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398화 (1,398/1,559)

제 1398화

힐링 게임이라고 하고 상상도 못 할 정체에 당황하는 에반젤린을 초단이와 비화는 게임의 바깥에서 지켜본다.

“슬슬 빠져야겠네. 아빠가 찾아.”

“응. 그런데 그냥 둬도 돼? 광고였다면서.”

“쟤 방송 재능 좋아서 가만히 둬도 이미 광고해 놨을 거야. 게다가 바깥에 문제가 좀 있는 거 같기도 하고. 너도 적당히 즐기다가 와.”

짜증을 부리며 한 손을 휘저은 비화가 사라지자 초단이는 떨떠름한 얼굴로 비화가 사라진 곳과 에반젤린이 게임을 하고 있는 곳을 번갈아 바라보다 배시시 웃고는 귀엽게 말했다.

“나도 해 봐야징~”

그녀는 몰랐다. 비화가 초단이를 엿 먹이기 위해 그녀의 어카운트에 그녀가 과거 해명을 위해 썼던 방송을 이벤트성으로 켜 놓았다는 것을 말이다.

정작 방송이 돌아가는 것도 모른 채 초단이는 신이 나 비화가 준비해 둔 콘텐츠 일부에 진입했다.

* * *

처음엔 단조로운 음악이 들려오는 힐링 농업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

벼를 재배하거나 밭에서 나는 것들을 재배하고, 나무를 베어 팔고 새로운 장비를 사는 등 그런 잔잔한 부류의 게임인 줄 알았다.

하지만 버그처럼 밀려오는 메뚜기 떼와 빌어먹을 고라니, 그리고 이제는…….

“무브…… 무브 무브!!”

쾅!!! 쾅쾅!!!

하늘에서 비 오듯 쏟아지는 포탄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굉음.

그리고 저 멀리서 엄청난 수로 밀고 들어오는 전차와 총을 든 병력까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것일까.

쾅!! 쾅쾅!!

에반젤린이 손에 든 리모컨을 작동시키자 땅이 갈라지며 다수의 포탑들이 나왔다.

그녀가 그동안 모아 놓은 작물들을 팔아 번 돈과 침략자들을 으깨 버리고 노획한 전리품을 팔아 번 돈으로 설치한 무인 터릿들이었다.

“다 부숴 버려!”

두두두두두두두!!!

그녀의 명령과 함께 포탑들이 스스로 미사일을 요격하듯 갈아 버리기 시작한다.

단순 힐링 게임이 어쩌다가 방어 시뮬레이션 게임이 되었는지 얼떨떨한 상황.

그럼에도 서서히 물드는 건 한순간이었다.

-ㅋㅋㅋㅋㅋㅋ 세상에 농작물을 보호하려고 터릿 까는 방장이나 ㅋㅋㅋ 그걸 훔치러 오는 군대나 ㅋㅋㅋ 정신 나갔네 ㅋㅋ

-아니 약 한 사발 거하게 했네, 진짜 ㅋㅋㅋ 누가 만든 거냐, 이거 ㅋㅋㅋ

“어어…… 공습이다!”

맹렬하게 다가오는 침입자들을 파괴하던 에반젤린의 앞에 경고 문구가 뜨자 그녀는 기겁하며 소리쳤다.

동시에 하늘에서 찢어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몇 대의 전투기들이 빠르게 지나갔고, 놈들이 지나간 길에 있던 바리케이드나 포탑들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아…… 안 돼! 더 상위 장비가 필요해!”

급하게 장비를 소환해 보려 하지만 워낙에 급하게 만든 라인이라 방비가 허술했다.

이대로 가다간 방어 라인이 완전히 무력화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아…… 안 돼! 더 구매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ㅋㅋㅋ 보니까 제대로 구축하면 버틸 수 있을 것도 같긴 한데. 지금 방장 배치면 못 버틸 듯 ㅋㅋ

-ㅋㅋㅋㅋ

“협상! 협상을 요구한다!!”

에반젤린이 격하게 소리치며 협상을 요청해 보지만 당연히 적들이 그것에 응할 리가 없었다.

계속되는 폭격으로 방어 장비들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에반젤린은 우울한 얼굴로 버릇처럼 방어 시스템 상점을 빠르게 훑었다.

그때 그녀의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어? 이거는 뭐지?”

구매는 가능하나 구매가 되지 않는다. 자세히 보니 그녀가 파는 이곳의 화폐와 다른 화폐로 되어 있었다.

“이거…… 설마.”

-미친 ㅋㅋㅋ 현질 요소도 있냨ㅋㅋㅋㅋㅋ

-아니 전부 검게 되어 있어서 뭔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해금하라, 이거지?ㅋㅋㅋ

“혀…… 현질…… 현질이라고? 출시도 안 된 게임에?”

물론, 출시는 예정되어 있긴 했다.

-드가자, 방장! 첫 번째 고객이 되라. ㅋ

-아니, 진짜 개웃기네 ㅋㅋㅋ 제대로 약 한 사발 ㅋㅋㅋ

-ㅋㅋㅋ 첫 번째 고객이 되어라. 에반젤린!

한참을 고민했으나 에반젤린의 결정은 이내 내려졌다.

한때 그녀는 쟁게임에서 무려 3억이나 쓴 존재가 아니던가.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어렵지 않은 법.

에반젤린은 어떻게든 급하게 결제 항목을 활성화시켜 보려 했지만, 활성화만 되어 있을 뿐 아직 정식 출시도 되지 않은 게임에 현질이 될 턱이 없었다.

“왜…… 왜 안 되는데에에!!”

시시각각 몰려오는 적들 때문에 울상이 된 에반젤린이 소리를 질러 보지만 상점 창이 대답할 리가 없다.

그쯤 되자 에반젤린도 오기가 돋았다.

삐익! 현재 결제를 할 수 없습…….

“셧 업! 테잌 마이 머니!!”

콰앙!!

급기야 분노한 에반젤린이 자신의 힘으로 상태 창을 후려치자 그녀의 손에서 흘러나온 검은 힘이 스멀스멀 상태 창을 잠식했다.

그러자 상점 창이 오류를 일으키기 시작했고.

띠링!!

잠겨 있던 현금 결제 서비스가 활성화된다.

“결제!”

이후 에반젤린은 빠르게 결제 창을 완성시켰고 무려 5만 원을 때려 박았다.

그러고는 황급히 부서져 가는 포탑과 바리케이드들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장비를 구매했다.

치링!!

빛무리가 그녀의 방어 장비들을 회복시키기 시작하자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폭격기의 폭탄 선물은 자주 나올 수가 없는데 포탑은 그보다 빠르게 수리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외에도 에반젤린의 말도 안 되는 운이 작용하기 시작한 점이라든지 기본적인 전장을 보는 법이 한몫했다.

“이건 뭐야.”

그때 에반젤린의 시선을 잡아끄는 물건이 있었다.

“랜덤 박스?”

-가즈아!!

랜덤 박스라는 말에 열광하는 이들을 보며 에반젤린은 투덜거렸다.

“아직 출시도 안 했으면서 랜덤 박스라고?”

-pvp는 아니니까 ㅋㅋ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ㅋㅋ

“그…… 그렇겠지? 지른 돈도 조금 남았는데. 해 볼까?”

그러면서 키트를 깠다.

그리고 나온 것은.

“오…… 프리아 님 맙소사…….”

-미친…….

-저게 뭐냐??

그녀가 키트를 까고 활성화하기가 무섭게 나온 것은 찬란한 황금빛의 상자였다.

그리고, 상자를 열자 하늘에 거대한 전함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나 만화에서 볼 법한 거대한 전투 순양함.

거대한 배처럼 생긴 순양함은 감히 과학기술력으로 비교할 수 없다는 듯 에반젤린의 작물을 노리고 덤벼드는 적들을 향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거…… 조작을 어떻게 하는 거지?”

그렇게 이것저것 손대 보던 그녀는 곧 원격 조종 패널을 찾아 버튼 하나를 눌렀고…….

하늘에 뜬 거대한 전함으로부터 경악스러운 광선의 포화가 적들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와…….”

-세상에 SS급 성능 확실하네…….

-이거 밸붕 아님?

-아니, 근데 확률이 진짜 개낮은데?ㅋㅋㅋ

-방장 확률로 사기 치는 거 하루 이틀인가 ㅋㅋㅋ

압도적인 힘을 내세우며 적들을 쓸어버린 에반젤린은 그제야 만족한 듯했다.

“좋아, 좋아. 이거면 됐어. 이제 다시 힐링이나 즐길…….”

그때였다.

그녀의 앞으로 하늘 위에서 커다란 비행접시 하나가 천천히 내려온다.

그리고 그 안에서 민머리를 한 푸른색의 어떤 존재가 내려왔다.

“뭐…… 뭐야. 외계인?”

-반갑습니다…… 지구인.

“…….”

-우리는 당신의 작물을 원합니다. 그 대가로 목숨을 살려 드리겠습니다.

“뭐라고?!”

군대를 처리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침략자란 말인가.

격노한 에반젤린이 씩씩거리자 민머리에 테가 없는 안경을 쓴 외계인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순순히 내놓으면 유혈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엿이나 먹어!”

에반젤린이 제대로 열 받은 표정을 지으며 손짓하자 하늘에 뜬 거대한 전함에서 광선이 모이더니 이내 외계인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별것도 아닌 게 까불어. 난 지금 게임 최고의 장비를 가지고 있다, 이 말이야!”

콧김을 거칠게 내뿜으며 코웃음을 친 에반젤린이 외계인의 잔해를 퍽퍽 걷어찬 뒤 다시 본래의 목적으로 돌아갔다.

쉬는 시간을 주는 건지 그로부터 약 30분간은 더 이상 침략자가 오지 않았다.

“슬슬 아무것도 안 오니까 좀 밋밋하긴 하네요.”

익숙해진다는 게 참 무서운 일이었다. 처음엔 힐링을 원하던 에반젤린도 어느새 계속된 수탈에 익숙해지니 침략자가 없는 상황이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게 ㅋㅋ 하늘에 전함 띄워 놓고 방비 다 해 놨는데 정작 써먹을 곳이 없음.

“세계 침공이라도 해야 하나…….”

-그런 게 구현이 됨?

“모르죠. 일단 탑승은 되는 거 같아요.”

그렇게 말하던 찰나였다.

띠링!!

-축하합니다! 새로운 시스템이 해금되었습니다.

그때 그녀의 마음을 자극하는 한마디가 나왔다.

이에 그녀가 이것저것 눌러 확인해 보다 눈을 크게 떴다.

“오오……. 로봇 인력! 좋아!”

-ㅋㅋㅋㅋ 이젠 농사도 로봇이 대신 지어 주냐 ㅋㅋㅋ

에반젤린이 그동안 모은 재화를 털어 넣어 새로운 경작 로봇들을 구매하자 안드로이드처럼 생긴 로봇들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그녀의 명령에 따라 거대한 논과 밭으로 들어가 일을 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안드로이드 로봇들의 효율은 상상을 초월했고 엄청난 속도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이에 그녀는 첨단 기술로 무장된 새로운 것들을 이것저것 설치했고 점차 게임에 만족하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느끼는 거지만 이건 힐링 게임이 아니라 발전 시뮬레이션 게임에 가까웠다.

그리고.

삐익!! 삐익!!!

-경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안드로메다 성인들의 침공이 빨라집니다.

“뭐…… 뭐?!”

그 말과 함께…….

하늘이 검게 변하기 시작했고.

이내 에반젤린의 전함보다는 작지만, 다수로 무장한 전함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미친…….”

-진짜 작물을 훔쳐 가려고 외계인까지 오는 거임?

-ㅋㅋㅋ 아니 대체 저 작물이 뭔데 이렇게까지 하냐 ㅋㅋㅋㅋ

-생각해 보니까 저거 몇 개 팔았다고 트랙터 사고 안드로이드 사는 것부터가 정상은 아님 ㅋㅋㅋ

-알고 보니 저것들이 하나같이 희대의 보물 같은 건가 보지 ㅋㅋㅋ

“아…… 아니 이게 무슨…….”

이윽고 거대한 모선 같은 것이 모습을 드러냈고 이내 에반젤린을 향해 경고하듯 작은 비행정 하나를 보내 왔다.

-경고한다. 순순히 내놓으면 유혈 사태는…….

“웃기지 마라!”

퍼엉!!

에반젤린이 거대한 펌프 액션 샷건으로 소형 비행정에 구멍을 뚫어 버리는 것을 시작으로 전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미 힐링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였고, 급기야 적들을 방어하며 점차 성장하기 시작한 에반젤린은 처음 보았던 행성 방어용 다이슨스피어나 거대한 우주 전함, 레일건들을 빠르게 파밍해 우주 전쟁 스케일까지 밀고 나가고 있었다.

* * *

반면 자신이 방송을 하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어두운 복도를 걸어가던 초단이는 이내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들리나요? 제 목소리가?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드…… 들리긴 들리는데. 누구세요?”

-일어나세요. 용사여…….

“…….”

초단이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식었다.

그녀는 속으로 비화가 정말 별걸 다 만들어 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애석하게도 아무거나 찍고 들어온 초단이는 이 게임의 타이틀이 뭔지, 몇 세 이용가인지조차 보지 못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