스토리는 따라갈수록 굉장히 재미있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초단이는 고생길을 자처해 마왕성까지 도달했다.

레트로 감성이 터지는 고전 RPG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퀄리티의 연출과 굉장히 흥미진진한 스토리, 입체적인 NPC들의 관계 등등. 초단이나 시청자들의 관심을 제대로 끌어 버리며 유명세를 탔다.

그리고. 같은 시각 다른 게임을 하고 있던 에반젤린도 정신없는 질문 세례를 받고 있었다.

* * *

-방장. 엄마 중에 마왕이 있다는 게 무슨 소리임?

한창 우주까지 나가서 외계인들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있던 에반젤린은 이제는 거의 행성 단위의 논밭을 가꾸고 있었다.

“아 멜시스v행성 침공받았네. 아니, 거기 밀 건드리지 말라고 이것들아!”

물밀듯이 밀려오는 외계인, 상상도 못 할 거대한 우주적 존재.

빌어먹을 힐링 게임의 탈을 쓴 이 디펜스 농사 게임은 정말 지독할 정도로 집요하게 에반젤린의 작물을 노렸다.

“무슨 소리예요. 엄마가 마왕이라니.”

-쉿쉿. 각도기 잘 재라니까.

-아…….

“뭔데, 무슨 일인데.”

흘려들을 수 없는 말에 에반젤린이 묻자, 시청자 중 하나가 말했다.

-비화 방송 켠 거 알고 있음? 비화가 초단이 플레이 영상 방송 켜 놓고 방송인지도 모르게 해 놨는데…….

“언니가?”

이어지는 설명에 에반젤린의 표정이 굳는다.

비화의 몰래카메라에 당한 초단이가 마왕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의 게임에서 투정을 부리던 것을 시청자들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아하하. 난 또 뭐라고. 별거 아니에요. 그냥 엄마가 화내면 마왕처럼 무서워진다고 해서 마왕이라고 별명을 지었거든요.”

빠르고 신속하며, 효율적인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믿는 이가 상당히 적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다.

에반젤린의 이마에 실핏줄이 돋았다. 환한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를 잘 아는 이들이 봤다면 그녀가 화났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녀는 애써 미소를 유지하며 옆에 있던 새빨갛고 거대한 버튼을 쾅! 하고 주먹으로 내리찍었다.

그러자 그녀가 타고 있던 모함의 주포가 빛을 뿜으며 그녀의 작물을 훔치러 온 외계인들의 전함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오늘 게임은 여기까지 할까요?”

-하긴, 오래 하긴 했지.

-진짜, 근데 힐링 게임 탈을 쓴 악랄한 디펜스 게임치고는 퀄리티도 너무 좋고 너무 낭만 터져서 진짜 하고 싶다.

-우주 퀄리티는 물론, 우주로 첫 로켓 쏘아 올릴 때의 감동은 못 잊을 듯.

-태양 지나치면서 우주 너머로 전진할 때 진짜 지렸다…….

빌어먹을 게임이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가히 탄성을 흘리게 할 정도의 볼거리와 연출은 감히 PC판으로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언니 말로는 우주 배경으로 한 자유로운 게임도 하나 있다고 했었는데. 기다려 봐요. 곧 나올지 누가 알아?”

-ㅗㅜㅑ ㅗㅜㅑ.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 빨리 출시해!! 접속 장비하고 다 사 놓을 테니까!!

-빨리 내놔! 내 돈 가져가!!

일부 낭만에 취한 이들은 빨리 출시하라며 비명을 질러 댔다.

이 정도면…… 제법 광고 효과는 제대로 본 셈이리라.

자신이 할 일을 마친 에반젤린은 방송을 끝내기가 무섭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저예요.”

그러고는 화난 얼굴로 모조리 고자질했다.

“비화 언니가…….”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데이비가 하던 일을 모조리 스톱하고 비화를 잡으러 갔을 땐…….

이미 눈치채고 도망가 버린 비화의 빈자리만이 남았다.

그 사실을 모른 채 한창 몰입하며 게임을 즐기고 있는 초단이.

그리고 비화가 견본품으로 가져온 접속 장치를 손가락을 쪽쪽 빨며 이리저리 건드려 보는 다리안과 아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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