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2/194)



〈 2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사람들은 모르는 일이지만,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도 아는 이야기이다. 단지, 모른 척 눈을 돌릴 뿐. 현대 사회에 있을 수 없을 뿐이라면서 모른 척 할 뿐인 이야기였다.

무슨 이야기냐고? 요약하자면 평범한 사람들은 모르는 더러운 뒷세계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목숨의 천금보다 무거우며 사람을 죽이면 벌을 받는 그런 밝은 세계가 아닌 어두운 이면의 이야기.

사실 밝은 세계라고 해도 사람의 목숨을 돈으로 사고파는 것은 매한가지지만 적어도 이 세계는 법이라는 규율 아래 평등을 가장하여 목숨을 지킬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 어둡기 그지없는 이면 세계는 아니었다. 목숨은 그저 장기 말에 불과할 뿐. 그래, 자신의 목숨마저 높으신 분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말에 불과한 것이다.

목숨 줄을 쥐고 있는 자를 위해서 목숨을 내놓고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웃기지도 않는 상황. 살기 위해서 죽으러 뛰어들다니 어처구니없는 모순이었다.

그리고 또한 살기 위해서 자신의 임무를 막는 적을 마치 같은 사람이 아닌 것처럼 순살 시켜야 하는 것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죽고 죽이는 게 당연한 세계가, 아니, 죽어서라도 무엇인가를 손에 넣는 것이 당연한 세계가 존재한다고는 게 바보 같지 않은가?

죽으면 끝이다. 아무리 거부라고 해도, 권력자라고 해도 죽으면 모든 게 끝이었다. 그럼에도 욕망을 위해서 목숨을 판돈으로 거는 이 세계는 그야말로 인간의 어리석음의 극치를 보여주는 세계겠지.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말이야. 킥킥킥."

한쪽 팔이 폭발에 휘말려 사라져버렸다. 탄탄한 알통을 자랑하던 근육이 폭염에 휩쓸려 그대로 검게 타버린 것.

이렇게 되면 무슨 수를 쓰든지 회생불가능이라 판단해 아예 멀쩡한 어깨 부분까지 팔을 절단해버린 결과 광기에 휩싸여 동공을 빛내는 적발의 소년은 한쪽 팔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찰칵! 철컥! 촤락!

"쯧, 팔이 없으니까 장전 한번 하기 힘들잖아."

누가 봐도 외팔이인 소년이 남은 왼쪽 손만으로 재주도 좋게 들고 있던 권총에 탄창을 빼낸 뒤 갈아 끼고 이빨로 슬라이드를 당겨 장전한다.

그리고서는 폭발에 휘말렸음에도 총이 멀쩡한 것인지 확인이라도 하겠다는 것처럼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것 같은 통로를 향해 몇 발 권총을 쏴보았다.

탕! 탕!

'오케이, 문제없어. 균형 때문에 조준점이 조금 흔들리기는 하지만 커버할 수 있는 오차범위 내야. 미사일의 폭격 속에서 살아남은 것치고는 장비도 무사하고 양호잖아? 크크큭! 하긴, 내가 악운이 좀 좋아야지!'

본래 한쪽 팔이 사라지면 평범한 사람은 통증 이전에 제대로 서 있는 것도 힘들 수밖에 없었다.

사람의 신체란 생각 이상으로 오묘하기에 고작 한쪽 팔정도의 무게가 사라진다고 해도 균형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감각이 흐트러지니깐 말이다.

그럼에도 이 소년의 움직임과 저격에 큰 차이가 생기지 않는 것은 그만큼 소년이 극한의 단련을 추구하여 자신의 몸을 단련시켜왔다는 것을 의미했다.

소년의 예리하기 그지없는 감각이 순식간에 사라진 팔의 무게를 재단하고 현재 상태에서도 완벽한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만들어주었으니까.

'뭐, 그렇다고 해도 역시 이 지옥에서 살아나가는 건 불가능할 것 같지만. 크하하! 이거 참 걸작이군! 설마 이런 장소가 내 묫자리가 될 줄은 몰랐어! 안 그래? 파트너!'

-……우리, 죽는 거야?

‘뭐, 그런 거지! 캬하하! 미안하게 되었어. 아무리 그래도 역시 이건 내 역량을 넘어서는 것 같아서 말이지. 설마 나 하나 잡겠다고 전투기를 동원할 줄이야. 거기에 미사일? 상부 녀석들, 미친 거 아니야? 아니, 이건 제대로 돌아버린 거겠지. 크헤헤!’

고작 자신이라는 인간 한 명을 잡겠다고 이따위 전력을 투입한 높으신 분들의 사고를 알 수가 없어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진심으로 우스웠다. 자신을 수틀리면 끊어버릴 수 있는 도구로 취급하던 녀석들이 우왕좌왕하며 뒤늦게 대책을 세운다고 주변 생각을 하지 않고 폭격을 날렸다는 사실에 아주 그냥 웃겨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냥은 못 죽어주지. 파트너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갈 때 가더라고 이제까지 실컷 당했던 만큼은 복수해주고 가자고! 그래야 도리에 맞지. 그럼! 캬하하!”

한쪽 팔이 날아간 게 뭔 소용이나? 주변이 지옥이라고? 애초에 자신들은 자아를 가졌을 때부터 지옥에서 살아왔다.

이 정도 지옥 뚫고 지나가 주마. 오히려 소년은 확신했다. 아무리 자신이 위험인물이라고 해도, 현재 국가적으로 지명수배 되어 있는 최상급의 테러리스트라고 해도 이 대응은 너무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확신하기도 하였다. 이 장소가 분명하다고! 세뇌를 풀고 오랜 시간 조사한 끝에 손에 넣은 비장의 수단.

그 수단을 발동시킬 수 있는 유일한 장소. 세계에는 알려져 있지 않은 한국이라는 나라의 추악함이 집결체와 같은 공간이 이 지하에 존재한다고!

“앞으로 조금이야. 앞으로 조금이라고……. 크흐흐, 보여주자고 파트너. 우리들의 인생을, 고작 벌레 한 마리로 취급하며 빼앗은 그 대가가 무엇인지를!”

-……조심해. 그, 그리고 미안해. 전부 맡기기만 해서. 정말로…….

“워워, 섭섭하게 그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고 파트너. 난 그를 위해서 태어났고, 또 그를 위해서 여태까지 존재해왔어. 단지, 지금은 그 사명을 이루지 못하고 이런 차선책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에 오히려 미안할 따름이야.”

그래, 소년은, 지금 소년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존재는 오로지 그를 위해서 만들어졌다. 소년의 바람을 들어주고, 그 바람을 이루어주며, 끝에 가서는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을 소년에게 넘겨주기 위해서.

그 바람만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또 그 바람만을 위해서 살아왔다. 허나,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결국 소년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존재는 원하던 것을, 원하던 바람을 이루어줄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저 빌어먹을 녀석들의 빈틈을 찔러서 물귀신이 끌고 가는 것처럼 모든 것을 끌고 가는 것뿐이었다.

“적어도 파트너를 보낼 때에 심심하게 나 하나만 길동무로 보낼 생각은 없다고. 갈 거면 다 같이 가야지! 안 그렇게 생각 하냐?! 우리(나)의 모든 것을 빼앗은 세상이여! 캬하하하!”

-맹금 발신! 타겟을 발견! 즉시 사살에 들어가겠다!

-백수 수신, 맹금, 섣부른 행동은 금물이다! 상대의 코드명은 타임 룰러. 설령 상처를 입은 상태라고 해도 잘못하면 이쪽이 당해!

-맹금 발신, 백수 단순한 상처가 아니다. 한쪽 팔이 보이지 않아. 이 미친 폭격 작전에 휘말려서 날아가기라도 한 것 같다! 지금이라면 그 잘난 건카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겠지. 지금이 기회다! 여기서 처리하지 못하면 잘못하면 세계 대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 모르겠나?!

-……백수 수신, 맹금 최대한 버텨라. 지금부터 최대한 빠르게 지원에 들어가겠다.

-맹금 발신, 올 필요 없다. 우리만으로 끝낼 테니까.

한 명이 무전기로 수신하며 폭격에 의해서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불길 너머로 약 10명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어설트 라이플을 손에 들며 소년을 포위했다.

‘캬하! 착각도 유분수지. 내가 사용하는 무술은 고작 팔 하나가 날아갔다고 성능이 떨어질 만한 무술이 아니걸랑! 아니, 애초에 무술도 아니라고, 캬하하!’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 총기의 총구를 들이대는 완전 무장한 이들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실성한 것처럼 웃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봐도 제정신이 아닌 모습. 물론 사람이 한쪽 팔을 잃은 상태에서 제정신인 경우가 더 드물다고는 하지만 소년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랐다.

“온다! 전원 탄막 형성! 절대로 접근 하지 마!”

“사격 개시!”

투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소년의 웃음소리를 신호로 총구를 그에게 들이대었던 십 수명 정도의 완전 무장한 남자들이 일제히 방아쇠를 당겨서 사격을 계시하였다.

지이이이잉!!

허나, 그보다 먼저 한 자루의 권총을 들고 광소를 토해내던 소년의 시계(時界)가 돌변했다. 느려진다. 한없이 느려진다.

똑, 딱, 똑, 딱, 두근, ……두근!!

절대적인 그의 체내 시계가 한없이 늘어지며 심장 소리가 끝도 없이 멀어져갔다. 이 세계는 소년만의 아니, 소년(우리)만의 세계였다.

끝도 없이 늘어진 시야는 자신만이 완전히 동 떨어진 장소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주었으며, 단순한 착각이 아닌 현실이 그들에게 필살(必殺)의 루트를 그려주었다.

‘느리다고, 느리다고! 느리다고! 너희들! 너무 느려서 잠깐 컵라면 끌어 먹어도 되는지 고민이 될 정도로 느리다고!! 총탄이 아무리 빨라 봤자 쓰는 너희들이 느리면 그게 무슨 소용인 건데?! 어?! 댁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카하하하하!!’

저 남자들이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이미 너덜너덜한 소년은 벌집이 되어서 이 비루한 생을 마감할 것이다.

그럼에도 소년은 웃음 밖에 터져 나오지 않았다. 세뇌를 풀기 위한 대가에 의한 광기(狂氣)가 아니었다.

주제도 모르고 자신에게 이를 드러낸 하찮은 하이에나들을 상대로 고고한 사자가 드러내는 비웃음이었다.

‘자, 가르쳐주지! 내 코드명이 왜 타임 룰러인지! 어째서 단독으로 행동하는 테러리스트인 주제에 특급 판정의 지명수배를 받고 있는지를 말이야!’

그와 함께 한계 없이 늘어진 시간 속에서 소년의 시계가 가속하기 시작했다. 따라가라, 홀로 저 멀리 떨어진 장소로 내달리는 세계의 시간을 따라잡아라.

옆에서 내달리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따라가라. 아무리 뒤처져도 되니까 따라갈 수 있는 만큼 따라가라.

‘애초에 저 시간을 따라잡으면 몸이 못 버티거든! 내 분수에 이 정도면 충분하지! 그럼!’

소년의 의지의 따라 체내의 시계가 가속한 순간부터 소년의 신체가 움직였다.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는, 아니, 한없이 느려져 있는 시간 속에서 소년의 신체는 매우 느리게 지만 움직였다.

팔이 움직인다. 가속된 사고를 통해서 이미 상정한 루트를 통해 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권총을 들고 있던 팔이 움직였다.

슬로우 모션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느리게, 하지만 그를 제외하고는 움직임조차 알 수 없는 이들과 비교하면 확실하게 빠른 속도로 그의 팔이 움직여……, 남자들의 손가락을 저격한다.

퉁! 퉁! 퉁! 퉁!!

그가 권총의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신경조차 이 시간 동에서 느려진 것인지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에 팔을 내달리는 진동을 전해주었다.

허나, 신경 쓰지 않았다. 소년에게 이 광경은, 이 딜레이는 이미 익숙한 것이었으니까 지금은 오로지 눈앞의 궤적을 통해서 권총을 쏘아내는 것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내, 소년의 쏘아낸 권총이 들고 있던 모든 총탄을 쏟아낸 직후, 소년의, 세계의 시간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똑! 딱!!

탕! 탕! 탕! 탕! 탕! 탕!!!!!!!!!!!

“크악?!”

“컥?! 소, 손가락이!!!”

“뭣?! 어느새?! 방금 전까지는 조준도 안 하고 있었다고?!”

“제길! 쏴! 쏘라고! 상대는 타임 룰러다! 놀랄 시간이 있으면 손가락이 멀쩡한 놈을 탄막을 형성하라고!!”

소년이 들고 있던 권총은 총 7발의 탄환을 넣을 수 있는 모델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정확하게 방아쇠를 당기려던 손가락을 저격할 수 있었던 인원수는 십 수명 중 반 정도가 되는 7명.

상대가 권총의 탄환 정도는 우습게 만들어내는, 딱 봐도 오버테크놀로지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헬멧을 쓰지 않고 있었으면, 또 한쪽 팔이 멀쩡했으면 손가락이 아니라 전원의 머리에 바람구멍을 내줄 수 있었을 거라며 혀를 찬다.

그러면서도 소년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것처럼 즉시 땅을 박찼다. ……방금 전의 폭격으로 한쪽 팔이 날아갔다.

그리고 당장 정상이 아닌 부위는 팔뿐만이 아니었다. 다리의 무릎 관절이 움직이지 말라는 것처럼 비명을 내질렀다.

허나 무시했다. 이 정도 부상으로 움직임이 느려질 정도였다면 소년은 진작 차가운 시체가 되어서 이 세상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통각을 무시하고 세상의 시간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순간 소년은 이미 기다렸다는 것처럼 내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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