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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48/194)



〈 48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그렇게 공선자가 길드장의 말을 통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대충 파악하고, 길드장이 짙은 살기를 두른 공선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였다.

마초남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어조로 묻자 길드장이 대답을 돌려주는 것이었다. 행하지 않으면 죽는 것을 확신하게 만드는 신의 명령.

그렇기에 자신은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 그런 각인이 꿈에서 깬 그의 본능에 너무나도 확실하게 새겨져 있었으니 말이다.

“그저 꿈이라고 넘기고 싶어도 결코 그럴 수가 없었지. 행하지 않으면 죽는다. 그런 공포가 너무나도 명확하게 내 뇌리에 자리 잡아 떨어지지 않았으니까. 거기에 신탁을 받은 뒤에서 깨어보니 신의 명령을 행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라는 것 마냥 상당한 액수가 머리맡에 놓여 있기도 했고 말이지. 그러면 할 수밖에 없지 않나? 살기 위해서라도 말이지.”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길드장은 신탁이라는 것을 내려받고 살기 위해서 신에게 명령받은 대로 도시 밖에서 경비들에게 잡힐 뻔한 그들을 구해줘 이렇게 도시 내부로 들여보내 주었다는 이야기.

“……납득은 안 가지만 일단 억지로라도 납득해보지.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일주일 동안은 당신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거요?”

“그래, 의식주는 확실하게 책임져주지. 거기에 모험가로서 등록도 해줄 거야. 단, 내가 해주는 건 거기까지다. 더 이상 해줄 이유도 없거니와 신, 정확히는 천사께서 이야기했거든 ‘딱 거기까지만 해줘라’ 라고 말이지. 그 외의 간섭을 결코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이지. 그게 좋은 쪽의 간섭이든, 나쁜 쪽의 간섭이든 말이지. 요컨대 나는 너희가 이 도시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만을 제공한다. 그 외에는 그 어떤 지원도 없을 테니까 일주일 뒤부터는 알아서 살아가라고.”

“……너무하는군. 우리들이 기억상실이라는 걸 알면서도 고작 그게 다라고?”

“그래도 일주일 뒤 살아갈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일주일 동안은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는 성실하게 대답하라고 소나타 모험가 지부의 카운터 아가씨에게 미리 말해뒀으니까 뭔가 알고 싶으면 그쪽으로 가보면 될 걸세. 모험가로 등록해주는 만큼 모험가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기초적인 지식 정도는 알려줄 테니깐 말이야.”

마초남의 질문에 대답하는 길드장의 대답은 이 자리에 있는 50명 전원이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안도하면서도 침울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당장 일주일 동안은 먹고 잘 수 있는 곳을 마련했다는 안도감.

그러면서도 일주일 뒤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사실, 거기에 자신들이 기억을 잃은 이유와 왜 여기에 있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한 불안감.

그 모든 것이 섞여서 점재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공선자는 길드장의 다른 말에 주목하고 있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간섭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그건 길드장이 직접 우리를 헤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건가?’

공선자가 그런 추측을 하고 있을 때였다. 길드장이 뇌리에 떠오른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말이다.

“단, 내가 간섭할 수 없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으로서, 라는 걸 기억해뒀으면 하는군. 만약 너희들이 모험가로서 사고를 친다면 난 길드장으로서 너희들에게 간섭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야 자신이 추천해서 모험가로 만든 녀석이 사고를 친 거야. 그렇다면 수습하는 것도 당연히 내 일이라는 거지. 뭐, 그것도 어디까지나 이 도시 내부에서 한정된 이야기지만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부디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 없도록 사고를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길드장은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요컨대 명분이 없이는 간섭할 수 없다. 그런 이야기.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신탁을 내린 위대한 존재라는 녀석이 그걸 허락할 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그야 그렇게 된다면 50명의 인원들 중 그 사실을 악용하려는 이들이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닌데?

자신만이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간섭할 수 있다면 충분히 그런 발상을 떠올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명분만 있다면 간섭할 수 있다는 모양. 뭐, 공선자로서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애초에 저런 괴물 같은 존재와 이 이상 어울리고 싶은 마음을 티끌만큼도 없으니 말이다. 오히려 자신이 먼저 안 건들면 상대도 안 건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다행이었지만.

“자, 그럼 말해줄 건 다 말해준 것 같고. 덤으로 어느새 길드에도 도착한 모양이야. 그럼 환영하겠네. 신의 부름에 따라 모습을 드러낸 이들이여. 여기가 바로 던전 도시라 불리는 소나타에 존재하는 모험가 길드, 즉, 모험가 길드 소나타 지부네.”

……그 말과 함께 길드장이라 불린 남자가 가리킨 장소에는 상당히 으리으리하게 생긴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대부분이 목재로 만들어진 건물들인 상황에서 벽돌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건물. 거기에 외관으로 봤을 때는 못해도 5층 이상은 되어 보이는 건물.

그 광경에는 공선자라고 해도 조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현대에 고층 빌딩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 아닌가?

그런데 설마 중세 시대로밖에 안 보이는 이 문명에서 이 정도 수준의 높이를 지닌 건물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이들 역시 상당히 으리으리하기 그지없는 모험가 길드의 건물을 확인하고는 저마다 탄성을 지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자기소개를 하는 것도 늦은 감이 있지만 굳이 소개를 하자면 내 이름은 하잠. 익스퍼트 최상급 수준의 전사로서 이 모험가 길드의 지부장을 맡고 있지. 요컨대 소나타 모험가 길드의 장이라는 의미네. 그래서 사람들은 날 길드장이라고 부르고 있지. 자네들 역시 그렇게 부르도록 하게나.”

거기에 이어서 자신에 대해서 소개하는 길드장인 하잠의 목소리에 50명의 사람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그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고 여기까지 쫓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원이 자신들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무의식적으로 서로를 소개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었기에 그게 하잠에게도 적용되고 있었다는 거겠지.

그렇기에 보통이라면 상대가 누구인지부터 확인했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거다.

거기에 마치 하잠이 전부 알고 있다는 것처럼 당당하게 행동하다 보니까 자신들도 모르게 그의 페이스에 끌려간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고 말이다.

“익스퍼트 최상급? 그, 그거 수준급으로 강한 기사님이라는 거잖아?!”

“기사분들 중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라고. 운만 좋으면 마스터도 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건데……? 그런데 기사님은 아닌 것 같지?”

“우와와……, 기, 기사가 아니라고 해도 익스퍼트는 괴물이라고. 그런데 우리 여태까지 그런 괴물을 앞에 두고 그런 태도를 취한 거야? 잘도 목이 붙어 있네.”

하잠의 소개를 들은 이들 중 몇 명이 무엇인가를 깨달고는 식겁을 하며 서로 속닥거리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들은 하잠이 자신을 소개할 때 이야기한 익스퍼트라고 말한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알고 있는 이들이겠지.

물론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는 이들은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당사자인 하잠의 경우에는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신경 쓰지 않고 할 말은 다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그대로 뒤로 돌아 모험가 길드 내부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따라와라. 이제부터 너희들의 모험가 등록을 시작한다. 물론 신탁이 있었다고 해도 너희들의 모험가 등급은 가장 아래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이후 모험가로서 살아가며 모험가 등급을 올리던, 아니면 그저 신분증명패로만 삼던 각자 알아서 결정하도록.”

정말로 모험가 등록만 해주면 아무래도 좋다는 것 같은 그 태도가 50명으로서는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제대로 책임을 지라고 말하기에는 애초에 하잠이라는 저 길드장이 그들을 도와주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기도 했고 말이다.

오히려 여기에서는 자신들의 신분을 증명할 수단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어디 그렇게 쉽던가? 무엇인가를 해주면 이왕 해줄 거 덤이라도 얹어주면 좋잖아? 라고 생각하는 게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것을 입 밖으로 내는 사람은 없었다. 길드에 도착한 뒤에야 이곳의 장이라는 하잠이 상당히 높은 사람이라는 실감이 왔기 때문.

그렇기에 일단 50명의 사람들은 하잠을 따라서 길드 내부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 발 먼저 길드 내부로 들어와 있던 하잠은 카운터……, 라고 해야 할까 안내 데스크 같은 곳에서 일을 하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한 여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는 준비 됐나?”

“네, 일주일 전에 준비하라고 말씀하셔서 준비해두기는 했지만 설마 정말로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여기 있습니다. 저분들이 그?”

“그래, 이야기했던 이들이다. 챌린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내가 직접 모험가로 스카우트한 이들이지. 뭐, 어디까지나 자질이 좀 좋아 보이는 녀석들을 긁어모아 본 거여서 도중에 포기하는 녀석들도 꽤 있을 테지만 운 좋게 한 명이라도 걸려서 상위 모험가까지 올라간다면 이득이다, ……그런 느낌인 거지.”

“저희 모험가 길드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시는 건 존경하지만 역시 길드장님이 직접 나서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말이죠. 거기에 솔직히 굳이 저렇게 무미건조한 옷을 단체로 입고 데리고 오실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뭐, 취미라고 해야 할까……, 길드장이라고 해도 요즘은 서류 작업만 하는 나날이었으니깐 말이야. 시간도 때울 겸 후임도 키워서 모험가 길드에 도움도 되고, 일석이조의 취미 생활이잖아?”

“뭐……, 길드장님이 하시는 일이니 이 이상 딴죽을 걸 생각은 없지만 말이죠. 길드장님이 직접 신분을 보증해주시는 만큼 신분은 확실할 테고, 그런 일손이 늘어나서 나쁠 것도 없기는 하니까요.”

“거기에 길드의 공금으로 진행하는 것도 아니고 내 개인적인 돈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 아니냐? 무슨 일이 있어도 길드에는 손해가 없다는 거지.”

“……저 사람들이 사고를 친다면 모험가에 대한 이미지 손상을 초래할 수도 있지만요.”

“그럴 경우 내가 책임질 거다. 해결을 하든, 길드장을 때려치우든 말이지. 물론 그것도 이 도시 소나타의 영역에서만 해당하는 이야기지만 말이야.”

“그야 다른 도시에서 사고를 치면 책임을 지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힘들잖아요? 그보다는 자……, 여기 증명패 50개입니다.”

그런 식으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길드장와 여성의 모습에 50명의 사람들은 저게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길드장 하잠이 여성과의 이야기를 끝낸 것인지 그녀에게서 무엇인가를 건네받고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이었다.

“자, 이것들을 하나씩 받아라. 모험가임을 증명하는 증명패다. 모험가의 이름, 그리고 모험가의 등급을 표시해주지. 뭐, 이름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모험가로서의 이름이다. 즉, 굳이 진짜 이름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는 거지. 대충 원하는 이름을 적어 넣어라.”

동시에 하잠은 그들에게 모험가의 증명패에 어떤 식으로 이름을 각인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심플하게 손끝을 세워서 증명패의 정 중앙에 자신이 쓰고 싶은 이름을 써넣으면 되었던 것.

그러나 그런 길드장의 설명에도 50명의 사람들은 대부분이 자신의 이름을 써넣기는 주저하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은 아직까지 자신들의 진짜 이름을 알고 있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증명패에 뭐라고 써야 할지 알 수가 없어 고민하고 있었다.

자신의 진짜 이름을 알고 있었으면 진짜 이름을 써넣든 아니면 가명을 써넣든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진명을 모르니 진짜 이름을 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가명을 쓰자니 진명도 모르는 상황에서 가명을 쓰는 것도 거부감이 드는 것.

“……그러고 보니 너희들 전부 기억상실이었지. 쯧, 일단 이야기해두겠지만 너희들은 모험가 길드 내부에서는 어디까지나 내가 스카우트한 인재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어디 가서 함부로 막 자신들이 기억상실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는 하지 말도록. 꼭 비밀로 해야 한다, 라는 수준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말이야. 어차피 수상한 사람 취급받는 건 너희들이고 말이지.”

그런 수상한 취급을 받는 사람을 모험가로 추천한 길드장도 한 배에 탄 거 같은데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도 되나? 하는 의미가 담긴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있었다.

하잠 역시 그 사실을 눈치 채고 피식 실소를 짓고서는 추가 설명을 해주는 것이었다.

“나야 너희들이 실제로 무슨 사고를 쳐서 범죄자가 되지 않는 이상 대충 잡아 때면 그만이거든. 그냥 조금 이상한 녀석들이니까 신경 쓸 것 없다고 말이지.”

“그런 게 통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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