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67화
지구의 가장 참혹한 전쟁 세계 1차대전의 발발 요인이 무엇이던가.
바로 사라예보 황태자 암살사건이다.
물론, 단순히 황태자만 암살당한다고 세계가 전쟁판에 뛰어드는 일은 쉽지 않다.
여기엔 몇 가지 요소가 더 있었는데 각 나라가 너도나도 서로 동맹을 맺으면서 거대한 알력 다툼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고, 또 한 가지가 전쟁의 참혹함을 제대로 겪지 못했다는 점이다.
적어도 티오니스의 국제연합은 지구보다는 나은 상황이었다.
단 한 명의 존재를 제외하면 말이다.
가르강티아 네차흐.
초대 리치 닉스의 양아들이자 닉스가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영멸의 봉인을 해버릴 정도로 미쳐버린 동족 포식자.
그가 상황을 묘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그가 직접 연합회의에 참석한 건 아니지만 이곳에 참석한 이들 중 일부는 그 영향을 받았을 게 분명했다.
‘놈의 흔적을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과열된 분위기가 폭발하기 전에.’
살리반 또한 페르세르크의 계획에 동조하고 있었다. 당장 영식과 영애들의 생존을 알린다 할지라도 근본적인 해결책 따위 되지 않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놈이 날뛰기 시작하면 제압할 수는 있다는 점인데…….’
아무리 대제국의 황제라도 지금 상황에서 강짜를 부리는 건 미련한 행동임이 틀림없었다.
필요한 것은 아슬아슬한 선타기.
상황이 몰려있음에도 폭주하지 않고 최대한 조율하는 척. 상황을 중재하여 흐지부지 흘러가게 만든다.
정말 한 치 앞도 볼 수 없고, 자칫하면 대륙을 전쟁통에 던져 넣을 수 있는 짓이지만 그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아니. 최악의 경우 그들의 생존 사실을 알리는 보험이 있으니 가능한 것이겠지만…….’
상대는 지독한 쾌락주의자. 아마 놈의 성미라면 반드시 느긋하게 대처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살리반은 이번 사태의 이상증세 등을 내밀며 현 상황이 단순 팔란 제국의 내전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 아님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그렇게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필사적으로 상황을 호전시켜보려 하던 찰나.
누군가가 발언을 요청한다.
‘시작됐다.’
“말씀하시지요. 바르툭 국왕.”
“이 와중에 어째서 유일한 생존자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 것이오.”
피곤에 쩔어 있는 듯한 눈빛으로 중얼거린 그가 쉬쉬할 뿐 모두가 언급하길 꺼려하던 것을 꺼낸 것이다.
‘여기까진 순조롭다.’
살리반은 그의 말에 혼란스러워지려 하는 회장을 정숙시켰다.
“무슨 뜻입니까?”
“이번 대참사는 모든 이들이 죽었습니다. 하지만 생존자가 있더군요.”
생존자라는 말에 주변이 웅성거린다.
“에반젤린 올 라운 공녀. 유일하게 하인스의 공녀만이 살아남았습니다. 이에 대해서 왜 아무런 발언들이 없습니까.”
“하인스도 피해를 입은 입장 아닙니까?”
가르강티아의 마수에 당하지 않은 일부가 변호하고 나섰다.
“모를 일이지요. 사전에 정보를 들었거나…….”
“말조심하시오. 지금 그 발언 책임질 수 있습니까?”
하인스와 우호적인 몇몇 왕국이 표정을 굳히며 바르툭 국왕을 몰아붙였다.
“책임질 수 있냐니. 그가 대륙의 지배자라도 된다는 듯 말씀하시는구려. 나는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하자는 것이오.”
“책임소재라. 가해자는 테러리스트라고 팔란에서 말하지 않았소, 게다가 이번 사고로 하인스의 대공비가 휘말렸소이다. 그녀의 사망을 하인스의 대공이 그냥 묵과했다고 생각하는 거요?”
그 물음에 바르툭 국왕은 어깨를 으쓱이며 괴이한 미소를 지었다.
“모를 일이지. 그대들 말마따나 하인스 대공이 대공비를 사랑하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하지만 이상하지 않소이까.”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공석이 된 라운의 자리를 가리켰다.
“그렇게 사랑하는 대공비가 사망했는데. 어찌하여 그는 묵묵부답인가. 다들 최근에 있었던 전쟁에 대해 잊고 있는 것이오?”
그말에 주변이 크게 술렁였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살리반 또한 라운의 공석을 치고 들어올 거라곤 생각했다. 바르툭의 의도는 번했다. 이번 발언으로 하인스와 팔란에 대한 의심을 발아시키는 것. 그것으로 충분했다. 물론, 이 사태로 바르툭 국왕의 왕국이 불바다가 될 수 있지만, 가르강티아의 입장에서 그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터다.
“듣고 보니 그렇군…… 어째서 그는…….”
“그는 영리한 사람입니다. 이번 사태가 정말로 테러리스트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면 짐이 아는 그라면 이곳에 오기보다 그 테러리스트를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을 겁니다만.”
살리반이 이 상황을 어떻게 적당히 넘어가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 명국의 천녀가 발언했다.
“물론, 그렇지요.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그가 발언한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드오만. 이번 테러 사건에 하인스가 깊게 연관되어있다.”
그말에 좌중이 숨을 들이켠다.
“하인스 대공은 모종의 이유로 팔란에서 일을 쳤고, 그 과정에서 다수의 희생자가 나왔다. 당연히 이 사태의 원흉일 수 있는 하인스 대공은 테러리스트를 핑계로 침묵을 지키고 팔란 또한 그에 동조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렇지않고서는 이 모든 사태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지. 물론, 하나의 가설뿐이오.”
진실이 어떻든 그건 상관없다. 그저 의견을 내놨을 뿐이다.“
그렇게 말한다.
그것만으로도 바르툭 국왕의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의심암귀의 씨앗을 뿌렸으니까.
살리반은 묵묵히 상황을 듣는 척 가만히 지켜보았다.
여기까지도 페르세르크의 예상 그대로 흘러가고 있다.
식은땀이 흘렀다. 예지의 수준도 아니고 어떻게 이걸 확인했는지 섬뜩할 따름이다.
바르툭은 어차피 버림 패. 본래라면 그를 의심하여 그를 몰아붙이는 것으로 이 사태를 악화시키려 들것이다.
다만 페르세르크는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을 덧붙였다.
-본녀가 판단하기에 놈은 극단적인 쾌락주의자에 가까울 겝니다. 그러니. 반드시 회장에 놈이 있을 터. 놈이 누구로 변해있었는지만 알게 되면 이쪽이 큰 이점을 챙길 수 있을 겝니다.
페르세르크의 말대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살리반은 침착함을 되살리며 입을 열었다.
“그럴 수 있지요. 충분히 의심 가능한 상황입니다.”
절대 넘어가지 말라는 말은 그가 버림 패라는 뜻이었다. 그를 의심하고 몰아붙이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니 놈이 모르는 수단을 꺼내 허를 찔러야 한다.
“그럼 이걸 보시지요.”
‘어차피 영애와 영식들의 생존 사실만 숨긴다면 놈은 절대 패하지 않을 패를 손에 쥐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무리수를 둘 수 있게 난이도를 올리는 수밖에.’
그는 미리 준비해둔 아티펙트를 활성화시켰다.
“여신께 맹세컨대. 이것은 조작이 없음을 공표하는 바요.”
물론, 조작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영상을 활성화하자마자 나타난 것은 거대한 드래곤의 형상이었다.
그리고, 그런 드래곤을 침묵시키는 일리나가 보인다.
“저…… 저것은?!”
“흐음…….”
대부분은 경악했고, 일부는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일리나가 말도 안 되는 검술을 펼쳐 보이며 드래곤을 베어버리는 장면이 드러났으니 말이다.
“연회장 내부에 잠입한 테러리스트는 모종의 방법으로 팔란 내부의 인물까지 잠식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이용해 연회장에 특수한 결계를 쳤지요. 드래곤의 상대로는 아무리 잘난 팔란의 마법사단도 해결방법이 부족했습니다. 놈은 이미 다수의 세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영식과 영애들을 모두 납치했지요. 그 과정에서 에반젤린 올 라운 공녀. 하인스의 공녀가 이들을 살려서 데려왔으나 테러리스트의 수괴…….”
잠시 말을 멈춘 살리반이 주변을 훑었다.
“정체 모를 드래곤과의 충돌이 펼쳐진 상황입니다. 그 후 그녀가 쏘아 보낸 신호를 타고 일리나 데 라운 대공비가 참전, 그를 침묵시켰습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장면이기에 의심을 산다.
그렇기에 살리반은 굳이 이 영상을 공개하지 않으려 했으나 페르세르크는 차라리 공개하는 쪽의 이점을 피력했다.
“지금 저 허황된 영상을 믿으라는 것이오? 일리나 대공비가 대륙 최고의 천재라는 소문을 들어 알고 있소만, 저건 소드마스터의 경지를 아득히 넘어선 존재가 아닌가. 대체 저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일개 인간이 이루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요?”
한 왕국 국왕의 발언에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믿든 믿지 않든 팔란은 진실만을 말했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우리끼리 싸우는 게 아니오. 일리나 대공비가 베어버린 저 드래곤은 저 정도의 공격에도 죽지 않는 불사 능력을 지닌 드래곤. 놈은 반드시 어딘가에서 다음 계획을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믿기 힘들지만 당장 쏘아붙일 여건도 없다.
아직 근본적인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았고 아직도 다수의 국가가 의심하고 있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터질 것처럼 과열되던 화약고가 조금이라도 안정되고 있다는 것.
페르세르크의 말대로라면 쾌락주의자인 그는 여기서 일이 꼬이면 반드시 일을 가속화시키기 위해 테러를 저지르던 다른 요소를 저지를 것이다.
그때였다.
“아…… 재미없네…….”
가만히 있던 한 일국의 재상이 평소답지 않은 말투로 중얼거렸다.
“무슨?”
“예전에 인간들은 이 정도만 살짝 굴려줘도 바로 죽자사자 서로를 물어뜯던데 말이야. 강대국부터 약소국 할 것 없이 이렇게 몸을 사리다니. 세상이 많이 변하긴 했나 봐?”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무슨?’
이건 페르세르크가 말한 것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그는 쾌락주의자지만 멍청하지 않았다. 일의 사태를 단번에 반전시킬 짓을 할 이는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다고? 대체 뭘 노리고? 무슨 이득을 얻겠다고?
영애와 영식들이 죽어버렸다는 책임소재가 남아있기에 계획을 실현할 수 있는데 여기서 이렇게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모든 원흉이 자신임을 드러낸다?
살리반의 눈이 번뜩였다.
바르툭 국왕을 제외하고 저 재상을 욕받이로 사용해서 전쟁을 일으키려는 것인가.
머릿속에 혼란이 가득 찼다. 현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윽고 재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대신관! 저자에게 정밀 검사를 해주시오! 언데드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게 무슨…….”
“어서!!”
살리반의 외침에 성국의 대신관이 팔을 뻗었다.
동시에 신성력이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이내 재상의 몸에 신성력이 스며들었다.
“마, 말도 안 돼! 언데드가 바로 옆에 있었거늘 이것조차 눈치채지 못했단 말인가!!”
당황한 대신관의 외침은 그가 언데드임을 드러내는 결정적인 단어였다.
자신의 존재를 숨길 이유가 사라졌는지 그는 느긋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인정하지. 원래는 계획대로 살살 건드려서 홀른끼리 전쟁을 벌이는 혼란을 바랐거든.”
“정말로 살아있었군, 대체…… 네놈의 목적이 뭐냐…… 어떻게 재상을 언데드화시킨 거지?”
“궁금한가?”
재상의 말에 회의장 문이 벌컥 열리며 다수의 기사들이 그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말하라. 괴물.”
린디스를 대표해서 온 황태자가 차가운 얼굴로 그를 노려보며 말하자 그는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별거 없다. 그저 찾아가서 죽이고 사령술로 되살렸을 뿐이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언데드는 반드시 생자와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재상은 분명 아무 문제 없는 인간이었을 터!”
대신관이 반박하듯 외치자 그는 비웃음을 날렸다.
“고작 홀른의 빈약한 식견 따위로 마법을 평하는가.”
“네놈!!”
“흥분하지 마. 뭐, 인정할게. 그쪽 팔란의 황제라고 했나? 뭐 나를 잡기 위해 함정을 판 건 칭찬해주겠지만 미안하게 됐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졌으니.”
“…….”
애초에 살리반은 이 자리에서 그를 잡아낼 생각 따윈 없었다. 은신처에 숨어있는 그가 대륙의 혼란을 위해 추가적인 무리수를 감행할 때. 그때를 노려 놈의 은거지를 찾아내고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숨통을 끊어놓으려 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가 드러나 버리면 일이 꼬이게 된다.
살리반이 속으로 침음을 삼켰다.
“걱정 마. 더 이상 이 촌극은 내 관심 밖이니까. 나를 잡고 싶으면 잡든지 하라고.”
“촌극이 관심 밖이라고? 테러를 일으켜서 거대한 사달을 내놓고도 관심 밖이라고?!”
“실제로 처음엔 너희 홀른들을 살살 자극해서 전쟁이나 벌이는 우스꽝스러운 몰골을 지켜보려 했지만, 이제는 그것보다 더 자극적인 걸 찾았거든.”
그는 자신의 목에 검이 겨누어졌음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토록 강대한 자극을 받은 적이 없어.”
“…….”
“그리고. 그런 자극을 준 이를 찾은 이상 내게 이 촌극은 의미가 없어진 거야.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대체 그 자극을 준 게 누구지?”
그 물음에 가르강티아가 빙의한 재상은 담담하게 폭탄 발언을 했다.
“수천 년간 나는 죽을 수 없는 절대 불사자로서 존재해왔다.”
불사자라는 단어에 웅성거림이 커진다.
“그 어떤 것도 내게 자극을 주지 못했어. 하지만. 수천 년 만에 처음으로 내게 공포와 고통이라는 거대한 자극을 준 존재가 나타난 거다.”
그가 광기 어린 얼굴로 말했다.
“이제 내게는 다른 건 다 의미 없어, 그녀만 있으면 돼. 그러니 그녀를 내게 데려와. 그러지 않으면, 대륙 전역에 내가 사역 중인 언데드들을 동시다발적으로 폭주시킬 테니.”
모든 계획을 모조리 뭉개버리고 무대뽀로 나오기 시작하는 그를 보며 살리반은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미친놈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에게 논리 따위는 아무 의미 없었다.
오랜 시간 준비한 계획을 하루아침에 헌신짝 버리듯 버리고 다른 목표를 찾아 나설 거라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으니까.
‘아니. 이런 성정이기에 페르세르크 대공비가 절대로 방심하지 말라고 말한 것인가…….’
자세한 건 모르지만 극도의 쾌락주의자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 보였다.
“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팔란의 사태가 다른 국가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건 절대 가볍지 않았다.
서로 의심하던 이들은 이내 일치단결하여 재상을 노려보았다.
“누구긴. 내게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를 안겨준 존재이지. 금발의 아름다운 여인. 일리나 데 라운이라고 했던가?”
그가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쓸어넘기더니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
“난 그녀에게 반한 거 같다. 그녀만 있다면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아. 홀른들의 미천한 수장들아. 너희들이 지키고자 하는 이들을 살리고 싶다면 그녀를 내 앞에 데려오도록 해. 오로지 그녀만이.”
그의 눈에 서린 광기는 끔찍할 정도로 어둡고 질척했다.
“내 부족함을 채울 수 있으니.”
봉인에서 깨어난 드래곤은 아직 세상에 대해 모르는 바가 많았고, 그만큼 겁도 없었다.
“그녀만이 나의 반려로서 자격이 있다.”
“개자식이!!”
살리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마나를 일으키려 했다.
일리나를 노린다는 사실에 격노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행동은 일리나에게 평소에 보이던 행동을 생각하면 굉장히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이에 살리반을 보조하기 위해 따라온 귀족이 황급히 그를 제지했다.
“폐하! 고정하시옵소서!”
“…….”
이를 뿌득 갈며 그가 가르강티아를 노려보았다.
“시간은 그래. 일주일 주지. 나는 인내심이 긴 편은 아니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온 것이니 그 정도는 기다려주겠다.”
그 말과 함께 재상의 몸에서 검은 안개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마법사들이 황급히 그것을 잡으려 들었지만, 가르강티아 네차흐의 마법은 일개 마법사가 감당 가능한 수준이 아니었다.
“아. 그래도 혹시 몰라 보험 하나 정도는 들여놨지.”
“보험이라고?”
“테러로 휘말린 영애와 영식들. 설마. 그들이 살아있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았나?”
그의 말에 살리반의 눈이 크게 뜨여진다.
“제법 똑똑했어. 내가 그들의 생존을 몰랐다면 오히려 당했을지도 몰라. 물론 이제는 상관없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지?”
“상관이 있지. 그중 일부에게 내가 특수한 전이 마법을 새겨놓았거든. 아마 이것까지는 몰랐을걸?”
그는 극도로 쾌락을 갈구하며 사라졌고 재상은 마치 수십 년은 갑자기 늙어버린 것처럼 변하더니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빌어먹을 괴물 놈이…….”
살리반이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쳤다.
혼란 속에서 모두가 침묵하고 있는 그 상황.
갑작스레 수정구가 웅웅 울리기 시작했고 살리반은 그게 측근으로 있는 시종장의 연락임을 깨달았다.
이에 살리반은 회의를 파하고 빠른 걸음으로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그가 노리는 게 대륙의 분열에서 일리나 한 명으로 고정된 이상 피해는 줄어들지 몰라도 그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폐하. 큰일 났습니다. 보호 중이던 영식과 영애들 일부가 강제 전이 마법 때문에…….
“페르세르크 대공비는!!”
-송구하옵니다. 대공비께서 전이 마법을 강제 캔슬시키려 했으나 모두를 구해내지는…….
가르강티아의 행동은 뒤가 없는 행동 그 자체였다.
이에 살리반은 극도로 분노를 느끼며 수정구 하나를 꺼내 들었다.
과거 데이비와 직통으로 회담을 할 때 사용하던 것이었다.
“내가 이렇게까진 안 하려고 했건만.”
그는 가르강티아가 아직 모르는 존재.
이 대륙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에게 연락을 날리기 시작했다.
만약 그가 패한다면 패인은 간단했다.
상대 전력계산의 완전한 미스.
그것뿐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