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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436화 (1,436/1,559)

제 1436화

교단에 갔다 온 며칠 만에 잔뜩 지친 느낌이 든다.

노아의 몸은 참 신기한 구석이 많았다.

슬라임. 그중에서도 최상위 존재인 슬라임 로드의 육체를 이용해 만들어낸 몸이라고 했던가.

사실 승현이 외모가 변경되는 안드로이드를 만들어달라고 했던 건 반쯤 장난이었다.

굳이 언급하자면 그가 그림을 그릴 때 필요한 자료를 위해 모델이 있으면 좋겠거니 했던 마음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 탓일까. 노아는 굉장히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유로운 모습이다.

교단 분들의 도움을 받아 노아의 생필품은 어렵지 않게 그 자리에서 구했다지만 녀석은 집에서 하얀 박스티에 속옷만 입고 지내는 걸 좋아했다.

생각지도 못한 협상 세례에 지칠 대로 지쳤던 탓일까, 며칠이 지났음에도 침대에 퍼지듯 드러누워 일어날 생각을 안 했다.

방송도 쉬니 휴가 동안만큼은 푹 쉬고 싶은 마음투성이였다.

“밥 줘!”

하지만 저 못돼먹은 호문클루스 노아는 아직 쌩쌩한 듯 보였다.

“조금 전에 먹었다.”

“게임 하자 게임!”

“안 해. 잔다.”

청소도 해야 하는데…….

청소를 시킨다고 들을 것 같지도 않고, 지금까지 봐온 노아의 행동거지를 보면 청소를 한다고 해도 믿고 맡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냥…… 가정부를 들여야 하나…….”

본인이 한다는 선택도 있지만 이제 입이 하나도 아닌 만큼 식사는 신경을 써야 하나 싶었다.

노아의 신물 세례 덕분에 현재 승현의 통장에는 방대한 금액이 들어있다.

물론, 이 금액 중 상당수는 세금으로 나가겠지만 중요한 건 이 돈이 있으면 평생동안 놀고먹는 걸 넘어 사치를 부리고 살아도 남을 돈이라는 사실이다.

하, 허탈하네…….

그토록 열심히 방송하고 돈을 벌어도 하루아침에 그 돈을 아득히 웃도는 돈이 손에 쥐어지니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노아.”

“엉. 게임 할 거야?”

“청소…… 해줘.”

그 말에 그녀의 표정이 짜게 식었다.

그리고는 드러누워 있는 그의 곁에 벌러덩 누워 버린 뒤 대답한다.

“귀찮아.”

“게을러터진 것.”

“됐고 게임 하자…… 응?”

마치 태어난 아이를 키우는 느낌이다.

귀찮아서 청소고 가사노동이고 맡기려고 했는데.

정작 자신이 더 해야 하는 상황.

이건 소원과 다르고 계약 내용과도 다르다.

그런데. 이상하게 노아가 온 뒤로 달라진 느낌이다.

에린이나 시우, 혹은 동료, 친구 스트리머들과 달리 온전히 그의 가족이 되어준 소녀이니까.

“빨갛네.”

피곤한 얼굴로 승현이 노아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중얼거리자 그녀가 물었다.

“혹시 원하는 색이라도 있어?”

“바꿔주게?”

“게임해주면.”

“좋아.”

피곤하지만 뭐 어떠랴.

아직 젊은데, 조금 정도야.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노아는 신나게 게임을 세팅한 뒤 패드를 들었다.

화면에는 아름다운 소녀가 현란하게 움직이며 칼을 휘두르는 게 보인다.

“매번 저 캐릭터로 하더라?”

“스킬이 좋잖아.”

“외관도?”

“저 캐릭터가 얼마나 유명한데. 난 피규어도 모았다.”

두 사람이 하는 게임은 협동형 어드벤쳐 게임. 그중에서도 승현이 고른 롱소드형 캐릭터는 제법 유명하며 인기도 많았다.

“저런 캐릭터가 좋다 이거지.”

담담하게 중얼거린 그녀가 뭔가 생각하는듯하더니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캐릭터를 이리저리 훑어본 뒤 눈을 감았다.

동시에.

그녀의 외향이 변하기 시작한다.

전체적인 골격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머리색이나 눈의 크기 입매. 모든 면에서 캐릭터와 동일하게 변한다.

마치 캐릭터가 직접 살아나오면 이런 느낌일까.

가장 놀라운 건 도저히 괴리감이 들지 않는다는 사실.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는 승현의 시선에 노아는 만족스레 머리카락 일부의 끝으로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다시 하자!”

“어…… 너 그런데 그 모습으로 쭉 있으려고?”

“이건 그냥 의태니까. 내 본모습은 아니지.”

그냥 소녀 같아도 눈앞의 노아는 인간이 아닌 호문클루스.

말은 호문클루스지만 사실상 하나의 생명체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아…… 죽었네.”

승현의 캐릭터가 사망하고 부활 대기시간이 걸리자 그는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뉴스에선 한창 넬타리드 교단의 신물을 가져온 인물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물론 신물이라고 해봐야 일반인들 사이에선 크게 와닿지는 않는 듯하지만 종교계 인물들에겐 어떻게 받아질는지.

“그 신물이 그런 힘을 품고 있을 줄이야.”

교단은 신물을 보존하기 위해 아직 실물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그것을 찍은 영상이나 사진 등을 공개하며 조만간 대중들의 앞에 넬타리드의 신물을 선보일 거라고 언급했다.

사진 속엔 교단의 성녀인 아가사가 대주교들과 함께 활동하는 게 보였다.

대부분의 언급은 대주교 쪽에서 하지만 아가사는 말 그대로 상징성이 있었다.

“저 꼬맹이 표정 봐라…….”

약간 창백하게 질렸지만 겁먹지 않고 성녀로서 활동하는 아가사를 보며 승현은 저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우우웅…….

[시우 오빠 소개팅하러 갔는데. 보러 가실?]

“하긴 태어난 지 10년도 안 된 에반젤린도 수만 명 앞에서 방송하는데 이게 뭐 새삼스럽다고.”

그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며 답장을 날렸다.

[곧 감]

그리고는 휘적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노아. 게임 그만하고 씻고 나갈 준비해.”

“뭐? 귀찮아. 그냥 집에 있을래.”

“개 꿀잼 예약인데. 이걸 안 봐?”

승현의 말에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한숨을 내쉬었다.

“됐어. 귀찮아.”

뭔가 약간 불만인듯한 태도에 승현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나가기 싫다는데 강제로 데려갈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 뭐 집은 잘 볼 테니 그럼 집 잘 보고 있어.”

그는 빠르게 씻고는 나설 준비를 다시 했고. 가볍게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그렇게 좋아하던 게임도 집어 던진 채 악귀마냥 절제, 박승현을 노려보던 노아는 결국 벌떡 일어났다.

“간다 가!”

“집에 있어 그냥. 금방 갔다 올게.”

“너 없으면 나 혼자 밥 먹으라고?”

“그렇겠지?”

“귀찮아! 외식하자!”

노아의 상식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다.

* * *

베이지색 투피스에 검은색의 샌들을 신은 에반젤린은 승현을 올려다보았다.

“넌 임마. 애가 무슨 어른 흉내야.”

“아 줘요!”

승현은 에반젤린의 선글라스를 빼앗았다가 옆구리를 한 대 맞고 나서야 돌려줬다.

“잘 지내고 있나 보네요.”

에반젤린이 하품을 쩍쩍하는 노아를 보며 말했다.

노아는 현재 자신의 본모습으로 있었다.

적어도 게임캐릭터 같은 모습으로 돌아다녀서 어그로 끌지 말라는 승현의 당부 때문이었다.

귀찮음이 상당한 노아도 의태는 귀찮아 하는 편이었으니까.

“뭐, 왜 뭘 봐.”

“이게 죽으려고.”

에반젤린의 동공이 순식간에 세로로 찢어지자 노아가 기겁하며 승현의 뒤로 숨었다.

느릿느릿한 행동과는 상반되는 신속함이었다.

“쟤 좀 싸이코 같지 않아? 전에 이곳에 오기 전에 봤는데. 맨손으로 바위를 박살 내지 뭐야. 그걸 맞으면 난 형체도 없이 터질걸.”

“알면 까불지를 마! 임마.”

거칠게 노아의 머리를 헝클어뜨려 버리자 그녀의 표정이 콱 찡그려졌다.

“그보다 시우형은.”

“잠시만요.”

현재 세 사람이 만난 곳은 공원이었다.

문제는 에반젤린이나 승현과 달리 노아의 머리색은 붉은색인 터라 시선을 잡아끌었다.

“아. 저기 있네.”

그때 에반젤린의 뾰족한 귀가 살짝 까딱이더니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시계를 내려다보며 초조하게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시우가 보였다.

“한때 최고 인기 구가하던 프로게이머고 지금도 유명한 방송인인데. 왜 저렇게 긴장한대?”

“넌 아직 어려서 몰라. 임마.”

에반젤린을 슬쩍 놀리자 에반젤린의 주먹이 다시 시우의 옆구리를 가격한다.

“컥!”

격통을 호소하며 쓰러진 그의 뒷덜미를 낚아챈 에반젤린이 적당한 곳에 몸을 숨겼다.

동시에 세 사람의 시야에 시우의 곁으로 두 사람이 다가가는 게 보였다.

한 명은 익숙한 인물, 바로 비화였다.

그리고, 그런 비화와 함께 다가온 인물은…….

“와…….”

승현은 탄성을 제대로 흘렸다.

시우에게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세상에…… 저게 가능해?”

“세상에…….”

그동안 많은 여성들을 봐왔지만, 엘리시아는 단연 압도적이었다.

거기에 가느다란 몸, 핑크빛이 감도는 머리카락은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다만 본인은 굉장히 부담스러운지 안절부절못하는 모양새였다.

“시우 오빠. 시선을 못 떼네.”

유일하게 엘리시아가 내뿜는 페로몬에 면역인 것이 현재 시우였다.

물론, 그가 특별해서가 아닌 몽마의 검이던 유시르가 면역제를 만들어 복용시킨 탓이었다.

그 때문일까.

시우는 엘리시아와 만난 후부터 그녀에게서 전혀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윽고 횡설수설 무언가 대화를 이어나가던 중 비화가 카페를 가리키며 무어라 말했고 그는 바짝 긴장한 듯 엘리시아와 함께 그곳으로 향했다.

“그러게. 저 양반 저러는 건 처음 보는데.”

“시우 오빠 이상형인가 보죠. 뭐.”

이윽고 두 사람을 보낸 비화가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정확히 에반젤린과 절제가 있는 곳으로 오며 말했다.

“거기서 뭐 하는 거야.”

“으악!!”

동시에 노아가 기겁하며 비화에게서 멀어지려 했지만, 승현이 그녀의 뒷덜미를 낚아챈다.

“보아하니 잘 지내는 거 같네요.”

“어쩌다 보니까.”

“사실 걱정을 좀 했어요. 현재 넬타리드는 이전의 선대와 달리 좀 더 감정적이라.

신의 존재. 그것도 지구의 유일신이 감정적이고 미숙한 존재라는 사실은 굉장히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지만, 비화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었으니까.

“그래서. 구경나온 건가?”

“응. 그래서 어떻게 될 거 같아?”

“두 사람 붉은 실이 굵게 이어져 있어. 아마 지금은 본능을 제어 못 해서 당황하는듯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아주 깨가 쏟아질걸.”

그 말에 노아가 물어왔다.

“붉은 실?”

“운명의 상대라는 거야. 천생연분. 둘 중 하나도 떨어져 지낼 수 없는 사이.”

심드렁하게 답하는 비화의 설명에 노아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럼 승현과 나도 천생연분이야?”

“쿨럭! 켈룩켈룩!!”

당황한 승현이 마시던 에이드를 뿜어냈고 에반젤린은 눈을 가늘게 뜨며 승현을 째려보았다.

“겉모습만 저렇지 아직 애인 건 알죠? 아 상관은 없나…….”

그 물음에 비화는 조용히 노아를 보다 물었다.

“같이 있으면 좋아?”

“엉. 같이 게임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없으면 불안해?”

“응.”

한 마디 한 마디 질문을 던질 때마다 에반젤린의 얼굴에 흥미가 생기고 승현의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죽어간다.

비화의 질문과 노아의 대답은 근본적인 핵심이 달랐다.

“그럼,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해주고 있어도 뭐라도 계속해주고 싶어?”

그 질문에 노아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소리야.”

“생각나는 대로 대답.”

“아니, 승현이 나 대신 설거지 청소 다 해주고 밥도 해주면 참 좋을 거 같은데.”

“그럼 아닌가 보지.”

씨익 웃으며 비화가 돌아선다.

“에린. 난 돌아갈 테니까 구경 적당히 해.”

“응, 나중에 봐 언니.”

비화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인식에서 벗어난 것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는 이들은 없었다.

이후 노아는 비화가 했던 말을 떠올려보려는지 상념에 빠져들었고 남은 두 사람은 멀리 카페 창가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막상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때는 제법 재밌어 보였는데 이렇게 보니까 지루하네.”

“그럼 이야기라도 들을래요?”

에반젤린이 작은 아티펙트를 꺼내 들었다.

-저…… 엘리시아 씨는…….

-시우 씨는…….

잠시 침묵이 일었다.

-머…… 먼저 말하세요.

-아…… 아뇨! 먼저 말씀하세요.

“와…… 이런 걸 듣게 되네.”

“풋풋하다…….”

정작 본인들도 경험해 본 적 없으면서 히죽 웃어대는 에반젤린과 승현이었다.

-이야기 들으셨겠지만…… 사실 저는 지구 사람이 아니에요. 티오니스의 몽마죠. 여신께서 어째서 저를 감싸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괜찮습니다. 이곳에선 몽마라고 해서 당신을 혐오하거나 그러지 않아요.

-가…… 감사합니다.

한마디 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한마디 하고 고개를 푹 숙이는 모습에 에반젤린은 뭔가 답답한 듯 가슴을 두드렸다.

“아니. 티오니스에서 왔잖아. 그럼 지구 문명이라도 소개해주던가…….”

“긴장해서 아무 생각도 안 날걸?”

에반젤린은 참을 수가 없는지 어디론가로 전화했다.

“아. 지배인님. 저 에반젤린이에요, 네네, 부탁이 있어서요. 자유 이용권 5장만 구해줄 수 있어요? 아아, 바로 보내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보며 승현이 물었다.

“뭘 받은 거야.”

“알프랜드. 자유 이용권이요.”

“아…… 네 아빠가 거기 주인이지. 참…….”

데이비가 워낙에 신경을 안 쓰다 보니 주변 사람들조차 잊고 있었던 곳.

알하자드가 데이비에게 선물했던 유원지였다.

물론, 데이비가 간섭을 안 한다고 하여 성적이 부진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이후 에반젤린은 스리슬쩍 시우에게 문자를 날려 자유 이용권 QR코드를 두 장 날렸다.

“자. 이제 좀 재미있어지겠네요.”

“그걸로 돼?”

“음…… 글쎄요. 일단 뭐든 해봐야죠. 보는 사람 입장도 생각해줘야지 저게 뭐야 저게.”

-아…….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뇨! 엘리시아 씨. 혹시 부담되지 않으시면 저와 놀러 가실래요? 그……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고 우연히 자유 이용권 두 장을 선물 받아서요.

-자유…… 이용권?

-가보면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안 그래도 한창 플라워축제가 벌어지고 있어서요.

에반젤린의 토스에 시우는 강하게 스파이크를 꽂아 넣었다.

-그…….

-부담 가지지 마세요. 단순 구경하러 가는 거니까요. 익숙해지기 위해선 뭐든 해봐야 할 텐데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잠시간의 고민 끝에 엘리시아가 승낙하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됐다. 우리도 가자.”

“어휴. 근데 알프랜드는 참…….”

“왜?”

“아뇨. 재미는 있는데. 거기 갈 때마다 뭔가 사고가 하나씩 터지더라고요.”

비화가 나타났을 때도 한창 알프랜드에서 테러가 터지지 않았던가.

에반젤린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별일 없겠지…….”

“그런데 둘이 거리감이 너무 먼데.”

“오빠가 뭘 안다고 그래요?”

“야. 경험해본 적 없는 것들이 원래 더 전문가인 거야.”

“허…….”

“저기 승현…… 나 벌써 지루한데…….”

고뇌하던 노아는 슬슬 이 상황이 지겨운지 투덜거렸다.

하지만.

“꺄아아아악! 이거 한 번 더 타자! 더!!”

“아니…… 두 사람 벌써 갔다니까? 타는 건 나중에 하고…….”

“한 번 더 타!!”

승현의 옆구리를 퍽퍽 때리며 요구하는 노아는…….

롤러코스터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덕분에 미행은커녕 신명 나게 노는 데에 집중해버렸다.

“그 말이 맞았어! 엄청 재밌다. 이거!”

다시금 롤러코스터에 줄을 서며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이에 승현은 미행을 포기하고 손사래를 쳤다.

“그래. 타라 타.”

“이렇게 보면 오빠가 서포트하는 안드로이드 같네요.”

“나도 그 생각 중이다.”

그때였다.

신나게 팔짝팔짝하며 대기하고 있던 그녀의 앞에 덩치 큰 남성 두 명이 새치기하듯 밀고 들어왔다.

“야! 뭐 하는 거야! 줄 서 있잖아!!”

당연히 노아는 대뜸 그들을 향해 화를 냈다.

빠꾸 따윈 없는 당당함에 사내는 놀란 듯 노아를 보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뭐래. 콱 씨! 쥐방울만 한 게 맞을라고. 조금 전에 우리가 줄 서 있었다. 잠깐 뭐 사 온다고 비운 거야.”

“뭔 헛소리야!”

소란스러워서 둘의 실랑이 따위는 사람들의 소리에 묻힌다.

새치기에 기분이 나쁜 사람들도 있었지만 두 사내의 덩치가 워낙에 컸고 반팔티 아래로 진득한 문신까지 보였던 탓에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건달과 달리 굉장히 껄렁껄렁한 젊은 청년.

액면가의 나이와 다르게 말투를 보면 미성년자가 아닌가 의심스러운 부분도 보였다.

다만 그런 것을 두더라도 괜히 엮이기엔 부담스러운 비주얼임에 틀림없었기에 모두가 시선만 피했다.

하지만 노아에겐 뒤가 없었다.

현재 노아에게는 승현이라는 마스터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 야야. 노려본다? 노려보면 어쩔 건데. 사람 많은 이곳에서 한 대 치겠다?”

노아를 내려다보며 한 사내가 그녀의 이마를 쿡쿡 찌른다.

그럼에도 뒷줄의 사람들은 겁을 먹고 나서는 이가 없었다.

“밀지 마. 밀지 말라고 했다?”

“밀건데? 밀건데? 왜 치게? 어이구 무서워라.”

낄낄 웃으며 한 사내가 천천히 허리를 숙이고 노아를 바라본다.

“콱 씨. 진짜 이걸 패버릴 수도 없고. 야 뭘 믿고 깝죽거려. 그냥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 우리 두 명 먼저 탄다고 세상이 망해?”

논리 따윈 없는 윽박.

이에 일부 사람들이 근방을 관리하는 가드를 불러 두 사람을 제지하려던 찰나.

천천히 다가간 승현이 그들에게 말했다.

“사람이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아주 염병을 하네.”

“뭐 이 씨x놈이?”

“내가 틀린 말 했나? 애가 줄 서 있잖아 이 새끼들아.”

“하…… 오늘 진짜 별별 것들이 다 설치네 진짜.”

사내들이 승현의 멱살을 틀어잡았다.

당연히 승현은 운동 부족의 일반인. 덩치가 큰 두 사람이면 3분 내로 바닥에 드러누워 끙끙댈 자신이 있었다.

다만, 그 또한 믿는 구석이 있었다.

“에반젤린! 이것들이 나 친다! 구해…….”

고개를 돌린 승현이 에반젤린을 부르려 했다. 에반젤린이 겉으론 소녀이고 실제 나이도 어리다 해도 이런 두 사람 제압하는 건 쉬운 일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어?”

“누구 부르냐?”

에반젤린은 시우와 엘리시아를 쫓아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식은땀이 흐른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떨떠름하게 있던 그는 침을 꿀꺽 삼킨 뒤 사내의 손을 거칠게 털어냈다.

“놔 이 새끼야. 아 열 받게 하네.”

그리고는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가 사내를 바라보았다.

싸움이 터질 것 같은 이 막장 상황 속에서 승현은 곧바로 노아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냅다 달렸다.

“튀어!!”

그리고는 인파 속으로 숨어들 듯 뛰었다.

“어…… 어어?! 승현! 왜 도망가!”

노아는 당황한 듯 따라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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