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해당 각성 스킬의 습득 전제 조건, 그리고 습득 페널티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애초에 2번째로 갈라져 나온 심상, 영혼이 가지게 된 권능이었다. 그러니 습득하게 된다면 습득한 사람의 영혼을 두 개로 갈라지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것.
그렇지 않으면 습득할 수 없다, 라는 형태의 각성 스킬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렇기에 처음부터 심상이 2개인 사람, 혹은 공선자와 같이 2개였던 심상이 하나였던 사람은 문제없이 익힐 수 있는 것.
‘……형, 형은 사라져서까지 날 지켜주고 있었구나.’
그리고 동시에 공선자는 깨닫는 것이었다. 현재 자신의 상태가 어째서 자신의 반신에 가까워진 것인지.
……일야몽의 습득 영향. 심상이 2개면 밤과 낮의 인격이 바뀐다. 이것은 공선자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반신과 하나 된 공선자의 심상은 단 1개. 그러니 인격이 바뀔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심상이 융합되어 하나가 된다면 습득자의 정신 상태에 따라서 정신에 모종의 영향을 끼친다.
……이쪽이 현재 공선자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일야몽의 습득 영향일 터. 그리고 그 모종의 영향은 지금 공선자의 감정을 억제하고 있는 방향으로 작용되고 있는 것이었다.
……오로지 그가 좀 더 높은 확률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좀 더 손쉽게 이 거친 세계를 살아갈 수 있도록.
그의 반신이 남긴 스킬이 그의 반신을 대신해서 공선자의 등을 밀어주고 있었다. 넌 반드시 살아남으라고.
무슨 짓을 해서든 살아남으라고. 그저 무조건적인 헌신이 지금도 공선자의 등을 지탱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공선자는 이 각성 스킬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뿌득!!!!!!
“……아아, 그래, 맞아. 나한테는 그럴 의무가 있어.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포기하고 싶어도 결코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의무가!”
새삼스럽지만 다시금 실감했다. 이미 자신에게 흡수되어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슴에, 심상에, 영혼에 남아 소리치는 반신의 의지를 느끼고 공선자는 다시금 실감하는 것이었다.
자신을 결코 죽을 수 없다고, 죽어서는 안 된다는……. 살아가야 한다는 실감을. 자신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친 반신의 헌신 위에서 간신히 실감하는 것이었다.
‘형은 늘 그랬지. 나를 대신할 수 있었음에도 결코 나를 대신하려고 하지 않았어. 그저 늘 나만을 생각해줬지. ……그러니 형. 난 그랬던 형을 위해서라도, 그랬던 형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살아갈게. 살아남아서……, 어떠한 미래라고 해도 나아갈게.’
뚝……! 뚝……!
눈물이 흘렀다. 살아남기 위해서 쓸데없는 감정이 억제되어 결코 흘려질 리가 없는 눈물이 다시금 흘러내렸다.
감정제어조차 완전히 억제하지 못하는 슬픔이 차올라 이를 악문 공선자의 얼굴을 적셔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공선자는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저 멋대로 흐르는 눈물을 무시한 채로 자신에게 모든 것을 바친 이가 만들어준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기 위해서 결의를 다지는 것이었다.
‘……다음, 다음 스킬을 확인해야 해. 형이 남겨준 일야몽에서 파생된 스킬들. 응용스킬들을 확인해봐야 해.’
멈추지 않는 눈물을 억지로 멈출 생각은 없었다.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으니까.
각성 스킬에서 파생된 3가지 스킬. 시안과 마찬가지로 그의 반신이 남겨준 일야몽에도 기본적으로 3가지 파생스킬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공선자는 일단 그 스킬들의 존재를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그런 뒤 살아남기 위한 활동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었다.
‘3개의 응용스킬과 마지막으로 칭호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멸업에 대해서 파악한 뒤에 이제는 진짜로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해야 할 때인 거겠지.’
흐르는 눈물은 그저 내버려둔다. 굳이 닦아내야 할 정도로 시야를 방해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오히려 감정이 제어되고 있는 이 상황에서조차 슬픔을 완전히 억제하지 못해 흐르는 이 눈물이 자신이 어떤 이의 희생으로 이 자리에 있는 것인지 상기시켜주었기에 닦지 않는 것이 아닌, 닦을 수 없다는 것에 가까울 것이었다.
그렇게 시야에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눈물을 자신의 반신과의 마지막 전별로 삼으며 그는 자신의 형이 남겨준 유산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일야몽에서 파생된 응용스킬은 시안과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3가지. 그 이후, 일야몽의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숫자가 늘어난다. 정확히는 내가 일야몽의 원리를 완벽하게 구현하고, 그렇게 구현된 일야몽을 어떤 방식으로 응용하는 것인가에 따라 응용기술이 탄생한다고 할 수 있지.’
시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즉, 각성스킬과 그에서 파생되는 응용스킬들은 소지자가 어떤 방식으로 성장시키는가에 따라서 같은 각성스킬이라고 해도 다른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
각성스킬의 지닌 효과는 같을지 몰라도 그 각성스킬을 어떤 식으로 응용하는가에 가지게 되는 응용스킬들이 달라지니 말이다.
또한 각성스킬 그 자체도 사용방식에 차이를 보일 것이고 말이다. 그러니 만약 상대가 같은 응용스킬을 가지게 된다고 해도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성장했을 것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했다.
‘지금 중요한 건 일야몽이 초기에 갖게 해주는 3개의 응용스킬들이 무엇인가야. 야몽순환, 일야연쇄, 마지막으로 몽계불침을 포함해서 총 3개. 이 중 야몽순환의 능력은…….’
……해가 진 시간에 수면 시 수면 효율이 1000%로 상승하는 것이 이 응용스킬의 효과였다. 여기에 더해서 숙련 등급이 올라가면 그에 따라서 100%씩 효율이 추가로 상승한다.
요컨대 밤에 잠을 잘 때 시작부터 수면 효율이 11배로 상승하는 능력을 지닌 응용스킬이라는 것이었다.
……일야몽은 자신의 정신을 컨트롤하는 것으로 시작해 그려낸 꿈을 구현하는 능력. 요컨대 자신의 정신을 제어하는 것이 기본 전제였다.
그렇기에 이 스킬의 영향으로 현재 공선자의 감정이 제어되고 있는 것. 그러니 정신의 영역에 속하는 수면이라는 개념에 간섭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11배라니, 무슨 이런 터무니없는 수치가 다 있어? 본래 인간이 필요한 기본적인 수면은 적정 시간이 9시간.’
사람에 따라서는 더 적어질 수도, 혹은 더 많아질 수도 있었지만 평균은 9시간 정도였다. 공선자 역시 밤은 잘 수 있으면 자는 게 좋았다.
그는 에이전트로서의 훈련을 받으면 수면 욕구를 참는 훈련을 받았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면을 ‘참는 것이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결코 아닌 것.
수면이라는 것은 몸은 물론 정신을 쉬게 해주는 행위였다. 그런데 물리적인 신체를 지닌 인간이 휴식이라는 개념을 담당하는 수면 없이 얼마나 행동할 수 있겠는가?
잠을 자지 않으면 언젠가 한계에 도달한다. 공선자 역시 결코 피할 수 없는 이치였다. 그렇기에 공선자도 수면 욕구를 참을 수 있을 뿐 결코 잠을 자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가 살아온 삶이 그에게 제대로 된 잠조차 자기 힘들게 만들어 버렸기에 적정 수면 시간인 하루 9시간에 맞춰 잠을 자본 적은 거의 없지만 말이다.
그렇게 되면 오랜 시간을 살아오면 건강사태가 악화될 수밖에 없는데 애초에 공선자의 신체는 소생되기 전에는 오늘내일하던 신체였던 것이다.
여기에 수면부족에 의한 건강 악화가 추가된다고 해도 사소한 문제일 뿐. 그렇기에 공선자는 수면욕을 참는 기술을 통해서 최대한 잠을 자는 시간을 줄여서 활동해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히 하루 3시간 정도는 잠을 자 줘야 했었다. 그것이 인간이다. 아무리 발악을 해도 수면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변하지 않는 것.
적더라도, 수면 욕구를 참더라도 결국 한계에 부딪히면 잠을 자야 하는 게 인간이었다. 그것도 최소 3시간이라는 시간은 자야 하는 것.
적정 수면 시간 9시간, 최소 3시간. 이게 인간이 취해야 하는 수면 활동, 즉, 정신과 신체에 필요한 휴식 활동에 소요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수면 효율이 11배 상승한다는 것은 이 시간들이 무려 11분의 1로 줄어든다는 이야기.
건강을 위해서 평생 적정 시간을 지키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인간의 3분의 1 이상을 수면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최소 3시간씩 자는 이들은 이들보다 더 많은 활동 시간을 보내겠지만 건강에 문제가 생겨서 먼저 죽을 확률이 높았다.
즉, 결국 인간은 자신의 인생 중 3분의 1을 수면으로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이 각성스킬은 그것은 11분의 1로 줄여준다.
요컨대 수면 시간의 11분의 10에 해당하는 시간이 ‘자신이 활동할 수 있는 시간’으로, 즉, ‘수명’으로 치환되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
'……잠깐 기다려 봐. 이 스킬이 있다는 건 방금 전에 정신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기절하다시피 잠이 들었을 때도 수면의 효율이 11배 상승했다는 거잖아?‘
물론 그 효과는 밤으로 한정된다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볼 것도 없이 밤이다.
그럴 것이 아침에 효과가 적용되지 않아 몇 시간을 잔다고 해도 밤이 되는 순간 효과가 적용되어 본래라면 며칠 내내 잠을 자야지 회복되었을 공선자의 정신이 단 몇 시간 만에 회복되는 이적을 보여줄 테니깐 말이다.
그러니 그렇게 정신력이 회복되어 깨어난 공선자 마주할 시간대는 당연히 밤이 될 수밖에 없을 터.
그야 11배 상승한 수면 효율을 통해서 몇 시간 만에 완전히 회복한 뒤 눈을 뜰 테니 밤이 완전히 지나가지도 않았을 것 아닌가?
‘그리고 이건 내가 잠을 자고 일어난 지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 여기에 앞으로도 남들보다 더 많은 활동시간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
수명이 늘었다고 이야기해도 좋지만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같은 시간에 남들보다 더 많이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만큼 남들을 앞서 갈 수 있다는 이야기. 남들보다 앞서 가게 된다면 적어도 생존 확률이 그만큼 올라갈 것이었다.
‘……질투 같을 걸 받아서 그로 인해 죽을 확률도 무시할 수는 없나?’
아니, 그런 것까지 일일이 생각하게 된다면 끝도 없으니 지금은 그저 남들보다 더 많이 준비할 시간이 생긴다는 것에 의의를 두면 될 것이었다.
‘뭐가 되었든지 간에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계획을 전부 뒤엎어야 할 정도로 대단한 스킬이야. 당장 본래라면 며칠은 자야 했을 내가 아마 하루도 되지 않아서 깨어난 것만 봐도…….’
하루도 안 되어서 깨어났다는 확신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허나, 스킬의 설명을 보면 분명히 그럴 터.
그게 아니라면 자신은 농담이 아니라 20~30일은 자야지 풀릴 정도의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그것은 단순히 피로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뇌에 무슨 문제가 생겨서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보는 것이 올을 테니 말이다.
‘……제기랄, 도대체 나한테 얼마만큼의 부채감을 느끼게 만들 생각인 거야. 형.’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공선자에게 선물해주는 응용스킬. 그리고 그것은 일야몽이라는, 자신의 반신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각성스킬에서 파생된 응용스킬이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공선자는 마음이 미어터질 것 같았다. 자신은 해줄 수 있었던 것이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저 반신이 주던 것은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도 이렇게 아낌없이 주고 떠났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거대한 희생으로써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후우……. 지금은 긍정적인 부분만 생각하자. 이것으로 나는 거의 24시간 대부분을 활동할 수 있게 되었어.’
인간의 평균 수명 시간은 9시간. 하지만 이 스킬을 가지고 있다면 그 평균 9시간, 분으로 따지자면 540분에 해당하는 수면 시간이 11분의 1.
……50분도 안 되는 수준으로 줄어든다. 1시간도 안 되는 시간. 훗날 각성스킬이 성장해 그 각성스킬과 랭크가 연계되는 이 응용스킬도 함께 성장하게 된다면 고작 10분만 자고 일어나도 수면이 더 이상 필요 없는 몸이 되는 것이었다.
‘일단 일반스킬 쪽에서 수면에 관한 스킬을 습득할 생각이기는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
공선자로서는 단순히 시간을 잡아먹는다는 이유뿐 아니라 수면을 취하게 되면 아무리 모종의 변화를 감지하게 되면 곧바로 일어날 수 있도록 훈련을 했다고 해도 수면을 취하는 그 순간 무방비하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즉, 그것은 빈틈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 때문에 수면의 시간을 줄이거나 아니면 수면을 취할 때도 감각을 열어두는 계열의 스킬들을 익힐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스킬을 얻는 것으로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다. 공선자로서는 기쁠 수밖에 없는 것.
……단지, 이 응용스킬의 출처가 출처다 보니 솔직하게 기뻐 만 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