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오히려 방금 전과 다를 게 없는 최고조의 상태였다. 허나, 정신 상태가 급격하게 피로해졌다.
당장 자야 한다! 라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최고로 하이한 기분이었던 것이 급격하게 다운되어 100%에서 40%까지 떨어졌다고 느껴지는 수준?
‘오라는……, 시간에 따라서 조금씩 차오르는 건가. 0이었던 수치가 1로 올라갔군. 하지만 이 정도로 천천히 차오르면 솔직히 하루 만에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데…….’
그렇게 생각하던 공선자는 한 가지 사실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방금 전의 자신의 오라의 수치는 351/1000.
원래는 1000이었을 오라가 351까지 떨어진 것은 공선자가 잠들기 전에 시안을 발동했던 것이 이유를 터.
하지만 그때 공선자는 1000의 오라를 전부 소모했었다. 즉, 남아있던 351의 오라는 아마도 공선자가 잠을 자는 것으로 회복한 오라일 터인데…….
‘고작 351? 며칠 동안 잤으면 1000을 전부 회복했을 텐데?’
그런데 회복된 것은 351에 불과했다. 확실히 오라가 차오르는 속도는 굼벵이가 기어가는 속도에 가까웠지만 적어도 하루 종일 걸릴 수준은 아니었다.
아니, 경우에 따라서는 하루 종일도 걸릴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아무리 길어도 이틀은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고작 351 수준이라면……, 공선자는 의외로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짧은 시간의 수면을 취한 것일 수도 있다는 추측이 떠오른 것.
‘……확인을 하려면 일단 방에서 나가야 하지만 말이야. 지금은 그것보다 남은 스테이터스 항목을 살펴보는 게 우선인가.’
성향을 살펴보다가 우연히 오라 항목까지 같이 살펴보게 되었다. 덕분에 자신의 신체에 담겨 있는 미지의 에너지를 감지할 수 있게 되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당장은 쓸모 있어 보이지 않았다.
스테이터스 창을 확인하지 않아도 대충 감각적으로 자신에게 남아있는 오라의 양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은 괜찮은 수확이었지만 그것도 당장은 상당히 집중을 요하는 일.
거기에 오라 그 자체를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여보려고 해도 애초에 감지하는 것 자체가 고되다 보니 될 리가 없는 상황.
즉, 오라의 존재는 알게 되었지만 당장은 이용할 곳이 없다는 소리.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스테이터스 항목의 오라라는 항목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은 확실한 수확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설마 내가 이런 미지의 기운을 갖게 될 줄이야. 실감이 나지 않는군.’
이쪽 세계에 온 뒤 마법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도 진짜 마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정신이 팔려서 그 마법의 동력원이 될 요소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그 요소와 비슷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운이 실제로 자신의 신체 내부에 자리 잡고 있으니 기분이 묘해지는 것도 이상할 것 없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넘어서 정말로 자신이 느끼는 게 진실일까? 라는 의문마저 들 정도.
여태까지 존재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미지의 기운이 자신의 몸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상황은 그만큼 믿기 힘든 상황인 것이었다.
‘……하지만 마나나 마력이 아니라 오라라. 아니, 오라의 종류에는 마력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러면 이 오라라는 것으로 마법이라는 것도 사용할 수 있나?’
그러나 아무리 믿기 힘들다고 해도 공선자의 뇌리에는 확실하게 처음 느껴보는 신비로운 기운에 대한 감각이 각인되어 있었다.
그러니 현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믿기 어렵다고 해도 지금 그에게 있어서 이 판타지나 다를 것 없는 현실이 진짜 현실이었으니깐 말이다.
무엇보다 지금의 공선자는 거의 이성밖에 존재하지 않는 이성의 괴물이었다. 그렇기에 설령 도저히 믿기 힘든 판타지나 다를 게 없는 현실이라고 해도 객관적인 근거만 있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
단순히 자신의 감각이라는 주관적인 근거뿐이었다면 의심을 했을 법도 하지만 에볼루션 시스템이라는, 챌린저라면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현상이 객관적인 증명을 해주고 있었다.
그러니 믿는다. 이게 정말로 존재한다고? 라는 의무심이 들어도 이성이 짓누르고 억지로라도 믿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오라는 기운이 정말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게 되자 다시금 여러 가지 의문이 그의 뇌리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거기에 애초에 마법이라는 거, 에볼루션 시스템에서 이야기하는 스킬이라는 것과 같은 건가?’
판단할 근거가 부족했다. 당장 공선자는 마법이 어떤 것인지, 심지어 자신이 이제부터 다르게 될 것으로 추정되는 스킬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내가 가지고 있던 초능력인 시안은 에볼루션 시스템에 의해서 스킬로 변했어. 이건 마법이라는 이적도 똑같이 스킬로 에볼루션 시스템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되면 오라를 소모해 스킬을 발동시키는 것처럼 오라를 소모해서 마법도 발동시킬 수 있을지 몰랐다.
아니, 이 경우에는 스킬로 변환된 마법을 발동시킨다……, 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하지만 가능성이 이것뿐만인 것은 아니었다.
‘……혹은 애초에 내가 가지고 있던 시안을 포함한 지구에 존재하면 극히 드문 초능력이라는 현상 자체가 오라를 소모해 발동시키는 스킬과 같은 종류의 현상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그렇기에 초능력이었던 시안이 에볼루션 시스템에 스킬이라는 형태로 속하게 된 것일 수도 있었다. 애초에 그게 본래의 형태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어느 쪽이 되었던지 이 오라라는 기운이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을 배제할 수 없어. 그러니 좀 더 자세하게 파악하고 싶지만…….’
그렇기에 여태까지는 스테이터스에 존재하는 항목을 순서대로 살펴보던 공선자도 일단은 오라라는 항목을 먼저 도움말 창으로 살펴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라에 대한 설명은 의외로 짧았다. 오라의 수치는 현재 자신이 가진 오라의 양을 객관적으로 표시한 창입니다, ……라는 것이 그 설명을 전부였으니 말이다.
아니, 그것 외에도 몇 가지 설명이 더 추가되어 있기는 했다. 경지에 따라서 오라의 최대치가 제한되어 있다나, 1레벨이 오를 때마다 오라의 최대치가 최소 500씩 상승하고 그것이 친화 스텟에 따라서 더 증가된다는 등의 추가 설명도 있었다.
……하지만 공선자로서는 이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영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추측을 할 수는 있었지만 확신을 내릴 수 없었던 것.
무엇보다 이 설명은 레벨에 대한 설명을 도움말 창으로 확인했을 때도 적혀 있었던 설명이었다.
오라와 레벨, 두 가지에 동시에 영향을 주는 기능이기에 각 항목에 중복되어 설명이 되어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레벨의 개념을 확인할 때도 정확한 추측은 힘들어 넘겨두었던 설명인 만큼 이번에도 공선자는 일단 넘겨두는 것이었다.
이것은 직접 오라라는 기운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확실하게 이해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묘한 기분이군. 현실이 아니라 정말로 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야. 스킬이니 마법이니 하더니 이제는 마력까지 등장하고 말이지.’
아니, 공선자에게는 마력이 아닌 공력이었던가? 뭐가 되었던지 결코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미지의 기운이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러니 역시나 받아들였다고 해도 이제부터 이런 미지의 힘을 다루어야 한다는 자신의 입장에 조금 쓴웃음이 나오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현실이 아닌 게임 캐릭터가 된 기운이었기 때문. 또한, 이것이 누군가의, 위대한 존재라는 정체불명의 인외의 의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씁쓸한 느낌은 더욱 커지는 것이었다.
‘……아니, 생각해보면 애초에 내 인생 자체가 어디 픽션에서나 볼법한 인생이었다. 초능력자에 인체실험을 통해 탄생한 이면세계의 에이전트니깐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다시금 생각해보니 이제 와서? 라는 느낌이기도 했다. 애초에 공선자 자신이 21세기에서는 픽션이라고 이야기되면 초능력자였으니 말이다.
이제 와서 소설 속에서 나오던 능력을 몇 가지 더 갖게 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느낌인 것.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솔직하게 이게 정말로 현실인가? 라고 지속적으로 떠오르던 의문도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그래, 원래부터 공선자의 인생은 픽션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 요소투성이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런 요소가 한두 개, 아니, 수십 개 단위로 늘어난다고 해도 뭐 달라질 게 있겠는가?
아니, 달라지는 거야 많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미 이런 식으로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인생이 휘둘리는 것이야 익숙한 일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인 공선자는 다시금 이것은 자신이 처한 현실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스테이터스 시스템의 다음 항목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본래라면 오라를 확인하기 전에 확인을 해야 했을 항목이었다. 오라보다 위에 존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성향에 관해 확인하다가 자연스럽게 성향과 연관되어 성질이 변하는 오라를 확인하다 보니까 확인하는 순서가 밀려버렸다.
현재의 공선자는 혹시라도 자신이 어디까지 확인한 것인지 잊어버리지 않도록 순서대로 확인하고 있었다.
마구잡이로 항목을 확인하면 실수로 건너뛰는 항목이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 하지만 성향은 오라와 관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오라는 스킬을 사용할 때 소모되는 미지의 기운으로 그 스킬에는 시안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
그리고 시안은 원래는 수명을 소모하는 초능력. 즉, 이어지고 이어져서 자신의 수명이라는 중요한 요소와 성향, 그리고 오라가 연관이 있었기에 어쩌다 보니 신체 상태에 대한 항목보다 오라라는 항목을 먼저 체크하게 된 것.
‘신체 상태는 외내부의 상처 정도 및 신체 활동에 대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산출하여 수치로 나타난 정보. 체력과 피로도, 정신 상태에 대한 수치는 포함되어 있지 않고 오로지 신체 상태에 대해서만 나타낸 정보 창……? 이게 말이 되나?’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신체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도움말 창의 도움을 받은 공선자는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피로도와 정신 상태는 몰라도 체력과 신체의 상태는 밀접한 관련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그 연관성을 배제하고 신체 상태만을 수치로서 표시했다고?
공선자의 지식으로서는 섣불리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내 나머지 도움말 창을 살펴본 공선자는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다.
‘게임에서 이야기하는 HP와 비슷하면서도 다르군. 게임에서는 캐릭터의 생명력을 HP로서 표시한다기보다는 HP가 그 캐릭터의 생명력이었어. 즉, 다시 말해서 게임 속의 캐릭터의 생명력이 위험해서 HP가 깎인다는 것보다는 HP가 깎였기에 생명이 위험해진다는 개념이었지.’
현실과는 다르게 게임이라는 제한된 법칙 속의 상호작용 속에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수많은 요소를 전부 표현하는 것을 불가능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정말로 각종 요소로 상처고, 죽어갈 수 있었다. 팔이 부러진다, 바이러스로 인해 병이 걸린다, 뜨거운 불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으며 반대로 차갑기 그지없는 얼음에 의해서 동상에 걸릴 수도 있었다.
그 외에도 사람들을 상처 입히는 요소는 그야말로 가지각색. 그리고 게임에서는 그 요소를 ‘수치’라는 제한된 현상으로 표현해야 했다.
현실에서 사람이 상처 입으면 생명활동에 영향을 받아 그 영향력만큼 점점 생명활동에 이상이 생겨 결국에는 죽음에 이른다.
게임에서는 이 상처에 의한 상호작용으로 생명활동이 영향을 받는 것을 오로지 ‘수치’로서 표현해야 했다.
그리고 그렇기에 HP와 같은 해당 생물의 생명력, 구체적으로 생명활동을 수치로서 표시하는 개념이 등장을 하는 것.
하지만 말했다시피 게임은 현실과 다르게 제한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인류의 문명이 압도적으로 발전되어 현실의 정보량을 그대로 가상으로 옮길 수 있게 되지 않는 이상은 현실과는 다른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그리고 그 제한으로 인하여 게임에서 성립된 수치화된 생명력은 현실의 생명활동과는 차이점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현실에서는 생명활동에 별 이상이 없을 요소에 생명력이 깎이기도 하며, 그렇게 깎인 생명력에 의해서 게임 캐릭터는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는 것. 게임과 현실에는 차이가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요소였다.
그리고 그 어쩔 수 없는 요소 때문에 게임에서 HP와 같은 생명력이 전부 닳아서 죽어야 하는 상황에 ‘현실에서는 죽지 않으니까 게임 캐릭터가 죽는 건 이상해! 그러니까 살아있어야 해!’ 라고 외치며 HP가 0인데 살아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